2013년 4월에 이사와서 어느새 3년을 넘게 지내며 정들었던 합정동 사무실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밖에서 힘들고 짜증나는 일들이 있어도, 그래도 사무실에 일단 돌아오면

마치 집같이 안심되고 편안하고 위로가 되던 공간이었습니다.

이젠 동네의 가게들이 대부분 눈에 익어서 어떤 가게가 들고 나면 단번에

눈치챌수 있을만큼 동네도 익숙해졌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크게는 두 가지 이유로 이사를 결심하였습니다.


이곳에 와서 정말로 많은 일들이 있었고, 힘든 일들도 많았지만 그것보단 좋은 일이 훨씬 더 많았던것 같습니다.

이사 온 그 해에 젊은 건축가상을 받았고, 더 많은 프로젝트를 할 수 있는 시기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 빨리 찾아 왔습니다.

그 덕분에 신설동에서 시작할땐 둘이서 시작했고, 합정동에 올때는 셋이었는데

이젠 어느새 10명을 왔다갔다하는 정도의 식구가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가장 안타까웠던건 사무실이 너무 좁아져서 짐더미에 파뭍혀 있는 것 같은 답답함 이었습니다.

그러다보니 각자가 작업하는 공간도 좁아지고, 과연 이 좁은 공간에서 충분히 좋은 생각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염려도 되었습니다. 개인공간은 물론이거니와 모형조차 만들어보기 어려워졌습니다.

그래서 개개인에게 조금 더 여유로운 작업공간을 마련해 주고 싶었습니다.

작업공간 외에도 사무실 식구들이 원하는 쾌적한 공간을 또한 갖고 싶었습니다.

이런 와중에 어쩌면 모두가 몸과 마음으로 이젠 이사를 해야할 시기가 되었다고 느끼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또 다른 이유는 처음에 우리가 신설동에서 합정으로 이사를 올때와 비슷한 이유입니다.

처음에 우리가 합정동으로 이사를 올때는 동네가 정말로 동네(?) 같았습니다.

주변은 대부분 2,3층 짜리 주택들이었고 동네에 작은 가게들이 들어서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후 재개발로 묶여있던 지역이 풀리면서 하나둘씩 임대용 오피스와 빌라가 들어서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변화가 우리 사무실 바로 앞집에 까지 닿았습니다.

본래 마당이 있는 2층짜리 단독주택이던 사무실 앞에 올 초부터 지하도 있고 지상으론 6,7층 쯤 되는 임대용 상가건물의

공사가 시작되었습니다.

그래서 하루종인 사무실 앞은 공사차량들로 분주하고, 공사하는 소리에 시끌시끌 합니다.

건축을 하는 입장에서 공사장 주변여건을 불평하는 것도 좀 모순되긴 하지만

지금 당장 공사하는 것이 불편하거나 해서 힘든 것보다는

다 지어지고 나면 사무실이 있는 이 골목도 이젠 우리가 처음올때의 동네같은 느낌은 기대하기 어렵겠구나 하는

아쉬움이 더 컸습니다.

역시나 이젠 이사를 해야할 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지난 2달정도를 틈날때마다 J 와 함께 사무실을 구하러 다녔습니다.

역시나 가고싶은 동네는 비슷해서 주로 마포구 주변과 영등포구 주변을 알아보았습니다.

물론 지방의 현장을 자주 가야되니 너무 북쪽으로 올라가긴 어렵고, 가급적 간선도로와 멀지 않은 곳을

원하기도 하였습니다.

임대료가 조금 비싸더라도

지금보다는 상대적으로 훨씬 넓고,

가급적 사무실에서 나무가 보이고,

가능하다면 외부공간이 있으면 좋겠고

동네가 너무 번화하진 않은 그런 곳을 찾으려 하였습니다.


그렇게 열심히 찾아본 결과 우리의 결론은

역시나 이런 곳은 찾기가 어렵다는 것이었습니다. :(


위의 모든 조건을 만족하는 곳을 찾는것은 너무 어려웠고

그래서 위의 조건들 중에서 두 가지만 만족하면 갑지덕지라고 생각하고

찾아본 결과 마포구 하중동에 적당한 사무실을 구할 수 있었습니다.


비록 이사날짜가 서로 맞질 않아서 중간에 한달이 붕 뜨게 되는

(그래서 한달을 오피스텔에서 머물다가 한달만에 또 이사를 해야하는)

사태가 벌어지긴 했지만 이만한 곳도 없다는 생각과

이번에 못가면 또 언제 나갈 수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겹치면서 과감히 이사를 결정하였습니다.


많이는 아니지만 이번에는 세번째 이사만에 인테리어공사라는 걸 좀 해보려고 합니다.

맨날 남의 것만 하다가 비록 적은 예산의 인테리어이지만 우리가 쓸 공간을 만들어 보려고 하니

이 또한 쉽지 않습니다.

우선 돈이 안되는 일이니(오히려 돈을 써야 되는 일이니) 다른 급한 프로젝트들에 밀려

자꾸 뒤로 밀려나게 되서 이젠 급하게 고민을 해야할 상황이 되었습니다.

거기다 하고싶은 건 많고 공간은 그에 비해 좁고 예산도 절약해야 하니

간접적이나마 그 동안 건축주분들이 겪어오신 고충을 조금 이해할 듯 합니다. ㅎ;;;


앞으로 지내게 될 한달 동안의 오피스텔 생활과

한달 뒤 만나게될 새로운 하중동 사무실을 기대하며,

그리고 끝으로

그 동안 정들었던, 그리고 분명 우리와 궁합이 잘 맞았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 합정동 사무실에 진심의 감사를

전하며 이 글을 마침니다. 



3년전 이사올때와 마찬가지로 노란색 트럭이 와서 짐을 싣고 있습니다


짐을 다 빼고나니 생각보다 넓기도 하고, 3년 전 이사오면서 천정이며 벽을 손수(?) 작업했던 기억도 새록새록 납니다


마지막으로 나오면서 사무실 앞에서 한장 찍었습니다

왠지 모르게 가슴이 찡~해옵니다.

생유베리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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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설동사무실


작년 2월에 한국에 들어와 매서운 추위가 한창이던 어느날, 

신설동 사무실에서 둘이서 페인트칠을 하던게 생각이 납니다

페인트칠을 하니 냄새가 심해 창문은 열어야겠고, 막상 창문을 여니 너무 추워서 다시 닫고, 

닫고 페인트칠을 하니 머리가 아파 다시 열고, 추워서 다시닫고.. 이짓을 반복하며 하루종일 미친짓을 하던 때였는데 

어느새 이만큼이나 짐도 늘고 현희가 합류를 해서 사람도 늘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당시에 멀 믿고 저짓을 했고 사무실을 시작했을까 하고 당시의 마음이 궁금해지기도 하고 

그래도 한해동안 벌써 4개의 작업이 끝났고 

그동안 많은 분들과 많은 일들을 겪어 왔다고 생각하니 스스로 대견하기도 합니다.

처음에 페인트칠을 다 하고 J 와 둘이서 아픈허리를 부여잡고 저녁을 먹으면서 이 고생이 아까워서라도 

이 사무실에서 몇년은 있어야겠다고 얘기했었습니다.

하지만 오토바이와 사람, 짐옮기는 소리로 시끄럽던 동네가 

레미콘차량소리, 공사차량소리, 공사장먼지로 시끄러워지면서

안타깝게도 사무실을 옮겨야할때가 생각보다 빨리 찾아왔습니다. 

어쨌든 저희에겐 지난 1년동안 미우나고우나 따뜻하고 안락했던 (비록 겨울엔 조금 춥긴 했지만) 공간이며 

안식처였는데 막상 이렇게 떠나려니 아쉬움도 많이 남습니다


새로 이사할 곳은 마포구 합정동입니다.

조용하고 작은 스케일의 동네를 찾아 서촌이며 용산이며 찾다가 결국 이곳으로 결정하였습니다

그리곤 지난 일요일부터 수요일까지 4일동안 내부정리 공사를 시작하였습니다.

처음 신설동에선 딸랑 둘이서 했었는데 이번엔 우리도 세명이고 함께 사용하는 팀도 있었고

Team of 라권수 에서 공사를 도와주셨습니다. 


천장 및 가벽철거작업부터 시작했습니다


                                             










일월화 3일간의 간단한(?) 정리공사를 마치고 수요일에 신설동에서 이삿짐이 옮겨왔습니다. 

공교롭게도 매쉬색과 같은 노란색트럭에 실려 왔네요.





강진아동센터에서 한마리남은 물고기를 사무실창문에 풀어주었습니다.



다른글에서 J가 언급했듯이 이번에는 Design Band YOAP 이라는 팀과 함께 사무실을 나눠쓰게 되었습니다.

제 지랄같은 성격상 함께 사무실을 쓰는것이 쉽진 않을 거 같지만 이 또한 저 스스로에 대한 시험이라 생각하고

많이 생각하고 배려해야 할 것 같습니다.


어쨌든 이렇게 무사히 이사를 마치고 목요일부터 다시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시간이 촉박한 작업들이 많아 미안하게도 사무실정리중 일부를 아직도 YOAP 팀에서 하고있는데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며 새로이 시작된 JYA의 합정동시대, 우리 J와 A와 함께 앞으로 흥미로운 나날들을 기원합니다!


130427 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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