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마다 가져야할 위치 또는 성격을 정하고 진행하는게 좋다. 어떤 프로젝트는 돈이 안되지만 사무실의 정체성을 구축하거나 포트폴리오를 만들기위해, 어떤 프로젝트는 일을 하고 돈을 벌기 위해, 또 어떤 경우는 지자체 또는 단체와의 관계를 위해... "

이 말은 Y와 함께 사무실 차려놓고 며칠 안되서 여러 선배 건축가들에게 조언을 구하던 중 들었던 이야기중 하나이다. 


"사무소 차리고 첫번째 프로젝트로 존재를 밝히지 못하고, 이번엔 그냥 지나가고 다음엔 잘 만들어보자. 이런 마음으로는 힘들다..."

이 말은 회사그만두기전 스승처럼 모시던 선배형님한테 들었던 이야기다. 


지난 해 10개월정도 준비하던 울릉도가 엎어지고 (현재는 FOR SALE을 홈페이지에 대문짝만한게 올렸지만)  이어지는 강진과 벌교프로젝트로 여러 잡지에도 소개되고 인터뷰도 들어오면서 위에서 언급한 두 번째의 이야기는 이제 뒤로 하고 앞으로의 프로젝트를 재밌게 만들어가야하는 시기가 왔다. 

강진아동센터를 마무리지으면서 앞의 글에서 Y가 언급했던 일련의 프로젝트들이 진행이 되었고, 이 중에는 '우리에게 제한적인 역할만은 원하는 프로젝트'들도 분명히 있었다. 


울산 시골교회와 해비타트 프로젝트가 여러 사정으로 연기되면서 새로 맡게된 2개의 프로젝트는 글의 처음에 적어놓았듯 우리 사무소의 포폴로 구성하기에는 우리의 역할이 너무 제한적이어서 그 결과물이 어떻게 나올지 장담이 안되는 상황들 속에 있었다. 그럼에도 이런 프로젝트는 최소한 사무소의 운영을 위해서 진행해야겠다는데 나와 Y는 동의했다. 


건축주가 의욕에 넘치는 또는 설계부터 시공까지 모든 전권을 우리에게 맡긴 프로젝트는 아주 세심하고 재미있게 잘 키워서 나중에 짜잔하고 세상에 내놓고, 우리 이렇게 잘 키워놨습니다. 하면서 흐뭇하게 바라보게 될 것이다. 

하지만 건축주가 최대임대면적을 뽑기위해 설계안을 뽑아내려고 하고(왜 몇몇 건축주들은 설계안을 뽑는다고 할까...) 디자인은 알아서 적당히 해주세요(디자인이라는 말도 사용하지않고 '모양'을 만든다고 한다.)하는 그러한 프로젝트에서 '그래 원하는대로 쫙쫙뽑아주고 디자인도 큰 고민말고 무난하게 가자'고 생각하지만, 하루 이틀 프로젝트를 잡고 있자면 못난 자식을 바라보는 심정이 이러할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며칠만에 털고 끝내버릴 아르바이트 같은 일이라면야 이런 생각이 들기도 힘들겠지만, 땅을 보기 시작해서 건축주의 의논하고 한달정도는 프로젝트 진행을 하다보면 임대수익, 사업성 이런 요소들은 건축주들에게는 당연히 건축의 처음과 끝이라 말할 수 있겠지만, 최소한 도면을 그리는 나에게는 그런 것들은 어느새 증발해버리고 건축에만 집중을 하게 된다. 그런데 물리적으로 이 프로젝트에 대해 들일 노력을 건축주는 원하지도 않을 뿐더러 사무소는 또다른 프로젝트들이 기다리고 있으니, 하루에도 몇 번씩 혼란스러울 때가 있다. 


이번에 지나가고 있는 이 2개의 프로젝트말고도 우리에게는 비슷한 성격의 것들이 언제든지 만들어져 우리에게 올 수 있다고 본다. 

'우리에게 제한적인 역할만을 원하는 프로젝트'에게 우리는 제한적인 역할만을 해야할까. 아니면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할까.

2개의 프로젝트중 하나는 허가접수를 마쳐놓았고, 나머지 하나는 임대면적을 더 뽑기 위해 오늘 사무실에서 미팅을 가졌다. 2개의 프로젝트가 한창 진행중이고, 아직은 어떤 식으로 생각이 정리될지는 장담은 힘들지만, 마무리가 될 무렵에는 프로젝트를 대하는 자세에 대해서 조금은 잡히는게 있지 않을까싶다.



ps. 1. 글의 힘이란! 복잡했던 마음이 조금은 차분해지고 방향이 조금은 보이는 것 같다. 또 나중에 어떤식으로 변화될진 모르지만... :)


      2. 사무실에 두 식구가 늘었다. 그리고 각각 프로젝트를 하나씩 맡게 되었다. 둘 다 그 프로젝트를 통해 내적으로 성장하고, 더 나아가 독립건축가로 나아가길 진심으로 바란다. 



130531.


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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