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이다.

어느덧 2014년이고 어느덧 지난 글을 쓰고난 후 두 달 가까이가 지났다.

이제 이 게으름에 새롭지도 않아졌고 죄송하다 혹은 앞으로 자주 쓰려고 노력하겠다 는 말조차

식상해져 버렸다.


점점 글이 뜸해지면서 감사하게도 많은 분들께 다음과 같은 질문들을 많이 받았다.

이제 쓸내용이 없어서 안쓰는 거냐, 혹은 이제 전보다 새로운 내용이 없어서 안쓰는 거냐,

물론 이제 배불러서 안쓰는 거냐는 질문도 받았다.


글을 눈여겨 봐주신 분들이기에 이런 질문도 가능했으리라 생각하고 우선 감사부터 드리고

다음으로 답변을 드리자면 위의 질문들은 모두 틀린 추측들이었다.


전보다 쓸 내용은 더더 많았었고 말그대로 스펙타클한 일들도 더 많았었고

아쉽게도 전혀 배가 부르지도 않았다.


다만 전과 달라진거라고는 정신없이 바빠졌다는 것뿐이다.

그런 이유로 글을 쓸 수 있는 여유가 사라졌고 한주 한주 밀리다 보니

그때의 얘기를 쓰기에는 현재도 너무 많은 일들이 있고, 

그러다보니 지난얘기들을 안쓰게 되고 그렇게 한두주가 더 지나면 현재였던 일들이 

다시 지나간 일이 되버리고 그러면 또 글의 대상에서 제외되고...

이런 악(?)순환들이 반복되다 보니 생존기의 글이 점점 뜸해지게 되었다.


하지만 이에 더해

개인적으론 글을 시간순으로 쓰고 싶은 욕심이 있었기 때문에 과거가 되버린 일에 대해 

쓰는 것에 대해 부담을 가졌던 것도 한몫했고

주로 글을 쓰던 이른 아침시간에 이제 일을 해야 하는 상황도 한몫했다.


그러나 사실 돌이켜보면 한편으로는 우리에게 점점 감춰야하는 일들이 생겨났던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글을 봐주시는 분들이 늘어나면서 블로그를 통해, 생존기를 통해 좋은 모습만을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이 

은연 중에 마음속에 자리잡고 있었던 건 아닌가 하는 생각.

우리가 이 글을 시작했던 이유가, 그리고 많은 분들이 우리글을 봐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이유가 

좋든 나쁘든 그대로를 보여주고 이를 통해 읽는 분들에게 편하고 솔직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것을 바랬던 것인데

그런 부분에서 우리가 한동안 그 시작의 의미조차도 잊고 있었던건 아닌가 싶다. 


참 긴 변명이었다.


어쨌든 어느덧 시간순의 글들이 의미가 없어진 지금 일단은 올해는 생각나는대로 쓰자고 생각을 했다. 

그리고 혹시 어떤 것이 글을 쓰기가 망설여 진다면 그건 우리가 부족한 것이거나 잘못하고 있는 것이니

여기에 솔직히 털어놓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했다.



우리 사무실은 속된말로 하루라도 사고가 안터지는 날이 없다.

공무원과의 협의에서, 법규체크에서, 현장에서, 건축주와의 의사소통에서, 

거의 매일매일 사고가 터진다.

만큼 부족한 부분이 많아서일 것이다.

그래서 언제나 몸으로 가서 부딪쳐서, 소리지르고 싸우면서, 여기저기 뒤져가며 찾아가면서 

해결해야 되는 경우가 많다.

다른 사무소보다 마음고생을 몇배는 더 해가며 프로젝트가 진행이 된다.

그래서 '프로젝트 하나 끝내기가 이렇게 힘들어서 이짓 해먹겠어' 라는 말이 수백번 입에서 튀어나온다.


대신 그만큼 프로젝트가 하나 끝날때마다 그 프로젝트의 구석구석 모든 부분에서 영양분을 빨아먹는 느낌이다.

나 뿐만 아니라 사무소가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어쩔 수 없이 매번 좌충우돌 하지만 우리는 분명이 발전하고 있고 성숙해지고 있다.


감사하게도 지난 하반기 이후 상을 받고 나서, 그리고 프로젝트들이 점차 늘어나면서 

우리가 성장할 수 있는 기회들이 더 많아졌다.

그 말은 우리가 맞닥드려야 하는 일들도 더 다양해지고 많아졌다는 뜻이다.


그런 의미에서 현재 우리와 함께 달려가고 있는 건축주분들께는 죄송한 마음과 감사한 마음이다. 

그 분들의 집들을 통해 우리는 실수도 해보고 해결하려 싸우기도 해보고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배우고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죄송한 마음때문에라도 자신하건데 우리는 모든 프로젝트에 온 마음을 다한다.

아직은 설계비가 많고 적음에, 공사규모가 크고 작음에 따라 차이를 둘 줄 모르기때문에

우리는 모든 프로젝트를 가슴으로 대하고 손해나는것을 계산하기보다는 

아직은 건축주의 얼굴에서 웃음을 보는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바로 이것이 이 '건축가로 독립하기' 의 글들을 앞으로도 놓지 않고 계속 쓰고 싶은 이유다

건축주분들과 함께 집을 지으며 성장해 가는 우리의 모습을 계속해서 리포트 하는 것이 

우리에게 도전과 성장의 기회를 선뜻 내밀어주신 그 분들에 대한 도의라고 믿기 때문이다


또한 '아직은' 이 앞으로도 변치 않았으면 하는 바램을 담아 글을 통해 우리 스스로를 

감시하고 싶은 마음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다음 글 부터는 이제 '건축가로 독립하기' 를 2장에서 3장으로 넘기려 한다.

그 3장의 제목은 '성장하기' 이다.

다짐한 것 처럼 이 3장을 통해 더 솔직하고 더 진솔한 이야기를 담아낼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많은 분들의 응원과 지적질을 기대한다. 



140128  광주에서 서울가는 KTX에서 Y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