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 순대국집을 짓고 싶다고 우리를 찾아온 건축주에게 내가 처음 한 말은

우리에게  무엇을 원하세요?” 였다.

 

구체적으로 머라 설명할 순 없지만 순대국집하면 우리에겐 쉽게 머리속에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그래서 건축주가 순대국집을 말했을때 내가 처음 건넨 질문 속에는 

"굳이  설계비까지 내가면서  순대국집을 만들려는 이유가 있으세요?” 라는 의미가 담겨 있었다

 

건축주가 원하는 것은 명쾌했다.

순대국집처럼 보이지 않는 순대국집, 주변에서 눈에 확 띌 수 있는 순대국집 

그리고 숲속에 있는 집과 같은 느낌의 집

이것이 건축주가 원하는 것이었다.

 

디자인 과정은 몇가지의 현실적 조건들 아래에서 진행되어야 했다.

첫번째는 동네가 전혀 그렇게 보이진 않지만 미관지구로 지정되어있어 

외관을 포함한 많은 부분에 제한이 걸려있다는 것이고

두번째는 평당 250만원의 매우 빡빡한 공사비이다.

 

따라서 이 두 가지 조건을 기본적으로 염두해가며 우리는 디자인을 진행 하였다.

 

먼저 음식점임을 고려해 최대한 많은 공간을 만들기 위해 전체적인 형태는 가장 단순한 박스형태로 결정하였다

다만 비를 맞지 않는 외부공간을 1, 2층에 모두 만들어서 저렴한 공사비안에서 테이블을 놓을 수 있는 공간을 

최대한 확보하고자 하였다.

다음으론 처음에 건축주와 공유했던 숲속에 있는 집과 같은 느낌을 입면에서 표현하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우선 숲의 이미지를 단순화해서 픽셀화를 하였고 이를 300여개의 루버로 만들었다

이 루버들은 각각이 축을 기준으로 최대 180 도 회전을 한다

이렇게 회전한 루버와 이로인해 만들어지는 틈과 그림자는 평평한 입면에 깊이가 있는 다양한 표정을 만들어 준다

이는 마치 바람에 흔들리는 숲의 나무들 같이 사람에 의해 흔들리는 숲을 입면에 표현한다.  

 

겨울이 지나면 이 거리에 줄지어 서있는 커다란 가로수들이 풍성한 잎을 만든다.

그때가 되면 이 거리가 비로소 커다란 녹색으로 채워진다

바로 이때부터 이 순대국집은 바로 앞의 커다란 가로수에 가려 존재를 감추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 수많은 가로수들과 녹색의 입면이 서로 하나가 되어 

이 거리의 가로수 전체가 바로 이 순대국집의 입면이 된다

그렇게 되면 비로소 번잡한 도심안에서 우리가 만들고자 하였던 숲속에 있는 집이 완성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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