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주가 우리에게 처음 연락이 오는 방법은 크게 2가지. 크게라고 할 것도 없이 대부분  2가지다.

이메일과 회사전화.

건축주들의 성향에 따라서 이메일로 여러 이야기를 길~게 해주시는 분들도 있으시고, 전화로 간단하게 궁금한 것만 물어보시고 실제로 사무실로 방문을 원하거나, 현장방문을 요청하는 일정을 잡기도 한다. 


몇 번의 이메일을 주고 받거나, 사무실에서 미팅을 가진 뒤에 실제 계약을 통해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되면 

이때부터는 건축주와의 의사소통 도구들은 조금 다양해진다.

어느 방식이 제일 좋다. 최적화된 방법이다 라는 것이 없는 것이, 건축주들의 성향과 라이프스타일, 다룰 수 있는 도구들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대부분 건축주가 원하는 방식대로 진행이 된다.


가장 일반적인 방식은 이메일. 이메일을 통해 변경된 요구사항들, 디자인리뷰, 스케치, 이미지 등을 구분없이 주고 받는다. 중요한 사항들은 직접 만나서 설명드리고 피드백을 받는 것을 원칙으로 하지만, 수시로 필요한 사항들은 이메일이 아직도 최고의 도구라 생각이 든다. 이메일이 강력한 도구가 된 것은 스맛폰이 대중화되면서 어느때고 쉽게 확인하고 답장을 보낼 수 있게 된 덕이다.


그런데 얼마전 계약한 건축주와 이메일로 이야기를 주고 받다가 이메일 말미에 네이버 비공개 카페를 개설할테니 우리들과 건축주 그리고 몇몇 관련된 사람들이 가입하여 이 곳에서 자료를 주고 받자는 내용이 있었다. 나름 새로운 시도이기도 하고 어떻게 운영이 될까 궁금하기도 했다. 여러 우려들은 기우였다.  너무나 카페를 잘 활용해서 건축주의 요구사항들을 나열하고 이미지도 첨부하고 듀플렉스이기 때문에 두 건축주간의 서로 의견 조정 등도 여기서 이루어졌다. 아직은 요구사항들을 듣고 설계를 진행하는 단계이기에 실제 계획안이 만들어지고 서로 리뷰를 하는 단계가 오면 다시 어떤 식으로 이용될지 기대가 되는 부분이다. 그리고 재미있는 부분 중 하나는 건축주와 첫 만남부터 시시콜콜한 이야기며, 농담이며, 진지한 요구사항 등이 고스란히 남겨 있기에 완공을 하고 입주를 하면서까지의 내용들은 1년가까이 기록이 된다면 멋진 기록 저장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건축주는 여느 건축주와 비슷하게 이메일로 이야기를 주고 받고 필요할 경우에는 카톡을 이용해서 의견을 주고 받으며 설계를 진행해왔고, 이제 착공 후 골조가 올라가는 시점에 있다. 이 프로젝트는 오히려 역으로 SNS툴을 우리가 제안했다. 네이버 밴드 어플을 이용해서 건축주(여기도 듀플렉스)를 모두 가입시키고 현장 감리사진 및 현장 협의사항들을 바로바로 올리고 의견을 주고 받는다.

아직은 사용하는 초기단계이기에 어떻다고 단정하기 쉽지는 않지만, 현장감리 사진들을 공정별로 찍어서 선별하지도 않고 찍었던 사진들 모두 후루룩 올려버리고 이렇게 진행되고 있다고 알려주면, 건축주 입장에서는 굳이 현장을 가보지 않아도 이렇게 이렇게 올라가는 구나 하고 쉽게 볼 수 있게 된다. 그리고 건축주와 실제 미팅에서 이제까지 현장이야기를 일일이 꺼내지 않고 필요한 이야기만 진행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물론 이런 방식이 도입되기 위해서는 시공자, 건축주, 건축가 간의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이 프로젝트의 경우는 건축주가 입주를 한 뒤에 그 동안의 내용등을 정리해서 책을 준비하고 있어서 개인적으로 집짓기 블로그를 운영해서 별도로 기록을 하기도 한다.


소통도구가 발달되고 실시간 업무가 된다는 것은 어쩌면 실무자에게 피곤한 일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할 수 있고, 일일이 모든 내용들이 가감없이 보여져야 하는 부담도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집지으면 10년을 늙는다라는 우습지 않은 우스개소리가 나오는 이유는 집 짓기에 대한 정보가 일방적으로 전달되고, 가지고 있는 정보의 양에서 현격한 차이가 있기 때문에 알지 못하는 부분들에서 나오는 오해에서 비롯된다고 본다. 건축가의 역할은 일반적인 설계 감리의 역할을 넘어서 여러 관계자들을 다독이고 북돋으면서 집짓는 과정을 중간에서 조율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그리고 이런 중간자의 역할을 건축주가 좀 더 적극적으로 요구하기도 하고, 이러한 부분을 많이 기대하기도 한다. 이러한 건축주의 기대에 점점 발전하는 소통도구들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하는 기대와 우려가 뒤섞인다. 

5년뒤 10년뒤에는 어떤 도구들이 우리를 기다릴까...


건축가의 일은 점점 더 많아진다... :)



김해내려가는 기차안에서... 

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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