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프로젝트에 목말라야 하는 '늘 배고픈' 젊은 건축가들에게 

의뢰나 상담문의란 언제나 반가운 일이다. 


우리에게도 마찬가지로 어떤 내용이 되었건 그러한 전화는 우선은 반갑다.

하지만 그 와중에서 전화를 끊고, 혹은 만나고 돌아서면 걱정이 앞서는 프로젝트들이 있다.


작년에 Low Cost House series 가 여러매체들을 통해 많이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적은 비용때문에 걱정만 하시면서 선뜻 시작을 못하고 계시던(본인들의 말씀에 의하면)

많은 분들이 사무실로 연락을 주기 시작하셨다.


그 중에는 진짜로 4000만원정도 있다면서 연락해오신 분도 계셨고

조금 더 여유가 있어서 8,9000만원정도 예산을 갖고 계신 분들도 계셨다.


하지만 이런 경우 

대개는 설계비에 대한 예산, 간접비에 대한 예산, 

그리고 Low Cost House 의 특수성에 대한 

이해가 안되어있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이런저런 추가비용에 대해 말씀드리면 마치 속은 것 같다는 

표정으로 돌아가시는 분들도 있고 이해하고 가시는 분들도 계시다.


하지만 이런 상담들을 꾸준히 받으면서 든 생각은 

이처럼 예산이 넉넉치 않은 분들이 참 많다는 것이었다.

이 '예산이 넉넉치 않다'는 말이 참 애매모호한 말이긴한데 

때로는 절대적으로 안될 것 같은 금액인 경우도 있지만 

여기선 그냥 '원하는 것에 비해' 라고 정의하는 것이 가장 적합할 듯 싶다.


어쨌든 이러한 생각들을 하면서 우리는 

이런 분들을 위해 더더 싸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이 있을까?

더 크게는 저런 분들의 저 요구들을 어떻게 우리가 받아줄 수 있을까?

저런 상담들에 대해 우리는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할까? 

라는 고민들을 꾸준히 해왔다.


물론 적절한 예산과 제반여건은 매우 중요하다.

'그렇지 않은 프로젝트'를 경험해 봤기 때문에 누구보다 더 잘 안다.

그러한 프로젝트를 진행해야 하는 시공자도 그리고 우리도 얼마나 힘든지 잘 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프로젝트'에도 사람이 살고 건축주가 있다는 것 또한 

누구보다 잘 알기때문에 이러한 고민을 놔버릴 수가 없는지도 모르겠다.

그들이 오히려 더 절박한 경우가 있고 때로는 '그렇지 않은 프로젝트' 이기때문에 

더 건축가가 필요하겠구나 하는 생각도 한다. 

그리고 이런 고민들에 대한 스스로의 대답을 찾기 위해 

꾸준히 그런 프로젝트에 관심을 갖고 실행해 보고자 하고있다. 


최근 이러한 성격의 프로젝트를 두 개 진행하고 있다.

하나는 이미 공사가 거의 끝났고 하나는 내년 봄 착공을 목표로 구상중에 있다. 

예산이 넉넉치 않은 (앞으로는 "저예산" 이라는 용어로 표현을 하자) 프로젝트는 

앞서 언급했듯이 건축주가 원하는 것에 비해 예산이 넉넉치 않은 경우가 많다.

따라서 우리는 시작 전에 명확히 얘기를 한다.

원하는 것을 다 못할 수도 있고, 때로는 본인의 취향이 아니더라도 

우리가 제시한 방법을 선택해야 할 수도 있고, 공사마감이 생각했던 것 만큼 깔끔하게 

끝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이런 설명을 드리면 상황을 이해해주시고 믿고 맡겨주시는 경우도 있지만

가끔은 우리에게 오히려 희생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 

우리가 이런저런 사정이 있고 예산이 넉넉하지 않다는 것도 알고 있으면 

이런거 감안해서 어떤건 돈받지 말고 추가로 공사도 해주고 어떤건 시공자가 

비용을 부담하게끔 해주고 더 자주 내려와서 봐주고 해야되지 않느냐며 

불만을 표현하시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엔 우리도 참으로 난감하고 한편으론 불쾌하다.

우리가 제공해줘야 하는 서비스는 가진 조건들안에서 가장 좋다고 판단되는 결과물을 구상하고 

다음으론 이를 잘 지어낼 수 있게끔 현장을 감리하고

마지막으로는 준공을 무사히 내주는 것이다. 

이런 부분에 있어 불만이 있다면 얼마든지 그 불만을 달게 받을 마음이 있지만

이처럼 우리의 희생이 부족함을 이유로 불만을 가진다면 그 불만은 단호히 거절하고 싶다.


이는 결국엔 처음에 누누히 얘기했던, 

이상과 현실의 사이에서 갈등이 생겨난 것이고 

그 간극을 건축가의 희생으로 메우길 원한다면 매우 곤란하다는 것이다. 


이런 경우를 만나면 참 힘들다. 

역시 하지 말았어야 했다는 후회도 든다.


하지만 처음부터 돈이 많고 적음을 기준으로 프로젝트를 하고 안하고를 

판단하는 건축가는 되지 말자고 우리 스스로가 생각해 왔고

때로는 그렇기때문에 가능한 재미있는 경우들이 있기에

이런 저예산프로젝트에 여전히 큰 매력을 느낀다.


다만 결국 이런 저예산프로젝트인 경우 사전에 

더 많은 설명과 의사소통이 있어야 함을 느낀다. 

그래야지만 오해를 줄일 수 있다

물론 이 소통이라는 것도 결국에 사람사이의 일인지라

서로가 서로를 좋아해야 하고 서로를 이해해줄 수 있는 

열린 마음이 전제되어야 하는 것도 사실이다. 


다만 우리가 이런 저예산프로젝트들을 대했던 자세를 돌이켜보면

우리는 시공자보다는 건축주의 편에서 

때로는 시공자에게 부탁하고 때로는 때쓰고

때로는 협상(?)도 해가면서 공사비를 예산안에서 맞춰주고자 노력하였고

다른 일반프로젝트들(?) 못지 않게 많은 에너지를 들여 공사를 완료하였다고 자신한다.

(이는 공사의 완성도가 다른 프로젝트들과 같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이 우리가 저예산프로젝트를 대하는 자세이며 또한 다른 모든 프로젝트를 대하는 자세였다


물론 그 진심을 알아주는 건축주가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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