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가 끝나고 나면 그 결과를 잘 기록해야 한다.

솔직한 말로 우리가 언제까지 사무소를 할 수 있을지 모르는데 하는 동안이라도 우리가 작업한 결과물을 잘 남겨두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물론 단순히 기록의 의미도 있겠지만 우리같이 사무소를 시작한 입장에서는 단순한 기록의 의미를 넘어 이를 통해 프로젝트를 알리고, 우리를 알려야 하는 중요한 홍보수단이기도 하다. 그것 외에는 우리를 알릴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가 처음으로 사진에 대해서 고민했던 것은 첫 번째 완공프로젝트인(비록 인테리어이긴 하지만) 신촌의 치마저고리 한복집 공사가 끝나고 나서였다. 공사가 끝나고 나서 이를 어떻게 기록으로 남길지에 대해 생각을 하다가 그럼 사진은 어떻게 찍을까 하는 것으로 자연스럽게 생각이 이어졌다.

사실 우리가 갖고 있는 기본적인 생각은 무엇이든 그 분야의 전문가에게 맞기는 것이 가장 좋다 라는 것이다.

아프면 의사에게 가고, 집을 지을 땐 건축가에게 가야 하듯이 사진을 찍으려면 사진작가에게 맞기는 것이 가장 좋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그래야지만 우리도 누군가가 건축가에게 맞기지 않고 집을 지으려 할때 집은 건축가에게 맞겨야 한다고 얘기할 수 있지 않을까?

 

어쨌든 그런 기본생각이 있기도 했지만 그보다 현실적인 이유로는 우리 둘 다 아무도 사진을 '' 찍을 줄 모른다는 것에 있다. 혹시 둘 중에 한명이라도 개인적인 취미로든, 혹은 어떤 식으로든 사진을 찍어 왔거나 관심이 있었다면 모르겠는데 우리에게는 안타깝게도 그런 행운은 없었다. 그래서 직접 찍고 싶어도 그럴 엄두가 나질 않았다. 그래서 결국 사진은 작가에게 맞기기로 결정을 하였다.

 

이렇게 사진을 사진작가에게 맞겨서 찍기로 결정을 하면 그 다음으로 고민해야 되는 것이 두 가지이다.

하나는 누구에게 찍을 것이냐 이고, 다른 하나는 비용이 생각보다 비싼데 이 비용을 어떻게 바라볼 것이냐 이다.

이 당시 우리도 건축사진작가에 대해선 전혀 아는 바가 없었기 때문에 우선 작가를 소개받기로 하였다. 그래서 J의 전

회사선배의 아는 사람의 아는 사람인 작가 분을 소개받았다. 이분이 바로 사무실 시작 이후 지금까지 우리의 거의 모든 프로젝트 사진을 찍어주고 계신 황효철 작가이다. (물론 이 당시 치마저고리 한복집은 비용이 안 맞아서 다른 분에게 찍었다.)

이후 강진 지역아동센터에서부터 황작가님에게 의뢰해 꾸준히 사진을 찍고 있다.

이 황작가라는 분도 참 특이한 분이시긴 한데 우선 사진을 본인 마음대로 찍는다. 이렇게 표현하면 좀 이상하긴 한데 부정적 의미는 아니고 말 그대로 본인이 건물을 사전에 도면과 이미지를 보고 이해를 한 다음 그 건물에서 어떤 부분을 어떤 스토리로 찍을 것인지를 결정을 한다는 의미이다.

건축가 혹은 건축주가 여기저기 찍고 싶다고 부탁해도 그대로 찍어주지 않는다. 거기다 소위 얘기하는 포토샾을 통한 후속작업을 거의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보여주다 보니 어떤 경우에는 의뢰인의 입장에서 감추고 싶은 것도 그대로 표현되어 아쉬움이 남을 때도 있다. 작업의 방향을 의뢰인의 요구사항에 두고 찍거나, 사진찍는 시간보다 포토샾을 하는 시간이 더 긴 작가들도 있는 현실에서 특이하고 어찌 보면 불편한 작가일 수 도 있다.

거기다 사진비용에 대해서는 타협을 하지 않으려 하시니 이 모든 것을 감내하고 의뢰할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은 것은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아니 어쩌면 이 분은 이런 자세를 통해 본인이 의뢰인이나 사진찍을 대상물을 결정한다고 볼 수도 있을 듯 하다.

 

어쨌든 이러한 마이너함과 특이함(?) 덕분에 오히려 우리는 계속해서 황작가님과 작업을 해 오게 되었다.

작업성향이 저러하니 반대로 얘기하면 어떻게 사진을 찍을지를 매우 주체적으로 알아서 고민하시고, 그래서 때로는 설계를 한 우리조차도 생각하지 못했던 장면을 담아낸다. 그래서 사진 찍는 동안 따라다니면서 어디를 어떻게 담는지도 보고 얘기도 하면 그것으로 공간을 다른 관점에서 바라 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거기다 이제는 오랜 시간 동안 교류해 오면서 서로를 인간 대 인간으로도 이해하게 되었고, 이는 분명 우리의 건축을 이해하고 그 결과를 사진에 담는 과정에 있어서도 도움이 된다고 느낀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의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작업 방향과 궤적에 대해서 나름 객관적으로 지켜봐 온 (어쩌면 유일한) 사람이 있는 것이고, 그런 제 3자의 존재와 그에게서 나오는 조언과 충고들은 우리에게 큰 행운이 아닐 수 없다.

 

다음으로 사진 찍는 비용에 대해 어떻게 바라볼 것이냐 이다.

사진 찍는 비용이야 사진작가마다 다르고 프로젝트마다 조금씩 다르겠지만 우리가 함께 작업하는 황작가 같은 경우에도 사진비용이 비싼 편이다(우리가 다른 작가 분들께 의뢰해 본 적이 없어서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풍문으로 들은 시세를 기준으로 생각하면 그렇다는 것이다). 보통은 주택설계를 기준으로 했을 때 설계비의 10%에서 많게는 20% 정도가 될 때도 있다. 다른 모든 외주비용(구조, 전기, 통신, 기계 등)을 합한 비용만큼 된다. 그러다 보니 우리로서도 부담이 되는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이러한 이유로 어떤 건축가분들은 사진을 직접 찍기도 하고, 좀 더 저렴하게 작업하시는 분들을 찾기도 하신다.

우리도 저런 고민들을 안 해본 것은 아니고 현재도 안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앞서 얘기했듯이 우리는 사진을 단순히 기록으로 보지 않고, 다음 프로젝트를 위한 투자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사실상 현재를 바탕으로 미래를 위해 투자할 수 있는 건 이것이 거의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러한 관점으로 이 사진비용을 바라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보면 어쩌면 가장 저렴한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낼 수 있는 투자가 아닌가 싶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내가 저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저 작가의 사진이 갖고 싶냐 아니냐 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우리의 작업을 저 작가의 시선과 생각으로 담은 사진을 갖고 싶은 것. 이것이 이 비용에 대한 가장 중요한 관점이지 않을까 싶다.


2016.08.20 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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