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를 다닐때나 월급을 받고 남의 사무실을 다닐때는 

건축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그저 설계를 잘하고 디자인을 멋있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특히나 이때 나는 나의 경쟁력만을 고민하고, 나에게 주어진 프로젝트를 어떻게 잘 만들어 낼 것인지만 

(정확히는 학교 선생님이나 사무실 Boss 의 눈에 잘 들게 만들 것인지) 걱정하고 고민하면 되었다

물론 생각해보면 이것도 당시 나에게는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었지만...

 

하지만 사무실을 시작하면서 느끼는 것은 나의 경쟁력보다 더 중요한 것이 사무실의 경쟁력 이라는 것이다

사무실을 하기 전에는 나를 평가하는 것이 나 개인의 경쟁력이었다면, 

지금 나를 평가하는 기준은 (혹은 우리를 평가하는 기준은) 사무실이 만드는 결과물과 사무실의 경쟁력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사무실의 경쟁력 이라는 것은 단순히 설계를 얼마나 잘하고, 디자인을 얼마나 잘 하느냐 를 넘어서 

하나의 결과물을 만들어 내기 위해 

어떻게 좋은 프로젝트를 만나고, 설계를 잘 하고, 그 결과물을 어떻게 현실에서 잘 만들어 내느냐하는 수많은 단계들이 

포함되어 있고, 그 단계들에 담긴 수많은 시간들이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따라서 전에는 할 필요가 없던 고민들을 어쩌면 설계를 고민하는 것보다 더 많은 시간을 쓰며 할 수밖에 없는 시기가 있다

, 사무실을 어떻게 하면 더 경쟁력있고, 에너지가 넘치고, 더 효율적으로 만들 것인지에 대한 고민들이다

여기에는 수 많은 요소가 있다

먼저 어떻게 하면 건축주들에게 우리를 잘 알릴 것이고 소통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들

다음으로 설계를 하는 동안 어떻게 더 재미있는 아이디어들을 끄집어 낼 것이냐 하는 고민들

그 과정에서 직원들을 어떻게 더 자발적이고 적극적으로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게 할 것이냐

우리의 생각과 다른 생각을 가진 건축주와 어떻게 협의해 갈 것이냐

어떻게 좋은 시공사를 선정할 것이냐

현장 감리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할 것이냐 등등 

작은 집 하나를 만들더라도 그 프로젝트를 잘 완성하기 위해서는 사무실이 갖춰야 하는 수많은 능력이 필요하다.

따라서 이러한 능력들을 어떻게 사무실이 갖춰갈 것이고, 장기적으로 부족한 부분을 어떻게 더 보완해 갈 것이냐에 

대한 고민들을 계속해서 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이러한 고민들은 대부분 사람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진다.

작은 사무실에서 사람이 늘어난다는 것은 많은 변화를 의미한다

사람이 늘어나면 당연히 가장 먼저 그 사람들이 해야할 프로젝트가 있어야 한다

물론 처음에는 프로젝트가 있으니 그에 따라 사람이 늘었겠지만,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면 반대로 사람이 있으니 프로젝트가 필요한 상황이 벌어진다

그렇게 해서 프로젝트수가 사람에 맞춰 늘어나게 되면 단순히 일이 많아지는 물리적 현상을 떠나 앞서 언급했던 

많은 가치들에도 영향을 준다

예를 들자면 일의 양이 많아지다보니 각자가 시간적 여유가 없어진다

그러다 보면 서로가 서로의 프로젝트에 관심을 가질만한 여유가 부족해지고, 그것은 결과적으로 전보다 

사무실 내부의 활발한 소통과 활력이 떨어지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소통의 저하는 새로운 생각을 도출해 낼 수 있는 가능성을 저하시킬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현상이 프로젝트의 완성도 저하로 이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내부 시스템과 의사소통 방식이 필요하다

우리도 이러한 현상을 파악하고 이를 위한 시스템을 여러가지로 고민해 보고 시도해 보는 중이다

물론 어느 경우든 변화라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어쩌면 사무실이 어떤 특성의 사람들로 구성되어지느냐 하는 것일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 사람을 만나고 그 중에서 가려서 뽑는다는 것이 무척이나 어렵다고 느낀다.

첫 직원을 뽑은 이후로 약 4년동안 사무실의 식구가 10여명이 되었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우리 사무실에 필요한 사람이 어떤 사람이어야 하는지 깊이 고민해 보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객관적이지 못했고 계획적이지도 못했다

그러다 보니 사무실 구성원들의 능력이 중복되기도 하고 비슷한 유형의 친구들이 겹치기도 한다

따라서 사람은 적은 편이 아닌데 작은 사무실에 요구되는 다양한 성격의 프로젝트에 대응할 수 있는 

다양성과 탄력성에서 한계를 느끼거나 아쉬울 때가 많다.

 

따라서 이처럼 사무실에서 부족한 역량들을 채워가기 위해

그래서 사무실의 효율을 더 높이기 위해 현재 사무실의 친구들에게 변화를 바라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은 그 사람의 개인적 목적 혹은 욕구와 충돌하지 않을때에만 가능한 일이다

, 혹시나 사무실의 필요와 개인의 욕구가 서로 상충된다면 개인의 희생을 무조건적으로 요구할 수는 없는 일인 것이다.

 

이 "사람"에 대한 고민은 현재도 가장 진지하게 하고 있는 고민 중 하나이고, 가장 어려운 과제 중 하나이다

결국 사람이 전부인 소규모의 건축사사무소에서 이 사람의 변화는 모든 변화에 관계되고, 

이는 결국 사무실이 앞으로 어떤 형태와 운영방식과 방향을 가지고 갈 것인지에 대한 문제와도 이어진다

건축은 사람에 대한 애정이 바탕이 되어야 하지만

이것이 사무소라는 단어와 연결되어지다 보니 효율과 운영이라는 또 다른 관점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최근 조소장과 이 부분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좀더 체계적이고 근본적인 시스템을 정립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그 동안에도 내부적으로 여러 시도들을 하고 있었지만,

거기에 더해 어떤 사람을 어떤 기준으로 뽑을 것이고,

그 후에 구성원들에게 꾸준히 긍정적인 동기유발을 할 수 있는 인사체계가 무엇일지도 고민하고 있다.  

다만 그 과정에서 과연 모두가 만족스러울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모두를 만족시키기 위해, 아무것도 안하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다라고 믿고 뭐라도 시도해 보려한다

학교다닐때 이런 것도 좀 가르쳐줬으면 좋았을 텐데 ... 


P.S 그 동안 모텔에서 자온 밤들이 적지 않은데, 여전히 모텔에서의 잠자리가 편하질 않다

숙면을 취했다는 기분을 갖질 못하고, 오늘도 결국 새벽에 잠이 깼다.

이상하게 목과 눈과 종아리가 너무 뻑뻑하다.

지난번 글에서 언급했듯이, 생각나면 뭐라도 써보자 라는 심정으로 뭐라도 썼는데 내가 다시 읽어봐도 

뭐라고 하는 건지 잘 모르겠다. 

그래도 새벽에 일어나 땡기는 뒷목을 부여잡고 쓴 글이기에 아까워서 지우진 못하고 그냥 올리기로 했다.


171129 김해 짬모텔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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