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무실을 시작하고부터의 약 7년, 그 이전 약 2,3 년을 더해도 지난 약 10년의 시간은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특이했던 기간 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역사상 이런 적이 있었나 할 정도로 집이라는 것에 대한 관심이 폭발하면서

수 많은 사람들이 집을 짓는 꿈을 꾸고, 또 이를 구체화하기 시작했고,

이에 더해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집 혹은 건축에 대한 수 많은 책과 잡지가 인기를 얻으며 일반인들의 관심을

더욱 증폭시켰다.  방송에서도 또한 집 혹은 인테리어는 주요한 소재 중 하나로 다루어졌다.

이러한 현상은 일반인들의 집 혹은 거주 라는 것에 대한 생각을 조금씩 바꾸게 해 주었고,

집을 재산증식의 수단에서 원하는 삶을 위한 가장 중요한 기반으로 인식하게 해 주었다.

이에 더해 이명박, 박근혜로 이어지는 정권은 경기부양을 위해 건설을 적극 활용하였고,

그 결과로 엄청난 돈을 대출을 통해 시장에 풀기 시작했다.

일명 빚내서 집사라 라는 구호는 비단 아파트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었고, 한없이 낮아지는

대출금리는 집을 지으려는 사람들, 수익을 위해 빌딩을 지으려는 꿈을 가진 사람들을 모두 건축주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이에 더해,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나이와 패기로 무장한 수많은 건축가들이 건축시장에 뛰어들기 시작했고,

이들은 일의 규모, 종류, 영역을 가리지 않고 그 거대한 흐름에 올라타 있었다.

(물론 여기엔 몇몇 대형사무소의 부도도 역할을 했다) 

그 결과 지난 약 10년의 시간은 소규모 건축시장의 호황 아닌 호황의 시기였고,

건축사무소는 그 규모와 형태에서 다양화 되었다.

 

하지만 2019년 올해는 어떠한가.

정확한 통계를 내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최근 여러 기회로 만나뵙고 얘기들은 사무소 소장님들을 통해 들은

내용을 바탕으로 판단해 보건데 최소한 지난 10년,

아니 작년 혹은 재작년과 비교해도 확실히 나빠졌다는 것 만은 확실한 듯 하다.

대부분의 아뜰리에들이 활동하던 민간 소규모 건축시장은 강력한 대출규제와 부동산법,

그리고 높아진 대출금리로 사실상 거의 죽었다고 표현할 정도가 되었고,

그로인해 많은 사무소들이 수주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나는 이것은 어쩌면 예견된 일이란 생각도 든다.

개인적으로 지난 약 10년간의 그 엄청난 대출과 그로인해 시장으로 풀린 돈은 표현하자면

미래에 쓸 돈들을 다 끌어모아 한 순간에 쓰게 만든 것과 마찬가리라고 생각한다.

그로인해 그 한 순간에는 건축시장이 호황처럼 보였지만, 그건 마치 모든 에너지를 

끌어모아 한 순간에 폭발시켜버리고 마는 그런 결과가 된게 아닌가.

1500조가 넘는 가게부채가 의미하는 것이 어쩌면 앞으로 다시는 지난 몇 년간 우리가 겪은 것과 같은

민간건축시장의 활성화는 경험하기 어려울 것이란 것을 의미하는 지도 모르겠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약 10년의 시기동안 사무소를 시작하고,

그 시기를 경험한 우리는 운이 좋았다는 생각도 든다. 

소규모 건축시장만으로 사무소를 운영할 수 있을 만큼 수주를 할 수 있었고,

현재 하는 일을 충실히 하는 것 만으로 내년을 준비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지난 7년과 같은 방식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느낀다.

우리 또한 이전과 비교해 확연히 줄어든 상담 건수를 통해

민간시장의 달라진 분위기를 느끼고 있고, 이는 우리에게 새로운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지난 10년은 그 이전의 소위 기성세대라 불리던 건축가들이 활동하던 시대와는 달랐다.

그 이전 기성세대 건축가들은 그래서 한때 왜 건축가들이 이런 작은 건축시장에서 활동하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불만을 갖고 있었다는 얘기도 직간접적으로 들은 적도 있다. 

그들이 활동하던 시기를 기준으로 보면, 지난 10년의 시기에 수 많은 건축가들이

작은 주택, 작은 건물, 인테리어 등등을 하는 것이 탐탁치 않았을 것이고,

거대한 건축적 담론이나 건축적 철학 등을 얘기하는 않는 건축가들이 패기없어 보였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시기에 가장 뜨거웠던 이슈가 바로 "생존" 이라는 단어 일만큼 경쟁은 녹녹치 않았고,

예전과 같이 어설픈 건축적 담론이나 철학을 얘기할만큼 건축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눈높이는 만만치 않았으며,

건축가를 선생님으로 부르는 시대도 아니었고, 하다못해 대형 프로젝트가 넘쳐나던 시대도 아니었다.

 

하지만 앞으로 다가올 시대는 어쩌면 지난 10년과는 또 다른 시기일 수도 있다.

지난 10년을 경험할 수 있었던 것이 행운 처럼 느껴질 수도 있을만큼 더한 경쟁과 생존의 시대가 될 수도 있다.

늘 변화하고 나아져야하고, 또한 그것이 남들보다 빨라야 한다.

그러려면 그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을 만큼의 내부적 여건과 역량을 유지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그렇지 못한 사무소는 어쩌면 언제든 사라질 수도 있다.

 

이런 생각들을 하면 무척 흥분된다.

한치앞을 내다볼 수 없을 만큼 불안정하지만, 그것이 불안하면도 동시에 흥미롭기도 하다.

지금 이 시기에 집중해야하고, 이 시기에 미래를 향해 신경을 곤두세워야하고, 

변화를 채찍질해야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방식과 새로운 시장을 또한 찾아야한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걸 보여주어야 한다.

이 모든게 쉽지는 않겠지만,

그렇게 우리는 새로운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

 

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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