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거의 모든 프로젝트를 홈페이지에 업데이트를 한다.

최근에는 UNBUILT 라는 카테고리를 따로 만들어서

계획은 했지만 짓지 못한 것들을 따로 모아 두기도 했다. 

 

그러다 어쨌든 공식적인 사무실 종무식이었던 20일에 서버 이곳저곳을 둘러보다가

불연듯 세상에 만들어지지 못할, 그렇다고 심지어 UNBUILT 에도 올라가지 못해

사무실 서버에만 남아있는 두 프로젝트가 눈에 들어왔다. 

 

폴더에 들어가 프로젝트를 다시 쳐다 보며 아쉬움이 깊게 남았다. 

그러다 올해가 가기전에 블로그에라도 올려서 마무리를 해야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어차피 올해가 지나면 소개하기에도, 다시 떠올리기에도, 그럴 필요도,

하고 싶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올해 현상설계에서 무려 3개를 내리 2등만 했다. 

어처구니없기도 하고, 마지막 모자란 그 한끝이 멀까 라는 고민도 했다.

머 요즘은 2등이 젤 좋은 안이라는 주변 소장님들의, 듣기 좋으라고 해주시는게,

눈에 보이는 위로를 들으며, 나 역시 '우리꺼가 더 낫네' 라고 스스로 위로를 하며(크크..;;)

그건 그런대로 넘어가면 된다.

 

다만 저것들 외에 2개의 프로젝트가 더 있었는데 

그것들은 법규위반으로 무려 심사도 받지 못하고 심사제외가 되었다. ㅠㅠ

정말이지 머라 할 말이 없고, 누굴 탓할래야 탓할 수도 없었고,

특히 그 중 하나는 심사제외사유를 듣고 나서야 알았으니,

이건 그냥 변명의 여지 없이 무릎을 꿇을 일이었다.

 

어쨌든

하나는 소방차가 학교운동장 내부로 진입할 수가 없게 만든 것이 문제였고,

하나는 무려 건폐율 초과였다.

 

하나는 준비하면서 전혀 알아채지 못했고,

하나는 중간에 여러번 확인하면서 했는데, 제출 전날에야 

           잘못계산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둘다 치명적인 법규 체크 실수였고, 

이런 사유로 한달이 넘는 동안 여러명이 힘들여 작업한 결과물이 

심사조차 받지 못하고 제외가 되는 상황은 너무나 아픈 결과였다.

 

현상설계라는 것이 얼마든지 당선되지 못할 수도 있다.

어쩌면 그럴 확률이 훨씬 더 일반적이고 높다고도 할 수 있다.

다만 당선되지 않더라도, 우리가 생각한 것이 어디까지 올라가는지,

마지막에 가서 당선이 되지 못했다면 그 이유가 무엇인지, 

무엇이 부족했는지를 알아야 그 과정에 들어간 시간과 노력과 정성이 

의미가 있는 것이다.

그래야 그 실패가 다음을 위한 발판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심사조차 받지 못하고 끝나버리면 

준비하는 동안 하나의 안을 결정하기 위한 과정에서 우리가 했던

수많은 판단과 선택들이 충분히 날카롭고 타당했는지 검증받을 기회조차 없는 것이다.

 

이런 결과는 사무실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기 때문에

화가나고 아픈 일이었다. 

 

어쨋든 그런 이유로 한동안 생각하고 싶지 않았던 

두 프로젝트 였는데, 그래도 올해가 가기 전에 이곳에서 정리하고 싶었다.

 

돌이켜보니

올해는 현상을 꾸준히 해보려고 노력 했다. 

심사제외된 것들을 제외하면 모두 2등을 했으니 당선은 없지만,

의미가 아예 없는 것도 아니었고, 한계가 없는 것도 아니었다.

 

작년과 올해, 홈페이지에 업데이트되는 프로젝트들의

성격과 프로그램과 형태가 조금 더 다양해지고 있다고 믿고 있다.

현상을 하는 것은 그런 의미에서 사무실의 영역을 더 다양화 하고 싶기 때문이다.

특히나 개인적으로 유럽에 있는 동안 겪었던 공공건축의 의미, 영향, 완성도에서 

많은 공감을 받았고, 마음 한편에서는 늘 그런 건축을 일정부분 꿈꿔왔다.

 

그러다보니 사무소의 포트폴리오에 그런 공공프로젝트들을 좀 더 

만들고 싶은 욕심이 있고, 이를 통해 사무소가 또 다른 의미에서의 

균형을 갖기를 원한다. 

당장 이른 시간에 결과물이 만들어지지 못하더라도

가능하다면 멀리보고 시도해보고 싶다.

물론 사무실의 상황이 허락하는 선에서 말이다

 

Y

소방차가 진입하지 못해서 탈락한 계획안
건폐율을 초과해서 탈락한 계획안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