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정동 사무실에서 이곳 하중동 사무실로 온지 정확하게 만으로 4년하고 1개월이 되었습니다. 

본래는 4년의 계약기간을 다 못채우고 이사나갈 것 같아 주인어르신께 죄송해하고 있었는데,

공사가 늦어지고 늦어져, 4년의 계약기간을 한달이나 넘기게 되었네요. 

 

처음 하중동으로 오면서 하중동이라는 동네를 처음 들어봤고, 

왠만한 서울 토박이 분들도 하중동이라는 동네를 거의 들어보지 못할만큼 생경한 이름의 동네였는데

(무려 마포구에 있음에도 말이에요 ;;;) 

그 생경함처럼 서울도심임에도 북적거리지 않고, 조용하고, 평화로운 그런 동네였습니다.

덕분에 우리 건물 주인어르신은 임대가 안나가 늘 근심이셨지만, 

저희가 있던 4년 동안 위층이 비어있던 이유로 3층의 저희는 불편함 없이 지냈습니다.

이곳에 있던 동안 좋은 일도 많았고, 처음 겪어보는 정말 힘들고 황당한 일들도 있었지만, 

그래도 결과적으로 이렇게 조금마한 사무소의 보금자리를 만들어 나갈 수 있게 되었으니,

전체적으론 와서 좋았다고 하고 싶습니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하중동 사무실에게.

 

돌이켜보니 처음  

신설동에서 약 1 년

합정동에서 약 3 년

하중동에서 약 4 년 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그 4 년의 시간동안 익숙해졌던 이 환경이, 이 환경에서의 움직임들이

습관처럼 자연스럽게 몸에 베어 있는 듯 합니다.

그 중에선 좋아하던 것도 있고, 불만인 것들도 있었지만 막상 떠나려니 다 눈에 밟힘니다.

이 곳에 오면서 나름 신경써서 인테리어도 하고, 

야심차게 그린그린 한 식물도 심고,

그 화분 하나하나, 테이블 하나하나까지 직접 그려서 금속으로 만들어서 쓰던 것들인데

4년이 지나는 동안 어떤 건 애물단지가 되기도 했고, 어떤 건 여전히 잘 쓰고 있기도 하고,

어떤 건 좀 지겨워지기도 했습니다.

마찬가지로, 처음엔 자주 쓸 것처럼 옥상에 테이블과 블럭도 사서 올려놨었는데,

4년 중에 3년은 거의 올라가보지도 않은 것 같습니다.

변기도 고장나거나 덜렁거리고,

겨울에는 추워서 손씻기도 힘들고, 추워서 쓰기도 고욕이었던 화장실도,

사무실에 조용히 얘기할 공간이 없어서 은밀한 얘기나, 상담이나 면접이라도 보려면 

주변 까페를 전전해야 했던 사무실 공간 계획의 오류?도,

주변에 밥먹을 곳이 정말 없는, 하지만 그 덕분에 하나 찾은 

가장 가까운 훌륭한 식당을 일주일에 많게는 4,5일을 가게 되던 것도,

그 바로 옆집의 조금은 부실한 인테리어지만, 그래도 커피맛이 일품이었고,

친절하고 조용했던, 사무실의 미팅룸 역할을 해주던 작은 까페도,

그리고 그 식당과 까페의 두분 사장님들도,

모두가 자연스러운 우리의 일상이었고, 

집같이 편안한 활동의 영역이었고, 

지난 4년의 우리 모습이었습니다. 

 

아마도 새로운 공간에 가서 생활하다보면 

또 그 곳의 공간에 익숙해지고, 행동은 자연스러워 질 것이며,

그럼 자연스럽게 하중동에서의 생활들이 점점 잊혀져 가게 되겠지만,

그래도 떠올리려고 애쓰면

이때의 이 공간과, 이 공간에서 함께 했던 사람들과, 그 사람들과 함께 했던 순간들을

기억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사무실 이사는 사무실 전문 포장이사업체를 불렀음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해야할 것들이 많습니다.

우선 개인짐들을 각자 잘 챙겨서 미리 싸놔야하고,

가져가지 못하고 버려야 하는 것들은 이사 전날 미리미리 철거하고, 모으고, 분류해서

폐기물 차량을 통해 버려야 합니다.

저희같은 경우엔 그 동안 모아놨던, 하지만 보지 않고 쌓여있던 각 종 샘플들을 처리해야 했고,

책장을 차지하고 있는 잘 안보는 오래된 책들도 큰맘먹고 처분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그 중에서 가장 어려웠던 것 바로 화분이었습니다.

역시 생화를 빛이 들지 않는 실내에서 키우는 건 무~척 어려운 일이라는 걸 실감하며,

관리가 안되, 죽거나 상태가 좋지 않은 식물들과 그 금속화분과 그 안의 어마어마한 흙들...

식물 중 입양보낼 애들은 보내고, 화분 중 일부는 가져가고 나머지는 기증하고, 

그 외에는 모두 폐기물 처리입니다... ㅠㅠ

어쨌든 이러한 막노동 중의 막노동, 그 현장의 모습입니다. 

9월 14일 월요일 아침, 힘차게 짐정리를 시작했습니다~
먼저 개인 짐들 정리부터 시작합니다. 
다음으로 컴퓨터를 분리하고, 다음으론 가장 어려운 화분정리에 들어갑니다 크크;;;
그 동안 뜨겁고 차가운 금속화분에서 고생했을 식물들에게 깊은 사과를...
짐과 화분정리를 마치고 한숨 돌립니다.
이제 샘플로 제작해 천정에 달아놨던 원형 폴리카보네이트판도 제거하고,
신설동에서부터 합정동을 거쳐 하중동까지 함께 한 물고기도 챙깁니다.
주방정리도 합니다.
마지막으로 폐기물을 3층에서 1층까지 내리고 나니 저렇게 등에 하트가!! ㅋㅋ
이렇게 사무실에서 나온 폐기물이 무려 1톤 트럭 한차가 넘었습니다 - -;;;
이제 좀 휑한 느낌이 드네요...
그리고 결국엔 저렇게 누웠습니다... 마치 이미 여러번 저래본 것 처럼 자연스럽게.. ㅋㅋ
모두에게 필요한 건 바로 당!!!

모두가 퇴근한 후 조소장과 둘이서만 남았습니다. 

둘이서만 하중동 사무실 마지막 날 밤을 보내고 있자니

상상했던 것보다 별 느낌이 안나기도 하고, 또 아무렇지도 않지 않은 것 같기도 하고,

마치, 군대 전역하던 전날밤 같은 느낌이랄까?

엄첨 기다리고 기다리던 순간인데, 막상 닥치니 상상만큼 흥분되진 않는,

어쩌면 기쁨의 감정을 잘 표현못하는 우리네 성향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마지막 날 둘이서 놓친 저녁대신에 컵라면에 맥주를 한잔씩 하며, 

그렇게 일상적인 얘기를 나누며 하중동 사무실 마지막 업무를 마쳤습니다.

 

이사를 기다리는 하중동 사무실 모습

 

하중동 사무실에서 둘이 먹는 마지막 저녁.

 

이제 퇴근합니다!

 

안녕! 하중동!

 

이렇게 하중동에서의 마지막 퇴근을 했습니다. 

안녕~ 지난 4년동안 잘 지냈다!

 

P.S. 하중동 10-1, 국수집, Cafe Brother & Sister, Cafe Joker, 광흥창역, 커반!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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