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를 나왔다.

처음 JYA blog에 글을 쓰기 시작할 때부터 생각해왔던 순간이자, 가장 먼저 쓰고 싶었던 문장이었다.
지난 여름부터 가졌던 많은 생각들,
이미 앞에서 글로 남겼던,
생각의 타래들을 끊어버리고 
아직 일과가 끝나지 않은 오후에 회사를 나왔다. 

만5년. 숫자로만 세어보면 오래도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지만
돌이켜보면 순식간에 지나가 버린듯 하다.

그 5년동안 같이 지내왔던 회사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1시간정도면 인사를 다 드릴것 같았는데, 다시 자리에 앉고 보니 3시간이 훌쩍 지났다.

많은 사람들중 몇가지 상황들을 소개한다.

#1. 
모든 사람들이 입버릇처럼 얘기하는 말중에 '경기도 어려운데 어찌...'
나도 그렇게 들었고, 그 사람들도 그렇게 들었고,
신문에서도 떠들고, 대통령도 떠들고, 유럽도 그렇다고 하고, 미국도 어렵다고 하고...
그러면 아.. 정말 경기가 어려운가 보구나. 보구나. 보구나. 
하지만, 과연 경기가 좋았던 적은 얼마나 있었을까.
IMF이전? 아니면 지난 금융위기 이전?
그 때 당시도 모두들 지금은 경기가 호황이다라고 했을까.
어렵다고 하지만, 아직도 도시에는 크레인이 올라가고 가림막이 처져있고
누군가는 먹고 살고 있다는 것.
겪어보지 않고서는 속단할 수 없다.
꼭 겪어봐야 아는가? 라는 질문에는 
그럼 이제 호황이니 어서 독립해라 라고 그 때 말해줄건가?  라고 답하고 싶다.

#2.
인사드렸던 몇 분 중에는 개인사무소를 운영했거나, 준비하다가 포기했던 분들이 계셨다.
그 분들의 표정과 눈빛은
큰 회사 조직에 몸담았던 사람들과는 조금은 남달랐다.
뭔가 여러 감정이 교차하는, 복잡하고 애잔함?
그들이 겪었던 힘든 길과 고민들이 떠올랐으리라.
결국은 잘 하라고, 대신 잘 하라고 많은 격려를 주신다.

#3.
입사할때부터 실장님으로 계셨던 (다녔던 회사에서 실장급은 타사무소의 본부장급이다)
어제까지도 소속 실의 상무님으로 계셨던 분과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하고 싶은 말 없냐고 해서...
저 나가고 좋은 기회가 있으면 같이 일했으면 좋겠다
그러니
이제 밑에서 일하다가 나가니까 같이 일하는 관계가 되버렸군
큰 건 따서 외주를 주는 상상을 해본다... 크허허

#4.
1층 데스크에 경비 및 관리로 일하시는 분.
야간근무에 '타로점'으로 유명하다. 
회사사람들 알게모르게 1/3넘게는 봤을게다.
지난 주 인사드리고 타로점 봐달라고 부탁드렸더니
야간근무때 찾아오라고 하시는군.
세 장을 뽑았다.
여기서 세세히 말하기는 뭣하지만,
나 자신, 큰 조직에 길들여진 나 자신을 바꾸는게 중요하다 나왔다.
그 말을 와잎에게 전하니
그런 말은 나도 하겠다 하신다.
^^


이제 다시 시작이군. 앞으로의 뜨거운 5년을 위하여.

120201. 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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