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버터인가?

사실 왜 버터인가에 대한 답은 특별하지 않다. 
그저 원우가 버터를 하고 싶어했고 자신있어 했기 때문이다. 
우리(나와 조소장) 관점에선 그것이 전부였다. 

내가 사무실을 시작하고(일종의 사업이란 걸 시작하고) 깨달은게 하나 있다. 
어떤 일이든 좋은 결과를 내기 위해서는 결국 그걸 하는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말그대로 인사가 만사다. 
일을 하는 사람이 그 일을 애정하고 있어야하고, 
오롯이 자신의 일이라 여겨야하며, 
끝없이 높은 수준을 달성하려는 눈높이가 높아야하고, 
마지막으로 그 모든 것에 대해 높은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책임을 지라는 것이 아니라 책임을 지겠다는 마음가짐과 자세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물론 시스템도, 원칙도 중요하지만 그래도 결국 마지막엔 사람이었다. 

이 버터는 철저히 그런 관점에서 선정된 아이템이다. 
즉 무엇을 할지가 중요하지 않았고, 누가 할 것이냐가 먼저였고 바로 그 누가가 원우였다. 
원우는 오랜시간 지켜본봐 무척 부지런하고, 무척 성실하며, 매우 책임감이 높다. 또 센스가 있다. 
거기다 건축설계를 하고 있지만, 어렸을때부터 지금까지 쭉 요리와 식재료에 관심이 많아 그런 자신의 관심사와 장점을 펼칠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다만 문제는 본인이 건축설계도 하고 싶고, 음식에도 관심이 많다는 것이었다. 
그 어떤 것도 대충 해서는 성공할 수 없기에 이 둘을 병행한다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었다. 
한때는 그 중 하나를 선택하려는 고민을 하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이 둘을 어떤 식으로든 조합해 보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다. 
혼자서는 어려운 일이지만 여럿이서라면 가능할거란 믿음이 있었다. 

또한 여기서 다 밝힐 순 없지만 어쨌든 후보로 올라있던 것이 버터 말고도 몇가지가 더 있었다. 
그 중에서 현재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의 여건, 판매방식의 다양성, 이후 확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버터를 결정했다.

가미버터를 구상하려면, 
당연히 우선은 기본 재료가 되는 버터를 선정하는 것에서부터 어떤 재료를 더할지, 
그래서 최종적으로 어떤 맛을 구현할지 연구하고 고민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 모든 개발은 100% 원우의 능력이었다. 

또한 버터를 가지고 하나의 브랜드를 만들고 이를 판매하기 위해서는 버터 뿐만 아니라 디자인하고 만들어야 할 것들이 무척 많다. 
사실 버터 맛을 개발하고 결정하는 것에서부터 모든 것이 디자인이지만, 
그 외에도 이름을 짓는 것, 포장지를 만드는 것, 로고를 만드는 것, 온라인 페이지를 구성하는 것, 오프라인 매장을 만드는 것, 
그 안에 들어가는 아주 작은 아이템들 하나하나까지 디자인이지 않은 것이 없다. 
이 지점이 건축설계사무소가 가질 수 있는 장점이자 우리에게 있어 하나의 즐거움 이었다. 
그 동안 하지 않았던 스케일과 종류의 디자인을 고민해 보고 작업해 볼 수 있다는 것은 우리에게 다양한 방식의 자극이 된다. 
이 모든 것 또한 원우의 주도하에 이루어졌다.    

이번에 준비를 하는 동안 가미버터를 이러저런 음식과 함께 조합해 먹어보면서 그동안 몰랐던 버터맛의 깊이와 다양함을 알게 되었다. 
먹는 것에 대한 깊이가 조금도 없는 내 입장에서도 버터는 생각보다 어떤 음식과도 좋은 조합을 만들어 낸다고 느꼈다. 
특히 별거 없던 음식(완전한 육식주의인 내 입장에서 평소에 살기 위해서만 가끔 먹던 음식들이 있다)들이 
그저 버터 한 조각으로 전에 느끼지 못했던 풍요롭고 풍미있는 맛이 되는 걸 보면서, 
버터라는 아이템을 탐구하고 발전시켜 보고 세상에 내놓는 것이 해볼만 한 일이란 생각이 들었다.

버터는 어쩌면 실제 우리 삶을 더 낫게 만들어줄 수도 있을 거 같다. 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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