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보니 지난주부터 1주일동안은 사무실 책상머리에 앉아서 마우스를 딸깍거리는 시간보다 
이곳 저곳을 헤집고 다닌 시간이 많다.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Y는 바다건너 우산국에도 다녀왔고, 둘이서는 서울, 경기도 그리고 저멀리 울산까지도 헤집고 다녔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건축주부터, 공무원, 관련된 사람들, 건축을 이용할 분들, 같이 건축을 만들어갈 사람들...

예전 '큰' 사무소를 다닐 적에는 
진행했던 프로젝트들. 회사가 덩치가 큰 만큼 규모가 커야 실행을 짤 수 있다.
그런 규모의 건축들은 특정한 사람들로 이용자를 한정하지 못한다.
그래서 우리는 이제까지 계속 해왔듯이 통계치 또는 인문 사회적인 자료를 통해 건축가가 '분석'하고 '조정'하고 '결정'한다.
그리고 그 '결정'들을 합리화하기 위한 많은 작업들을 진행한다. 이른바 삽도.
그러나 건축이 사람들에 의해 어떻게 이용되는지에 대해서는 빗나가기 일쑤다.

여기서는 이야기를 해줄 사람도 없고 이야기를 들어줄 여유도 없다.

물론 건축가가 모든 것을 완벽하게 만들 수 있는 자리도 아니고 능력도 없다고 본다.
일정부분은 어느 가정을 통해서 결과물을 만들어내고
그 이후에는 이용자가 다시 건축가와 피드백을 통해 조정하는 것으로 그 공백을 조금 메울 수 있다고 생각된다.

이야기가 잠시 다른 곳으로 새버렸는데...

특히나 독립한 후에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고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된다.
프로젝트의 규모에 상관없이
조그만 상가 인테리어부터 social housing까지 그 일에 대한 사람들의 애정은 
크게 차이가 없다. 
하나하나가 모두 소중하고 희망을 이야기하고, 즐거움을 이야기한다.

이러한 막연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가 
며칠 전 개봉한 '말하는 건축가'의 스틸컷에서 우리가 하루하루 만나는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는
스스로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몇 주전 학교에 선생님을 찾아뵈었을 때 하신 말씀.
조직생활 하던 사람들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데 인색하다.
왜 그래야 하는지, 왜 여기서 시간 낭비를 해야 하는지하는 생각을 하기 쉽다고,
결론은 그러지 말고 하루종일 가서 이런저런 사람사는 얘기 듣다보면
그것이 다 건축하는 사람에게 돌아오게 된다. 
왜 예전에는 건축가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게 중요하다고 선생님들이 가르치지 않았나 몰라
하면서...

'사람멀미'나더라도 많이 만나고 이야기 많이 들으라 하신다.

 나는 내 스스로 사람들의 이야기를 잘 들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내가 입으로 이야기하기보다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을 즐겨했다.
하지만, 한 달간의 싸돌아다닌 결과,
내가 이해한 듣기와 공감하며 듣기는 전혀 다른 성질의 것이었다.

 이제 사무소 페인트 칠하고 자리에 앉은지 한달 남짓.
세상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수많은 이야기들로 채워져있고,
그 이야기를 듣고 공감하며 그들이 필요한 것들을 만들어 줄 수 있도록 역할을 하고 싶다.



2012.3.14

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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