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건축가이다.
아뜰리에 사무소를 약 14년간 운영을 해오고 있고, 그 과정에서 늘 바쁘게 지내 왔다고 생각한다.
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한다는 것은 아니, 소규모 사업체를 운영한다는 것은 늘 고통과 환희의 연속이다.
이 과정 자체가 하나의 인생과 같고 그 과정에서 한 인간으로서 많은 걸 깨닫게 된다.
특히 세상에 좋은 것만 있는 것은 아니며 꼭 나쁜 것만 있는 것도 아니라는 걸 느낀다.
이 둘은 시간이 지나고 보면 돌고 돌아 내가 예측하지 못한 결과로 나타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래서 지금 좋다고 좋은 것도 아니고 나쁘다고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것도 체감했다.
그래서 하면 할 수록 겸손해야 하고, 또 조심해야하고, 안주해선 안된다는 걸 매일매일 배운다.
2024년 봄, 좋아하는 소장님의 초대로 본격적으로 달리기를 시작했다.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라는 의미는 달리기를 위한 신발과 옷을 사고, 기록이라는 것을 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 전에도 가끔씩 달리기를 하긴 했지만 비규칙적이었고, 목표를 두지도 않았다.
기분과 날씨에 따라, 혹은 건강검진을 앞두고 조금 열심히 달리는 정도였다.
다만 가끔이지만 달리기를 하는 동안 머리 속이 맑아지고,
달리다 보면 어느 순간 무아지경의 상태로 내 자신을 돌아보고 생각할 수 있는 고요한 순간을 마주한다는 것을
경험한 적이 있기에 본격적으로 달리기를 해보기로 마음먹는 것이 좀 수월했다.
본격적으로 달리기를 시작했다 라는 말이 너무 거창해 보일 수도 있지만 사실 별건 없다.
그저 약간의 의무감을 갖고 최소한 주말에 한번, 가능하다면 주중에도 한번 해보자 라는 정도이다.
그리고 이를 꾸준히 노력하려는 결심을 한 것이다.
나는 다행히도 집 바로 뒤에 낮은 산이 있고, 그 산 정상에는 넓은 운동장 트랙이 있다.
그래서 좀 늦은 밤에 퇴근을 해도 쉽게 달리기를 할 수 있는 조건이다.
그렇게 시작한 본격적인 달리기는 지난 세월 방치해왔던 내 몸과 놓쳐버린 시간들을 한탄하고 창피해하던 초반의 시간들을 지나
이제 어디가서든 나 요즘 취미로 달리기 하잖아 라고 말할 정도가 됐다.
달리기를 시작하고 처음으로 한번에 쉬지 않고 10킬로, 혹은 15킬로를 뛰게 되던 몇달의 과정 동안 많은 것을 느꼈다.
특히 음악도 듣지 않으면서 10킬로, 약 한시간을 어두운 밤에 트랙을 반복해서 돌다 보면 무척 지루하고 외롭다.
그리고 동시에 그 한시간 동안 매 순간순간 고통과 환희, 즐거움과 괴로움을 느끼게 된다.
내 발과 종아리가 느끼는 피로감, 내 폐가 느끼는 호흡의 버거움이 실시간으로 느껴지는 느낌이다.
달리기 라는 것은 그런 경험들의 무한 반복으로 채워져 있다.
이 달리기를 하면서 우리네 인생과 무척 유사하다고 생각했고,
특히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이 건축, 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하고 생존해 내는 것과 너무나 닮아 있다고 생각했다.
달리기를 하면서 배우게 된, 하게 된 생각들이 사무소를 운영하면서 마주하게되는 어려움들과 통한다고 생각했고,
이것이 결국은 세상사 모든 것과도 이어진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달리기를 하면서 느끼고 깨달았던 것들을 글로 써보면 어떨까 생각했다.
그리고 그 글을 통해 우리가 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하면서 느낀 것과 이어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 글을 누굴 위해서 쓰는 건지는 사실 잘 모르겠다.
잊어버리기 전에 날 위해서 기록을 남겨두고 싶은 건지, 아니면 남이 봐줬으면 좋겠는지도 잘 모르겠다.
그리고 혹시 남이 본다면 보기를 원하는 사람이 달리기에 관심있는 사람인지, 아님 건축을 하는 다른 사람인지도 모르겠다.
그렇기에 미리 밝혀두자면 난 달리기의 전문가가 전혀 아니다.
심지어 달리기 정보를 유튜브같은 곳에서 많이 찾아보지도 않았고, 마라톤대회 같은 건 단 한번도 나가본 적도 없다.
내가 쓰는 달리기에 관한 글은 전적으로 내 자신의 경험과 느낌에서 온 것을 적은 것이다.
더 잘 달리시는 고수분들이 경험한 수준을 난 도달해 본적이 없기 때문에 혹시나 내가 그 수준에 도달하면 지금 쓰는 글과
다른 생각을 할지도 모르겠다는 약간의 두려움은 있지만 그건 그때의 일이다.
지금은 그저 내가 경험한 수준에서 내가 느낀 것을 쓰는 것이다.
그래서 감히 처음 달리기를 시작하거나 시작하신지 얼마 안 된 40대 이상이 읽으신다면 달리기를 꾸준히 함에 있어 약간의
심리적 도움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 외의 분들께는 달리기의 측면에서는 크게 의미가 없을 듯 하다.
그렇다면 두번째로 건축가로서는 어떤가? 나는 나름 지난 14년 동안 작업을 열심히 해온 편이다(편일 것이다).
아뜰리에 규모로서 작지도 크지도 않은 15명 내외의 사무실로 다양한 파고를 겪어가며 꾸준히 해왔다.
그 과정에서 어떻게 사무소가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 어떻게 안정적으로 생존할 수 있을지, 어떻게 직원들을 구성할지,
어떻게 사무소의 시스템을 효율화 할지 등 다양한 고민과 시도와 실패 속에서 다듬어져 왔다.
물론 이 모든 것들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지만,
그래도 남의 사무소 운영에 대해 궁금한 것이 있는 건축가들에게는 좋든 나쁘든 참고가 될 만 하다고 생각한다.
사실 지금 보시는 이 '시작하는 글' 을 써논건 2025년 5월경 이었고, 고로 벌써 일년 가까이 시간이 흘렀다.
요즘은 한참 열심히 하던 이때와는 달리 많은 시간을 내지도 못하고, 꾸준하지도 못하다.
그럼에도 꾸역꾸역 조금씩 억지로라도 해 나가고 있다.
이 주제의 글을 앞으로 꾸준히 써 나가려면 부분적으로 과거의 기억을 떠올려야되기도 하고
동시에 다시 열심히 달리기도 해야할 것 같다.
나 스스로에게도 이 글 자체가 달리기의 결과이면도 동시에 동기라 할 것이다.
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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