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두 돌이 다 되어가는 아들놈과 내년 중순이면 태어날 둘째... 

이 녀석들 덕분에 나의 퇴근 후 일과는 아들놈 반찬거리 국거리 만드는 일이 부지기수다. (절대 불만을 토로하는건 아니고...)

아이가 생기기전에는 여기저기서 얻은 밑반찬과 배달음식으로 식사를 때우기 일수였지만, 요즘에는 이런저런 재료를 가지고 음식을 만들곤 한다.

근처 동네마트에서 버섯, 두부, 가지, 호박, 감자 등 가장 기본적인 재료를 사가지고 간도 무덤덤하고 양념도 최소한 (아이가 먹다보니...) 이렇게 한 두시간 음식을 만들다보면 각 재료마다 볶고, 삶고, 무치는 등의 일정한 과정을 거치게 되고, 그러면 같은 재료라도 여러가지 음식이 나오기 마련. 너무나 뻔한 얘기를 구구절절...


그런데 그러는 동안에 드는 생각. 

건축에 쓰이는 흔한 재료들. 마치 위에서 언급한 기본 음식재료와 같은 가령 페인트, 벽돌, 블록, 사이딩, 드라이비트 등 너무 흔하기에 어쩌면 건축가들에게 터부시되기도 하는 이런 재료들의 조합(단순한 조합이 아닌 건축가의 고민을 담은 조합)이 괜찮은 삶을 가져다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이런 재료를 가지고 가공을 독특하게 해서 새로운 질감을 만들고, 고급자재와의 패치워크를 통해 좋은 건축을 하는 분들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조금 더 절박하다.


어제 금요일에는 이번 주내내 강진현장에서 지역아동센터 건축을 이끌던 2명의 파트너가 올라와서 새로운 이야기를 꺼내들었다.

이번 강진 현장을 통해 인연을 맺은 어린이재단.

이 사람들과 같이 진행할 2013 Low Budget House 시리즈.

매년 후원을 받아 최소한의 예산속에서 최소한의 주거환경만을 만들어왔던 기존의 프로세스를 이제는 과감히 뒤집고, 같은 물리적인, 금전적인 조건속에서 좀 더 나은, 그리고 입주자를 배려하고 그들의 삶을 독려하는 주거환경을 만들고자 하는 이야기 그리고 건축.




아직은 구체화된 조건들은 없다.

어디다가 지을지, 누가 어떤 삶을 살고 싶어하는지... 

다만, 같은 예산속에서 조금 더 나은 집을 주고 싶고 매년 반복되어 진행되는 프로젝트의 스탠다드를 만들어가길 바라는 건축주.

그리고 우리는 그 이야기에 공감하며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에게 좋은 집을 그리고 좋은 삶을 줄 수 있을거라고 믿는다.


2013년 또한 사무소를 처음 차렸을 때의 기대와 흥분이 가라앉지 않고

지속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12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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