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머리속을 계속 맴돌고 있는 생각은 불안감과 차별화 이다. 

언제부터였는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아마도 30대의 끝무렵에 다다르고 나서 그런지,

혹은 각자가 다 다른 방식으로 현실을 헤쳐나가려 애쓰시는 주변의 여러 소장님들을 보며,

혹은 이제 막 시작하는, 의욕과 기대에 가득찬 여러 후배들을 보며 이런 생각이 들었던 것 같기도 하다. 

혹은 작년과 다른 올해 민간건축경기의 위축을 느끼며, 

혹은 아마도 이런 모든게 다 모여 그런 생각이 들게 했는지도 모르겠다.

 

건축가는 늘 불안과 불안정을 갖고 사는게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이 불안과 불안정을 스릴과 기대로 여기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두려운 것은 역시나 존재 자체에 대한 불안감이다.

우리가 남들과 다른게 무엇일까?

우리가 다른 사무소와 차별되는 것이 무엇일까?

전에는 젊다는 것이 차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 더 젊은 사람들도 많아졌다.

우리의 작업들? 여전히 우리는 새로운 종류의 작업들을 해가고 있고,

우리의 프로젝트는 점점 더 다양해지고 좋아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정도로 충분할까?

우리는 어쨌든 존재의 이유,

그 차이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증명해내지 못하면 언젠가 존재자체를 불안해하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우리뿐만이 아니라 모든 사무소가 아마도 그럴 것이다.

 

몇 년전, 30대의 한창에 있을때는 우리에게 앞으로 시간이 많을 거라고 생각했다.

40대까지도 한참 남은 것 같고, 50대는 남의 얘기 같고, 60대는 생각도 안해봤다.

하지만 철이 들었는지 어떤건진 모르겠지만,

어느 순간 보니 우리가 조금이라도 다른 사무소가 되기 위해, 그 차이를 만들어내기 위해

쓸 수 있는 시간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언젠가부터 초초해지고 조급해지기 시작했다.

 

우리는 사무소를 시작할 때부터 이 정체성이라는 것을 늘 고민하고 있었고,

지금까지도 처음의 그 정체성을 현실화 하는 방향으로 나아왔다고 생각한다.

가끔 강연을 하며, 그 준비를 하면서 우리의 작업들을 설명하기 위한 큰 이야기의 흐름을

처음 우리가 시작할때 썼던, 가졌던 글귀와 생각들을 통해 설명하려 노력한다. 

그때마다 우리가 처음 고민했던 정체성을 잃고 있진 않은지,

우리 작업들을 통해 그런 것들이 잘 만들어지고 있는지 그 초심을 다시금 되돌아 본다. 

 

하지만 어쩌면 처음 시작할때는 사무소로서 구체적으로 그리던 모습이란게 없었던 것 같다.

당시엔 구체적인 어떤 모습을 상상하는 것이 의미가 없었고, 그렇게 될 거란 생각도 전혀 들지 않았다.

그래서 지난 6년이라는 시간동안 우리는 사무실을 꾸려나가는 것에, 

우리에게 주어진 프로젝트들을 해결하는 것에 정신이 없었다. 

나무가 아닌 좀더 큰 숲을 상상하며,

지금의 우리를 좀더 진지하고 객관적으로 고민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았다.

어쩌면 그런 상태로 약 6년이라는 시간을 무사히 보낼 수 있었던 것이 운이 좋았던 것 같다.

 

그러나 이제는 우리가 어디쯤 와 있는지,

지금 우리가 갖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우리가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

우리는 이대로 머물건지, 아니면 다음 목적지를 향해 갈건지,

갈거라면 그 다음 목적지는 어디인지,

우리가 지금 준비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해야할 시기가 되었다.

고민하고 이제 움직여야 할 시기가 되었다.

 

변화하지 않고, 발전하지 않으면 도태되고, 잊혀진다는 

단순한 진리는 분명 우리에게도 적용되는 말인 것 같다.

 

다만 우리가 가려는 변화와 발전의 방향은

지금 가진 에너지를 모으고 모아 

결국 건축이라는 것을 더 잘하려는 방향이 될 것이다.

어쨌든 건축을 잘하고, 그걸로 인정받을때 우리는 가장 즐겁기 때문이다.

 

끝으로 이런 생각과 고민을 할 수 있는 시기가 "지금" 이라는 것에 

어쩌면 감사하고, 그런 고민을 재촉해주신 한분의 건축주께도 감사드린다.

 

Y

 

2017년 9월 저녁즈음에 처음 만나고 나서 1년 반 가까이가 지났습니다.

건축주분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건축가의 생각을 최대한 존중하려 노력해주셨고,

PM 은 부족한 저희들의 경험을 메워주시려 고생하셨고, 

시공사는 건축명장은 아무나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럼에도 각자가 이 긴 과정에서 힘든 것도, 아쉬운 것도 있었겠지만

준공식에 이렇게 모여 웃으며 마무리 할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긴 여정이 오로지 괴로운 시간만은 아니었음을 확신합니다

 

다시한번 준공식을 축하드리고

준공식을 겸해 열린 김범대표님의 놀아운 사진과 그 사진뒤에 담긴

시간과 노력과 열정에 찬사를 보냅니다.

 

다시한번 도움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파인만과 크라센이 교육기업으로서 교육시장에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 나가는

위대한 시작점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파인만과 크라센의 두 대표님
정팀장...푸훗
마지막으로 김범대표의 사진작품집에 사인까지 ㅎ

정림문화재단에서 주최하는 건축학교 '토요일 11시' 에 다음과 같은 분들과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2014년도엔가 했던 기억이 있는데 약 5년만에 다시 하게 됐습니다.

 

지난 5년동안 무엇을 해왔는지 보여드려야 할텐데 과연 어떤 이야기를 해야할지 걱정이 많습니다.

 

저희 뒤에 나오시는 분들보다 먼저 하는걸 천만 다행으로 생각하고

 

솔직한 자리가 될 수 있도록 준비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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