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소를 꾸려오면서 돌이켜보건데, '실수'라는 녀석과 늘상 같이 있어왔고, 따라왔다. 완전히 떼어놓고 싶은 심정이긴 하지만, 그런 일은 생길리 없다는 것을 알기에, 실수를 아예 없애기보다는 어떻게 관리하고 같이 지내갈 것인지에 대해 고민을 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사무소를 차린지 몇 해 되지 않을 때에는 예기치 못한 상황들이 아주 팡팡 여기저기서 터지곤 했다. 사무소는 바람잘날이 없었다. 그제서야 등에 흐르는 식은땀과 온몸에서 느껴지는 쭈뼛한 감각을 느끼며 실수를 수습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었다. 그런데, 당시에는 물론 그때마다 괴로운 것은 분명한 사실이었지만, 프로젝트를 다루는 규모가 크지 않았고 그 안에서 생기는 소소한 실수들은 역으로 사무소의 경험과 자산으로 남았다.  나이가 들어 무엇인가를 학습한다는 것은 꽤나 어려운 일인데, 이렇게 식은 땀 흘리고 나면 학습이 되었다는 것보다는 소위 뼛속에 새기는 그런 느낌이 들었다. (물론, 이러고 나서도 같은 실수를 한 적도 있긴 하다...)

 

이런 실수를 하는 내 자신이 너무 싫기도 해서, 이걸 어떻게 잡아놓을까 하고 전전긍긍해왔다. 꽤나 꼼꼼하게 내용을 검토하고, 주변에 물어보고 하는 과정을 거치기도 했으나, 이러고 있자니 업무시간이 너무 아까운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렇다고 비슷한 프로젝트에서도 문제가 없었고, 그러니 비슷하게 진행하자고 하면서 대충하자니 나중에서 생각치도 못한 곳에서 사고가 나기도 한다.

 

이렇게 최근까지도 (바쁘다는 이유로) 그때그때 상황을 모면하고, 상황을 떼우는 무한반복의 굴레에 있다가 실수라는 것을 좀 더 들여다보기로 했다. 일단 정체를 알아야 대책을 세울 수 있으니 말이다.

 

일단, 왜 이렇게 실수에 대해 집착을 하게 되었을까.

이 글을 읽는 어떤 사람들은 사람이 실수를 할 수도 있지 뭘 그리 예민하게 구느냐고 할 수도 있다. (내가 예전에 그랬다.) 내가 혼자 처리해야하는 업무를 하다가 발생하는 사소한 실수들은 사무소에 큰 영향 보다는 사소하게 영향을 미친다. 자잘한 실수들이 크게 한방으로 오기보다 업무의 비효율이나 성과가 잘 나오지 않는 것 등으로 말이다.

하지만, 이게 사무소의 입장에서 시시각각으로 중요한 결정들을 해야하는 입장에 서다보니 실수라는 것은 외부에서 바라보는 우리의 신뢰와 직결되었다. 특히나 주택이나 근생과 같은 소규모 건축물에서 건축가의 역할은 프로젝트의 코어에 자리잡는다. 직접적으로 건축가가 해야하는 수많은 판단들도 있겠지만 건축주 또는 시공사에게 자문역할을 하고 그들의 판단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게 된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생기는 실수로, 건축주가 잘못된 판단을 한 것이라면... 생각만 해도 눈이 질끈 감긴다...

 

그러면 실수가 없다면 좋은, 잘만들어진, 놀랄만한 건축을 할 수 있는가. 그건 당연히 아니다. 그건 자연스레 바탕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 다른 건축가들이 시도하지 않았던 무엇가를 찾아보고,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우리 사무소가 추구하는 건축의 정체성이 나온다고 생각하는데, 이렇게 각각의 프로젝트마다가 다양성과 특별함을 찾는 과정이 실수를 더 만들어내는 상황을 연출한다. 아, 이 아이러니함이라니. 

 

그러면 실수는 언제 어떻게 슬그머니 우리를 찾아오는가. 

'하인리히의 법칙'과 같은 것을 거창하게 꺼내들지 않아도, 대형 실수가 터지기 전에는 여러 징후가 보이기 마련이다. 어렵게 말할 것도 없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갑자기 느껴지는 뭔가 쎄~한 느낌이 있는데, 이러면 뭔가 있다고 보면 된다. 결과적으로 뭔가 없다고 하더라도 짚고 넘어가는게 맞다고 본다.

회사 다닐적, 4년차때 선배 대리님이 해준 얘기가 2가지가 있다. 실무는 아직 저년차라 하더라도 건축에 몸을 담근지 그 정도 됐으면, 뭔가 쎄~한 느낌받으면 그거 잘못되어가고 있는거니 팀원끼리 크로스체크해보면서 짚고 넘어가라는 얘기다. 그 당시에는 쎄한 느낌이 가끔씩 왔었는데, 실무연차가 올라가고 소장이 되면서 자주 쎄한 느낌을 받긴하지만..... 신입이라하더라도 아닌 거라고 느껴지는 거는 진짜 아닌거다. (물론, 신입이 정말 몰라서 그럴 수도 있지만, 촉을 세우고 있는 것에는 박수를 보낼만 하지 않은가)

다른 해준 얘기는 실무 10여년차 넘는 뭔가 프로페셔널한 고년차 형님들도 다 알고 있는게 아니고, 알고 있는게 틀릴 수도 있다는 거다. 그러니 저 사람이 하는 얘기는 다 맞구나 이러고 지나치지 말라는 것이다. 

이 두가지 얘기에는 실수를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는 아이디어가 담겨있다. 

 

그리고 일을 하는데 있어서 너무 과몰입되어 있거나, 또는 영혼없이 모델링이나 캐드를 치는 상황을 경계해야 한다. 앞에서 언급한 자신의 일에 대한 촉을 세우고, 이게 잘 흘러가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본다.

(이러면서도 잘 실천이 되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최근에는 이러한 실수를 줄이기 위해 몇가지 시도를 해보고 있다.

시험공부를 하기 위해 오답노트를 만드는 것처럼 식은 땀흘린 실수를 아주 상세히 적어서 실수노트를 사무소 내에서 공유하는 것이다. 그런 건이 자주 생기는 것은 아니지만(자주 생겨서도 안되고) 이것만은 사무소 식구들이 꼭 알고 스스로의 프로젝트를 돌아보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개인에 대한 비난을 하지 않고 상황의 문제에 대해서 언급하는 것이다. 그 상황에서는 나 조차도 같은 실수에 빠질 수 있으니 말이다.

 

또 하나는 그 동안 미비하였던 법규체크리스트를 정비하였는데, 그 목적은 잘 정리되고 꼼꼼하게 법규를 보자는 목적은 아니다. 아주 사소한 실수라도 하나하나 기록해서 각각의 법규항목에 해당되는 사무소의 실수들이 적혀있어서, 정말 최소한은!!! 같은 실수를 두 번하지 말자는 것이다. 그리고, 건축이라는게 규모와 프로그램이 하도 다양해서 각각마다 검토해야할 사항들이 아주 복잡다단(x100)하다. 그래서 실수라도 검토해야할 사항을 까먹지 않도록 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참고로, 헬리포트의 설치기준도 체크리스트에 추가해놓았다. (헬리포트는 11층이상의 바닥면적 합계가 만제곱미터 이상인 건축물 옥상에 설치한다. ㅎㅎㅎ)

 

 

얘기가 좀 길어졌는데,

간단히 이야기를 줄이면 실수 좀 줄이면서 프로젝트 하고 싶다는 것이다.

 

 

내일은 무슨 사고가 생길지 걱정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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