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3월호 대한건축학회지에

'건축가의 졸업설계' 라는 제목의 특집이 실렸습니다.

거기에 부끄러운 학부졸업설계에 대한 내용을 소개하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학부와 대학원 졸업설계 중에서 어떤 내용을 써볼까 고민하다가,

이번 호 특집 주제에 담긴 의미가

가장 어설펐지만, 동시에 가장 의욕적이었던 그 시기를

돌아보고 소개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으로 학부때 작업에 대해 적기로 했습니다.

쓰는 동안 그 시절을 돌아보며,

최대한 사실 그대로를 기억해내려 노렸했는데

역시나 사람의 기억이 그렇듯이

과거의 그 모든 순간들이 찬란하게 왜곡되는 것은 어쩔 수 없나 봅니다.

지금보다 훨씬 더 열정적이었던 것 같고,

진지했던 것도 같고,

혼자 생각하는 시간도 많이 가졌던 것 같기도 합니다.

건축을 지금보다 훨씬 더 낭만적이고 이상적으로 바라봤던 것 같습니다.

당시에도 세상 일의 전부인 것 처럼 느껴지던 현실적인 고민과 어려움들이 있었겠지만,

지금 돌아보니 건축과 도시를 내맘대로 논하던 그때가 더 낭만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쓰는 동안 재미있었습니다.

졸업설계를 중심으로 관통하던 나의, 혹은 우리의 2006년의 생활들,

오고가며 매일같이 지내던 공간들, 같은 공간에서 웃고 놀고 술마시던 당시의 사람들

그 모두를 떠올려볼 수 있었고, 20대의 중반을 넘어가던,

졸업을 앞두고 가장 고민이 많았던, 하지만 동시에 지금 보면 인생에서

가장 희망찼던 순간을 기억해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그때의 내가 원했던 모습이 지금의 나의 모습과 닮아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당시에 구체적으로 무엇이 되고 싶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습니다.

그저 잘 될거라는 막연한 꿈만 갖고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생각해보니 지금도 그런거 같습니다.

10년 후, 혹은 그 이후 어떻게 될거란 구체적인 목표를 갖고 있진 않습니다.

지금도 그저 잘 될거란 막연한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때도 그랬지만 지금도 하루하루, 한달한달을

정말 열심히 고민하고 노력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그 고민과 노력들이 모여, 어떤 길로 우리를 데려다 줄지는 모르겠지만,

그 길이 결코 나쁘지 않을 거라고 믿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전부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혹시 이런 무턱댄 믿음이 낭만이라면,

여전히, 앞으로도 당분간은 낭만적이려 노력하겠습니다!

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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