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글에서 언급했듯 이번에는 프로젝트 만들기에 대해서 써보려고 한다
사실 이 부분은 독립을 하려고 준비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지금까지도 가장
어려운 부분이라 여겨진다.
당연한 것이다. 현재 사무소를 운영하고 계신 기존의 건축가 분들도 평생 해야하는
고민인데 새로 시작하는 젊은 건축가들에겐 오죽하겠는가.

이 프로젝트에 관련된 부분은 사실 긴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우리가 무슨 프로젝트를 실제로 만들어 낸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그를 위한 특별한 노하우를 알고 있는것도 아니기 때문에
선뜻 주제로 꺼내쓰기가 어려웠다.

다만 이번 한국방문시 생겼던 몇가지 뜻하지 않은 소식들을 들으며
느낀 것을 바탕으로 project 라는 주제를 이쯤에서 한번쯤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우선 염두해 두어야 할것이
첫째는 미안하게도 이 글에선 몇몇 프로젝트의 구체적인 이름은 밝히지 못할 것 같다
이유는 일단 그 일들은 '아직' 우리것이 아니다.
따라서 미리 밝히는 것은 'Potential client' 에게도
실례가 될 수 있으며 그러다 우리 그거 안주면 안되니까.. ㅎ
아마도, 바라건데, 마음속으론 확신에차서, 언젠가 그 프로젝트들이 우리것이 되어
결과가 나올때쯤에는 다시한번 그 뒤에 숨겨진 이야기들을 할 기회가 올것이다.

두번째는 이곳에 쓸 내용들이 결코 새롭거나 특별한 방법은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는 결코 부자도 아니고 흔히 얘기하는 배경이 좋은 것도 아니다.
따라서 우리가 취할 수 있는 방법이란 것은 대부분의 젊은 건축가들이 독립을 위해서 밟아나갈 거라 예상되는
길이었다.
사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쓰는 이 글들이 의미가 있는 거겠지만.
어쨌든 그런 이유로 이 글에선 이런 예측가능한 방법들이 정말 가능하구나 라는걸 확인하는데에 초점을 맞추면
되는 것이고 그걸 통해 나두 할수 있겠는걸 하고 주변을 둘러보는 계기가 되고 독립을 위한 의지를 다지는데에
도움이 된다면 그걸로 만족스러울듯 하다

우선 첫번째 project(?) 라 불릴만한건 지난 봄에 내가 출장겸해서 한국에
들어갔을때부터 시작되었다.

당시 J 를 비롯한 몇몇 대학졸업동기들끼리 만나 술을 먹다가 건축가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얘기를 했다. 재미없게도.
그러다 건축가로서의 사회적 역할을, 우리가 가진 재능을 통해, 하고자 한다면 우리는 좀더 구체적이고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얘기가 흘러갔다.
즉, 마음만 갖고 있어서는, 우리가 좀더 내공이 쌓이면 해보자 머 이런 마음으로는 평생가도 변명거리만
달라질 뿐이지 뒤로 미루는건 똑같다는 것이다.

자 그럼 어떻게 구체적이고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냐.
항상 여기가 어렵다. 어떻게라는 단계로 넘어가면 그곳에서부턴 행동력의 문제이고
그건 많은 에너지와 시간의 소비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때 J 가 말했다.
본인이 한 NGO 단체에 아는 사람이 있으니 (정말 누군지만 아는 사람, 얼굴도 모르는, 만나본적이 없는 사람이었다)
한번 연락을 해보겠단다. 지금 생각하면 참 어처구니가 없는 생각이었다.
개인적으로 당시의 나의 생각을 고백해 표현하자면 이렇다.
"무식하면 용감하다"
난 당시 그 NGO 단체가 그렇게 큰 단체인지도 몰랐고 그저 몇명 안되는 단체인줄 알았다.
그래서 우리가 건축가인데, 재능기부의 차원에서 일을 해'주'겠다는데 거절할 이유가 머가 있겠어? 라는 어처구니 없는
생각을 했던 거다. (참고로 그 NGO 단체는 한국에서 가장 네임벨류있는 단체 중 하나이다)

아무튼 그렇게 해서 보낸 제안서 하나에서 이 모든 일은 시작되었다.
'이 모든 일'이라는 의미는 그 project 가 진행이 되면서 우리의 독립이 예상보다 빨라졌다는 것이다.

반응은 생각보다 빠르고 적극적이었다.
특히나 내부에서 변화를 바라고 있던 분들이 적극적으로 호응을 해주셨다.
그래서 여름에 다시 한국에 들어가 오픈 프리젠테이션을 하고
이후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되는듯..... 했다.
그렇게 작년 11월초까지 주중에는 사무실일을하고 주말에는 한국일을 하면서
정신없고 바쁘고, 그치만 매우 흥미로운 시간들을 보냈다.

이때쯤에 우리들 마음속에는 독립을 하고싶다, 아니 독립을 해야겠다 라는 생각이 스물스물 올라오고 있었다.
당시의 프로젝트는 NGO 단체에서 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결코 돈이 되는 프로젝트는 아니었다.
다만 30세대 전후의 집합주거 단지를 만드는 것이라는게 매우 매력적이었다.
더군다나 한해하고 끝나는 것이 아닌 매년 새로운 장소에 지어지는 것이기때문에
그 프로젝트를 통해 우리나라의 편향적이고 왜곡되보이는 주거문화에 새로운 제안을 해봐야겠다는
장기적인 희망을 품고 있었다.

하지만 당시 네덜란드에서 일을 하면서 한국의 프로젝트를 동시에 한다는 것에 매우 커다란 제약이 있었다.
모든 프로세스가 매우 느릴수 밖에 없었고, 건축은 만나서 협의와 토론을 통해 이루어지고, 설득하고, 진행해 나가도
잘 될까 말까한데 이러한 물리적 상황에서는 그런 과정들이 거의 되지가 않았다.
그래서 이 프로젝트를 잘 하기 위해서는 한국에 들어가야 겠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여기 그 당시에 J 가 나에게 보낸 메일중에 한 대목을 소개한다
당시 독립이라는, 생각보다 이른, 거대한 사건 앞에서 한 가정의 가장으로 그가 했던 고민이 여실히 묻어난다


".......중략

나 아직 100% 맘을 못 정했다.

사무실을 운영한다는 것은 어디까지나 극히 현실적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있겠지만, 시간이 지나고 서로간에 피로가 쌓이면

그 수준은 언제 어떻게 변화할지 모른다.

충분히 이해하리라 믿는다.

나는...

우리가 뭘 먹고 살아갈지 걱정이다.

회사에서 던져준 밥만 먹고 5년간 살아온 나로서는 몇가지 대안이 생각이 안난다.

....... 중략"                                               
                                                                                                                      2011년 2월 18일 email 중에서


하지만 이렇게 우리의 걱정과 설레임과 포부를 안고 진행되던 프로젝트는 결국 엎어지고 말았다

어느 단체에나 변화를 거부하고 자신의 손에 쥔 작은것에 연연해서 전전긍긍하는 답답한 위인들은
있는 법이고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위인들이 항상 결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어쨌든 결론이 그렇게 나고 나서 우리는 어떻게 할까 고민을 하다가
결국 저거 하나 엎어졌다고 주저앉아버리면 쪽팔리니까 그냥 우리하려던 데로 독립하자!
라고 결론을 냈다.

그렇게 결론을 내고나니 당장 독립하고 정말 머하지 하는 걱정이 들기 시작했다.
그 고민은 매우 깊고 심오해서 밤에도 그 걱정에 잠을 못이룰 정도였다.
 
그래서 우선 내 주변에 건물을 지을 만한 분들이 없는지 알아보기 시작했다.

자 어떤가?
우리도 어쨌든 좀 돌아오긴 했지만 결국엔 많은 건축가분들이 독립하면서 그러했듯이
결국 가까운 분들, 주변분들에게서 먼저 일을 찾기 시작한 것이다.

처음엔 이 방법을 그리 탐탁치 않아했다.
독립하고자 하는데 방법적인 면에서 전혀 독립적이지 않아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요즈음엔 이 방법이 사실은 가장 현실적이면서 유일한 방법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최근들어 전혀 모르는 분을 소개받아 프로젝트에 대해 얘기를 나눠본적이 있었다.
집을 짓고싶어 하시는 분이었다.
하지만 그분은 우리가 젊은 건축가인것도 좋고 다른 조건들은 다 괜찮았지만
지어진 건물이 아직 없다는 것을 무척이나 걱정스러워하셨다.
그 분에겐 평생 업적의 결과물 중 하나가 될 집을 우리의 실험용으로 내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좀 더 오기가 생기기도 했지만
이미 마음을 정하신 것 같아 설득하는 것은 그만 두었다.

그런 의미에서 처음이라는, 지어진 건물이 아직 없다는 단점을 이해해주실수 있는
주변분들을 통해서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것이 현실성 있는 대안 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프로젝트를 만든다 는 건 이때부터 시작되었다.
주변에 아는 사람들, 그 아는 사람들의 아는 사람들에게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고 소개를 의뢰하고,
물어보고, 설득하고, 찾아갔다.
말하건데 나는 무척이나 뻔뻔한 사람이다.
교수님도 뵙고, 아는 소장님들도 뵙고.

이때 중요한 것은 내가 독립할거라는거, 그래서 우리가 프로젝트를 찾고 있다는 걸
주변사람들에게 최대한 공개를 하는 것이다. 최대한 접점이 생길만한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이다.
물론 절대 비굴해서는 안된다.
처음 독립하는 젊은 건축가들로서 '비록 프로젝트는 없지만 자존심과 실력은 있다' 라는 
자존감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마저 없으면 무엇으로 우리자신을 다른사람에게 일명 '세일즈' 할수 있겠는가 
'혹시 일이 있으면 우리가 해주겠다' 라는 자세를 잃지 않아야 한다. 허허허 -_ -;

어쨌든 그렇게 해서 찾던 중 프로젝트가 하나 들어왔다.
1층(혹은 2층)까지 상가를 두어 세를 놓고 그 위로는 가정집을 두는 건물이다.

그러던 중 지난번에 같이 일을 진행했던 NGO 단체의 분들에게서도 전시와 관련된 제안이 들어왔다.

그러다가 또 그때 NGO 일을 함께 진행 하면서 알게된 다른 분에게서 또 다른 매우 흥미로운 제안이 들어왔다.

그러다가 또 J 의 아는 분을 통해서 약간 종교적인 성향을 띤, 또 다른 제안이 들어왔다.

그러다가 또, 사무실을 같이 쓸 분을 구하던 중, 인테리어 디자인과 시공을 함께 해보자는 제안이 들어왔다.

그러다가 또, .....

어떤가. 아직 사무실을 준비중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벌써 이 만큼이나(우리에겐 이만큼이나다) 가지고
시작을 하게 되었다.
이 외에도 아직 가능성만을 가진, 시간이 좀더 걸릴거 같은 몇몇 프로젝트들이 더 있다. 
물론 이 것들이 모두 다 성사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가 이런저런 가능성들을 많이 가지고 있을수록 성사될 가능성 또한 많아 지는 것 아니겠는가.
그리고 이런 가능성들을 하나하나 구슬꿰듯이 만들어 나가는 과정이 진정한 재미 아니겠는가.

여기서 한가지 말하고 싶은 것이 이것이다
위에서 나열한 프로젝트들 중에선 우리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흘러가
전혀 예상치 못했던 결과로 나타난 일들이 몇개 있다.
예를 들어,  처음 시작했던 NGO 단체의 프로젝트는 그저 하룻밤에 써서 보낸 이메일한통에서 시작되었고,
그 프로젝트를 하면서 그안에서 일하시는 몇몇 사람들을 알게되었고, 본래 의도했던 프로젝트가 엎어졌음에도 불구하고,
그분들을 통해서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프로젝트들이 우리에게 돌아왔다.
이 또한 모두 성사될 수도 있고 안될수도 있지만 그 과정에서 또 어떤, 우리가 예상치 못했던, 일들이 일어날지 모른다.
너무나 흥미진진하다.

생각보다 모든것이 매우 진지한것에서 시작되는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앞서 얘기했듯이 적극적이기만 하다면 상상하지 못했던 일들이 벌어질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다음단계는 이제 우리에게 주어진 저 프로젝트들을 완성도 있게, 우리의 이야기를 담아 완성해 내는 것이다
그리고 믿는다. 그 완성된 씨앗은 또 다른 재미있는 열매들을 우리에게 가져다 줄거라고.
작은 눈덩이를 조심조심굴려서 차츰차츰 큰 눈덩이로 만들어 가듯이,
이제 독립을 준비하는 젊은 건축가들에게는 작은 프로젝트를 하나하나 조심조심 굴려서 자꾸자꾸 키워가려는 자세가
생존을 위한 유일하면서, 중요한 자세인거 같다.

새삼 느끼는 거지만, 사람이 중요하고, 적극적인 자세가 중요하며, 긍정적인 마음이 있어야 하고, 끝으로 자존감을 지켜야 한다.
그럼 프로젝트는 만들어 질거라고 믿는다

이 이야기들이 1년쯤 뒤에도 유효해서 우리의 방법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생겼으면 하는 바램이다

120105 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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