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소를 꾸려오면서 돌이켜보건데, '실수'라는 녀석과 늘상 같이 있어왔고, 따라왔다. 완전히 떼어놓고 싶은 심정이긴 하지만, 그런 일은 생길리 없다는 것을 알기에, 실수를 아예 없애기보다는 어떻게 관리하고 같이 지내갈 것인지에 대해 고민을 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사무소를 차린지 몇 해 되지 않을 때에는 예기치 못한 상황들이 아주 팡팡 여기저기서 터지곤 했다. 사무소는 바람잘날이 없었다. 그제서야 등에 흐르는 식은땀과 온몸에서 느껴지는 쭈뼛한 감각을 느끼며 실수를 수습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었다. 그런데, 당시에는 물론 그때마다 괴로운 것은 분명한 사실이었지만, 프로젝트를 다루는 규모가 크지 않았고 그 안에서 생기는 소소한 실수들은 역으로 사무소의 경험과 자산으로 남았다.  나이가 들어 무엇인가를 학습한다는 것은 꽤나 어려운 일인데, 이렇게 식은 땀 흘리고 나면 학습이 되었다는 것보다는 소위 뼛속에 새기는 그런 느낌이 들었다. (물론, 이러고 나서도 같은 실수를 한 적도 있긴 하다...)

 

이런 실수를 하는 내 자신이 너무 싫기도 해서, 이걸 어떻게 잡아놓을까 하고 전전긍긍해왔다. 꽤나 꼼꼼하게 내용을 검토하고, 주변에 물어보고 하는 과정을 거치기도 했으나, 이러고 있자니 업무시간이 너무 아까운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렇다고 비슷한 프로젝트에서도 문제가 없었고, 그러니 비슷하게 진행하자고 하면서 대충하자니 나중에서 생각치도 못한 곳에서 사고가 나기도 한다.

 

이렇게 최근까지도 (바쁘다는 이유로) 그때그때 상황을 모면하고, 상황을 떼우는 무한반복의 굴레에 있다가 실수라는 것을 좀 더 들여다보기로 했다. 일단 정체를 알아야 대책을 세울 수 있으니 말이다.

 

일단, 왜 이렇게 실수에 대해 집착을 하게 되었을까.

이 글을 읽는 어떤 사람들은 사람이 실수를 할 수도 있지 뭘 그리 예민하게 구느냐고 할 수도 있다. (내가 예전에 그랬다.) 내가 혼자 처리해야하는 업무를 하다가 발생하는 사소한 실수들은 사무소에 큰 영향 보다는 사소하게 영향을 미친다. 자잘한 실수들이 크게 한방으로 오기보다 업무의 비효율이나 성과가 잘 나오지 않는 것 등으로 말이다.

하지만, 이게 사무소의 입장에서 시시각각으로 중요한 결정들을 해야하는 입장에 서다보니 실수라는 것은 외부에서 바라보는 우리의 신뢰와 직결되었다. 특히나 주택이나 근생과 같은 소규모 건축물에서 건축가의 역할은 프로젝트의 코어에 자리잡는다. 직접적으로 건축가가 해야하는 수많은 판단들도 있겠지만 건축주 또는 시공사에게 자문역할을 하고 그들의 판단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게 된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생기는 실수로, 건축주가 잘못된 판단을 한 것이라면... 생각만 해도 눈이 질끈 감긴다...

 

그러면 실수가 없다면 좋은, 잘만들어진, 놀랄만한 건축을 할 수 있는가. 그건 당연히 아니다. 그건 자연스레 바탕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 다른 건축가들이 시도하지 않았던 무엇가를 찾아보고,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우리 사무소가 추구하는 건축의 정체성이 나온다고 생각하는데, 이렇게 각각의 프로젝트마다가 다양성과 특별함을 찾는 과정이 실수를 더 만들어내는 상황을 연출한다. 아, 이 아이러니함이라니. 

 

그러면 실수는 언제 어떻게 슬그머니 우리를 찾아오는가. 

'하인리히의 법칙'과 같은 것을 거창하게 꺼내들지 않아도, 대형 실수가 터지기 전에는 여러 징후가 보이기 마련이다. 어렵게 말할 것도 없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갑자기 느껴지는 뭔가 쎄~한 느낌이 있는데, 이러면 뭔가 있다고 보면 된다. 결과적으로 뭔가 없다고 하더라도 짚고 넘어가는게 맞다고 본다.

회사 다닐적, 4년차때 선배 대리님이 해준 얘기가 2가지가 있다. 실무는 아직 저년차라 하더라도 건축에 몸을 담근지 그 정도 됐으면, 뭔가 쎄~한 느낌받으면 그거 잘못되어가고 있는거니 팀원끼리 크로스체크해보면서 짚고 넘어가라는 얘기다. 그 당시에는 쎄한 느낌이 가끔씩 왔었는데, 실무연차가 올라가고 소장이 되면서 자주 쎄한 느낌을 받긴하지만..... 신입이라하더라도 아닌 거라고 느껴지는 거는 진짜 아닌거다. (물론, 신입이 정말 몰라서 그럴 수도 있지만, 촉을 세우고 있는 것에는 박수를 보낼만 하지 않은가)

다른 해준 얘기는 실무 10여년차 넘는 뭔가 프로페셔널한 고년차 형님들도 다 알고 있는게 아니고, 알고 있는게 틀릴 수도 있다는 거다. 그러니 저 사람이 하는 얘기는 다 맞구나 이러고 지나치지 말라는 것이다. 

이 두가지 얘기에는 실수를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는 아이디어가 담겨있다. 

 

그리고 일을 하는데 있어서 너무 과몰입되어 있거나, 또는 영혼없이 모델링이나 캐드를 치는 상황을 경계해야 한다. 앞에서 언급한 자신의 일에 대한 촉을 세우고, 이게 잘 흘러가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본다.

(이러면서도 잘 실천이 되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최근에는 이러한 실수를 줄이기 위해 몇가지 시도를 해보고 있다.

시험공부를 하기 위해 오답노트를 만드는 것처럼 식은 땀흘린 실수를 아주 상세히 적어서 실수노트를 사무소 내에서 공유하는 것이다. 그런 건이 자주 생기는 것은 아니지만(자주 생겨서도 안되고) 이것만은 사무소 식구들이 꼭 알고 스스로의 프로젝트를 돌아보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개인에 대한 비난을 하지 않고 상황의 문제에 대해서 언급하는 것이다. 그 상황에서는 나 조차도 같은 실수에 빠질 수 있으니 말이다.

 

또 하나는 그 동안 미비하였던 법규체크리스트를 정비하였는데, 그 목적은 잘 정리되고 꼼꼼하게 법규를 보자는 목적은 아니다. 아주 사소한 실수라도 하나하나 기록해서 각각의 법규항목에 해당되는 사무소의 실수들이 적혀있어서, 정말 최소한은!!! 같은 실수를 두 번하지 말자는 것이다. 그리고, 건축이라는게 규모와 프로그램이 하도 다양해서 각각마다 검토해야할 사항들이 아주 복잡다단(x100)하다. 그래서 실수라도 검토해야할 사항을 까먹지 않도록 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참고로, 헬리포트의 설치기준도 체크리스트에 추가해놓았다. (헬리포트는 11층이상의 바닥면적 합계가 만제곱미터 이상인 건축물 옥상에 설치한다. ㅎㅎㅎ)

 

 

얘기가 좀 길어졌는데,

간단히 이야기를 줄이면 실수 좀 줄이면서 프로젝트 하고 싶다는 것이다.

 

 

내일은 무슨 사고가 생길지 걱정하면서

J

 

어머!  이게 누구야~

이철호가 학교가 너무 널럴하다고, 시간이 남는다며 투덜대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용병으로 급히 불렀습니다.

저~언~혀 공백이 느껴지지 않을만큼 자연스럽게 동화되어 버려서,

한 2년 전쯤으로 돌아간 것 같은 느낌입니다.

철호야! 

김소장님 한테가서 좋은거 많이 배워서 나두 가르쳐줘!

수고했어 미스터 리!

용병 이철호

급할때 불려와서 

쫌만 더 쫌만 더 하다가 3주를 거의 채우고,

마지막 날엔 새벽까지 털리고 간 알바생 은비!

종수를 도와 힘든 마감여정에 큰 힘을 보태주었습니다.

은비야. 학교에서 날 안만나게 천만 다행이지?

그리고 모든 설계사무소가 다 이렇진 않으니.. 너무 염려마 ㅋㅋ

어쩌면 생애 거의 처음으로 갖는 1 년의 휴학기간이니, 

하고 싶었던 것, 궁금했던 것 해보며 재밌게 보내거라.

급하면 또 연락할께 크크크크

알바 고은비

 

건축을 하면서 건축가라는 직업이 갖는 좋은 점 중에 하나는

다양한 직업과 분야에서 일하는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다양한 인격의 사람들과 건축이라는, 

어쩌면 인생에서 겪을 수 있는 일들 중 가장 큰 이벤트를 겪어 나가다보면 그 사람을 깊이 있게 겪게 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건축주분 들로부터 많은 것을 배울 때가 있다. 

다양한 인생공부를 압축적으로 하게 된다는 것이다. 

물론 이 배움에는 타산지석의 의미도 포함이 된다. 

그리고 다양한 유형의 건축주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이 나쁜 점이 될 때도 있다. 

건축을 하지 않았으면 만나지 않고 살아도 좋았을 것 같은 분들을 만나야 되는 건 힘든 일이다.

 

건축주분들 중에서는 돈을 버는 것에 특별한 재능을 갖고 계신 분, 

누구나 부러워하는 직업을 갖고 계신 분, 

알만한 연예인, 

유명한 예술가 등 다양한 분들이 계셨지만 오늘은 사람을 다루는 관점에서 건축주들에 대한 얘기를 해보고 싶다. 

이 '사람을 다룬다는 것' 에는 사람을 대하는 방식, 인간에 대한 생각, 더 나아가 삶에 대한 자세가

투영되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이 범주에는 당연히 건축주가 건축가를 다루는 방식도 포함되어 있다.

 

그 동안 만난 건축주 중에서 어떤 분들은 보면 참으로 영리하시다는 생각을 한다. 

처음엔 몰랐지만 시간이 지나 돌이켜 생각해 보니 그 분들 참 사람을 영리하게 다루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서 영리하게 다룬다는 말의 의미는 사람을 전혀 기분 나쁘지 않게, 그렇지만 그 일에 최선을 다하게 만들고, 

스스로 책임감을 갖게 만든다는 의미이다. 

이런 분들은 설계하면서부터 공사가 마무리될 때까지 한번도 싫은 소리를 기분 나쁘게 하신 적이 없으셨다. 

아쉽고 서운한게 있으셔도 일단 상대방의 입장에서 이유가 있었을 거란 생각을 전제하시고 본인의 생각을 말씀하신다.  

이 분들은 수 많은 의사결정의 과정에서 의견은 주시지만 언제나 건축가의 의견을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셨다. 

가장 많이 들었다고 기억하는 말이  저희는 소장님만 믿어요, 소장님이 의견주시면 그대로 할께요 등의 말이었다. 

그리곤 말 뿐만 아니라 실제로 그런 방향으로 결정을 하셨다. 

그렇게 해 주시니 건축가로써 어찌 감사하지 않을 수 없고, 어찌 최선을 다하지 않을 수 없고, 

어찌 그 책임을 가벼이 여길 수 있겠는가

잠을 자다가도 갑자기 혹시 이거 놓친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불쑥 들어서  식은땀이 났던게 몇번이고 있었다. 

그 만큼 프로젝트에 대해 자발적으로 더 고민을 하게 되고, 건축주의 그 믿음 가득한 눈빛에 보답하고 싶게 만든다.

그래서 지금 돌이켜보면 당시엔 나름대로 최선의 최선을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따져보니 아쉽고 부족하고, 늘 더 잘하지 못한 것에 죄송한 마음을 갖게 한다. 

사람에게 기분 좋은 부채의식을 갖게 하는 재주가 있으시다. 

 

이러한 것이 비단 건축가에게만 그러신 것은 아니다. 시공사를 대하는 태도에도, 

그리고 현장에서 일하는 작업자들을 대하는 태도에도 기본적으로 존중이 있다. 

그렇다보니 건축주가 몇몇 수정을 요구하는 사항들이 있어도, 

이 건축주분이 수정을 요구하실 정도면 정말 마음에 안드셨나 보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시공사도 건축주에게 기본적으로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으니, 

마무리하면서 건축주의 요구에 큰 이의없이 대응을 해주게 된다. 

결국 건축이라는 것은 온전히100 퍼센트 수제품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사람의 손에 의해서 만들어 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시공사와 작업자들에게 내 집인 것처럼 만들겠다 라는 마음을 기대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 

다만 일하는 과정에서

돈을 받았으니 그 만큼만 빨리 해치워버리고 가야겠다 라는 마음으로 일하는 것과

돈은 돈이고 이 현장에서 일하는 동안 존중받고, 자부심이라는 것을 갖고, 그런 마음으로 손길 한번 더 가게 일하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 

결국 모든 것은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반면 어떤 경우에는 프로젝트를 매우 수동적으로 대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수동적으로 대처한다는 의미는 건축주가 불만을 갖지 않을 정도에서 고민이 끝나게 된다는 것이다. 

이유는 딱 그 정도의 고민 이상을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앞선 경우가 이 믿음을 통해 건축가를 스스로 움직이게 만들고, 

그래서 더 좋은 것다른 것을 고민하고 제안하게 되는 경우라면

이 경우는 이 믿음이 없기 때문에 건축가가 굳이 주어진 일 이상의 수고와 에너지를 쓰지 않게 된다. 

이러한 분들은 기본적으로 건축가가 제안하는 것이나 건축가의 판단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신다.

모든 것을 본인이 다시 찾아보고 결정한다. 

그리고 아쉽게도 그 결정이라는 것이 건축가의 입장에선 매우 단편적이고 아쉬울때가 많다. 

건축가가 생각한 스토리와 조화로움과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

이런 분들은 작은 아이템 하나하나까지 본인들이 고르고 결정한다. 

아쉬운 것은 이 경우 아이템 하나하나 만 보고 전체가 만드는 그림을 잘 그리지 못하신다. 

이런 부분에 대해 의견을 드려도 좀 처럼 이해하지 못하신다. 또 이런 분들은 여기저기다 조언을 구하시고

그 과정에서 너무 많은 얘기를 들으신다그리고 대게는 그런 얘기들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하지만 그 조언이라는 것들이 대부분 단편적이고, 일반적이고, 때로는 틀린 얘기들도 많다. 

심지어는 시공사도 잘 믿지 않는다. 

 

이런 분들 중에는 문제가 발생하면, 혹은 본인이 생각하는 데로 일이 진행되지 않으면, 

우선 화를 내거나 짜증을 내고, 그 다음엔 그것이 누구의 잘못인지 그 잘잘못 부터 따지려고 한다. 

세상의 대부분의 일이 그럴 것이고, 마찬가지로 여러 사람들이 다양한 공정들을 나눠 수행함으로써

완성하는 현장에서도 그것이 누구 한 사람만의 잘못인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럼에도 그런 분들은 과거에 잘못된 일이 왜 발생했는지 그 책임을 찾는데 우선 에너지를 쓰고, 

왜 미리 예방하지 못했는지 그 잘못을 지적하는 것에 우선 순위를 둔다. 

발생한 문제에 대한 해결책에서 본인은 조금의 손해도 보지 않으려 하는 경우가 많다.

상황이 이러니 건축가도 시공사도 그저 문제가 될 만한 것은 하지 않으려 한다. 

건축주에게서 불평이 나오지 않는 선에서 서로 암묵적으로 동의를 하게 되는 것이다. 

건축가도 시공사도 건축주라는 가이드라인 안에서 수동적으로 움직이게 된다. 

이 경우 건축은 딱 건축주가 생각하고 있는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

사람을 다루는 측면에서만 보면 영리하지 못하다고 할 수 있다. 

같은 돈을 써도 누구는 건축가가 자발적으로 가진 능력 이상을 발현하도록 하고, 

누구는 갖고 있는 최소한의 능력만 쓰게 만든다. 

 

사실 생각해보면 이게 어디 건축주에게만 해당되는 얘기이겠는가. 

세상 대부분의 일이 그러하겠지만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고

그 사람의 능력여하에 따라 일이 잘 되고 안되가 결정되는 것이 큰 곳 중 하나가 건축사무소일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나는 우리 사무실의 구성원들에게 가진 것 이상의 능력과 애정을 발현할 수 있게 하고 있는가? 

나는 영리하게 사람을 대하고 있는가?

우리는 건축주를 통해 여전히 배울게 많다. 

 

PS.

최근에 한 프로젝트와 설계를 진행하던 중 타절을 했다. 

미팅을 할 수록 점점 우리가 수동적으로 되어 간다는 것을 느꼈고, 

건축주와의 미팅이 점점 재미가 없어져 갔다.

전에는 그래도 꾸역꾸역 해서 마무리를 했지만, 그 과정 내내 힘들고 괴로웠던 기억이 있다.

이번에도 왠지 앞서 얘기했던 경우가 될 거 같았다.

건축주는 잘 믿지 못하고, 자기 생각대로만 가려하고, 

이런 경우 지금이야 그나마 괜찮지만, 현장이 열리고 나면 정말 괴로운 경우가 생긴다.

무엇보다, 지금 우리에게 이 프로젝트를 그럼에도 꼭 해야하는 이유가 있는지 생각했을때,

이런 마음으로 계속하는 것이 우리에게도, 건축주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을거 같았다. 

또 하나를 배웠다.

  

 Y

지난  약 한달 반의 시간, 정말 대단한 시간들이었습니다.

 

그 시간동안 몇 개를 마감해야 했는지,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하나하나를 구체적으로 떠올리기에도

너무 복잡한 일들이 많았어서 다 기억도 나지 않습니다.

그 만큼 너무나 정신없이 몰아쳐 달려온 시간이었습니다.

 

우선 수연이가 한달동안 휴가를 갔고,

양양 광진해변 masterplan 마감,

의왕 롯데몰 특화 masterplan 마감,

3개의 현상 마감,

청송 어린이놀이터 전면 설계변경 및 외부 masterplan 마감,

헝가리 전시 준비,

닷츠사옥 리모델링 준공(근래 보기 드물게 준공전날 가서 현장정리도 했어야 했던..)

그리고 막 한참 공사 중인 4개의 현장들과 

기본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들 까지

한달 반의 시간동안 벌어진 일이라고 하기엔

믿기 어려운 일정들이었습니다.

 

거의 매일 같이 이어지는 야근이었고,

주말에도 사무실에는 불이 꺼지지 않았습니다.  

무슨 일들이 이렇게 다 한꺼번에 몰리나,

어디서 스케줄 관리가 문제가 있었던 걸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지금까지 바쁘지 않은 시기가 없었지만,

이 정도는 처음이다 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그렇게 서로가 서로를 도와가며, 

조금의 여유가 생기면,

나를 위해 쓰지 않고 다른 동료를 위해 

그 여유를 기꺼이 사용하였습니다.

혼자서라면 아마 힘들었을 시간들을,

혼자가 아니었기에 힘들어도 버텨낼 수 있었습니다.

 

그 사이 저 개인적으로는 그런 사무실 사람들을 보며

마음 한켠이 짠~해지는 끈적끈적함이

느껴졌습니다.

 

부디 이 모든 노력들이 결실이 생겨,

사무실의 모두와 함께 나눌 수 있기를 바랍니다.

 

진심으로 모두가 이 연휴가 충전이 되는 시간이 되기를 바라고,

진심으로 모두에게 미안하고, 고맙고 또 대단했다고 전하고 싶습니다.

진심으로 우리 모두에게 박수를 !!

 

ps 이제 다시 차근차근 스케줄을 조정해 이런 상황은 가급적 피하도록 할께요 모두들~~ㅋ

 

 

어느 일요일 오후 6시59분의 모습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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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또 이러고 있습니다. -_ -;;;;;

 

이제 다시는 유리바닥은 하고 싶지않아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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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SUNDAY 에 조재원 소장님이 볍씨학교에 대한 글을 써주셨습니다.


글을 위해 직접 학교를 방문하시고, 따로 시간을 내서 건축가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셔서 감사합니다.


늘 얘기하는 거지만 고생하신 볍씨학교의 선생님들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https://news.joins.com/article/23412499




김해 Roastery House 가 Archdaily 에 소개되었습니다


처음으로 의뢰 들였는데 먼 곳까지 오셔서 사진 담아주신 진효숙 작가님께 감사드리고


오랫동안 고생하신 건축주분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었으면 합니다


https://www.archdaily.com/900723/kimhae-roastery-house-jya-rchitects?utm_source=offices&utm_medium=email&utm_campaign=just-published



5월은 정말 힘든 한달을 보내고 있다.

현상 및 각종 마감과 PT를 포함하니 20일 동안 6개 정도의 행사(?)들을 치르며 5월을 달려왔던 듯 하다.

그러다 보니 우리도 그렇고 사무실 직원들도 모두들 육체적으로 지쳐있다.


그런 와중에 지난주에는 나름 흥미로운 경험을 했다.

하루는 제출한 현상에 발표를 하러 갔고, 그 다음날에는 현상에 심사위원으로 심사를 하러 갔다.

하루만에 입장이 뒤바뀌는 상황이 된 것이다.


개인적으로 프리젠테이션을 하는 건 늘상 있을 수 밖에 없는 일이니 특별하다고 할 건 아니었지만

현상심사를 하는건 처음 해보는 것이라 무척 재미있었다.

또한 같이 심사를 하셨던 분들이 훌륭하신 건축가분들이셔서 

어떤 분위기로 어떻게 심사가 이루어지는지 분위기를 좀 익혀봐야겠다 하는 생각도 했다.


개인적으로 네덜란드 사무실에서 있을때 여러 현상에 참여했었다.

그때 내가 느꼈던 현상을 준비하는 방향은 계획적으로 부족한 부분이 생기더라도 새롭고, 매력적인 요소를 

만들어 내는 것에 더 초점을 맞추었던 것 같다. 

그래서 가끔은 좀 무리다 싶은 부분도 있었지만 그렇다고 그저 무난한 안을 만들도록 하진 않았다.

당시 사무실의 보스는 늘 그런 부분을 잊지 않도록 리마인드를 자주 시켜주는 편이었다.

그렇게 해서 얻었던 현상의 결과는 성공률이 나쁘진 않았던 것 같다.


그러다 한국에 돌아와서 올해에 2개를 연달아 하며 지금까지 총 4개의 현상을 했다.

그리고 어떤 소장님들은 2등을 하는게 제일 좋은 거라고 말씀 하시곤 하시지만 어쨌든 주로 2등을 하며

얼마 되지 않는 상금만 따먹는, 그 소장님들의 말씀에 따르면 최상의, 결과였다

그 중에서 심사과정이나 진행되는 과정을 보면서 괜히 했다 싶은 것도 물론 있었지만

아무튼 하는 중에 우리가 가졌던 기본적인 방향은 설령 공모제안내용을 좀 어기더라도

"안이 좋으면 된다" 라는 것이었다.


그렇게 검증(?)되지 않은 방향을 갖고 현상을 해오다가 

이번에 현상 심사를 하게 되었으니 어찌보면 그 방향이 유효한지를 확인해 볼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던 셈이다.


물론 현상의 성격과 목표하는 바, 물리적 현실, 그리고 심사위원들의 성향 등등 무척 다양한 요소가 

고려되어 심사되고 결과가 결정되는 것이니 일반화 할 수 있는 건 당연히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느낀 분위기는 최소한 공공기관에서 발주되는 현상에서는 어쩌면 

우리의 원칙은 절반정도만 유효하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과적으로 보자면 현상에서 결국 당선을 시킬 수 밖에 없었던 것은 가장 문제가 없는 제출안이었다.

물론 좋은 개념과 문제가 없는 것이 서로 공존 할 수 없는 것이 아니기에 당선안 중에서 이 둘을 

모두 만족시키는 안들도 있었다.

다만  이것이 서로 충돌하는 경우, 즉 개념이 재미있는 안과 여러면에서 가장 문제가 없는 안이 충돌하는 경우

결국 손을 들어 줄 수 밖에 없는 것은 가장 문제가(혹은 문제의 소지가 적은) 적은 안이 될 수 밖에 없었다.

심사위원은 심사를 하면서 좋은 안을 뽑아야 한다는 기본적인 책임감도 가져야 하겠지만,

더 크게는 여기서 결정된 안을 완성시키기 위해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오랜 시간 돈과 에너지를 들여야 한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그리고 최종적으론 사용자의 입장이 가장 먼저 고려되어야 하고, 사용함에 있어 불편함이 없어야 한다.

그리고 이 불편함이란 것의 기준이 곧 우리 사회의 건축에 대한 인식수준이고, 이 불편함이란 것에 대한 기준이

다양해 질때, 우리는 더 다양한 개성의 건축물을 갖게 될 것 이다.

어쨌든 지금 현재 요구되는 발주처와 사용자의 이에 대한 인식에 어느정도는 부합되는(문제가 없는) 안이 결국엔 

뽑히게 되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이번 기회를 통해 발주처의 고충(?)도 나름 이해할 수 있는 기회였고,

심사위원들의 고민도 경험해본 시간이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자세로 현상을 해야 할까?

아니, 우리는 현상을 왜 할까?


이번에 제출한 사무소들을 보면 같은 사무소가 비슷비슷한 안들을 여러 현상에 제출한 경우도 있었다.

물론 큰 노력을 들이지 않고 당선의 확률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선 이해되는 면도 있지만

마치 현상안을 반복생산하고 있다는 느낌을 역시 지울 순 없었다.

현상안을 만드는 것과 당선이 그저 의례적인 행위인 것 처럼.


우리에게 현상은 나름 신성하다.

현상을 한번 하려면 정말 크게 맘을 먹어야 하고, 여러 무리가 따른다.

우리와 사무소 직원들 모두의 희생이 필요한 것이다.

그러다 보니 어떤 현상을 해야할지 고민하고, 지금 시기에 할수 있을지도 진지하게 고민하게 된다.


그렇게 하는 현상이니 우리에겐 그 의미가 크다.


개인적으로 현상은 지금 사무실에서 현재 하고 있지 않은(혹은 할 수 없는) 

스케일과 프로그램을 다루어 볼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건축적 사고의 틀을 다양하게 넓히는데 있어 중요한 기회이다.


따라서 우리는 당선 자체가 목표이기 보단

그 프로젝트에서 우리가 하고 싶은 안을 만들어 내는 것,

저런 프로그램과 프로젝트를 다루어 보는 것에 더 큰 목적이 있다고 믿는다.

그럼으로써 사무실 능력의 영역이 더 넓고 다양해 지기를 바란다.


현상이 끝나고 당선되지 않은 경우엔 물론 아프다.

그 이유를 이것저것 생각해 보지만 역시나 근본적으론 아직 실력이 부족해서라고 생각한다.


또한 동시에 현재 진행하고 있는 현장들의 소중함도 다시한번 느끼게 된다.


이 또한 현상의 긍정적 효과가 아닌가 한다. ㅎ


지난 몇달 고생한 사무소 식구들께 감사하며, 

나 개인적으로는 부족한 실력을 채워갈 수 있도록 더 분발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다짐한다.


180524 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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