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6개월부터 오른쪽 발바닥이 아프기 시작했다.
그 전에도 왼발 발등이 아프다거나 발목이 아프다거나 했던 적이 있었기 때문에
이번에도 시간이 지나면 낫겠지 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리기 할때만 아픈 것이 아니라
점점 걸을때도 아프고, 오래 서있어도 아프고, 자고 일어나 첫발을 내딪을때도
오른발 뒤꿈치부터 발 중앙부위에서 통증이 느껴졌다.
시간이 지나도 나아지지 않았다.
그 기간 동안에는 달리기를 제대로 할 수가 없었다.
달리기를 하는 동안에도 통증이 있지만,
문제는 달리기를 하고 나서 그날 밤 혹은 다음날 아침에는 통증이 특히 심했다.
그래서 처음에는 내 달리기 자세가 문제인가 라고 생각을 했다.
주로 발뒤꿈치가 아프니 아마도 달리면서 착지할때 발뒤꿈치가 먼저 땅에 닿는게 아닌가 의심을 했다.
달리기를 시작한 이후 최대한 발의 중앙부가 먼저 땅에 닿도록 하려고 자세에 신경을 쓴다고 했는데
내 머리 속 이미지와 실제 발을 딪는 모양이 다른가보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의도적으로 무게중심을 앞쪽에 두고 발 앞부분으로 땅을 딪고 달리려고 노력해 보았다.
마치 무협영화에서 고수들이 물위를 달려갈때 발 앞꿈치로만 물의 수면을 차면서 달려가듯이 말이다.
하지만 무협영화의 고수들이 그런 자세로 오래 달려나갈 수 없듯이 나 역시도 그런 자세로는 오래 달릴 수 없었다.
그래서 결국엔 달리는 속도를 늦추고 천천히 달리면서 발에 무리를 주지 않기로 했다.
흔히들 존2라고 하는 달리기 페이스가 있다.
흔히들 그것은 달리면서 옆사람과 자연스럽게 대화를 할 수 있는 정도의 강도라고 한다.
달리기라기 보다 조깅이라 부르는 것이 더 적절한 듯 하다.
당분간은 이 속도로 뛰어보기로 했다.
우선 달리기를 시작하기 전에 스트레칭을 꼼꼼히 한다. 특히 오른발은 더 그렇다.
여기저기서 배운 스트레칭 방법들을 추가로 써봤다.
시작 전 앞꿈치를 들고 걷기, 뒤꿈치를 들고 걷기, 힘빼고 제자리 뛰기 등등 머 그런 것들이디.
그리고 처음에 아주 천천히 달리기 시작한다.
속도는 630에서 700사이를 맞추려고 한다.
주로 혼자 뛰니 ‘옆사람과 자연스럽게 대화를 할 정도’ 라는 속도는 가늠할 수가 없다.
그래서 그냥 숨이 차지 않을 정도로, 이정도면 무리가 안가는거 같다는 느낌으로 뛴다.
그게 대체로 630에서 700사이다.
그렇게 뛰기 시작하면 처음 2킬로미터 정도까지는 오른발 바닥에 살짝 통증이 느껴진다.
못뛸 정도까진 아니지만 아주 편한 상태도 아니다.
그런데 그렇게 2킬로가 넘어가면 어느 순간 통증이 느껴지지 않고 발이 편안해진다.
아마도 몸에 열이 오르고, 부드러워지면서 근육이 이완되고
그러면서 몸이 달리기에 적합한 상태가 되는게 아닌가 생각했다.
그런 상태에서 10킬로까지는 큰 무리없이 뛸 수 있고 10킬로가 넘어가면(원래도 그랬지만)
몸에 무리가 가는게 느껴진다. 이건 내가 한번에 10킬로 이상을 많이 안 뛰어봤기 때문일 것이다.
이렇게 천천히 뛰는 동안 가장 힘든 것은 지루함이다.
이전에 이것보다 빨리 달리고, 또 빨리 달리는 것을 목표로 했을때는
달리는 동안 내내 내 호흡이 괜찮은지
다리에 느껴지는 피로감은 괜찮은지,
내 입에서 나오는 호흡을 귀로 들으면서 이를 리듬삼아 달리는 것에 집중할 수 있었다.
대단한 기록은 아니지만, 내 나름대로는 온 정신을 집중해야 했기 때문에
딱히 지루할 틈은 없었다.
하지만 천천히 달릴때는 좀 달랐다.
우선 꼭 온 정신을 집중해 최선을 다 해야지만 페이스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또 호흡을 크게 하지 않으니 귀로 들을 들숨날숨도 없고, 그래서 몸을 맡길 리듬도 없었다.
그러니 달리기가 지루했다.
따라서 천천히 달릴때 내가 얻을 것은 무엇이고 무엇에 집중할 것인지 생각할 필요가 있다
나는 그것이 자세였다.
빠르게 달리려 노력할때도 물론 자세에 대해 머리속에 이미지를 떠올리며 뛰려고 노력했지만
결국엔 나에게 편한 자세로 귀결되는 경향이 있다.
그때 그 편한 자세가 좋은 자세인지는 확실치 않다.
하지만 천천히 달리면서는
발이 땅에 닿을때의 착지위치,
무릎이 어떤 각도로 접히고 어느 위치까지 올라오는지,
엉덩이가 뒤로 빠져있는지 아닌지,
허리가 곧게 펴져있는지,
팔은 적당한 각도로 접혀서 적정한 폭으로 흔들리고 있는지,
턱은 위로 들려있는지 아닌지,
그래서 시선은 전방을 보는지 하늘을 보는지,
호흡은 팔이 흔들리는 리듬에 맞춰서 편안하게 이뤄지고 있는지 등
발끝부터 시선까지 뛰는 동안 이루어지는 몸의 부분부분을 다 머리속으로 생각하면서 뛸 수 있다.
물론 아쉬운 것은 이것이 내 머리속 이미지로 확인되는 것이고,
내 달리기 자세가 내가 생각하는 데로 이루지고 있는지
객관적으로 확인할 방법은 없다.
어쨌든 이렇게 달리기 자세를 최대한 신경쓰면서
일정 거리 이상을 달리다 보면 그 전에 생각하지 못했던 변화가 생기는 것을 느낀다.
그리고 그 느낌을 잊지 않기 위해 좀 더 단순화해서 내가 머리속에 떠올리며 뛰는 세 문장이 있다.
하나는, 무릎 아래는 없다 라고 생각하고 허벅지로 뛴다고 생각해라.
이는 무릎 아래로는 최대한 힘을 빼고 가볍게 뛰라는 의미이고, 무릎을 들어서 뛰는 것이 아니라
허벅지가 앞뒤로 움직이면서 뛰는 느낌이라는 뜻이다. 이렇게 하면 우선 근육이 가장 많은 허벅지를 제외하고
나머지는 최대한 힘을 쓰지 않고자 하는 것이고, 다리의 피로도를 줄일 수 있다. 또한 허벅지를 움직이는 느낌으로 하면
착지하는 발이 내 몸통 앞으로 갈 수가 없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발 중앙으로 딪게 되고 보폭도 짧아지며 케이던스도 늘어난다.
두번째는 엉덩이가 뒤로 빠지지 않게, 앞으로 내밀면서 뛰어라.
이렇게 하면 자연스럽게 허리가 펴지고, 가슴이 앞으로 나오고, 속도가 자연스럽게 생긴다.
중요한 것은 엉덩이가 뒤로 빠지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 뛴다는 느낌보다는 위로 뛴다는 느낌으로 달린다.
역시나 이러면 보폭이 짧아지고, 케이던스도 늘어난다.
세번째는 팔은 앞뒤로 스윙하는 것이 아니라 뒤로 스윙해라.
팔꿈치가 몸통을 기준으로 앞으로나오지 않게 뒤로만 짧게짧게 치라는 것이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보폭이 짧아져 케이던스가 올라가고, 힘을 덜 들이고 경제적으로 뛸 수 있다.
이 외에도 많이 있겠지만 내가 천천히 달리면서, 자세를 이미지화 하면서, 명심하려고 노력하는 세 가지 이다.
객관적으로 맞는 말인지는 전혀 보장하지 못한다.
나에게는 최소한 내가 상상하는 이상적인 달리기 자세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기준이다.
현재 시점으로는 그렇다
이 처럼 목표를 갖고 (나름대로)빨리 달리다가, 혹은 달리려고 노력하다가
천천히 달려보자고 결정했을때, 그것이 자의가 아닌 외부의 이유에서 라면 특히,
처음에는 목표로부터 멀어지는 듯한 느낌? 좌절?이 있었다.
하지만 천천히 달려야 할때,
비로소 그 전엔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을 뒤돌아 보는 기회가 될 수 있음을 알았다.
천천히 달리면서 비로소 내 몸과 내 자세와 내 호흡 하나하나를 되돌아 보는 기회가 되었고,
그로부터 오히려 더 오래, 꾸준히 달릴 수 있는 힘과 기초를 얻을 수 있었다.
천천히, 빠르게 달려가지 못할때, 경쟁하지 않고 나 자신에 집중할때 비로소 얻을 수 있는 것이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숨이 턱까지 차게 달리지 않아도 괜찮다, 그보다 느린 달리기에도 충분한 의미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이것이 결국엔 나중에 더 빨리, 더 멀리 달리고 싶을때 이를 가능하게 하는,
반드시 필요한 경험이 될 것이라는 걸 깨달았다.
사무소를 운영하는 것도 이와 비슷한 듯 하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대부분의 건축사사무소는 바다 위의 작은 배처럼 경기가 출렁일때마다
영향을 받아 함께 출렁거리고, 떠밀려 가기도 하고, 더 심할때는 뒤집혀지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요즘처럼 경기가 안 좋아 ‘불경기’를 넘어 ‘무경기’라는 웃지 못할 우스갯소리를 하는 지경이 되면
자의가 아닌 외부의 요인에 의해서 사무소에 일이 줄고, 우리가 달려나갈 동력이 줄어든다.
이처럼 어쩔 수 없이 천천히 달려야만 하는 상황이 왔을때, 달리기에서 처럼
외부의 상황을 바꾸려고 하기보단, 우리 스스로에 집중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서 그 동안 프로젝트를 수주 하는 것, 그 프로젝트를 (어떻해든)해 내는 것,
당장 넘어지지 않게 멈추지 않고 속도를 유지하는 것에 매달려 왔었다면,
이젠 속도를 줄이고, 사무소를 돌아보고, 그 동안 맘속으로 찜찜했던 것을 들춰보는 일들을 해보고자 했다.
지금이 사무소를 정비할 기회라고 생각했다.
그런 측면에서 내가 이미지화하고 있는 사무소의 모습은 ‘작고 단단하고 유연한 조직’이다.
‘작고 단단하고 유연한’
말 그대로 규모는 작지만 한명 한명이 모두 수준 이상이 되는,
그래서 어떤 종류의 프로젝트라도 내부에서 다양한 조합을 통해 해결 가능한 조직.
이것이 생각하고 있는 ‘작고 단단하고 유연한’ 조직이다.
우선 20명 가까이 되던 조직을 조금씩 줄여와서 현재는 그 절반이 조금 넘는, 작은 조직으로 조정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숫자를 줄이는 것이 아니다.
이 작아진 조직을 어떻게 구성할 것이냐 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
왜냐하면 당연하게도 조직을 줄인다고 해서 할 수 있는 역량을 줄이고자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역량이 겹치는 경우, 효율이 떨어지는 경우, 장기적으로 대체 가능한 경우, 유연하게 활용하기 어려운 경우 등
아쉽지만 사무소를 구성함에 있어 일종의 기준을 세우고, 그 기준에 맞춰 정리하는 시간을 보냈다.
한명 한명 면면을 봤을때 충분히 역량있는 친구들로 구성하고자 하였고,
어쩌면 앞으로도 계속 진행해야 되는 일일 것이다.
일면 너무 계산적이라 할 수도 있고, 인간적이지 않다고 할 수도 있다.
인간적으로는 다 맞는 말이고, 개인적으로는 개개인에게 모두 애정을 갖고 있지만,
사무소라는 개체로 봤을때는 다른 선택을 해야했다.
이런 과정을 몇 년에 걸쳐 천천히 진행했다.
모든 것이 의도했던 데로 되진 않았지만 말이다.
다른 쪽으로는 물리적으로 필요한 준비들을 하려 했다.
우선 사무소의 도면들을 스탠다드화 하려고 작업 중이다.
사실 이 부분은 시작은 오래되었지만 끝을 내지 못하고 있는 부분이긴 한데
작업의 효율화, 도면 완성도의 상향화를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작업이라 생각하고 있다.
또 하나는 역시나 BIM 관련이다.
사무소에서 BIM 을 사용한지는 꽤나 오래되었다.
물론 모든 프로젝트에 적용했던 것은 아니었고 몇몇 큰 프로젝트들에만 주로 사용하였다.
당시 제주도 월령CAVE 등을 통해 작은 프로젝트에도 적용하려 해 봤지만
우리가 생각하고 계획하는 방식, 건축주와 소통하는 방식, 프로젠테이션 하는 방식 등에는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결론적으로 이런 스터디들을 통해 디자인부터 최종 도면까지 모든 것을 BIM으로 진행하는 것은
우리 작업방식에 효과적이진 않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우리 작업방식 안에서 어느 단계에 어느 정도를 적용할 것이냐에 대한 적정성을
찾아보고자 하였고, 이를 위한 내부 테스트들을 진행했다.
그래서 작은 규모의 프로젝트와 좀 더 큰 규모의 프로젝트에서 어느 단계에서 어떤 목적으로
사용할 것이냐를 판단하고 사용해 보고 있는 중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AI 를 어떻게 활용할 것이냐도 또한 중요한 준비이다.
이 역시나 몇년 전부터 모든 단계, 특히 초기의 계획단계부터 적용할 수 있을지,
현재처럼 결과물을 생산하는 단계에서 사용할 것인지를 테스트해 오고 있다.
그리고 현재는 초기단계보다는 결과물을 효율적으로 생산하는 단계에서의 사용을
중점적으로 하고 있다.
이는 나름대로 우리에게 많은 가능성을 주었다.
특히나 국회세종의사당 국제공모를 진행하면서 AI를 사용하지 않았다면 우리가
감당할 수 없을 작업양을 AI 덕분에 마무리 할 수 있었다.
참고로 파이널에 올라간 5개 팀 중에서 우리를 제외한 4개 팀은 모두 대형사였고,
이들 중에서 결과물을 생산함에 있어 AI를 활용한 팀은 우리밖에 없었다.
즉, 대형사처럼 인력과 자본에 여력이 있는 곳에서 보다
우리처럼 아뜰리에의 경우 오히려 활용에 의한 효과가 더 극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시점에서, 특정 성격의 프로젝트에서는 말이다.
(앞으로는 어떤 추세로 나타날지 모르겠지만)
또 하나로는 작은 것이지만 사무실의 공간사용을 변경했다.
한참 전부터 느끼고 있던 불편함,
하지만 기존의 사용에 대한 익숙함과 변경에 따른 귀찮음,
그래서 나중에 좀 한가해지면 하자 하고 미뤄두었던 일을 해버렸다.
2층 직원들의 반발이 생각보다 좀 거세긴 했지만,
어쨌든 이제 손님들은 1층에서,
우리는 2층과 3층으로 깔끔하게 공간이 분리가 되었다.
일단 나는 현재까지 아주 만족스럽다.
2024년부터 25, 26년을 거치면서 우리가 겪고 있는 이 거친 파고는
쉽게 잦아들어 이전으로 돌아갈 것 같진 않다.
즉, 단순히 오고가는 경기의 사이클이 아니고 근본적인 변화의 초입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런 변화가 생겼을때 안타깝게도
작은 아뜰리에들이 대부분인 우리나라 건축설계의 생태계는 너무너무나 취약하다.
현재도 지난 몇 년간의 이 불경기라는 파고에 뒤집어진 사무실들이 곳곳에 있고,
앞으로는 어쩌면 더 심화 될지도 모른다.
문제는 알아도 대처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가장 근본적으로는 개개의 사무소가 아니라 우리 생태계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배가 되어
대처해야되지만 이는 개개의 사무소가 운좋게 살아남을 가능성보다 더 희박하다.
그만큼 현재 우리 건축계(특히 사협회를 중심으로)는, 적어도 내가 보기엔,
관심도 없고 능력도 없다. 재앙적이다.
때문에 관심과 에너지는 어쩔 수 없이 내부로 향할 수 밖에 없고, 이기적일 수 밖에 없다.
우선 우리라도 채비를 해야하고, 파고에 배가 부서지지 않기를 바랄 수 밖에 없다.
지금 하고 있는 준비가 맞는 방향인지, 이 정도면 되는지 확신이 없고 늘 불안하다.
그럼에도 할 수 있는 건 할 수 있는 걸 하는 것 밖에는 없다.
P.S
내 발의 통증 원인은 병원에 가보니 족저근막염이라고 한다.
발병원인은 무엇이라 딱히 특정지을 순 없지만,
의사가 해주는 말은 살을 빼시고, 되도록 쿠션이 있는 신발을 신으셔라 였다. ㅠ
치료는 충격파 치료라는 것을 10회 받았다.
받아본 분들을 아시겠지만 일상에서 겪어보지 못한 딴세상 통증이었다.
통증의 정도가 심하다는 것이 아니라 느낌이 그렇다는 것이다.
암튼 10회를 모두 마쳤음에도 불구하고 호전은 되었지만 완쾌는 되지 않았다.
여전히 뒷금치에는 통증이 있다.
매일매일 재활하는 느낌으로 집에서 케어를 하고 있다.
이렇게 특별한 이유도 모른체, 몸에 오랜시간 달고 있는 아픈 곳이 생기니
이렇게 나이들어 가는 건가 하는 슬픈 마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