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였는지 정확히 기억은 안나지만 

마치 데자뷰처럼 지금의 이런 마음이 이전에 겪어본 것 같은 느낌이 어렴풋 든다.

근심이 가득하고, 의욕은 없고, 걱정만 많던 그런때

문득문득 두려움이 엄습하고, 때려치고 싶은 욕구가 울컥울컥하던 그런때

지금 잘 하고 있는가 하는 생각에 등에서 식은땀이 나고,

내가 혹시 중요한 걸 놓치고 있거나

중요한 때를 모른체 지나가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두려움이 마음을 짓누르고 있던 그런때 

모든 것이 '불안한' 그런때 말이다. 

 

요즘 많은 분들을 만나고, 여러 상황들을 보고 겪으며 우리는 지금 이대로 괜찮은 건가 하는 생각을 깊이한다. 

마치 깨지지않는, 보이지 않는 유리벽같은 껍질속에서 의미없이 허우적대고 있는 것 같은 생각도 든다.

서서히 죽는지도 모르고 끓는 물안에 그대로 있는 개구리는 아닌가 하는 염려도 있다. 

 

이 총체적 불안함 의 이유에는 지금의 건축계가 겪고있는 공통적 이유도 있고,

그와는 별개의 특수한 이유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이유들로 인해 발생가능한 결과들도 여러가지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아마도 그 중에서 나를 가장 불안하게 만드는 이유 중 하나는

사무실 직원들에 대한 책임을 다 하지 못할까 하는 걱정일 것이다.

마치 준비없이 어른이 된 것 처럼,

사무실을 시작했다는 이유로 자연스럽게 직원들 삶의 한 시기를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 되었고,

이는 늘 그럴수 있음이 감사한 일이었지만,

동시에 나는 아직 그 만큼의 어른이 되지 못 한것 같아 당황스럽고 힘겨울때가 있다.

특히나 이렇게 어려운 시기에는 내가 끝까지 그 역할을 할 수 없을까봐 두렵다. 

 

불안함이 나를 짓누루고 그런 마음이 내 머리속을 채우게 되면

결과적으로 사람이 점점 조급해진다. 

조급해지다 보면 서두르게되고, 기다리지 못하게 되며, 성질이 가벼워진다.

그리고 그런 태도로 대하는 일이 제대로 될 리가 없다. 

그럼 더더 불안해지고 모든 안좋은 것이 반복된다. 

 

따라서 이럴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사실 하나밖에 없다는 것도 알고있다. 

옛 일본의 존경받던 고승이

" 걱정하지마라, 어떻게든 된다" 

라는 일견 평범해 보이는 말을 일생의 깨우침으로 후세에 전했던 것처럼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버티고 버티다보면 어떻게든 되겠지' 라는 마음으로 

지금 내 손에 있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다. 

내가 기억하고 있는 이전에도 이렇게 했던 것 같다. 

그러다보면 어느순간 나도 모르는새에 다른 상황과 마음이 되어 있었던 것 같다. 

아마도 그랬던 것 같다. 

이것이 내가 30대를 지나면서 얻은 경험이라면 경험이다.

 

내가 불안해하고 조급해하면 사무실 전체가 그렇게 느낀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래서 이제 마음을 좀 정리해야할 듯하다. 

내가 어찌 할 수 없는 것에 집착하거나 근심하지말고

당분간은 내 손안에 있는,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고자 한다.

가지고 있는 것에 감사하고 하나하나에 애정을 쏟고자 한다. 

그러면서 동시에  지금의 우리를 돌아보고 괴롭더라도 피하지말고 준비할 것은 준비해야 한다고 마음먹는다.

그래야 시간이 지나 더 큰 후회를 줄일 수 있을 것 같다. 

 

글을 쓰다보니 이 글을 누가보라고 쓰고 있는지 모르겠다. 

스스로에게 하고싶었던 다짐인데 여기에 왜 쓰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다만 사무실을 해오며 불안하기로 몇 손가락에 드는

지금의 이 시기를, 이 마음을 이곳에 글로 남겨두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았다.

또 불안함을 대하는 지금의 이 태도가 훗날 잘 한 짓인지도 확인해보고 싶다. 

 

여기에 한가지 소박하게 더한다면

각자가 그 이유를 자세히 얘기하기 어렵고, 

어쩌면 그 이유를 정확히 알지 못할 수도 있지만 어쨌든

현재 불안함에 조급해 하고 있는 여러, 많은 사람들에게

혼자만 그런 것이 아니다라는 작은 위안을 줄 수 있으면 좋겠다. 

 

일단은 버텨내자. 

 

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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