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이 어느새 겨울이 되어 간다.

그리고 어느새 생존기의 마지막 글을 쓴지도 1년이 되어간다. - _  -;;


그러다 보니 아직 때가 좀 이르긴 하지만

지난 1년 동안 머 했는데 벌써 1년이 다 갔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그런 생각을 하필 새벽 3시가 다 돼가는 시간에 하다가 생각난 김에

생각난 거라도 글로 좀 남겨볼까 하고 쓰기 시작한다.


사무실을 시작하고 첫 건축 프로젝트였던 강진의 지역아동센터와 벌교의 뽁뽁이집은

원치 않았던 직영공사 였다. 

당시 왜 그 프로젝트들이 직영공사로 진행될 수 밖에 없었는지는 지난(지나도 한참 지난....) 글에서 

설명을 하기도 했고, 대략 상황만으로도 추측 가능하시리라 본다.

어쨌든 그 이후로도 몇 개의  Low Cost House 프로젝트들을 직영공사처럼 진행을 했다.

엄밀히 말하자면 "반 직영"정도였다고 할 수 있지만 어쨌든 늘 현장 가까이에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했던 "반 직영공사" 가 부암동 House 였다.

여기서 "반 직영"이란 시공을 시공사가 아닌 시공팀 정도와 함께 하면서 돈관리를 우리가 하고, 

현장 관리는 그 시공팀의 반장님께 약간의 자율이 주어지는 그런, 지금 생각해보면 

참 복잡하면서도 체계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했다는 의미이다.


어쨌든 그러다보니 여러가지 우여곡절끝에 정말

사무실이 금전적으로 파산일보 직전까지 가는 참사와

현장에서 매일 페인트칠을 하고 땅을 파야하는 보람된 상황을 마주하게 되었었다.

사무실 화장실에서 매일 샤워를 하는 눈물나는 날들이 있었다.

그 후 다시는 직영공사를 하지 않으리라 마음먹었다. 


사실 직영공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척 매력적이다.

특히나 개인적으로 현장에서 하나하나 만들어져가는 것을 보며 흥분하는 사람에게는 더 그렇다.

따라서 앞서 언급한 그런 경제적, 육체적 고됨은 그 기쁨에 비하면 못할 것도 아니다.

다만 그런 고됨보다 더 괴로운 것은 바로 공사가 끝나고 나서다.

공사란 모름지기 끝나고 나서 몇번은 잔손을 볼 수 밖에 없는 것이라고 누군가가 그런것처럼

끝나고 나서도 자잘한 (때로는 큰!) 하자들이 발생한다. 

공사를 한다는 것은 끝나고 나서 발생하는 문제들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의미이다.

시공사에서는 이런 것들에 대응할 수 있는 인력도 있고, 그 만큼의 이윤도 견적에 있을테고,

무엇보다 하자보수도 업무의 하나이다 보니 어렵지 않게 대처할 수 있겠지만

우리에게는 그것이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었다.


기본적으로 공사에서 돈이 남지 않아서 였기도 하고, 그럴만한 인력이 없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힘들었던 것은 프로젝트가 끝났는데도 끝나지가 않는다는 것이다.

한정된 인력으로 새로운 일에 집중하지 못하고, 하자보는 데에 에너지를 쏟으니

사무소가 앞으로 나아가질 못한다는 느낌이었다.

직영공사란(특히 건축공사는!) 좀더 경험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마음만 있다고 할 수 있는 건 아니라고 판단했다.


그 후 사무소의 대부분 프로젝트들은 시공사를 통해 진행이 되었고,

우리는 그저 직영공사 하듯이 감리를 나갔다. 


시공사들과 작업을 하며 많은 것을 배웠다.

그 중에선 정말 장인과도 같은 시공사도 있었고, 

작은 시공사였는데 같이 일하면서 같이 성장해가는 듯한 시공사도 있었고,

눈에 보이는 마감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기본적인 기능에 더 집착하는 시공사도 있었다.


이렇듯 서로 다른 장단점을 갖고 있지만, 

시공사들은 어쨌든 전문가이다.

시공에 관한한 사무소 컴퓨터 앞에 앉아 머리로 생각한 우리보다는 훨씬 더 현실적이고 물리적이다.

따라서 시공사를 단순히 건축가의 지시를 이행하다는 집단이 아니라,

또 다른 파트너이자 전문가로서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 노하우를 공유하려고 노력해 왔다.

그 과정에서 여러 시공사로부터 서로 다른 점들을 배울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늘 현장에서 느끼는 아쉬움들이 있었다.  


정말 이 작업에 이 정도 금액이 들어갈까?

공사 순서대로 차근차근 하면 될텐데 왜 순서를 뒤죽박죽해서 일을 복잡하게 할까?

왜 다음 공정에서의 작업내용을 미리 고려해서 작업해 놓지 않아서, 뒤에 가서 데나우시를 낼까?

(데나우시? 대나우시? 현장에서 작업한걸 뜯어낼때 쓰는 용어인데 막상 글로 쓰려니 어색하고 이상하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이보다 더 와닿는 표현이 없는 듯 하다. 먼가 어감도 그렇고 ㅋ)

마감에 대해 고민을 하면서 작업을 해야 되는데 왜 그렇지 못할까?

왜 이렇게 현장은 지저분 한가?

왜 건축주와의 의사소통이 투명하고 원활하지 못할까?


등등 의 궁금증과 아쉬움들이 마음속에 있었다.


사람은 시간이 지나면 과거의 힘들었던 기억들을 다 잊는 거 같다.

우리가 직접하면 저런 부분들은 더 잘 할 수 있을거 같은데 하는 

건방진 생각들이 자꾸 불쑥불쑥 들었다.


그러던 와중에 이번에도 또 자의반 타의반으로 직영공사를 해야하는 상황이 생겼다.

그것이 바로 지난 가을이었다.

상황은 타의적이었지만 시작은 자의로 했다.

그 후 연이어 세개의 프로젝트를 직영으로 공사를 했고, 지금도 하나를 준비 중에 있다. 


다음 글에서는 바로 이 프로젝트들에 대해서 설명을 좀 해보고자 한다.

왜 시작했는지, 사무소 처음에 했던 직영공사와 비교해 무엇이 달라졌는지,

해보고 나서 느끼는 장,단점은 무엇인지 등등

어쩌면 현재 직영공사를 하고 있는 많은 사무소분들,

혹은 건축주분들께 부분부분 공감이 가거나 도움이 될 수 있는 얘기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단순히 우리의 감상에서 끝날 수도 있지만 ㅎ


정말로 오랜만에 블로그에 장문(?)의 글을 쓰다보니 좀 부자연스럽기도 하고 어색하기도 하다.

그리고 일단 어깨도 아프다. 

머든 조금씩이라도 자주자주 하는 것이 자연스럽고 좋다는 것을 새삼 나이들며 느껴가고 있다 ㅎ


그럼 이 다음 글을 그리 멀지 않은 시간에 쓸수 있기를 희망하며.... 

오늘은 끝!


171115 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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