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를 하기 위해서 신체적으로 필요한 조건은 크게 두 가지 인것 같다.
내가 달리면서 느끼는 고통이 크게 두 파트이기 때문이다. 
하나는 당연히 중력을 거슬러 우리 몸을 앞으로 그리고 위로 밀어내주는 다리, 더 구체적으로는 발바닥부터 종아리 
그리고 허벅지까지의 모든 근육 들이고, 다른 하나는 바로 이렇게 달릴 수 있도록 다리에 피를 공급해주고, 
피에 산소를 공급해주는 심장과 폐일 것이다. 
즉, 호흡과 다리근육이 조화롭게 작동해야 달리기를 오래 잘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머 쌀로 밥짓는 소리처럼 당연한 얘기다. 

우선 처음 달리기를 시작할때는 호흡이며 다리근육을 구분할 것 없이 그냥 힘들다. 
숨쉬기도 너무 힘들고, 다리도 천근만근 질질 끌린다. 이땐 그냥 온 몸뚱아리가 다 힘든거 같다.
하지만 꾸준히 달리기를 시도해보고 그 거리가 점차 늘고, 
그 시간이 조금씩 쌓여가다보면 다리의 곳곳에는 달리기를 위해 필요한 근육이 조금씩 생기는 거 같다. 
다리가 처음보다는 점점 고통이 덜 해지는 느낌이 든다. 물론 그러다가 어느 날은 다리에 심한 피로감을 느낄 때도 있지만 
그건 그냥 오늘 컨디션이 안 좋은가 보다 하고 넘어가면 된다. 
이렇게 근육들을 단련하는 느낌으로 하루하루 달리기를 하다 보면 이제 좀 더 효율적으로 달리는 방법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다. 
그래서 이때쯤 몇개의 유튜브 영상들을 찾아보았다. 그래서 달리기를 할때 발 바닥은 어떻게 착지해야 하는지 보폭은 어느 정도를 유지해야하는지, 
무릎은 어디까지 들어올려야 하는지, 상체는 어떠해야 하는지 등등 을 배웠다. 
하지만 보고 머리로 이해하는 것과 몸이 따라가는 것은 완전히 다르다. 
본대로(사실은 보고 머리속으로 상상하고 있는 데로)해보려고 하지만 당연히 어색하고, 더 힘들고, 심지어 다리도 더 아프다, 처음에는. 
거기다 지금 생각해보면 유튜브마다 얘기하는 내용이 조금씩 다르고, 강조하는 지점도 다른데 나는 그것들 중에서 무엇이 나에게 필요한 건지 잘 모르고 
그저 좋아보이는 건 다 따라하려 해보니 처음에는 엉망진창이었다.  
또 어떤 유튜브는 오래 천천히 달리는 것을 강조하려는 내용이었고, 또 다른 유튜브는 빨리 달릴 수 있도록 도와주려는 내용이었는데 
나는 그걸 다 따라하려 했으니 지금 생각해보면 이도 저도 안되고 힘만 들 뿐이었다. 
아무튼 그렇게 여러 유튜브를 따라해 보면서, 그리고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달리기 폼을 조정해 가고, 그렇게 또 달리면서 
그래도 다리의 근육이 발달해 간 것 같다. 
개인적으로 느꼈을때 이 다리 근육은 어쨌든 근육이다 보니 달리는 시간과 거리를 늘리면 어쨌든 조금씩 만들어지고, 단련되어 간다는 생각이 든다. 
다만 어떤 폼과 어떤 느낌으로 달릴 것이냐를 좀 더 배우고 달려서 그에 적정한 근육을 훈련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이것이 달리기의 한 축이다. 

두번째는 호흡, 더 정확하게는 아마 폐활량이라고 하는 것이 맞을 것 같다. 
달리기를 하다가 힘들다고 느낄 때는 둘 중 하나이다.  다리에 피로감을 느끼거나 아니면 숨이 너무 차는 경우이다. 
특히 익숙한 속도보다 조금만 빨리 달리면 숨쉬기가 힘들어지고 가슴이 아프고 하는 상황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 
나 역시 평소속도보다 조금만 빨리 달리면, 금새 호흡이 빨라지고 숨이 가빠지고 가슴이 아파온다. 
이런 속도로는 1킬로미터를 달리기도 쉽지 않은 상태가 된다. 결국 다리가 괜찮아도 이 호흡이 딸리면(부족하면) 오래 혹은 빨리 달리기는 어려웠다. 
그러다보니 이 호흡량 혹은 폐활량이라는 것도 다리 근육처럼 꾸준히 노력하면 개선 혹은 훈련될 수 있는 것인지 궁금했다. 
더 빠른 속도의 수준에 가본적이 없으니 내 수준에서 어떻게 하면 그럴 수 있는지 알기는 어렵다. 
다만 처음에 달리기를 시작했을 때는 매우 느리게 1킬로를 뛰는 것도 숨이 찼기때문에 그때에 비하면 현재 그보단 훨씬 호흡이 편안해졌고, 
이런 원리라면 이것도 달리기를 하다 보면 늘 수 있는 건가 라고 추측하는 정도다. 
한편으로 유튜브에서 배운 또 다른 내용으로는 이 호흡량(최대산소포화도?)이라는 것은 
어느정도 선천적으로 타고 나는 것이어서 후천적 훈련으로 개선하는 것에 한계가 있다는 내용도 있었다. 
그리고 그나마도 이 후천적 개선을 위해서는 특별한 훈련(인터벌이나 업힐과 같은) 이 필요한 듯 했다. 
아직까지 시도해 볼 마음이 들진 않았다. 
어쨌든 이 호흡이 달리기의 또 다른 축이다. 

달리기를 지속적으로 하고 위해서, 일정시간 혹은 일정거리를 달리기 위해서는 결국 이 호흡량과 다리근육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어야만 가능하다. 
그렇지 않으면 어떤 경우에는 다리에 피로감을 심하게 느껴서 멈추게 되고, 또 어떤 경우에는 숨쉬기가 너무 힘들어서 멈추게 된다. 
이 두 엔진을 함께 관리해줘야 한다.


사무소도 마찬가지다. 
건축사사무소 일 중에서 설계의 성격은 어쩌면 크게 두 가지 인 것 같다. 
적어도 우리 사무실에선 그렇다. 
첫번째는 빠르게 요구되는 디자인이다. 
이는 처음에 개념을 정리하고, 이를 방향 삼아 기본 계획을 정하고, 나이스(Nice)하면서 균형잡힌 형태를 구성하고, 
마지막으론 이를 프리젠테이션 하는 것 까지다. 이 단계를 잘 하기 위해서는 논리적 사고능력이 필요하고, 동시에 날카로운 감각도 필요하다. 
물론 좋은 공간과 형태에 대해 스스로 갖고 있는 높은 기준도 있어야하며, 이를 프로젝트에서 표현해 낼 수 있는 분별력도 필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새로운 것을 두려움 없이 시도할 수 있는 추진력도 있어야 한다.  
기술적으로 3d툴을 포함해 이미지를 생성하는 툴들을 잘 다루는 것은 기본일 것이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빠른 호흡으로 속도감 있게 이루어져야 한다. 
주로 규모가 큰 계획이든, 현상공모, 혹은 프로젝트의 초기 디자인에 해당한다. 

두번째는 더 느린 호흡과 함께 요구되는 똘똘함이다. 
우리 같은 아뜰리에 사무소의 기본이 되는 것들은 소규모 프로젝트들이다.
이 프로젝트들은 짧은 시간에 순발력 있는 호흡이 요구되기보다는 긴 호흡 안에서 지치지 않고 꼼꼼하고 차분하게 프로젝트를 대할 수 있는 
의연한 능력이 필요하다.  이 프로젝트들은 건축주와의 소통을 통해 매력적이지만 동시에 실제적이고 현실적인 디자인을 해야한다. 
이후에는 인허가를 위해 허가권자와, 때로는 비상식적이까지 한, 싸움을 해야하고, 각 종 법규와 디자인 의도, 공사 예산 등을 고려한 실시설계를 해야하고, 
그 과정에서 수많은 협력업체와 협의하고 조율하는 과정을 거쳐야한다. 
또 공사가 시작되면 시공사와 각종 사항들에 대해 조율과 협의를 해야하고, 건축주와도 계속된 소통이 필요하다. 
이 과정 속에서는 수 많은 변수가 발생하고, 그와 관련된 수많은 이해관계자들 사이에서 그때그때 상황을 정리하고 조정하는 것을 해야한다. 
따라서 꼼꼼하고 성실해야하며,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스트레스를 잘 관리하고 견딜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하고, 끝까지 원하는 수준을 구현해내려는 집요함도 있어야한다. 
번뜩이는 디자인보다 흔들리지 않는 유연함과 똘똘함이 요구된다고도 할 수 있다. 

사무소를 잘 운영하기 위해서는 크게 이 두가지 영역에 대한 역량을 모두 갖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마치 달리기의 근육과 호흡처럼 이 두 가지 능력 중 한가지만으로는 사무소를 운영해 가는 것이 어려울 때가 많다. 
그리고 사무소가 이 두 가지 영역에서 균형을 갖고 있다는 것은 그런 능력을 가진 사람들로 균형있게 구성되어 있다는 의미이다. 
개인적으로 건축을 하면서 주변에 위의 두 가지를 모두 잘하는 사람도 물론 있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두 가지 능력 중 어느 한쪽에 좀 더 장점을 보이는 경우가 더 많았다. 
위에 길게 나열해 논 것처럼 사실 디자인을 빠르게 잘 하고,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완공해 낸다는 그 결과를 위해서는 너무나 다양하고도 많은 능력이 요구된다.
따라서 그 모든 걸 한명이 골고루 다 잘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대단한 능력을 요구한다. 
사람이기 때문에 어쩌면 그 중에서 특정 영역에 더 장점을 보인다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우리는 건축학과의 교육과정을 거치면서 자연스럽게 건축설계란 곧 디자인을 잘하는 것이라고 배워왔고, 이는 곧 형태를 만드는 행위와 동의어처럼 받아들여졌다.
꼭 말로 그렇게 하지 않더라도 학교의 분위기가, 커리큘럼의 비중에서, 접하는 외부정보들에서 그렇게 알게 모르게 인식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디자인을 하는 것은 건축설계의 극히 일부라는 것을 우리는 실무에 나오면 깨닫게 된다. 
디자인 이후에 이것이 현장에서 물리적 구조물로 완성되기 위해서는 도면하나하나, 디테일 하나하나, 재료 하나하나, 
그리고 사람과의 관계 하나하나가 다 잘 설계되어야 하고, 이를 잘 관리할 수 있는 똘똘함이 매우 중요하다. 
이는 더 깊고 입체적인 설계영역이라 할 수 있고, 수많은 자본과 시스템을 다룬다는 측면에서는 다른 의미의 예술이라고도 볼 수도 있다. 

따라서 우리는 사무실 인력을 조직하고 구성하면서 모두 다 잘하진 않더라도, 
앞서 얘기한 두 가지 측면 중에서 어느 쪽에건 명확한 장점을 갖고 있는지를 판단하려 노력한다. 
그래서 두 영역에 있어 장점을 가진 사람들을 균형 있게 구성해 사무소가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게 하려고 노력한다. 
그래야지만 다양한 규모와 프로그램과 성격과 속도를 가진 프로젝트들을 모두 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이 마치 달리기의 근육과 호흡처럼, 사무실이 더 오래 더 다양하게 더 멀리 달려갈 수 있는, 균형 잡힌 조건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2,3년 동안에는 설계공모를 많이 하지 않았다. 
24년도에는 두 개를 해서 운 좋게도 두 개가 모두 당선되는, 승률 100%의 기염을 토한 이후,  
25년도에는 하나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올해 오랜만에 설계공모를 참여하기로 하고 시작했던 것이
국회세종의사당 마스터플랜 국제설계공모 였다. 

시작은 아는 소장님들과의 술자리에서였다. 
‘ 그래도 국회가 이전하는, 
우리 일생에 다시 없을 특별한 프로젝트인데 참여는 해봐야 되는거 아니냐, 
안되더라도 해보자 보자 보자 보자… ’ 
우리 가슴에 아직 패기라는게 남아있는 척, 사실 반쯤은 중년의 취기였다. ㅋ
그렇게 아는 소장님과 함께 팀을 이뤄 신청을 하고 기세좋게 시작을 했지만 
아는 소장님은 현실을 직시하신 후 ‘원소장님께 뒤를 부탁합니다~’ 라는 말씀과 함께 
중도 이탈을 해버리셨다. 
그렇게 허허벌판에 남겨진 후 어쩔까나 잠깐 고민을 한 후 우리는 단독으로라도 이미 
시작한 이 레이스를 마무리 해야겠다는 무모한 결정을 하였다.  

아니 현상하나 하면서 머 이렇게 중도 이탈이니, 무모한 결정이니 하느냐고 하실 수도 있겠지만,
국회가 이전하는, 총 사업비가 약 5조가 넘는 대형 프로젝트이고, 이를 위한 마스터플랜을 
뽑기 위한 설계공모이다 보니 우선 군침을 흘리는 고래들이 너무 많을 것은 뻔하였다. 
거기다가 이 고래들을 생각해서 인진 몰라도 제출물의 양과 계획해야되는 양이 엄청나게 많았다.
또한 이건 공모기획단계에서 무슨 꿍꿍이가 있거나(이 정도 할 수 있는 규모만 참여해라 라고하는…)
제정신이 아니거나 둘 중 하나라고 밖에는 의심할 수 없는 지침들도 많았다.
 
그러니 이걸 우리같은 새우가 고래들 틈바구니에 껴서 해도 되는겨?
되도 않는 일 괜히 해서 줘터지고 나오는거 아녀?
이거 우리 인력으로 마감이나 할 수 있는겨?
건축판에 있는 고래들은 거의 다 들어올텐데 이 판 깨끗하다고 할 수 있는겨?

등등 이 프로젝트를 끝까지 하기로 결심하기 위해서는 속으로 감수해야하는 것들이 많았던 것이다. 

그럼에도 일단 한번 시작한 건 어떻게든 마무리는 한다라는 우리의 가오(?)와 
안해도 딱히 할일이 없던 당시의 우리의 슬픈 상황과 맞물려, 
떨어질게 뻔하지만 그래도 끝은 본다며 고! 를 외치게 된 것이다. 

그렇게 시작한 공모는 약 두 달간의 치열한 내부작업과 주말을 반납한 직원들의 헌신을 통해 
드라마틱하게 1차를 통과해 최종 파이널리스트에 올라갔고, 최종심사에서 4등으로 마무리 되었다. 

사무실을 하면서 공모전을 여러번 했지만 공모 이후 이렇게 후기를 남긴 적은 없었다. 
우선 당선되지 못한 공모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얘기하는 것은 결국 패배자의 변명으로 밖에 
보이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하지 않았고, 당선된 경우라면 굳이 자랑이 될거 같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공모 최종심사를 보며 
이번에는 짧게라도 후기를 남겨야겠다 라는 생각을 했다. 
그 이유는 몇 가지가 있다. 
다만 지금부터 쓰는 글이 결국 돌고돌아 패배자의 옹졸한 변명과 원망으로 보일 수 있음을 
나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고, 너무 감정적이지 않고자 몇 번을 정제한 후 글을 올린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앞서 못먹어도 고! 를 외친 이유를 짧게 언급하긴 했지만 
그 이유에는 사실 가장 중요했던 한 가지가 더 있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지난 계엄 이후 우리 사회의 권력관계는 
과거와는 분명하게 달라졌다고 생각한다. 
특히 시민들 사이의 어떤 보이지 않는 정신적 연대가 생겨났고
시민과 국회의원이 온전히 한편이 되어본 이후 그 사이에는 전에 없던 유대가 만들어진 듯 하다.
말로만 하던, 시민을 받드는 정치가 아니라 진심으로 국회가 시민의 눈치를 보고,
시민을 무서워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위기의식도 생긴듯 하고
진정으로 우리나라의 주권자는 국민이구나를 실감한듯 했다. 

고대부터 현대까지, 반만년 우리 역사에서 이렇게
권력과 시민의 관계가 수평적이 된 적이 있었던가.  
따라서 이런 시점에 새롭게 계획되는 국회세종의사당은 재정립된 
국회권력과 시민의 관계를 공간화 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우리의 민주주의는 세계의 모범이 되었고, 
다른 어느 나라보다 자발적이고 시민주도적이며 강한 회복력을 가진 민주주의를 갖게 되었다. 
따라서 우리 국회가 보여주어야 하는 모습은 
세계에서 가장 앞에 서있는 민주주의 그 자체를 상징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도대체 세계 1등 민주주의를 상징하는 국회는 어떻게 정의되야 할까?
과연 그 모습은 어떠할까.

나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이 스스로도 너무 궁금했고, 
다른 많은 건축가들은 과연 그 모습을 어떻게 상상하고 구현해낼까, 
그들이 내놓는 답은 어떠할지 또한 너무나도 궁금했다.  
이 질문을 온전히 고민해보고, 남들이 내놓은 답을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공모에 참여하는 것이 가장 좋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고민한 것 만큼 남들이 고민한 것이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사실 공모에 참여한 가장 중요한 이유였다. 
그래서 당선은 어렵더라도 당선작을 보며 무릎을 탁! 하고 칠 수 있는 
그런 결과를 볼 수 있기를 바랬다. 

우선 우리 스스로 그 답을 찾아보고자 많은 고민을 했다. 
역사적으로 권력기관이 가져온 관습적, 상식적 개념과 배치에서 벗어나고자 하였고,
우리 대한민국의 세계적 위상에 맞는 시민과 국회의 새로운 관계가 무엇일지 찾아보고자 하였다.
솔직히 말하자면 스스로 그런 노력을 했다고 생각하지만, 제출하는 순간까지도  
우리 계획안이 정말 그 답을 찾았는지에 대해서는 확신이 없었다. 
그래서 제출된 다른 안들에서 우리가 미처 생각지 못했던 제안이 있기를 진심으로 기대했다. 

이해하기 어려운 심사.
고대와 중세를 거쳐 근대에 이르기까지 권력기관은 권위를 건축과 공간으로 표현하고자 하였고,
그 핵심은 축과 스케일일 것이다. 
개인을 움츠려들게 만들고, 가장 높은 권력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어떤 단계를 거쳐야 함을 
의미하는 축과 스케일. 
권력과 시민 사이의 거리를 만들어 이를 권위로 치환하는 공간구조.  
개인적으로 이 상징적 축을 중심으로 배치를 하는 건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는 방식이지만, 적어도 이번에는 쉽게해선 안될 방식이라고 생각했다. 
왜 우리는 여전히 국회의 권위를 거대한 축을 통해서 보여주어야 하는가. 
그렇게 거대한 축의 끝에 위치한 국회가 과연 미래 국민주권시대에 그 권한을 위임받은 
국회의원들이 있어야할 자리인가. 
시민은 그 국회를 볼때 이 거대한 축을 통해서 보고, 
이 긴 축을 어렵게 가야지만 국회에 도달하는 것인가? 
그것이 주권자인 시민과 대리자인 국회의 수평적 관계인가? 
국가의 권위와 상징이 왜 앞으로도 축의 폭과 길이에 의해 나타나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심사과정에 나온 축에 대한 관점, 국회가 금강 변에 있어야하는 이유 등은 이해할 수 없었다. 
런던과 베를린 그리고 금강 주변의 도시맥락과 역사가 완전히 다른데
그저 강변에 있어야 하는 이유가 런던과 베를린이 그러하니 그래야 한다라는게 이유가 될 수 있는가? 
국가의 상징은 인공위성에서도 보일 만 해야하고 
그것이 국격과 이어진다는 방향의 심사평은 도대체 어떻게 받아들여야하는가?
민주주의, 국회, 그리고 그 권력의 주인인 국민의 관계를 
여전히 근대적인 축을 통해 보여주고 상징해야 하는가? 
그럼 축이 더 크고 넓을 수록 국격이 올라간다는 것인가? 
그럼 우리는 도대체 얼마나 크고 거대한 축이 필요한 것인가? 
개인적으로는 동의하기가 어려웠다.

결국 상징축이 있다고 결정해도 좋다.
그렇다면 그 이유를 납득이 가게 설명해줬다면 좋았을 것이다. 
왜 우리의 새로운 국회는 미래에도 축이라는 것을 통해 국가의 상징과 국격을 표현해야하는지, 
그 비워진 거대한 공간이 평소엔 어떻게 시민의 일상과 닿을 수 있는 것인지, 
축을 통해 국회와 시민의 거리가 멀어진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받아들이고 해석될 수 있는지.
새로운 국회의 정체성이 어떻게 해석되어서 축이라는 장치로 녹아들고 공간화 될 수 있다고
판단하는지를 심사과정을 통해 들려줬어야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지만 인구 40만이 안되는 세종시에 
폭이 100미터에 길이가 1킬로미터가 넘는 거대한 빈 공간이 
정말 필요한지에 대해 수긍할 수 있을 것이다.

국회본관 주변의 수공간은 또 무엇인가. 
해자와 같이 삼면이 물로 둘러싸인 이 공간이 과연 시민 가까이에서 시민과 소통하는 국회의 모습에 적절한 것인가?

개인적으로 이번 심사의 과정에 대해 무척 아쉽다.
우리가 당선이 되는냐 마느냐 하는 문제가 아니고, 당선안이 좋다 아니다의 문제가 아니다.
처음부터 당선만을 목적으로 하진 않았기 때문이다.
다만 공모 과정을 통해 매우 기대했던, 
오랜 전근대시대와 초기 우리 현대사를 거치며, 
수 많은 피로 어렵게 어렵게 비로소 이룩한 시민과 권력의 수평적 관계.
이 위대한 우리사회의 진보를 상징해야하는 국회를 계획하는데 있어, 
어떤 민주적 가치와 미래적 방향성을 기준으로 삼았는지 
솔직히 몇몇 심사위원들로부터는 그 의도를 찾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심사과정을 통해, 최종 결과를 통해 배우고자 했던, 새로운 혜안을 보지 못했다.

이번 공모를 통해 사무실 스스로는 
이 정도 규모의 프로젝트를, 
이 정도 양의 제출물들을 소화해낼 수 있다는
역량을 확인할 수 있어서 의미가 있었다.   

또 그 과정에서 AI 를 활용해 
계획의 일부와 이미지를 생성해 낼 수 있었던 것이 큰 도움이 되었다.
또 3D 프린터를 활용하면 모형제작도 내부적으로 꽤 많은 것들을 할 수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  
앞으로도 이들을 더 폭넓고 능숙하게 다루는 역량을 키운다면
우리가 활동할 수 있는 영역이 더 확장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한다. 

끝으로 사무실 모두가 수고해줬지만
그 중에서도 직접적으로 참여한 
종수, 태헌, 태훈, 서현, 병익, 도훈 이에게 특히 수고했고 고맙다는 말을 전한다. 






수상자들 표정이 다 썪었네요... 캬캬캬
좀 웃을걸.. ㅎ;;;
이런 전신사진은 앞으론 좀 지양해야겠습니다 ㅋ ㅠㅠ

달리기는 기본적으로 반복운동이다. 

이 반복이라는 것은 유사한 동작을 여러 번 하고 또 하는 그런 행위의 연속이라는 의미이다. 

따라서 처음 달리기를 시작하기 위해서, 그리고 처음 몇 킬로를 달릴 수 있게 되기까지 필요한 건 오로지 이 반복적인 행위를 

꾸준히 지속하려는 마음가짐만 있으면 된다. 

나같은 경우는 처음에 운동장의 트랙을 5바퀴 뛰는 것으로 시작을 했다.

물론 처음엔 10바퀴 정도는 뛰어야지 하고 시작했지만 내 나이와 내 체력이 내 머리 속 기억과는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겨우 2바퀴쯤 돌았을 때 깨달았다. 10바퀴는 고사하고 2바퀴를  겨우 뛰고 멈췄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내 내 목표는 5바퀴로 내려갔다.

내가 뛰는 운동장 트랙은 한바퀴가 약 330미터 쯤 된다.

그러니 처음 내가 달성한 기록은 660미터였고, 목표로 삼은 건 겨우 5바퀴, 약 1.6킬로 정도 되는 것이다.  

이렇게 보잘 것 없는 달리기라도 일단 시작했다면 이 후엔 오직 꾸준함만 있다면 내가 달릴 수 있는 거리는 점점 늘어난다.

이건 그 어떤 이견도 없으며 어떤 예외도 없다.

이처럼 단순하고 정직한 원리로 작동하고, 또 보상이 확실한 어떤 행위는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며 쉽게 찾기 힘들다.

이렇게 꾸준하게 뛰다보면 어느새 거리가 3킬로, 5킬로 그리고 마침내 10킬로까지 도달하게 된다.

나 같은 경우엔 정확하지 않지만 본격적으로 달리기를 시작해 약 2개월 정도 걸린 듯 하다. 

아무튼 거리가 이 정도가 되고 나면 그 다음엔 이제 선택을 하게 된다. 

이 선택은 사람마다 그 성향에 따라 다 다를 것이다. 

어떤 사람은 이 정도 거리에 만족하고, 앞으로도 꾸준히 10킬로를 달리는 것에 만족할 수 도 있고,  

어떤 사람은 더 먼 거리를 달리는 것을 목표로 해서 15킬로, 20킬로에 도전할 수도 있고,

또 어떤 사람은 이 10킬로를 더 빠르게 달리는 것을 목표로 할 수도 있다.   

나 같은 경우는 세번째 경우로 좀 더 잘 달리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여기서 더 잘 달린다는 것은 아마도 더 좋은 자세로, 덜 힘들게, 더 빨리 달리는 것을 의미할 것이다. 

하지만 내가 더 빨리 달리고 싶다는 목표를 세웠다고 해서 갑자기 더 빨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나같은 초보가 그걸 위한 방법 같은걸 잘 알고 있을리도 없다. 

내가 아는 방법은 그저 꾸준히, 계속 달리는 것이었고,

다만 전엔 단지 10킬로를 완주하는 것에 신경을 썼다면, 이젠 시간을 기록하면서 달리기를 한다는 것이 좀 다르다. 

처음 내가 10킬로를 달리게 되었을때 내 기록은 킬로미터 당 약 6분 30초대 였다.

(물론 이건 애플워치의 나이키러닝앱의 오류라 추측되긴 하지만… 어쨌든 지금 확인할 수 있는 기록은 이것이 전부다)  

이처럼 달릴때마다 기록을 신경쓰면서 달리고, 그렇게 꾸준히 달리다 보면 이제 몸이 점점 

익숙해지고 다리에 근육이 붙고, 숨쉬는 것이 익숙해진다.  

그래서 기록은 점점 줄어들고 몇달이 지나고 나서는 킬로당 시간이 5분 10초대까지 줄어들었다. 

처음엔 5분대만이라도 뛰어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기록이 생각보다 큰 폭으로 단축되 평균적으로는 5분 2,30초대로 줄었다. 

이제 그 정도 속도로 뛰는 것은 그렇게 어렵지 않게 된 것이다. 

그러고 나면 다음으론 4분대를 넘보게 된다. 

그래서 이전에 해왔듯이 마음 먹고 더 빨리 달려보기도 하고, 10킬로가 아니라 5킬로를 4분대로 달려보려고도 해 봤지만 왠지

이번엔 물리적으로 너무 힘들었다. 거리에 상관없이 단순히 4분대로 달리는 것 자체만으로도 너무 숨이 차서,

그런 상태론 1킬로미터를 달리는 것도 어려울 것 같았다. 

6분대에서 5분대로 진입하고 5분대 후반에서 초 중반으로 단축하는 것은 꾸준한 달리기로 몸이 익숙해지면 가능한 듯 했지만, 

5분대 초 중반에서 4분대로 진입하는 것은 그것만으론 되지 않는 것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앞서 얘기했듯이 달리기는 같은 자세로 같은 동작을 반복하는 운동이다. 

그래서 꾸준히 오래 달리다 보면 그 전엔 없었던 달리기에 필요한 근육이 발달하게 되고,

평소 걷기에만 익숙해져 있던 나의 폐기능이 달리기 라는 새로운 자극과 상황에 점점 적응해가며 그 용량을 키워간다.

하지만 반복운동인 달리기의 특성상 근육은 늘 쓰던 근육만 편중되서 발달하는 듯 하다.

특히나 평지를 달렸던 내 코스 조건상

나의 발바닥, 발목, 종아리, 무릎, 허벅지, 허리 그리고 심폐근육들은 모두 그에 익숙해졌던 것이다. 

이리저리 궁리해보고 얕게 알아본 바 4분대로 진입하기 위해서, 즉 여기서 한단계 더 빠른 수준으로 가기 위해서는 

그 동안 받지 않았던 다른 종류의 자극이 필요하고,

그를 통해 그 동안 발달되지 않았던 다양한 종류의 근육들을 발달시켜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유튜브와 주변 고수분들께 여쭤봐서 알게 된 방식은 언덕달리기, 하체근력운동, 인터벌운동 등이 있다. 

물론 난 아직까지 저런 운동들을 해보진 않았다. 현재 나의 상태는 딱 여기까지다. 

 

건축사무소로서 생존하는 것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우선 갖추어야할 기본적인 덕목은 꾸준함이다. 꾸준히 도전하고 계속 설계하고(설계할 거리를 만들고) 또 설계하고 실패해보고 

거기서 경험치를 얻는 그 모든 과정을 그냥 묵묵히 해나가는 꾸준함이 사무소로 생존하기 위한 기본인 것 같다. 

물론 기본이라고 해서 쉽다는 것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달리기를 시작했다 포기하는 것은 처음의 바로 그 꾸준함을 유지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만큼 기본을 지켜가는 건 무척 어렵다. 프로젝트를 꾸준히 하기 위해서는 당연하겠지만 프로젝트가 꾸준히 있어야 한다.

사실 이 조건만 충족된다면 사무소를 운영하는 것에 있어 어려울게 무엇이겠는가.

어쩌면 그렇게 되기 위해 역량있는 사무소가 되어야하고, 이를 위해서는 꾸준한 설계가 필요하고,

결국 돌고 돌아 머리와 꼬리가 이어진, 답이 없는 얘기인 듯 하긴 하다. 

 

우리는 매년 프로젝트 폴더가 약 30개 내외가 만들어진다. 

물론 그 중에선 끝까지 가지 못한 경우도 많지만 

어쨌든 민간이든 공공이든 다 합쳐서 그 정도의 프로젝트들을 시도하고 진행한다. 

이는 많은 노력도 필요하지만 그 정도의 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운영상의 고려 즉, 돈이 있어야 가능하다. 

이상하게 프로젝트를 많이 한다고 수익이 많이 남는게 아니기 때문에 더 어렵다.

그럼에도 그렇게 꾸준히, 가능한 ‘많은’ 설계를 진행하려 하다보면 기본적인 설계를 위한 사무실내 역량과 조직 구성이 만들어진다.

달리기로 치자면 킬로미터당 5분대를 위한 기본적인 근육이 생성되는 것이다.

하지만 역시나 달리기와 마찬가지로 사무소가 더 높은 수준의 단단한 역량을 갖기 위해서는 많이 꾸준히 하는 것에 더해

이제 다양한 근육을 단련할 필요가 있다. 

사무소들 중에서는 소규모의 민간시장에서 특정 용도 등에 특화되거나,

현상을 통한 공공프로젝트, 혹은 설계를 넘어 사업의 영역에 특화된 경우들이 있다.

누구보다 확실한 자기의 시장을 갖고 있고, 그 시장에서 비교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것은 큰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경우 내부의 작업 방식, 직원들의 마음가짐, 생산되는 결과물 등이 시간이 지나면서 어느 선에 갇히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익숙한 방식으로 시장에서 통하고, 이것이 지속되면 자연스럽게 편안함과 익숙함이 자연스러워진다.

 

일전에 한 소장님으로부터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자기직원들은 이제 너무 초식동물같이 되어 버려서 새로운 일을 하는 것을 꺼려하고, 새로 직원을 뽑을 때도 기존의 직원들이

자신들과 비슷한 성향의 직원을 선호해서 결국에는 비슷한 성향의 친구들로 사무소가 채워진다고.

마치 어느 정도 기록대에서 달리기가 편해지고 나면 그렇게만 꾸준히 달리고 싶다는 본능적 욕구가 생기는 것처럼. 

결코 틀린 것은 아닐 것이다. 꾸준하게 한 영역을 영위해 간다는 것, 그 영역에서는 가장 많은 경험과 결과를 갖고 있다는 것, 

즉 어쨌든 꾸준히 달려 그 누적 거리가 계속 늘어간다는 것은 그런 시간과 과정들이 쌓여 굉장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우리는 원한다면 좀 더 멀리 가기도 하고, 좀 더 빨리 달릴 수도 있는 다양한 역량을 갖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냥 성향이 그렇다. 그래서 특정 프로그램, 규모, 영역에 규정되어지기보다 다양한 조건의 프로젝트들을 다 (잘)할 수 있도록 

내부의 다양한 근육을 키우고 싶었다.

이를 위해서는 역시나 방법은 다양한 자극을 동시에 받을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젝트들을 꾸준히 시도하는 것이라 믿는다.

그런 것들이 내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꾸준히 진행되면서

사무소 내부에서 각각의 개인들이 다양한 경험과 자극을 받을 수 있기를 바랬다. 

극단적으로는 아주 작은 스케일의 디테일도 잘 디자인해 구현할 수 있고,

동시에 당장 지어질 것 같지 않은 그럴싸한 조감도도 제안할 수 있는 역량을 갖고 싶었다.

현재도 사무소 내에서는 이런 다양한 성격의 프로젝트들이 진행되고 있다.

작게는 누구도 이 정도 디테일한 도면을 요구하지도 않고, 그래서 돈도 되지 않지만 작은 프로젝트의 아주 작은 디테일까지

시간과 에너지를 들여 도면을 그리고 수정하고를 몇 주째 반복하고 있다.

또 다른 쪽으로는 안될 가능성이 더 높아보이는,

대규모 개발사업의 마스터플랜과 조감도를 몇 번을 수정하고 또 수정해 주고 있기도 하다.

물론 이 먼 두 지점 사이에는 일반적인(?) 다양한 프로젝트들도 진행되고 있다.

우리가 이런 과정들을 통해 믿는 것은 그저 이러한 경험들이 당장 돈이 되지 않더라도

우리의 역량을 넓혀주는데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과 이런 자극들이 내부에 쌓여서

우리를 외부 환경변화로부터 좀더 자유롭게 해 줄 수 있을 거라는 기대이다. 

 

우리는 오래 달릴 수도 있고, 또 원한다면 빨리 달릴 수도 있는 능력을 갖고 싶다. 

 

Y

나는 건축가이다.

아뜰리에 사무소를 약 14년간 운영을 해오고 있고, 그 과정에서 늘 바쁘게 지내 왔다고 생각한다.

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한다는 것은 아니, 소규모 사업체를 운영한다는 것은 늘 고통과 환희의 연속이다.

이 과정 자체가 하나의 인생과 같고 그 과정에서 한 인간으로서 많은 걸 깨닫게 된다. 

특히 세상에 좋은 것만 있는 것은 아니며 꼭 나쁜 것만 있는 것도 아니라는 걸 느낀다.

이 둘은 시간이 지나고 보면 돌고 돌아 내가 예측하지 못한 결과로 나타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래서 지금 좋다고 좋은 것도 아니고 나쁘다고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것도 체감했다.

그래서 하면 할 수록 겸손해야 하고, 또 조심해야하고, 안주해선 안된다는 걸 매일매일 배운다.



2024년 봄, 좋아하는 소장님의 초대로 본격적으로 달리기를 시작했다.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라는 의미는 달리기를 위한 신발과 옷을 사고, 기록이라는 것을 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 전에도 가끔씩 달리기를 하긴 했지만 비규칙적이었고, 목표를 두지도 않았다.

기분과 날씨에 따라, 혹은 건강검진을 앞두고 조금 열심히 달리는 정도였다.

다만 가끔이지만 달리기를 하는 동안 머리 속이 맑아지고,

달리다 보면 어느 순간 무아지경의 상태로 내 자신을 돌아보고 생각할 수 있는 고요한 순간을 마주한다는 것을

경험한 적이 있기에 본격적으로 달리기를 해보기로 마음먹는 것이 좀 수월했다.


본격적으로 달리기를 시작했다 라는 말이 너무 거창해 보일 수도 있지만 사실 별건 없다. 

그저 약간의 의무감을 갖고 최소한 주말에 한번, 가능하다면 주중에도 한번 해보자 라는 정도이다.

그리고 이를 꾸준히 노력하려는 결심을 한 것이다.



나는 다행히도 집 바로 뒤에 낮은 산이 있고, 그 산 정상에는 넓은 운동장 트랙이 있다.

그래서 좀 늦은 밤에 퇴근을 해도 쉽게 달리기를 할 수 있는 조건이다.

그렇게 시작한 본격적인 달리기는 지난 세월 방치해왔던 내 몸과 놓쳐버린 시간들을 한탄하고 창피해하던 초반의 시간들을 지나

이제 어디가서든 나 요즘 취미로 달리기 하잖아 라고 말할 정도가 됐다.



달리기를 시작하고 처음으로 한번에 쉬지 않고 10킬로, 혹은 15킬로를 뛰게 되던 몇달의 과정 동안 많은 것을 느꼈다. 

특히 음악도 듣지 않으면서 10킬로, 약 한시간을 어두운 밤에 트랙을 반복해서 돌다 보면 무척 지루하고 외롭다. 

그리고 동시에 그 한시간 동안 매 순간순간 고통과 환희, 즐거움과 괴로움을 느끼게 된다. 

내 발과 종아리가 느끼는 피로감, 내 폐가 느끼는 호흡의 버거움이 실시간으로 느껴지는 느낌이다.

달리기 라는 것은 그런 경험들의 무한 반복으로 채워져 있다.



이 달리기를 하면서 우리네 인생과 무척 유사하다고 생각했고,

특히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이 건축, 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하고 생존해 내는 것과 너무나 닮아 있다고 생각했다.

달리기를 하면서 배우게 된, 하게 된 생각들이 사무소를 운영하면서 마주하게되는 어려움들과 통한다고 생각했고,

이것이 결국은 세상사 모든 것과도 이어진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달리기를 하면서 느끼고 깨달았던 것들을 글로 써보면 어떨까 생각했다. 

그리고 그 글을 통해 우리가 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하면서 느낀 것과 이어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 글을 누굴 위해서 쓰는 건지는 사실 잘 모르겠다. 

잊어버리기 전에 날 위해서 기록을 남겨두고 싶은 건지,  아니면 남이 봐줬으면 좋겠는지도 잘 모르겠다. 

그리고 혹시 남이 본다면 보기를 원하는 사람이  달리기에 관심있는 사람인지, 아님 건축을 하는 다른 사람인지도 모르겠다.



그렇기에 미리 밝혀두자면 난 달리기의 전문가가 전혀 아니다. 

심지어 달리기 정보를 유튜브같은 곳에서 많이 찾아보지도 않았고, 마라톤대회 같은 건 단 한번도 나가본 적도 없다. 

내가 쓰는 달리기에 관한 글은 전적으로 내 자신의 경험과 느낌에서 온 것을 적은 것이다. 

더 잘 달리시는 고수분들이 경험한 수준을 난 도달해 본적이 없기 때문에 혹시나 내가 그 수준에 도달하면 지금 쓰는 글과 

다른 생각을 할지도 모르겠다는 약간의 두려움은 있지만 그건 그때의 일이다. 

지금은 그저 내가 경험한 수준에서 내가 느낀 것을 쓰는 것이다. 

그래서 감히 처음 달리기를 시작하거나 시작하신지 얼마 안 된 40대 이상이 읽으신다면 달리기를 꾸준히 함에 있어 약간의 

심리적 도움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 외의 분들께는 달리기의 측면에서는 크게 의미가 없을 듯 하다.



그렇다면 두번째로 건축가로서는 어떤가? 나는 나름 지난 14년 동안 작업을 열심히 해온 편이다(편일 것이다). 

아뜰리에 규모로서 작지도 크지도 않은 15명 내외의 사무실로 다양한 파고를 겪어가며 꾸준히 해왔다. 

그 과정에서 어떻게 사무소가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 어떻게 안정적으로 생존할 수 있을지, 어떻게 직원들을 구성할지, 

어떻게 사무소의 시스템을 효율화 할지 등 다양한 고민과 시도와 실패 속에서 다듬어져 왔다.

물론 이 모든 것들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지만,

그래도 남의 사무소 운영에 대해 궁금한 것이 있는 건축가들에게는 좋든 나쁘든 참고가 될 만 하다고 생각한다.

 

사실 지금 보시는 이 '시작하는 글' 을 써논건 2025년 5월경 이었고, 고로 벌써 일년 가까이 시간이 흘렀다. 

요즘은 한참 열심히 하던 이때와는 달리 많은 시간을 내지도 못하고, 꾸준하지도 못하다. 

그럼에도 꾸역꾸역 조금씩 억지로라도 해 나가고 있다. 

이 주제의 글을 앞으로 꾸준히 써 나가려면 부분적으로 과거의 기억을 떠올려야되기도 하고 

동시에 다시 열심히 달리기도 해야할 것 같다. 

나 스스로에게도 이 글 자체가 달리기의 결과이면도 동시에 동기라 할 것이다. 

 

Y

'Text_독립건축가 생존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국회세종의사당 마스터플랜 국제공모 후기  (1) 2026.05.23
달리기와 사무소 02 _ 달리기와 근육  (0) 2026.04.22
뜨거웠던 7월  (1) 2025.07.20
법과 심의  (4) 2025.06.26
건축주에게.  (0) 2025.04.15

미친듯이 더웠고, 

또 미친듯이 비가 쏟아지던 지난 약 한달이었다.

그리고 그 한달동안은 우리에게도 무척이나 화끈했던 한달이었다.

 물론

마감에 쫓기고 

마감에 달리고 

마감에 야근하던 것이

어디 처음이었겠냐 만은 

지난 약 한달, 그 중에서도 육체적 정신적 한계에 다다른듯 보였던 마지막 약 2주동안의

우리 직원들을 보면서 이 글을 한번은 써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지난 수요일에 에코스쿨의 일차 내역을 위한 도서마감이 있었다. 

일단 에코스쿨은 면적이 무척 넓다.

거기다 리모델링이다보니 신축에 비해 작성해야하는 도서도 많고, 고려해야 하는 것도 많다.

그리고 시어머니도 많아서, 

향후 운영을 맡을 서울시교육청과

시설물 건축과 유지관리를 담당하는 교육지원청,

그리고 (아무것도 하지않는) 서울시까지 

하나만 상대해도 어려운 세 기관과(사실상 두기관)의 협의를 통해

하나하나를 결정해야했다.

덕분에 (머든)결정에 오랜시간이 걸렸고, 이 과정이 용역기간의 대부분을 잡아먹었다.

이런 프로젝트를 직원 한명이 관리하는 것은 일단 그 자체로 무리였다. 

그리고 그 어려운걸 상은이가 혼자 하고 있었다. 

진행과정에서야 우리도 억울한 점이 없지 않고, 우리의 잘못도 없다곤 할 수 없지만

어쨌든 어쩌다보니(계획도 다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1차 내역을 위한 도서제출시간이 코앞으로 다가왔고,

그 시간은 무척 촉박했으며 우리 앞에는 작성해야하는 수많은 납품도서가 남아있었다.

말그대로 비상이었다.

우리에게 주어진 이 한달이라는 시간동안 

상은이는 야근과 주말출근을 계속해야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해야하는 일이 (눈에 띄게)줄진 않았고,

그렇게 한명 한명 조금의 여력이 생기는 사람은 모두다 이 프로젝트에 투입되

상은이와 일을 나누기 시작했다.

그렇게 해서 아라, 병익, 태헌, 은지, 종수, 예림, 상현이 까지 차례차례 투입되었다.

여기에 조소장까지 투입되 단일 프로젝트로는 최대인원이 동시에 투입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총 인원 9명이 투입되어 약 2주간을 주말도 없이 달리고 달려

지난 수요일에 일차적으로  간신히 마무리를 하였다.

 

이 과정동안 옆에서 보기에 직원들이 눈에 띄게 힘들어 보였다.  

연이어지는 야근과 주말출근때문에 일상이 깨졌으니 힘들었을 것이고, 

주말에도 출근을 하면서 요일개념이 깨지게 되니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리듬이 많이 흐트러졌을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 더해 해도해도 먼가 정리되지 않는, 잘 마무리되어 간다고 느낄만한 성과가 보이지 않으니 

또한 더더욱 힘들고 지쳤을 것이다. 

프로젝트 담당자인 상은이는 특히 그러했을 것이다. 

 

그러던 와중에 소소하게 직원들에게 고마웠던 순간들이 있었다. 

(아쉽게도 그 순간을 담아놓은 사진같은 것은 전혀 없지만)

1 층에 있는 내 책상에 앉아 고개를 조금 돌리면 바로 사무실 앞 거리가 보인다. 

어느때 였는지, 그 시간이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한창 바쁘던 어느 늦은 오후에 상은이와 예림이 희원이가 1층 현관을 열고 산책을 나가는 듯한

모습을 우연히 보았다.

그리고 이상하게 셋이서 머라머라 얘기를 하고 웃으며 걸어가는 뒷모습에 이유 모를 고마움이 들었다.

이 힘든 시기에 저들끼리, 저렇게 산책을 하고, 웃고 떠들며 그렇게 서로를 위로하고 

응원하는 시간을 스스로 갖고 있구나. 

내가 걱정했던 것 만큼 힘겨워하고 괴로워하거나 하는 것만은 아니고, 

힘든 시간을 본인들 스스로의 에너지로 웃으며 지나갈 수 있을 정도의 단단함과 관계가 저들에게 있구나 

하는 생각에 진심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1 층에 있으면 밤 늦은 시간에도 2 층에서는 까르르까르르 하는 저들의 웃는 소리가 들린다.

이번의 지난 3주 동안에도 저들은 그랬다. 

왜 웃는지, 머가 이런 힘든 순간에도 저들을 재밌게 했는지는 1 층에 있는 난 잘 모른다. 

어쩌면 내가 1층에 있어서 가능한 걸지도 모른다.(슬프게도)

하지만 어쨌든 저들은 스스로 어떤 상황에도 웃음을 잃지 않는 건강한 관계인듯 하다. 

그 연대와 친밀함을 스스로 만들어준 저들에게 고맙다는 생각을 했다. 

 

직원들이 알아서 스스로

웃음을 나눌 줄 알고, 

서로 힘들때 수다떨수 있고,

서로 필요할때 도움을 요청하고,

내가 다른 이를 돕는 것이 할당되서 해야되는 의무가 아니라,

진심으로 다른 이가 걱정되어서 이루어지는,

그런 건강한 조직을 만들어주고 있음에 진심으로 고맙다는 생각을 한다.

 

지난 2,3주의 시간동안 몸과 맘이 힘들었지만

한편으론 저들간의 연대감이 더 단단해진 시기인듯 해서,

그리고 개개인의 역량과 한계가 더 크고 높아진 계기가 된듯해서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이 들었다.

 

이 블로그에 글을 쓰면서

우리 직원들이 보기를 기대하면서 쓴 적은 거의 없었던 듯 하다.

하지만 이 글은 직원들이 봐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번의 이 화려했던 시기를 서로서로 도우며 무사히 넘어가 준것에 대한 고마움과 함께

여러분들이 보여준 그 건강함이 옆에서(아래서) 지켜보는 입장에서 꽤나 감동적이었다고 얘기하고 싶다.

 

그래도 역시나 이렇게 막무가내로 급한일은

자주 오진 않았으면 좋겠다.

앞으로 (최소한) 당분간은 좀 쉬엄쉬엄 갈 수 있기를 바라며,

날씨만큼이나 뜨거웠던 사무소의 지난 한달의 소회를 마무리하고자 한다.

 

Y

 

p.s

참고로 난 실제로 저들이 어떤 관계인지는 잘 모른다. 그냥 현상적으로 옆에서 그렇게 느꼈다는 것이다.

진실이 지금 이순간 꼭 필요하진 않다 ㅋ

 

초토화
상은이
그리고 (오래간만에 방문한) 베베

'Text_독립건축가 생존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달리기와 사무소 02 _ 달리기와 근육  (0) 2026.04.22
달리기와 사무소 01 _ 시작하는 글  (0) 2026.04.20
법과 심의  (4) 2025.06.26
건축주에게.  (0) 2025.04.15
2024 JYA Workshop 번외  (0) 2025.04.08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아니, 어쩌면 새 정부가 출범할때마다

얘기하는 것이 규제완화와 비합리적 절차의 타파이다. 

이번 정부도 경제활성화를 위해 불필요한 규제를 철폐하겠다고 했다.

이 공약을 들으면서 건축계에 존재하는 그 수많은 병맛같은 규제와 행정절차 등이 떠올랐다. 

 

그리고 오늘은 마침 어제 허가를 받은 프로젝트에서 

그 동안 겪은 일들이 생각났고, 이에 대해서 간단하게 써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연희동 대로변,

작은 땅에 조금 높은 건물을 짓는 프로젝트가 있다. 

땅이 작아 주차대수에 한계가 있었고, 그래서 확보할 수 있는 면적에도 한계가 있었다. 

대신 높이에 대한 제약은 없어서 상대적으로 높은 층고를 확보할 수 있다. 

각 층에서 엘리베이터와 계단을 빼고 나면 남는 면적이 약 10평 남짓되는 작은 공간이기에

조금 높은 층고를 확보해 공간적 개방감을 확보하고자 하였다. 

이에 우리는 건축물 높이에 대한 건축법의 규정을 확인하고, 

담당 공무원과 협의를 거쳐 건축심의를 접수했다. 

첫번째 심의였다. 

심의 그 자체는 위원들이 하도 병신같은 짓을 많이 하기 때문에 자세한 얘기는 차치하고, 

결과적으로 각 층의 층고를 낮춰서 조정하라는 심의 결과가 나왔다. 

물론 얼마 정도로 낮추는 것이 적정하냐에 대한 규정은 없다. 

그냥 심의위원 맘대로다. 

어쨌든 심의결과를 반영해야 허가가 날 수 있다고 하니

일단 건축주와 상의해 심의결과에 따라 높이를 조정하기로 했다. 

아쉽게도 건축주와 우리가 기대했던 공간감은 많이 사라지게 되었다. 

그렇게 높이를 조정하고, 이를 담당 공무원뿐만 아니라 팀장, 과장과도 모두 합의를 했고, 다시 심의를 접수하기로 했다.

두번째 심의였다. 

1차 심의결과에 따라, 건축인허가를 주관하는 공무원 전부와 협의를 마쳤으니 

(99%의 경우엔) 심의통과는 당연하다고 여겼다. 우리도 건축주도.

하지만 두번째 심의에 들어온, 새로 싹 바뀐, 심의위원들이 조정한 층고를 더 낮추라는 의견을 냈다. 

기준은 '그냥 좀 층고가 높아보이는데', '딴데서도 이정도 높이를 적용했는데' 정도였다. 

황당한 일이다. 

건축법상으로 근생의 층고에 대한 기준, 주택의 층고에 대한 기준은 없다. 

그저 필요한 경우 건축물 높이에 대한 규정이 있을 뿐이다. 

그 안에서 내가 주택의 층고를 3m를 쓰든 4m를 쓰든, 5m를 쓰든 그건 사용자의 자유이다. 

법에도 없는, 심의위원의 개인적 의견을 가지고 이를 제약할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법에도 없는 짓을 하고 있는 것이다. 

 

더 황당한 것은 이런 상황에 대처하는 공무원들의 행태다.

이전 심의결과를 바탕으로, 본인들과 협의했고, 법적으로도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서 

두번째 심의를 접수하라고 해놓고, 심의에서 이와 반하는 상황이 벌어져도

이에 대해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는다.  

실제로 심의는 일종의 자문이지 법위에 존재하는 구속력을 갖지 않는다. 

그럼에도 (아마도 책임회피의 이유가 가장 크겠지만) 

공무원들은 이 심의결과를 절대적인 것처럼 받아들인다. 

이럴 거면 머하러 우리가 사전에 인허가부서와 협의를 하고, 

더 근본적으로는 법규를 들여다 보는가.

어차피 심의에서 위원들이 결정하면 그걸로 다 끝나는 걸. 

공무원들 스스로 본인들을 합바지로 만드는 어처구니없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결과적으로 설계는 

굴욕과 분노와 황당과 짜증을 담아

두번째 심의에 맞춰 높이를 조정해 다시 심의를 받기로 했다.

세번째 심의이다. 

이렇게 해서 심의를 지나 마침내 허가를 받은 것이다. 

건축주의 희망과 우리의 노력은 구현되지 못했다.

여기에 약 7개월의 시간을 썼다. 

 

많은 것은 예측가능한 것이 중요하다. 

경제도 그렇고, 우리네 일상도 그렇고, 아마도 행정과 법도 그러할 것이다.

그래야지만 계획을 세울 수 있고, 실행을 위한 준비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를위해 건축법을 비롯해 명문화된 가이드를 확인하고 해서

건축주와 함께 계획을 세우고 설계를 한다. 

법규에서 규정한 테두리 안에서 하면 가능할 것라는 예측을 갖는 것이다. 

그러고도 모호한 부분이 있으면 인허가 담당 공무원과 사전 협의를 해서 

그 예측가능성을 높이려는 노력을 한다. 

 

하지만 이 심의라는 절차는 법 위에 존재하는 듯 하다. 

어떤 기준과 능력으로 선정되었는지도 모르는 심의위원의, 

그때그때 달라지는 개인적인 성향과 판단에 따라 법에서 규정한 인허가절차가 좌지우지된다. 

이러니 심의는 예측불가능한 변수가 된다. 

건축설계를 하는 입장에서 보면 그러하다. 

정말 무당이라도 찾고 싶은 심정이 된다.

이 영역에서는 적어도 

대한민국은 법치국가가 아니라 심의가 통치하는 국가이다. 

 

건축심의의 문제가 어디서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는 여러 이유가 있는 듯 하다. 

건축사들이 밥벌이를 위해서 각종 심의기구 설치를 위해 노력하기도 했고,

(마치 지정감리제 도입 등과 마찬가지로)

공무원들의 책임회피용으로 심의위원회는 좋은 구실이 되는듯 하기도 하고, 

위원회라는 걸 거치면 좀 더 좋은 결과과 만들어질거라는 우리사회의 통념도 작용하는듯 하다. 

 

건축계의 많은 이들, 특히 설계를 주업으로 하는 건축계에서

심의제도에 대한 성토는 어제오늘의 얘기는 아니다. 

그 폐해와 부작용은 차고 넘친다. 

 

건축사는 그 자격증에 맞게

법의 테두리 안에서 설계를 하고, 

그 결과에 대해 문제가 있을때 책임을 지면 된다. 

건축사 자격증이라는 건  이 사람이

그러한 능력이 있음을 증명하는 것일테다.

어떤 의사가 수술 전에 

그 수술에 대해 다른 의사들로 구성된 심의위원들에 의해 

수술 방식과 판단에 대해 심의를 받는가,

어떤 의사가 다른 의사의 수술에 대해 이건 저렇게 해라, 

여긴 요만큼만 해라 하고 책임도 못질 의견을 쏟아 내는가.

여기에 더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수술도 많이 안하는 의사가 수술로 먹고 사는 전문의의 수술에

심의위원이랍시고 참견하는 꼴이다. 

건축 심의위원들이 그럴 자격이 충분한지를 묻는 것이다. 

 

제발 이제

이런 불필요하고,

시대착오적이며, 

건축가 스스로의 권위를 땅바닥에 내팽개치는 짓은 그만 했으면 좋겠다. 

 

'Text_독립건축가 생존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달리기와 사무소 01 _ 시작하는 글  (0) 2026.04.20
뜨거웠던 7월  (1) 2025.07.20
건축주에게.  (0) 2025.04.15
2024 JYA Workshop 번외  (0) 2025.04.08
2024 JYA Workshop 2  (0) 2025.04.08

어려운 시기다. 

설계를 하는 것도 어렵고, 

수주를 하는 것도 어렵고,

공사를 하는 것도 어렵다. 

경기가 너무 나쁘기 때문이고, 

경기는 나쁜데 공사비는 비싸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공사는 해야되고, 시공사는 찾아야한다. 

하지만 이건 정말 어렵다. 

아니 어려운가 보다.

무엇이 어려운가하면 좋은 시공사를 골라내는 안목을 갖기가 어렵다. 

건축주 입장에서는 특히 더 그런듯 하다. 

설계를 하다만난 대부분의 건축주들은 사실 꽤나 현명한 사람들이다. 

설계과정에서 맞닥드리는 수많은 결정의 순간에도 대부분 합리적이고 납득이 가는 선택을 한다.

심지어 설계사무소를 선택할때도 현명하셨다. (우리를 선택하셨으니 ㅋㅋㅋ)

하지만 그랬던 분들 중에서도 시공사를 선택하실때는 이상해지는 경우들이 있다. 

조금만 뒤에서 객관적으로 생각해보면

이상하다고 의심하고 이리보고 저리따져보는 것이 자연스러울텐데, 

이상하게 막상 자신에게 닥친 일이 되면 그런 판단이 안되는 듯 하다. 

세상에 싸고 좋은 것은 없다 라는 

단순한 진실을 (평소에는) 알고 있지만, 

(이번에는) 나에게는 혹시나 싸고 좋은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요행을 믿어버린다. 

옆에서 바라보고 있자니 안타까울 때가 많다. 

 

해보면

좋은 시공사는 잔소리로 되진 않는다. 

물먹을 생각이 없는 말에게 억지로 물을 먹일 순 없다. 

모든 건 자세에 달려있다. 

그래서 제일 중요한건 얼마나 감시를 잘 하느냐가 아니라

원래부터 좋은 자세를 갖고 있는 시공사를 찾는 것이다. 

그렇지 않은 시공사를 정해놓고 좋은 시공사를 만들려고 하는건 

무모한 일인듯 하다. 

 

기초바닥에 들어가는 단열재를 이렇게 시공하는 시공사가 있다. 

 

하지만 잔소리를 해야 간신히 이렇게 시공되고 마는 상황도 있다. 

자세가 안되어 있는 사람에게 세 번 잔소리하면 그때부턴 듣기 싫어한다.

듣기 싫어하면서 하기라도 하면 다행이지만, 그건 경우는 거의 없다. 

할 수 있는 건 거기까지다. 

이 모든 건 건축주의 선택이다. 

 

부디 시공사를 선택해야하는 순간, 

큰 돈을 어떻게 쓸지를 결정해야되는 순간, 

이 중요한 순간에 제발 평소와 같은 합리성과 현명함을 잃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Text_독립건축가 생존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뜨거웠던 7월  (1) 2025.07.20
법과 심의  (4) 2025.06.26
2024 JYA Workshop 번외  (0) 2025.04.08
2024 JYA Workshop 2  (0) 2025.04.08
2024 JYA Workshop 1  (0) 2025.02.24

7시간의 토론과

다음날 새벽까지 이어진 게임과 술과 

중간중간 벌어진 중고딩이나 할법한 병X같은 장난에도 불구하고 

다음날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우리는 서울랜드에 들렀습니다. 

 

한때는(나 어릴때 ㅋㅋ)

자연농원과 함께 우리나라 놀이공원의 쌍벽을 이루던 서울랜드는

자연농원이 에버랜드가 되는 긴 시간 동안에도 

별다른 변화와 발전없이 점점 쇠퇴해서

이제는 가면 기다리지 않고 놀 수(탈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자연스러운 

그런 곳이 되어버렸습니다. 

아이들 열댓명만이 구경하고 있는 산타클로스 퍼레이드가

지금의 서울랜드를 그대로 보여주는 듯 합니다. 

마치 우리도 '조금만 방심하면 이렇게 된다'

라는 교훈을 workshop 마지막에 보여주는듯... 흐흐흐;; 

 

한때 저 로고만 봐도 설레이던 이곳은 바로 그 서울랜드~
첫번째로 타러 간 아이템은 최고로 스릴있고, 최고로 인기있는 바로 '은하열차888' 이름이 이게... 요즘 이름 맞냐?
서울랜드에서도.. 예림이는 그냥 웃기다
모든 놀이기구를 거부한 그가 선택한 것은 화랑활터.. 서울랜드의 작명센스는 참... 나때 스럽다 ㅋㅋ
먼가 월미도에서나 볼 것 같은 놀이기구.. 안전할까 살짝 고민됐다. -_ -;;
전통의 바이킹. 이건 마치 그냥 누가 끓여도 맛있는 라면같은 건데 심지어 이것도 밍밍했다. 안돼~서울랜드~
모든 놀이기구를 거부하던 2인이 유일하게 탄 범버카. 근데 이 둘끼리도 서로 싫어한다 ㅋㅋ
역시나 우리밖에 없는 도깨비바람
이걸 마지막으로 서울랜드의 모든 스릴있는 어트랙션은 다 끝내버리고 집에 갔다!

 

안녕 내 추억의 서울랜드~

한때 넌 모두의 꿈의 나라였다~

제발 내년에도 있어줘~

'Text_독립건축가 생존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법과 심의  (4) 2025.06.26
건축주에게.  (0) 2025.04.15
2024 JYA Workshop 2  (0) 2025.04.08
2024 JYA Workshop 1  (0) 2025.02.24
Story 3 of Architects' Butter  (0) 2024.09.19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