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시기다. 

설계를 하는 것도 어렵고, 

수주를 하는 것도 어렵고,

공사를 하는 것도 어렵다. 

경기가 너무 나쁘기 때문이고, 

경기는 나쁜데 공사비는 비싸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공사는 해야되고, 시공사는 찾아야한다. 

하지만 이건 정말 어렵다. 

아니 어려운가 보다.

무엇이 어려운가하면 좋은 시공사를 골라내는 안목을 갖기가 어렵다. 

건축주 입장에서는 특히 더 그런듯 하다. 

설계를 하다만난 대부분의 건축주들은 사실 꽤나 현명한 사람들이다. 

설계과정에서 맞닥드리는 수많은 결정의 순간에도 대부분 합리적이고 납득이 가는 선택을 한다.

심지어 설계사무소를 선택할때도 현명하셨다. (우리를 선택하셨으니 ㅋㅋㅋ)

하지만 그랬던 분들 중에서도 시공사를 선택하실때는 이상해지는 경우들이 있다. 

조금만 뒤에서 객관적으로 생각해보면

이상하다고 의심하고 이리보고 저리따져보는 것이 자연스러울텐데, 

이상하게 막상 자신에게 닥친 일이 되면 그런 판단이 안되는 듯 하다. 

세상에 싸고 좋은 것은 없다 라는 

단순한 진실을 (평소에는) 알고 있지만, 

(이번에는) 나에게는 혹시나 싸고 좋은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요행을 믿어버린다. 

옆에서 바라보고 있자니 안타까울 때가 많다. 

 

해보면

좋은 시공사는 잔소리로 되진 않는다. 

물먹을 생각이 없는 말에게 억지로 물을 먹일 순 없다. 

모든 건 자세에 달려있다. 

그래서 제일 중요한건 얼마나 감시를 잘 하느냐가 아니라

원래부터 좋은 자세를 갖고 있는 시공사를 찾는 것이다. 

그렇지 않은 시공사를 정해놓고 좋은 시공사를 만들려고 하는건 

무모한 일인듯 하다. 

 

기초바닥에 들어가는 단열재를 이렇게 시공하는 시공사가 있다. 

 

하지만 잔소리를 해야 간신히 이렇게 시공되고 마는 상황도 있다. 

자세가 안되어 있는 사람에게 세 번 잔소리하면 그때부턴 듣기 싫어한다.

듣기 싫어하면서 하기라도 하면 다행이지만, 그건 경우는 거의 없다. 

할 수 있는 건 거기까지다. 

이 모든 건 건축주의 선택이다. 

 

부디 시공사를 선택해야하는 순간, 

큰 돈을 어떻게 쓸지를 결정해야되는 순간, 

이 중요한 순간에 제발 평소와 같은 합리성과 현명함을 잃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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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시간의 토론과

다음날 새벽까지 이어진 게임과 술과 

중간중간 벌어진 중고딩이나 할법한 병X같은 장난에도 불구하고 

다음날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우리는 서울랜드에 들렀습니다. 

 

한때는(나 어릴때 ㅋㅋ)

자연농원과 함께 우리나라 놀이공원의 쌍벽을 이루던 서울랜드는

자연농원이 에버랜드가 되는 긴 시간 동안에도 

별다른 변화와 발전없이 점점 쇠퇴해서

이제는 가면 기다리지 않고 놀 수(탈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자연스러운 

그런 곳이 되어버렸습니다. 

아이들 열댓명만이 구경하고 있는 산타클로스 퍼레이드가

지금의 서울랜드를 그대로 보여주는 듯 합니다. 

마치 우리도 '조금만 방심하면 이렇게 된다'

라는 교훈을 workshop 마지막에 보여주는듯... 흐흐흐;; 

 

한때 저 로고만 봐도 설레이던 이곳은 바로 그 서울랜드~
첫번째로 타러 간 아이템은 최고로 스릴있고, 최고로 인기있는 바로 '은하열차888' 이름이 이게... 요즘 이름 맞냐?
서울랜드에서도.. 예림이는 그냥 웃기다
모든 놀이기구를 거부한 그가 선택한 것은 화랑활터.. 서울랜드의 작명센스는 참... 나때 스럽다 ㅋㅋ
먼가 월미도에서나 볼 것 같은 놀이기구.. 안전할까 살짝 고민됐다. -_ -;;
전통의 바이킹. 이건 마치 그냥 누가 끓여도 맛있는 라면같은 건데 심지어 이것도 밍밍했다. 안돼~서울랜드~
모든 놀이기구를 거부하던 2인이 유일하게 탄 범버카. 근데 이 둘끼리도 서로 싫어한다 ㅋㅋ
역시나 우리밖에 없는 도깨비바람
이걸 마지막으로 서울랜드의 모든 스릴있는 어트랙션은 다 끝내버리고 집에 갔다!

 

안녕 내 추억의 서울랜드~

한때 넌 모두의 꿈의 나라였다~

제발 내년에도 있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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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Workshop 에 대한 첫번째 글을 올리고 

두번째 글을 쓰는데 무려 거진 두달이 걸려버렸습니다. 

어찌나 이리 게으른지 깜짝 놀랬고, 

시간이 어찌 이리 빠른지 또 깜짝 놀랬고,

그 사이에 우리 사회에 대단한 사건사고들이 이리도 많았다는 것에 마지막으로 또 깜짝 놀랬습니다. 

이미 봄의 한가운데에 들어서버려서 

작년 Workshop 얘기를 쓰는게 너무 민망해져 버렸고

그래서 이걸 쓰지말고 슬쩍 넘어가볼까 하는 유혹도 있었지만, 

안쓰면 올 겨울쯤에 생각나는게 없을지도 모르겠어서 

일단 마무리는 하자고 마음먹었습니다. 

 

이제 내용으로 들어가서

Workshop의 1부는

지난해 workshop 때 정리 및 합의되었던 내용들이 

지난 1년 동안 어떻게 이행되었는지, 

안되었다면 왜 안되었는지, 

또 되었다면 그래서 결과가 어떤지, 

등에 대해 돌아보는 시간입니다. 

자잘하게 돌아보면 다음과 같이 여러가지 이슈들을 한해동안 진행해보려 했지만

무려 '전혀 안됨' 이라고 평가된 것도 있고,

자랑스럽게도 '실천되버린' 것도 있습니다. 

그 중에서 후자는 단연 'Architects Butter' 의 런칭일 겁니다. 

모든 것이 원우가 있어서 가능하긴 했지만, 

너무너무 어려운 시기에 꾸역꾸역 돈을 모아서 

시작해 결국 오픈한것이 스스로에게도 장하단 생각이 듭니다. 

그렇게 작년에 정했던 내용들을 하나하나 리뷰를 하고 나서는 

내년을 위한 안건을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하나하나 자세히 얘기하자면 많은 것들이 있고, 

그것들을 크게 둘로 분류해보자면

하나는 돈을 쓰면 개선될 수 있는 항목들이고

다른 하나는 (우리가) 시간을 쓰면 개선될 수 있는 항목들이었습니다. ㅠㅠ

(바라는 게 졸라 많... ㅋㅋ)

특히 어려웠던 24년의 마지막에 이런 요구들을 맞닥드리게 되니

당황스럽고 미안하고 짜증나기도 했습니다 ㅋ

하지만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보니, 

결국 우리 모두가 올한해 느낀 것은 내부적으로 좀 더 정리될 필요가 있고, 

이런 정리를 통해서 좀 더 효율적이고 좋은 사무실로 발전할 수 있을 거라는 공감이었습니다. 

 

벌써 시간이 지나 4월이 되었고,

지난 몇달 동안 아래 적힌 리스트 중에 몇가지는 실행에 옮겼고, 또 몇가지는 옮기고 있는 중입니다. 

그리고 몇개는 계획만 하고 아직 실행을 못하고 있는 것도 있습니다. 

지금 이렇게 글을 쓰면서 살펴보니, 

할 수 있는데 안하고 있는 것도 보입니다.

반성하고 나머지 시간동안 하나라도 더 실천하자는 맘으로 해봐야겠습니다. 

그리고 실행된 것들에 대해서는 중간중간 

글로 남기도록 하겠습니다. 

시간이 가면 갈 수록

제가 움직이고 접하고 만나고 소통하는 영역이 무척이나 좁다는 걸 느낌니다. 

그래서 나의 생각과 나의 고민이 지금 이 시대에 맞는건지,

이미 시대를 못따라가고 있는건 아닌지

혼자 돈키호테가 되어버리진 않는지 불안할때가 많습니다. 

내가 멀하고 있는건지, 잘하고 있는건지 무척 답답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사무실의 현재를 진단하고 미래를 목표함에 있어서도 

가급적 같은 눈높이에서 같은 고민에 대한 생각을 직원들에게 듣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작년부터 '공통질문' 이라는 걸 통해서 

좀 더 넓은 관점에서 사무실에 대한 그들의 평가와 의견을

형식없이 듣고자 하였습니다. 

꾸준히 반복하다보면 언젠가는 같은 고민을 공유할 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이렇게 24년에, 25년을 위한 workshop을 마무리 하였습니다. 

 

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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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25년이 시작되고도 두 달이 다 지나가고 있습니다.

조상들 말씀 틀린거 하나 없다고 시간이 어찌 이리도 점점 빨리 가는지 모르겠습니다. 

특히나 요즘은 시간의 상대성에 대해 피부로 느낌니다.

작년 연말 이후 한국, 그 중 서울 이라는 곳에서의 시간은 특히나 더 빠르게 흐르는거 같습니다. 

이런식으로 가다간 상대적으로 더 빨리 늙어 갈거 같은 느낌입니다. ㅠ

그러다보니 어어어.. 하다가 작년 워크샾 얘기를 못하고 3월을 맞이할 위기(?)에 처했습니다. 

요즘은 돈 되는 일이 아니면 잘 손이 안가서.. 쿨럭 ㅋㅋ ;;;

 

아무튼, 매년 그랬든 작년에도 워크샾을 다녀왔습니다. 

저희 구성원들은 이제 워크샾이 단순 친목이 아닌 지난 일년을 정리하고,

다음 일년의 방향을 함께 공유하는 자리라고 모두들 인식하게 된듯 합니다.

그래서 직원들 스스로 워크샾과 프로그램을 준비할때도 이런 취지에 맞지 않는 주제들은

스스로 교통정리를 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졌고, 

굳이 다시 강조하지 않아도 각자가 마음가짐을 그렇게 만들고 워크샾에 참석합니다.

 

재작년 워크샾을 가면서도 이렇게 무사히 연말을 맞이 할 수 있었다는 것에 감사했었는데, 

올해는 더더욱 그럴 수 있음에 감사함을 느낌니다.

 매년 힘들다 힘들다 가 이젠 일상이 되었지만, 

그래도 2023년은 더욱 힘들었고, 

올해는 좀 나아지겠지 기대했지만 

역시나 2024년은 2023년이 무색하게 더욱 힘겨운 한해였습니다. 

거기다 24년 말에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던 비상계엄의 순간까지...

비상계엄이 발표된 그날 밤 초조하게 유튜브로 국회 생중계를 보면서, 

잘못하면 내일 사무실에가서 사무실을 해산해야하는건 아닐까 진지하게 

시뮬레이션 해보기도 했습니다. 

 

최근의 약 2년은 사무실이 손에 든 유리잔처럼 가볍고 약하고 불안하게 느껴집니다. 

가다가 작은 돌부리에 걸려서 넘어져도 쉽게 깨질 수 있고, 

손에서 미끄러져 놓쳐버려도 쉽게 깨질 수 있고, 

누군가 놀래켜서 조금만 힘을 줘도 쉽게 깨질 수 있을것 같은

그런 아슬아슬함. 

그래서 늘 긴장하고 

주변을 두리번두리번 살펴야하고

불안하고 초조한 그런 상태, 

외부의 작은 충격에도 크게 흔들릴 것 같은 불안정한 상태가 지난 2년간의 느낌입니다. 

건축사사무소가 주체적으로 무엇을 준비할 수 있을지

꾸준히 답을 찾으려 했지만 여전히 잘 모르겠습니다. 

사무소를 하는 동안 온전히 맘편한 시기가 있을 것 같진 않기에

그저 이 불안함에 익숙해지려 하고

전보단 조금씩 조금씩 익숙해지려 노력하는 것이 현실적일지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그런 이유로 올해도 연말에 이렇게 모일 수 있다는 것에 

더욱 다행스럽고 감사합니다. 

의도치 않게(?) 의도보다 더 많이 채용한 신입들까지, 

휴가로 쉬고 있는 둘을 빼고 14명이서 연말 워크샾을 다녀왔습니다. 

지금 사진을 다시보니 위에 쭉 써놓은 것과는 달리 잘 놀았네요 ㅎ

부디 앞으로 10개월을 잘 보내고 올해도 무사히 연말에 워크샾을 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하하;;;

 

출발전엔 늘 복불복 차량탑승 사다리타기가 진행됩니다. 내(소장)차에 걸리는 자는 누구인가?? ㅋㅋ
4년째 재활용중인 플랜카드, 앞으로도 몇년은 더 써야죠 ㅎ

 

이번 워크샾 장소는 용인의 한 팬션입니다. 슈퍼스타K를 촬영했다는데... 시설이 좀 별....;;;
놀래셨죠? 저도 보다가 놀랬습니다! ㅎㅎ;;
이번에도 진지하게, 약 6시간 정도의 토론을 진행했습니다. 토킹토킹토킹!!

 

오로지 희원이의 저 표정때문에 고른 사진입니다 ㅋㅋ 저래봬도 올해 시집갑니다 -_ -;;
새우랑도 고기랑도 다 잘 어울리는 버터!

워크샾의 저녁은 바로 이 푸짐한 BBQ 죠 ㅎㅎ

이번에는 양고기 돼지고기 새우 그리고 마지막 풍미를 더해줄 '아키텍츠버터' 까지!!! 

정말 대단했습니다 ㅋ

 

총 세팀으로 나누었습니다. 우리팀의 주장은 규리!
표정장인 원우! ㅋㅋ 저래봬도 올해 장가갑니다 -_ -;;
귀여운척 상은이. 목소리는 표정과 반대입니다.
저 눈빛, 걸리면 다 뒤진다는...;;;
자세와 표정, 색깔까지 완벽한 규민이!
조상들이 왜 윷놀이를 명절때만 하셨는지 알것 같습니다. 사람의 본성이 드러납니다 ㅎㅎ

작년 이후 밤부터 새벽까지는 레크레이션시간이 생겼습니다. 

올해에는 빙고, 몸으로 말해요, 고깔, 윷놀이 등이 있었고

너무나 추한 사진과 동영상이 마구 양산되었습니다.

특히 몇명은 종신계약을 위한 협박용으로 유용할거같아 따로 황금폰에 저장해 놨습니다. ㅎ 

마지막에는 추첨을 통한 선물증정! 

올해의 일등은 무려 '아이패드 에어' 로

누가 받았으면 좋겠다고 다 의도한게 있었는데

아쉽게도 쓸데없이 상현이가 받았습니다. 으... ㅎㅎ 

이후 코골고 자던 예림이와 낙서원정대 등 

밤새 유치하기 짝이 없던 소동들이 있었지만 비교적 일찍 새벽 4시쯤에 

무사히 잘 수 있었습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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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건 왜 하는 건가?

이런 질문을 던질 수 있다. 
건축설계사무소에서 도대체 버터가게는 왜 하는 건가? 
아니, 더 근본적으론 건축사무소를 하면서 다른 사업은 왜 하려고 하는 건가?
이게 서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요소들인가? 

일단 사무소를 시작하고 몇 년이 지난 이후, 
건축사무소를 한다는 것이 얼마나 위험천만하고 고되고 꾸준히 생존하기조차 무척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남들이 보기에 상대적으로 일찍 자리를 잡았음에도 불구하고 그 안에서 실제 느끼기에는 그러했다. 
그래서 그 이후 내 머리속에는 늘 좀 더 안정적인 생태계를 구축하고 싶다라는 생각이 있었다. 

그렇다면 무엇을 매개로 연결된 생태계냐 했을 때, 
그것은 건축, 디자인 이런 것들을 매개로, 
그리고 어쨌든 지금 우리의 본업인 JYA-RCHITECTS라는 사무소를 중심으로 하는 생태계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사무소라는 하나의 사업체를 운영하는 것은 너무도 힘든 일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여전히 건축설계를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며, 무엇보다 재미있어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무소를 중심으로 그 어떤 형태가 되었든 따로 존재하기도 하고, 상호 시너지가 날 수도 있지만 
어쨌든 서로 연결되고 이어져, 건축을 중심으로 다양한 영역의 디자인으로 확장될 수 있고, 다양한 영역과 교류할 수 있는 생태계가 되기를 바랬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이로부터 좀 더 높은 부가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는 기회가 생기기를 바랬고,
일거리를 능동적으로 만들어 낼 수 있는 기회가 만들어지기를 바랬다. 
그리고 그로부터 우리 안의 구성원들이 좀 더 안정감을 가질 수 있기를 바랬다.

앞서 설명했던 것처럼 버터는 건축과 직접적으로 연관이 되진 않지만, 
좀 더 넓고 길게 보면 버터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모든 게 디자인이고 
또한 이후 다양한 형태로의 변형과 확장을 고려했을때 건축을 중심으로 하는 하나의 생태계로 연결될 수 있다고 봤다. 
그 확장이 어떤 식으로 또 어떤 형태로 이루어질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분명 재미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생태계를 만들어가면서 또 하나 기대하고 있는 것은 그 과정에서 만날 수 있는 다양한 사람들이다. 
나나 조소장이 잘 할 수 있는게 있고 못하는게 있다. 
우리가 경계해야하는 것은 못하는 것을 해보려고 욕심내는 것이고, 
우리가 지향해야 하는 것은 우리가 못하는 것을 잘 할 수 있는 사람과 이어지는 것이다. 
생태계를 만든다는 것은 이처럼 우리가 못하는 것을 잘 할 수 있는 사람들이 모이는 것이고 그들로부터 우리 능력 밖의 기회와 가치를 만드는 것이다. 

버터로 시작된 이 시도가 결국엔 실패로 끝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가 전에도 사무소에 관해 여러 차례 인터뷰에서 얘기했던 것처럼, 
나나 조소장이 사무소를 운영하면서 혹시나 우리가 우리를 지켜보는 누군가에게 의미가 있다면, 
그것은 맨땅에서 시작한 후 조금씩 성장해가고 버텨내고 결국 생존해 냈을 때 일 거라고 지금도 생각한다.
어쩌면 이 생태계도 그런 비슷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비롯 자본도, 규모도 부족하지만 건축을 중심으로 하나의 생태계를 구축하고, 
이것이 잘 작동해 흥미로운 결과들을 만들어 갈 때, 부동산이나 거대한 자본을 통해서가 아닌, 
좀 더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방식의 생존방식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부디 우리의 이 도전이 지금의 이 극단적 건축상황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하나의 참고가 될 수 있는 도전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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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버터인가?

사실 왜 버터인가에 대한 답은 특별하지 않다. 
그저 원우가 버터를 하고 싶어했고 자신있어 했기 때문이다. 
우리(나와 조소장) 관점에선 그것이 전부였다. 

내가 사무실을 시작하고(일종의 사업이란 걸 시작하고) 깨달은게 하나 있다. 
어떤 일이든 좋은 결과를 내기 위해서는 결국 그걸 하는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말그대로 인사가 만사다. 
일을 하는 사람이 그 일을 애정하고 있어야하고, 
오롯이 자신의 일이라 여겨야하며, 
끝없이 높은 수준을 달성하려는 눈높이가 높아야하고, 
마지막으로 그 모든 것에 대해 높은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책임을 지라는 것이 아니라 책임을 지겠다는 마음가짐과 자세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물론 시스템도, 원칙도 중요하지만 그래도 결국 마지막엔 사람이었다. 

이 버터는 철저히 그런 관점에서 선정된 아이템이다. 
즉 무엇을 할지가 중요하지 않았고, 누가 할 것이냐가 먼저였고 바로 그 누가가 원우였다. 
원우는 오랜시간 지켜본봐 무척 부지런하고, 무척 성실하며, 매우 책임감이 높다. 또 센스가 있다. 
거기다 건축설계를 하고 있지만, 어렸을때부터 지금까지 쭉 요리와 식재료에 관심이 많아 그런 자신의 관심사와 장점을 펼칠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다만 문제는 본인이 건축설계도 하고 싶고, 음식에도 관심이 많다는 것이었다. 
그 어떤 것도 대충 해서는 성공할 수 없기에 이 둘을 병행한다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었다. 
한때는 그 중 하나를 선택하려는 고민을 하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이 둘을 어떤 식으로든 조합해 보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다. 
혼자서는 어려운 일이지만 여럿이서라면 가능할거란 믿음이 있었다. 

또한 여기서 다 밝힐 순 없지만 어쨌든 후보로 올라있던 것이 버터 말고도 몇가지가 더 있었다. 
그 중에서 현재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의 여건, 판매방식의 다양성, 이후 확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버터를 결정했다.

가미버터를 구상하려면, 
당연히 우선은 기본 재료가 되는 버터를 선정하는 것에서부터 어떤 재료를 더할지, 
그래서 최종적으로 어떤 맛을 구현할지 연구하고 고민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 모든 개발은 100% 원우의 능력이었다. 

또한 버터를 가지고 하나의 브랜드를 만들고 이를 판매하기 위해서는 버터 뿐만 아니라 디자인하고 만들어야 할 것들이 무척 많다. 
사실 버터 맛을 개발하고 결정하는 것에서부터 모든 것이 디자인이지만, 
그 외에도 이름을 짓는 것, 포장지를 만드는 것, 로고를 만드는 것, 온라인 페이지를 구성하는 것, 오프라인 매장을 만드는 것, 
그 안에 들어가는 아주 작은 아이템들 하나하나까지 디자인이지 않은 것이 없다. 
이 지점이 건축설계사무소가 가질 수 있는 장점이자 우리에게 있어 하나의 즐거움 이었다. 
그 동안 하지 않았던 스케일과 종류의 디자인을 고민해 보고 작업해 볼 수 있다는 것은 우리에게 다양한 방식의 자극이 된다. 
이 모든 것 또한 원우의 주도하에 이루어졌다.    

이번에 준비를 하는 동안 가미버터를 이러저런 음식과 함께 조합해 먹어보면서 그동안 몰랐던 버터맛의 깊이와 다양함을 알게 되었다. 
먹는 것에 대한 깊이가 조금도 없는 내 입장에서도 버터는 생각보다 어떤 음식과도 좋은 조합을 만들어 낸다고 느꼈다. 
특히 별거 없던 음식(완전한 육식주의인 내 입장에서 평소에 살기 위해서만 가끔 먹던 음식들이 있다)들이 
그저 버터 한 조각으로 전에 느끼지 못했던 풍요롭고 풍미있는 맛이 되는 걸 보면서, 
버터라는 아이템을 탐구하고 발전시켜 보고 세상에 내놓는 것이 해볼만 한 일이란 생각이 들었다.

버터는 어쩌면 실제 우리 삶을 더 낫게 만들어줄 수도 있을 거 같다. 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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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YA-RCHITECTS제이와이아키텍츠가

Architects' Butter라는 프리미엄 수제가미버터브랜드를 오픈했습니다.

JYA-RCHITECTS 는 건축설계사무소입니다.

그리고 이 건축은 그 어떤 공학보다도 수제의 성격이 강합니다.

손으로 찍은 작은 점이 선이 되기까지,

그리고 그 가는 선으로부터 하나의 건물이 탄생하기까지,

건축가는 그 모든 과정에 직접 손을 대고 관여합니다.

 

저희가 내놓은 프리미엄 수제가미버터 ‘ Architects' Butter ‘ 또한 그렇게 탄생하였습니다.

 건축가가 사용자의 윤택한 삶을 위해 공간을 고민하듯,

소비자의 식탁 위에 올라가는 음식에 관해 수없이 연구하고 고민한 결과물입니다.

 9가지 종류의 버터 들은 건축을 구성하는 재료와 그 재료로 설계된

JYA-RCHITECT9가지 작업들로부터 영감을 받았습니다.

건축을 구성하는 수 많은 재료들의 물성이 다르고 그 쓰임으로 다양한 결과물이 나오듯,

한가지 버터로부터 출발한 아홉가지 결과물들 또한 그 쓰임도, 맛도 전혀 다른 아홉가지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Butter Built Better

 저희가 선보이는 버터들은 여러분의 모든 음식들을 더 풍미있게 만들어줄 것입니다.

 

• •

Architects' Butter

오프라인 _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모래내로 383 101호

온라인 _ https://smartstore.naver.com/architectsbutter

 

 

언제였는지 정확히 기억은 안나지만 

마치 데자뷰처럼 지금의 이런 마음이 이전에 겪어본 것 같은 느낌이 어렴풋 든다.

근심이 가득하고, 의욕은 없고, 걱정만 많던 그런때

문득문득 두려움이 엄습하고, 때려치고 싶은 욕구가 울컥울컥하던 그런때

지금 잘 하고 있는가 하는 생각에 등에서 식은땀이 나고,

내가 혹시 중요한 걸 놓치고 있거나

중요한 때를 모른체 지나가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두려움이 마음을 짓누르고 있던 그런때 

모든 것이 '불안한' 그런때 말이다. 

 

요즘 많은 분들을 만나고, 여러 상황들을 보고 겪으며 우리는 지금 이대로 괜찮은 건가 하는 생각을 깊이한다. 

마치 깨지지않는, 보이지 않는 유리벽같은 껍질속에서 의미없이 허우적대고 있는 것 같은 생각도 든다.

서서히 죽는지도 모르고 끓는 물안에 그대로 있는 개구리는 아닌가 하는 염려도 있다. 

 

이 총체적 불안함 의 이유에는 지금의 건축계가 겪고있는 공통적 이유도 있고,

그와는 별개의 특수한 이유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이유들로 인해 발생가능한 결과들도 여러가지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아마도 그 중에서 나를 가장 불안하게 만드는 이유 중 하나는

사무실 직원들에 대한 책임을 다 하지 못할까 하는 걱정일 것이다.

마치 준비없이 어른이 된 것 처럼,

사무실을 시작했다는 이유로 자연스럽게 직원들 삶의 한 시기를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 되었고,

이는 늘 그럴수 있음이 감사한 일이었지만,

동시에 나는 아직 그 만큼의 어른이 되지 못 한것 같아 당황스럽고 힘겨울때가 있다.

특히나 이렇게 어려운 시기에는 내가 끝까지 그 역할을 할 수 없을까봐 두렵다. 

 

불안함이 나를 짓누루고 그런 마음이 내 머리속을 채우게 되면

결과적으로 사람이 점점 조급해진다. 

조급해지다 보면 서두르게되고, 기다리지 못하게 되며, 성질이 가벼워진다.

그리고 그런 태도로 대하는 일이 제대로 될 리가 없다. 

그럼 더더 불안해지고 모든 안좋은 것이 반복된다. 

 

따라서 이럴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사실 하나밖에 없다는 것도 알고있다. 

옛 일본의 존경받던 고승이

" 걱정하지마라, 어떻게든 된다" 

라는 일견 평범해 보이는 말을 일생의 깨우침으로 후세에 전했던 것처럼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버티고 버티다보면 어떻게든 되겠지' 라는 마음으로 

지금 내 손에 있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다. 

내가 기억하고 있는 이전에도 이렇게 했던 것 같다. 

그러다보면 어느순간 나도 모르는새에 다른 상황과 마음이 되어 있었던 것 같다. 

아마도 그랬던 것 같다. 

이것이 내가 30대를 지나면서 얻은 경험이라면 경험이다.

 

내가 불안해하고 조급해하면 사무실 전체가 그렇게 느낀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래서 이제 마음을 좀 정리해야할 듯하다. 

내가 어찌 할 수 없는 것에 집착하거나 근심하지말고

당분간은 내 손안에 있는,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고자 한다.

가지고 있는 것에 감사하고 하나하나에 애정을 쏟고자 한다. 

그러면서 동시에  지금의 우리를 돌아보고 괴롭더라도 피하지말고 준비할 것은 준비해야 한다고 마음먹는다.

그래야 시간이 지나 더 큰 후회를 줄일 수 있을 것 같다. 

 

글을 쓰다보니 이 글을 누가보라고 쓰고 있는지 모르겠다. 

스스로에게 하고싶었던 다짐인데 여기에 왜 쓰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다만 사무실을 해오며 불안하기로 몇 손가락에 드는

지금의 이 시기를, 이 마음을 이곳에 글로 남겨두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았다.

또 불안함을 대하는 지금의 이 태도가 훗날 잘 한 짓인지도 확인해보고 싶다. 

 

여기에 한가지 소박하게 더한다면

각자가 그 이유를 자세히 얘기하기 어렵고, 

어쩌면 그 이유를 정확히 알지 못할 수도 있지만 어쨌든

현재 불안함에 조급해 하고 있는 여러, 많은 사람들에게

혼자만 그런 것이 아니다라는 작은 위안을 줄 수 있으면 좋겠다. 

 

일단은 버텨내자. 

 

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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