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는 살아있는 생물이다' 

라는 말이 있듯이, 정도의 차이는 있겠고, 모두가 다 동의하진 않겠지만

나는 '현장도 살아있는 생물이다' 라고 생각한다.

현장들 마다도 

현장의 상황이 다르고, 

주변 이웃들과 여건이 다르고, 

공사 규모가 다르고

건물의 목적이 다르고, 

효율성의 기준도 다르고,

무엇보다 시공사가 다르고,

그안에 작업하는 작업자의 노하우와 수준이 다르다. 

 

따라서 단순히 현장에서 무조건 도면대로,

무조건 FM 대로만 외칠수 가 없다. 

각 공정에서도 반드시 한가지 방법만이 정답이다라고 할 수도 없다. 

물론 모든 것에는 기본이 있고, 그 기본이 충족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시공자가 현장에서 판단하는 것도 있을테고,

현장소장이 현장에서 판단하는 것도 있을테고,

감리자가 현장에서 판단하는 것도 있을테고,

상황은 모두 들어봐야 한다. 

그런 것들을 무시하고 본인이 아는 것만이 정답인 것 처럼 잔소리를 하는 것,

어떤 상황이든 도면대로만 하라고 하는 것은 

'감독' 은 되겠지만 '감리' 라 하긴 어렵다. 

 

그것이 감리가 어려운 것이고, 

현장소장이 어려운 것이고,

그래서 좋은 감리와 현장소장은 

도면이라는 합의된 원칙하에서

현장에서 마주하는 복잡다단한 상황들에 합리적이고 유연하게

대처하는 것일 것이다. 

이 안에는 건축주라는 변수를 대하는 것도 포함이다. 

 

개인적으로는 현장에서 도면과 상이한 부분이 발생하거나,

설계과정에서 발견하지 못한 상황이 생기는 것에 매우 불편함을 느낀다. 

그럴때면 설계때 왜 이런 현장상황을 왜 고려못했지? 하는

민망함과 건축주에 대한 미안함도 든다.

그래서 '감리'가 필요없이 '감독' 으로서 도면대로만! 외쳐도 현장이 마무리가 되는 것을 꿈꾼다.

하지만 그런 현장은 극히 드물다.

수많은 조건들이 서로 부딪치고, 그 안에서 이견이 생기고, 상황이라는 것도 생기고,

수많은 관계들이 생기고, 현장은 그들 속에서 진행된다.

따라서 현장이란 이런 것임을 받아들이고, 

어떻게 유연하고 합리적이고 잘! 해결할 수 있을지 서로 이해하고 공유하고 인정해야한다.

남의 얘기가 아니고 우리현장에도 필요한 얘기다 -_ -;;;;;

 

끝으로 박인석 교수님이 '건축이 바꾼다' 라는 책에서 정리해논 감독과 감리에 대해 소개하고 마치려 한다.

"감독이란 말 그대로

계약대로 공사를 이행하는가, 즉 설계도서대로 공사를 이행하는가를 감독 하는 것이다.

하지만 감리란 그보단

설계의도가 충분히 반영되도록 설계도서의 해석 및 자문과 현장 여건 변화 및 업체선정에 따른

자재와 장비의 치수, 위치, 재질, 질감, 색상 등의 선정 및 변경에 대한 검토, 보완에 더 가깝다."

 

좋은 감리가 되는 것은 참으로 어렵다.

 

Y

 

바쁘다는 '핑계' 는 아니었다.

최근의 지난 몇 년동안에는 정말 바빴다. 

그러다 보니 밤에 집에 들어갔을때는 운동이란 걸 할 에너지가 남아 있지 않았다.

그저 자기전에 누워 웹툰 좀 보다가 자는게 낙이자 하루의 마무리였다.

운동을 해보려 시도를 안해본 것은 아니었지만 길게 가진 못했다. 

 

한살 한살 나이가 들면서 체력이 안좋아 진다는 것이 느껴졌다. 

특히나 주로 차로 이동을 하다보니 걸어다니는 거리가 정말 얼마 없었다. 

낮잠을 자지 않고는 하루일과를 다 소화할 수 없을 만큼 저질체력이 되어 가고 있었다.

그래서 운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늘 했지만, 늘 입버릇처럼 달고만 있었다.

그러다 어느날 등에 난 종기를 제거하려 사무실 근처 병원의 외과를 찾아갔다.

이 외과는 치질로 유명했는지 환자의 9할은 치질환자였다.

그 사이에서 한참을 기다리다 마침내 진료실에 들어갔을때 진료실 침대에 붙어있는

"치질환자 진료자세" 를 보여주는 그림을 보았고, 그 그림속 자세는 너무나 충격적이었다. 

알만한 사람들은 아는지 모르겠지만...

암튼 그런 자세로 진료받을 생각만해도 너무 굴욕적일거 같았다. 

그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체력이 딸려 골골댈때도,

건강검진에서 운동 안하면 빨리 죽는다고 그렇게 겁을 줄때도, 

하루에 낮잠을 한시간을 자야 오후 일정이 가능할때도,

늘 많이 먹으라고 권하던 엄마가 그만 먹고 살빼라고 타박할때도, 

안하던 운동을

"반드시" 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다.

물론 치질예방과 운동이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는 잘 모른다.

그냥 치질을 피하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운동뿐이라는 막연한 미신이었다. 

 

그렇게 해서 약 두 달 정도 전부터 달리기를 시작했다. 

물론 퇴근해 집에 가서 하는 거다 보니 너무 늦거나, 너무 피곤하면 못한다. 

그래서 많아야 일주일에 4,5번 정도 하는 거고, 코스는 동네를 크~게 한바퀴 도는 것이다. 

이처럼 비록 소박한 운동이긴 하지만 나름 꾸준히(?) 하면서 새삼 느낀 것들이 있다. 

 

첫번째는

일단 다 필요없고, 버티면 된다는 것이다. 비록 좀 느릴지라도.

얘기했던데로 퇴근 후에 하는 달리기이다 보니 컨디션은 늘 다르다. 

늦게 집에 간 날에는 무척 피곤한 상태여서 출발해 열발자국정도 뛰었을때 

벌써 다리가 뻐근하고 숨이 불편해진다. 오늘은 그냥 집에 갈까 하는 생각이 바로 든다.

저녁을 늦게 먹거나 많이 먹거나 했을때도 달리기를 시작하자 마자 몸이 무겁다는 

느낌이 든다. 역시나 포기하고 집에 갈까 하는 생각이 바로 든다. 

또한 동네를 도는 거다 보니 운동장을 달리는 것과 다른게 달리는 코스가

거의 대부분 오르막이거나 내리막으로 되어 있다. 평평한 구간은 많지 않다.

오르막은 오르막대로 허벅지가 터질것 같이 힘들고,

내리막이라고 그 속도대로 달렸다가는 곧 폐가 찢어질 것 같은 숨가쁨을 느끼게 된다.

이럴때도 그만 멈추고 집에 갈까 하는 생각이 바로 든다.

따라서 이럴때는 속도고 나발이고 우선 버티는 것이 필요하다. 

몸이 무거울때, 컨디션이 안좋다고 느낄때, 오르막에서 허벅지가 터질거 같은 고통을 느낄때는

평소의 보폭보다 훨씬 줄여서,

마치 걷는 것처럼,

아주 천천히,

하지만 멈추지는 말고 계속 약하게라도 뛰어야한다. 

너무 멀리보지 말고 한걸음 한걸음에만 집중하면서 가야한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호흡이 안정되고, 다리의 통증도 견딜만해지고,

무거웠던 몸이 조금씩 가벼워진다. 

컨디션이 좋을때는 원하는 속도와 보폭으로 달려나가면 되지만,

그렇지 않을때는, 느리고, 마치 걷는 것처럼 보일지언정, 버텨낼 수 있는 힘이 필요한 것이다.

우선은 멈추지만 않으면 다시금 페이스는 올라오게 되어 있다. 

 

두번째는 

눈이 바닥을 쳐다보지 말고 앞을 보고 달려야한다는 것이다. 

사람마다 다른 건진 모르겠지만 나는 뛰고 있는 내 발을 쳐다보고 달리면 

더 빨리 힘들고 지친다.

그럼에도 자꾸 바닥을 쳐다보는 것은 힘들어서이기도 할 것이고,

혹시 머에 걸려 넘어지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인 것 같다. 

하지만 하반신 아래는 지면에 닫는 내 발과 다리의 감각에 맞기고, 

고개는 정면을 바라보고 달리면 훨씬 덜 힘들고, 더 멀리, 그리고 오래 달릴 수 있다.

즉, 내 다리와 발을 믿고 눈은 앞을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적어도 지난 두달여동안 나는 그랬다. 

 

세번째로는 

내 호흡과 페이스와 리듬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래 달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내 호흡이 중요하다.

들이쉬는 숨과 내쉬는 숨소리, 그리고 그에 맞춰 움직이는 내 팔과 다리

이것들이 서로 익숙한 리듬으로 함께 움직일때 나는 나만의 페이스를 유지할 수 있다.

그리고 그래야 먼거리를 오랜 시간동안 달릴 수 있다.

이런 상태가 되면, 어느 순간 내 몸은 내 머리와는 별개로 

머리속으로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어도, 몸은 스스로 움직이고,

이렇게 달리고 있는 상태가 마치 원래의 상태인 것처럼 편안하게 느껴지는,

그런 무아지경의 상태가 되기도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내 호흡과, 함께 움직이는 팔다리의 리듬을 기억해야 한다.

그리고 그 호흡과 리듬을 잃어버렸을때,

이를 기억해내고 내 페이스로 돌아올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 

 

20대 한창때에 비하면 달리는 거리나 시간이 형편없지만,

대신 지금 하는 달리기는 내가 가진 체력의 한계 덕분인지, 

나의 온 신경과 온 마음가짐을 통해 노력해야 내가 원하는 목표를 달성하게 해준다.

그리고 그 덕분에 달리기를 통해 단순한 달리기 이상의 

많은 것을 느낀다.

 

내가 하고 있는 이 일도, 건축도, 사무소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을

깊게 하게 된다.

우리가 하는 일도, 지금 우리 사무실도

내가 원하는 만큼, 원하는 속도와 보폭으로 앞으로 쭉쭉 달려나갈 때가 있고,

힘들고 컨디션이 좋지 않을때, 마음이 심난하고 무거울때, 원하는데로 알아주지 않을 때도 있다. 

그리고 그럴때는 달리기와 마찬가지로

천천히, 보폭을 줄여가면서, 호흡을 깊게 하고, 걷는 듯 뛰는 듯 하며 꾹 버텨내야 한다. 

아무리 느릴지언정 멈추지만 않으면 

어느 순간 컨디션은 올라오게 되어 있고 다시 원하는 속도로 달려나갈 수 있을 것이다.

아직 그리 오랜시간이라 할 순 없지만, 

사무실을 하면서, 사무실을 한다는 것은 이러한 사이클의 반복이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다.

그래서 좋다고 우쭐할 필요도 없고, 나쁘다고 낙담할 필요도 없다라는 것도 깨닫는다.

그저 지금 우리의 호흡이 흐트러지지 않았는지, 

우리의 리듬이 깨지지는 않았는지, 

눈이 바닥을 보는 것이 아니고 앞을 보고 있는지만 신경쓰고,

우리의 페이스를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리고 달리기와 마찬가지로,

좋은 사무소로서 오랫동안 유지하기 위해서는

좋을때든 나쁠때든 멈추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비록 소박한 달리기이지만 달리는 동안 많은 생각을 하고, 많은 걸 배운다.

 

Y

 

 

 

 

 

 

 

요즈음 두 개의 프로젝트에 대한 견적을 시공사들로부터 받고 있는 중이다.

지난 봄에 세 개의 프로젝트에 대한 견적을 받고, 검토를 하고, 시공사를 결정하던

괴로운 시기를 어렵게 보내고,

몇 달만에 이번엔 두 개가 비슷한 시기에 견적을 기다리고 있다. 

 

전에도 물론 그랬지만, 프로젝트와 시공사를 매치시키는 일이 갈수록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그리고 그 이유는 당연히 공사비가 너무 많이 나와서이다.

물론 그 동안의 과거와 비교해볼때 건축주분들의 예산도 점점 늘어났다.

하지만 공사비는 그것보다 훨씬 더 가파르게 오르고 있고, 이미 많이 올랐다. 

각종 자재비의 상승은 물론, 인건비도 많이 올랐다. 

(이 더위에도 현장에서 일하고 계신 분들을 보면 지금이라도 올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하지만,

견적서의 단가를 보면서는 "왜이렇게 비싸!" 하는 자기모순에 빠진다 ㅠ)

또한 거기다가 소방과 단열, 철거까지 관련 법규들이 강화되면서 눈에 보이지 않는 비용상승이 많다.

암튼 그냥 다 올랐다.

물론 여기에는 점점 높아져가는 우리 욕심도 작용했음을 몰래 밝히지 않을 수 없다.

암튼 그러다 보니 우리가 보기에도 좀 과하다 싶을만큼 공사비가 많이 나올때도 있고,

현실의 예산과 견적서에 적힌 숫자 사이에서

깊은 고뇌와 괴로운 결정과 건축주께 민망한 조정을 제안해야하는 일이 생긴다. 

이렇게 점점 공사비가 올라서는 조만간 세상 모든 건축주들이

건물짓는 걸 다 포기하는 건 아닐까, 

그래서 우리도 백수가 되는게 아닐까 하는 염려가 들 정도다.

꽤 적지않은 프로젝트들을 해왔다고 생각함에도 불구하고,

그래서 최대한 규모와 예산을 고려해가며 계획한다고 하는데,

그 둘 사이를 한번에 맞추는 것이 쉽지가 않다.

규모가 크던 작든, 예산이 많든 적든, 모든 프로젝트가 이 과정을 거치고,

갖고 있는 현실과 머리속 이상 사이에서는 늘 차이가 있는 것이라고 건축주분들을 위로하지만,

뒤에서는 이 간극을 극복하는 과정이 건축주 이상으로 괴롭고 또 괴로운 숙제이다. 

 

다른 분들은, 다른 사무소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어쨌든 견적서의 숫자를 건축주의 예산과 맞추는 것까지를 설계의 마무리로 보고 있다.

예산을 고려하지 못해 견적이 안맞아서 공사를 들어갈 수 없는 설계는 

설계가 끝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견적서의 물량부터 단가까지를 다 해부, 해체해 시공사를 괴롭히기도하고,

"아~XX 왜 이렇게 했지~"라며 머리를 쥐어뜯기도 한다. 

하지만 문제는 하나하나 뜯어보면

또 이렇게 하지 않으면 안되는,

이 재료를 쓰지 않으면 안되는,

이 디테일을 쓰지 않으면 안되는,

이 공간을 만들지 않으면 안되는,

그런 피치 못할 이유와 사정들이 모여 도면이 만들어졌음을 깨닫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견적을 조정하는 것이 너무너무 어렵다.

우리가 이리 어려우니 건축주가 어려운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런저런걸 줄이자고 제안할 수도, 은근한 압력을 행사할 수도 없다.

때로는 "처음부터 돌이켜 봐도 이렇게 된 이유가 다 있었죠?" 라고 설명하며

그저 건축주의 결심만 기대할때도 있다. 은근히...

 

지금 견적을 기다리고 있는 두 프로젝트도

설계를 할때부터 예산보다 공사견적이 더 많이 나올거 같다라고 

은근히 말씀을 드렸는데, 얼마나 건축주분들이 맘속에 담아두고 계신지는 모르겠다. 

그래서 미리 맘속으로 맘의 준비를 하고 있지만,

머리속으로 이러저리 생각을 해봐도 공사비를 줄일 마땅한 부분이 생각나진 않는다.

두렵다... 얼마가 나올지... ;;

 

하지만 그렇다고 지금까지 견적이 끝끝내 안맞아서 

공사를 못한 일은 없었다. 흐흐흐

어떻게든 서로 머리를 맞대고, 조정하고, 바꾸고, 맞추다 보면 다 되긴 된다.

그저 건축주가 처음나온 견적서를 받아들고,

빌런으로 바뀌지만 않기를 바랄 뿐이다. ㅠㅠ;;;

 

당부드리는 것은, 그 동안 설계는 같이 해왔다는 것이고, 

견적을 맞추는 것도 함께 해야할 일이라는 것이다.

건축주만 포기하지 않으면, 우리도 포기하지 않는다. 

 

Y

  1. JYA 2021.08.13 19:22 신고

    이번 글은 마지막에 웃음과 감동이 밀려오는군. ;D -J.

  2. 소소서원 2021.08.28 16:43

    건축주가 빌런이 된다 하여도, 영화는 계속 상영되어야죠^^
    빌런도 주인공이 되는 시대, 마지막까지 엔딩을 끝내는,
    빌런…당사자의 역할과 책임을 잘 완수해주기를 바랍니다.

최근엔 예전만큼 자주는 아니지만, 그래도 종종 건축주나 상담하시던 분들이

왜 요즘은 독립건축가 생존기에 글을 많이 안쓰냐는 질문을 하신다.

"음... 왜 일까"

이 질문에 대한 진심은 사실 마음속에 있었지만,

그대로 말씀드리진 못하고, 그저 너무 바빠서 잘 못쓰게 된다라고 얼버무리고 만다.

 

아주 틀린말은 아니다.

이곳에 글을 쓰는 것은 사실 머리속에 먼가 생각이 좀 머물고 있을때,

하고 싶은 말이 있을때, 그럴때 보통은 글을 써왔다.

그래서 글을 쓰는 것 자체는 시간이 오래 걸리진 않았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말한 것 처럼 머리속에 이런 저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가 있어야 하고,

그런 생각들은 보통은 손과 발이 너무 바쁘지 않을때,

중간중간 멍하니 있거나, 혼자 별 일 없이 있는 때에 생겨난다. 

하지만 요즘은 너무 많은 사건들이 있고, 시간은 늘 부족하고, 

그저 벌어진 사건들을  해결하려 하다보면 생각으로 정리할 여유가 없이

하루 하루, 일주일 이주일, 한달 하고 또 여러 달이 지나가 버린다.

겨우 몇일 전 일도 기억이 가물가물 할 만큼 정신착란의 상태이다. ;;;

따라서 머리속은 늘 먼가가 복잡하게 엉켜있는 상태이고, 머리와 마음이 차분할 여유가 없다.

늘 불안하고, 이상하게 당장 여유가 있으면, 지금 멍하니 보낸 이 시간이  

훗날 화살이 되어 돌아올 거 같은 초조함에 시달린다.

어쩌다 글을 쓰기 시작했다가도 썼다 지우다 썼다 지우다 하다 결국 포기한다. 

 

글이라는 것이 생각이 정리되고 정리되서 나오는 결과물이라 했을때,

최근에 이곳에 글을 쓰지 못하는 이유는 사실 쓸 소제가 없어서도 아니고,

글을 쓸만큼의 물리적 시간이 없어서도 아니고,

정확히는 머리속이, 그 안의 생각이 정리되지가 않아서이다. 

 

사실 이 상황은 단순히 블로그에 글을 쓰냐 안쓰냐의 문제보다도

더 근본적인 문제일 수 있다. 

사무실을 하고 있으면서, 차분히 생각을 정리할 여유가 없이 살고 있다는 것,

그때 그때 벌어진 상황에 함몰되어 있다는 것은 무척이나 아찔한 상황이고, 

이러는 사이에 사무실이, 그 안의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 서둘러

살펴보아야 할 일인 것이다. 

모두가 알겠지만, 세상은 너무나 빨리 변해가고, 또 세월도 너무나 빨리 흘러가고,

정신줄 놓고 있는 동안 흘러간 곳이 때로는 생각지도 못하게 멀리 와버린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글을 쓰는 것은 어쩌면 그 반대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는 것도 알고 있다.

생각을 정리하고 정리해서 만들어지는 것이 글이지만, 

반대로 글을 쓰면서 생각이 정리되고, 그것이 다시 글로 써지면서 생각이 갈 길을 보여주기도 한다. 

내가 마지막 글 이후 약 반년이 지나서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정리한 생각을 쓰기 위해서 이기보다 글을 쓰면서 생각을 좀 정리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 동안 이곳에 써 왔던 글이 보는 이들에게 조금이나마 공감되게 느껴졌던 이유는 

바로 꾸밈없이 생각들을 정리해서 써 왔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생각을 꾸미려 하고, 돌려말하려 하고, 있어보이려 하는 

태도들도 생겨났다. 

좋게 포장하자면 이제 사무실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이제 꽤나 많은, 건축주를 포함한, 사람들과의 관계속에서 일을 하고 있는 입장에서

솔직함만이 정답은 아니지, 그럴 수도 있어라고 얘기할 수도 있지만,

사실 까놓고 얘기하면 그저 잘보이고 싶고, 잘나보이고 싶고, 

그로부터 나의 불안감이나 초조함을 감추고 싶어서라고 생각한다. 

마치 슬램덩크에서 변덕규가 산왕전에서 쓰러져있는 채치수를 향해 무를 썰어주며,

넌 회를 꾸며주고 받쳐주는 그런 존재인데 왜 주인공이 되려 하냐 라며 정신차리라고 했던 장면처럼

(워딩이나 비유가 다 맞는진 모르겠다.....머 비슷한 상황이었던거 같긴 한데 ㅋ ;;;)

블로그의 글을 좋아했던 분들은 그런 진솔함에 공감해서 였던 것이지,

우리가 잘난체하는 걸 보고싶어서는 아니었을 것이고,

블로그를 우리가 쓰는 목적도 그런 진정성을 공유하고 싶어서 이지,

우리가 어떻게 보여질 지가 첫번째 고려사항은 아니었는데 말이다. 

 

따라서 우선 소박하게는 글을 좀 자주 쓰려고 한다. 

정리된 생각이 있어서가 아니고, 지금 나에게는 쓰면서 생각을 정리하는 것이 필요해보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하나는 눈치보지 않고 쓰려고 한다. 

모두에게 잘보이려 노력하기보다,

좋아해주는 분들도 있고, 또 실망하는 분들도 있을 것이라 받아들이려 한다. 

 

블로그를 쓰기 시작했던 본질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또 그것으로부터 너무 멀어지지 않으려고 노력하고자 한다. 

 

Y

 

 

 

 

 

 

실제로 워크샾을 진행한건 12월의 초였는데 

글쓰는걸 미루고 미루다 결국 2021년의 새해가 되서야 워크샾 두번째 글을 쓰게 되었네요.

머 나름 새해에 대한 얘기였으니 새해에 쓰는게 시기상으론 나쁘지 않은 것 같기도 하지만,

문제는 시간이 벌써 한달이 지나서 그때의 그 기억과 감정이 좀 가물가물 한게 문제라면 문제죠 ㅎ ;;;

 

일단은 지난 글에 이어 기억과 기록을 더듬어 정리를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2021년에 직원들 스스로 뿐만 아니라 저희 입장에서도 가장 중요하다고 느끼는 것 중에 하나는 

바로 업무강도를 조절하는 일이었습니다. 

우선 지난 2020년을 돌아보면 사무실 구성원 모두가 꽤나 높은 강도로 일을 했습니다.

그 말은 다시 얘기하면, 개인마다 차이는 좀 있었지만, 야근도 많았고 일하는 시간에

요구되는 일의 처리속도와 결정속도가 무척 빠르게 진행되어 왔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여기에는 아마도 다음의 몇 가지 이유가 주된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첫번째는 다른 글에서 여러번 언급했듯이 우선 사무실의 사옥공사와 이사를 비롯해

다양한 이벤트들이 사무실에 많이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그러한 외적인(?) 일들과 업무를 겸해서 하게되고,

이것이 일단 모두의 업무 강도를 높이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두번째는 지난 몇 년동안 작은 규모의 관납품업무를 해보긴 했지만,

이번에 현상공모 당선과 함께 납품이라는 것을 건축규모로 거의 처음 하다보니 여기에서 오는 

경험부족, 그리고 모든 것을 처음 하듯이 준비해야하는 과정에서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필요로 했습니다.

우선 저희가 경험이 없다보니 일정 계획을 잘 못세운점과 예정에 없던 발주처의 담당자교체와 

그 후 인수인계가 되지 않아 협의를 거의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는 사태까지,

(이건 언젠가 나중에 다시 자세히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_ -)

암튼 결론적으로는 경험의 부족에서 오는 수행과정의 매끄럽지 못함이 하나의 큰 이유였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는 저희가 처음부터 민간에서, 그리고 현장에서 시작해 하나씩 하나씩 배워가며 프로젝트를 만들어온 

경우이다 보니, 어떤 면에서 저희가 아는 지식과 디테일은 실제 민간의 필드에서 적용되는, 지극히 현실상황이 

반영된, 그런 현장중심의 데이터들 이었습니다.

하지만 관공서 납품도서라는 것은, 그 나름의 검증된, 혹은 형식을 갖춘 도서로서 제출되어야 하기에

저희가 이번에 도면을 작성하면서 우리가 그동안 알던 지식과 경험 하나하나를 원점에서 다시 생각하고

검토해야 했습니다. 그러다보니 도면 하나하나 그리는 것이 그 동안 하던 것들에 비해 두배 세배의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습니다.

이런 이유들로 관납품을 하면서 후반기에 사무실이 무척 소란스러웠습니다.

세번째는 늘, 어느 사무소건 다 그렇겠지만 저희의 욕심에 기인하는 부분입니다.

건축이 어떤 면에서는 생각하는 시간과, 도면을 한번 더 보고 고민하는 시간과, 마친 것을 한번 더 검토해보는 시간에

비례해서 결과가 만들어지는 성격이라고 느끼기에 각자가 시간을 더 쓰고, 더 오래 앉아 있게 되는 것이 분명 있습니다.

 

암튼 그 이유가 어떤지를 돌아보는 것은 이 정도에서 의미가 있었던 것 같고,

더 중요한 것은 이것들이 개선될 수 있는 성격의 것이냐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아마도 첫번째와 두번째 요인은 올해에는 분명히 개선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세번째는, 선택의 문제이긴 하지만, 이 부분에 대해 저희는 우선 좀 다른 방향으로 접근해 보고자 했습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그 완성도를 위해, 그 프로젝트에 대해 갖는 개인의 욕심을 위해, 건축주와의 약속을 위해서라도

거기에 들어가는 시간과 노력과 고민을 줄이기는 어렵다는 것이 구성원들의 공통된 의견이었습니다.

그래서 내년부터는 좀 다른 방법으로 개인의 업무강도를 조절하고,

좀 더 오래, 몸과 마음이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조건들을 만들어보기로 했습니다.

여기서 전제는 개인시간과 업무시간의 관계를 하루단위가 아닌 일년단위 정도로 길게 보고 조정하는 것입니다.

그 중 하나는 개인이 일정기간동안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쓴 프로젝트가 끝나고 났을때,

쉬어갈 수 있는 시간과 시기를 만들어 휴식의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저희가 올해에는 우선 사무소 프로젝트들 중 일부를 모아 책을 제작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해보려고 합니다.

그리고 이 책제작이라는 것이 일단 일정에 쫓기는 상황은 아닐 것이기에,

그 책 제작이 끝나는 기간까지는 근무시간을 조정해 개인시간을 충분히 갖도록 하는 것입니다. 

물론 이 프로젝트가 끝나면, 생각하고 있는 다른 외적인 프로젝트들을 가능한 하나씩 하나씩 꾸준히 해보려고 합니다.

 

또 다른 것은 원하는 직원에 한해 주 4일, 혹은 주 3일 근무를 적용해 보려합니다. 

물론 협의를 통해 기간이나 상황에 따라 급여를 조정할 수도 있겠지만,

원하는 기간동안 근무시간의 조정을 통해 쉬어갈 수 있는 시간을 갖도록 하는 것도 좋겠다는 의견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는 부분적으로 BIM 을 적용해 보는 것입니다.

내부적인 의견으로 사무실 프로젝트들의 성격과 내부적인 디자인과정의 특성상 모든 영역에 적용해보는 것은

비효율적일 수 있지만, 부분적으로는 충분히 적용해 볼 수 있을 거라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업무강도의 조절과 이를 통해 지속적으로, 건강하게 사무소의 구성원들이 오랫동안 함께 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고민의 결과는 우선 이정도 였습니다. 

다들 충분히 시도해 볼 만하다는 의견이었고, 중요한 것은 실제로 하나라도 실행해 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외에 나왔던 의견은

업무시간에 프로젝트에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것을 보기 위한 건물답사나 업체방문 등등이

좀 더 자유롭게 보장되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고, 이는 다녀온 결과를 모두에게 공유할 수 있는 

내용이 된다는 전제에, 업무시간에 가는 답사나 출장을 좀 더 쉽게 갈 수 있게 하자는 의견이었습니다.

 

그리고 이와 연결되어 나왔던 주제는 내부의 역량을 높이기 위한 방안들이었습니다.

즉, 현재 사무실 내부적으로 부족한 역량이 무엇인지, 그 부분들을 향상시키기 위해서 

구성원들이 할 수 있는 방법과 노력이라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것입니다.

예를 들어 디자인팀에 대해서는 현재 3D 이미지 결과물의 완성도가 개인에 따라 

편차가 심한데 이를 전체적으로 상향시킬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그렇게 한다면 

어떤 수준과 느낌의 이미지를 기준을 삼을지 등등을 결정하고 그 방법을 고민하는 것입니다.

이 부분은 세부적으로 좀 더 논의가 필요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사무실의 장점과 단점을 좀 더 명확히 진단해 봐야한다는 필요성을 공유한 것에 의미가 있었습니다.

한해동안 기회와 시간이 허락할 때마다, 돌아보고 판단해보려 노력하겠습니다.

 

지금 돌이켜 정리를 하다보니 그래도 나름 진지하고 내용이 있었던 워크샾이었고,

특히 2021년에 대한 계획에 있어서는 눈에 보이는 요소보다는, 눈에 보이지 않는 요소들에

대한 고민이었고, 그것들을 통해 내실을 좀 더 단단하게 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한 고민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만큼 각자가 사무실의 방향과 그 안에서의 생활에 대해서 고민을 진지하게 하고 있다는 의미로 생각되니,

굳이 시간과 돈을 들여 워크샾을 한 보람이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여기 그외 몇가지 추가적인 논의내용까지 더해서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디자인 회의때 내 생각을 명확히 얘기하기 (언제나 나오는 얘기지만 언제나 이게 1번이다)

2. 업무강도와 시간조절을 위한 방안

 - 주업무외의 업무를 통해 일정기간동안 업무시간 조정 (예로 올해에는 책제작을 첫프로젝트로 해본다)

 - 원하는 사람에 한해, 일정기간동안 주4일 혹은 주3일 근무 협의

 - BIM 등 업무를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방식을 적극적으로 시도

3. 업무능력향상을 위해, 개인업무시간에 필요한 답사나 방문 등을 자율적으로 허용.

4. 디자인팀과 프로젝트팀 각자가 부족한 능력을 스스로 파악하고 개선하기 위한 리스트업 및 방향 제시

5. 팀 회식 장려 (단, 코로나상황 종료 이후)

 

 

이제 1월 4일을 시작으로 연말 연초 연휴를 마치고 다시 1년을 달려갈 것입니다.

말 그대로 다시 달리기 출발선에 선듯한 느낌입니다. 

한편으로는 정~말 정신없이 살아온 지난 1년과 같을거 같아서 벌써 숨이 차기도 합니다. 

정말이지 숨이 턱! 막히는 그런 느낌이 있습니다. ㅠ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늘 그렇듯, 앞으로의 1년 동안 얼마나 많은, 다양한, 기쁘고, 아쉽고, 억울한 일들이 많이 있을까 생각해보니

두근구근 기대가 되기도하고, 긴장도 됩니다.

올해보다 힘들지도, 더 좋을지도 그건 아무도 모르지만,

늘 " 제...발!!! " 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올해도 살아보겠습니다. 

 

 

 

연말에 가볍게 술 마시고, 웃고, 노는, 그런 시간 말고,

좀 더 진지한 시간을 가져보자고  그 방향을 조금 바꿨던 게 작년 워크샾이었는데

그 후로 벌써 1년이 지났습니다.

 

프로젝트에 대한 얘기 말고,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온전히 우리 각자에 대한, 우리 조직에 대한,

우리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한 얘기만 집중해서 해보는 시간을 갖는 것이

이 자리의 의미였습니다.

그래서 무슨 얘기를 할지, 어떤 주제를 서로 공유해야하는지도

두 소장이 아닌 직원들이 준비하고 진행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우선 우리의 올 한해는 어떠했는지를 돌아보면

결론적으로는 우리가 작년 말에 결의했던(?) 방향으로 절반은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2019년부터 시작한 "사무실 프로젝트의 다양화" 라는 목표는 올해 생각보다 빨리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덕분에 전패였던 2019년의 실패를 경험삼아, 2020년에는 네 개의 현상에 당선되면서 

민간프로젝트들 뿐만 아니라 다양한 프로그램의 공공프로젝트들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민간프로젝트에서도 기존에 하던 규모와 다른 규모의 일을 시작하면서

위태위태하고 짜릿한 경험들을 하고 있습니다. -_ -;;;;;

그리고 이런 다양화를 위해 사무실내에서 서로 역할을 조금 더 구체화하고, 그에 맞춰 팀을 다시 짜고,

그렇게해서 각자의 장점을 좀 더 잘 살릴 수 있는 방향으로 조직의 구성을 변화시키고자 하였습니다.

이는 구성원 모두의 일정한 동의가 있어야 했기 때문에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또한 어떤 측면에선 사무실의 체질을 바꾸는 것이었기 때문에,

괴로울 수도, 인내심이 필요할 수도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이 예상보다 짧았고, 자부컨대 올 한해동안 내부적으로 많은 에너지가 생겨났다고 생각합니다.

다양한 프로젝트들을 하면서 사무실의 능력은 더 다양해지고 단단해 졌다고도 생각합니다.

올해를 리뷰하며 다행히 모두들 각자의 역할과 업무에 대해 즐겁게 받아들이고 있고,

더 발전하기 위한 스스로의 노력들을 다짐하는 걸 보며 감사한 마음입니다.

 

또한 올해 목표했던 "사무실 이사하기"도 여러 우여곡절 끝에 끝이 났고,

직원들이 전보다 훨씬 더 좋은 환경에서 일을 할 수 있게 된 것도 원하던 바입니다.

아마 올해 경험하지 못한 홍제동에서의 봄과 여름을 맞이하는 내년에는 더 재밌는 일상들이 많겠죠?

매니저가 합류하면서 좀 더 본래의 일에 집중할 수 있게 된 것도 변화 중에 하나네요. 

 

작년 워크샾에서 세웠던 목표 중에 (변명의 여지가 있지만) 지키지 못한 건

"첫 현상공모 당선 후 해외답사가기" 였습니다.

네 번의 당선으로 인해 중국에서부터 시작한 해외답사는 점점 더 서쪽으로 가서 현재는 동유럽까지 가 있습니다.

아마도 코로나로부터 전세계가 안전해질때까지는 미뤄둬야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합니다.

그런면에선 코로나로 인한 이 사태에 고마워해야할지.. 크크크

 

마지막으로 작년에 세웠던 가장 큰 목표였던 "디자인 미팅시 서로간 삿대질하며 의견교환하기"

여러모로 여전히 부족한 부분이 많았습니다. 

때문에 이것은 2020년 워크샾에서도 가장 중요한 의제입니다. 

어떻게 해야 형식적인 자리가 되지 않고 진지한 자리가 될 수 있을지, 

어떻게 해야 진짜로 생산적인 논의를 할 수 있고,

개인의 의견들이 모여 집단의 의견으로 합쳐질 수 있을지, 

어쩌면, 지금이 지난 8년에 가까운 시간동안 해온 시도들에 비해 가장 진지하고 절박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동안의 과정들에 비춰봤을때,

개인적으로 얻은 교훈은 일단은 너무 큰 욕심을 가지지 말자 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다른 글에서도 언급했듯이 우선은 공유의 단계를 먼저 시작하려 합니다.

그리고 그 공유는 우선 나부터, 우리부터 하고 있는 생각을

자꾸 더 자주 얘기하고, 꺼내놓는 것에서 시작하려 합니다.

의견의 교환과 창발은 그 다음 단계로 보겠습니다. 

 

2020년은 우리 모두가 벌써 1년이나 됐어 라고 할 정도로 어느해보다 정신없이 지나가 버렸습니다.

아마도 가장 큰 이유는 장장 7개월의 프로젝트였던 홍제동 이사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 7개월동안 많은 사건사고들이 있었기 때문인지 그 시간이 지나고 나니,

어느새 1년의 끝이 코앞까지 와 있는 느낌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사이사이 정말 많은 일들을 해 와서,

2019년 워크샾에서 세웠던 목표들을 많이 현실화 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우선은 그렇게 훈훈하게 올 한해에 대한 리뷰를 마치고 2021년을 위한 워크샾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참고로 아래에 2019년 워크샾에 대한 글을 굳이 친절하게 덧붙입니다. ㅎ

https://jyarchitects.tistory.com/324

 

 

 

 

 

 

사무실 시작부터 당연하다 생각했고,

그 이유와 방법을 늘 고민하여 왔고,

때로는 비효율과 비생산적이라는 느낌에 그 타당성을 의심하기도 했지만 ,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그리고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 왔습니다.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는 것, 

서로가 서로에게 자극이 되어주는 것,

서로가 서로에게 배경이 되어주는 것

이를 위해서는 우선 내가 하나의 주체로서 스스로를 온전하게 만들려 노력해야 합니다. 

그래서 내가 하는 작업이, 내가 만드는 결과물이, 내가 하는 생각이, 내가 일을 하는 태도가

다른 구성원들에게 어떻게 보여지고, 어떤 긍정적인 자극을 줄 수 있을지 늘 돌아봐야 합니다. 

그래서 사무실의 모든 구성원들과, 사무실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프로젝트들로부터

끊임없이 자극받고 또 배울 수 있어야 합니다. 

그것이 우리같은 소규모 사무소가 설계역량을 향상시킬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며

동시에, 조직이 건강한 긴장감속에서 단단히 뭉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것이 아뜰리에사무소의 가장 궁극적인 복지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서로 다른 장점을 가진 사람들로 구성된 조직,

그래서 그 안에서 다양한 자극을 주고 받고,

서로서로에게 배울 수 있는 그런 조직과 문화를 만드는 것 말입니다.  

 

이를 위해 저희는 먼저 우리 생각을 공유하고,

그것에 대해 의견을 받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아야하며,

다른 사람의 의견과 생각을 잘 들으려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제가 가장 못하는 것이고 가장 반성해야 하는 것입니다. 

또한 조직을 그러한 구성원들로 구성하기위해

,그것이 사무소의 구성원들에게 우리가 제공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복지라 생각하고,

한명 한명이 그런 사람이 될 수 있도록 좋은 역할과 나쁜 역할을 모두 해야 할 것입니다. 

 

지난 사무실 이사를 즈음해서는 너무 바쁘게 돌아가는 사무실로 인해 한동안 이런 시간을 미뤄두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다시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고 묻고 얘기하는 시간을 더 많이 가지려 합니다. 

그 동안의 많은 시행착오를 통해 정해진 형식이 중요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았고,

작은 얘기라도 서로 나누는 것에서 생각지도 못했던 영향이 생겨난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또한 때로는 듣는 것보다도 내 생각을 얘기하고 공유하는 기회를 갖는 것이 더 큰 도움이 될 때도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저부터가 우리 사무실의 구성원들에게 하나의 자극이 될 수 있도록,

스스로가 혹시 멈춰있진 않은지 늘 돌아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Y

  1. 다나 2020.11.20 15:41

    작년에 알게된 이곳에서 불편한 건축에 대한 글을 읽으면서 좋은 느낌을 간직했었는데 우연히 다시 이렇게 방문해서 좋은 글을 읽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오늘은 어제의 짐싸기에 이어 진짜 이삿날입니다. 

이른 아침부터 이삿짐 직원분들이 오셔서 짐을 포장하기 시작하셨고, 

저희는 몇 명은 하중동에서 짐 나가는 거 확인하고,

몇 명은 홍제동에 가서 이삿짐 받을 준비하고,

몇은 필요한 거 사러 이케아를 비롯해 여기저기로 흩어졌습니다. 

사람이 여러명이니 이럴때는 참 동시에, 효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어서 좋습니다 ㅎ

 

아침부터 시작된 이삿짐 포장
전문가들이 하면 확실히 다름니다. 머든지간에 ㅎ
이삿짐이 다 나가고 나니 이렇게 횡한 모습입니다. 4년 동안 많이 낡아지긴 했지만, 이러니 처음 오던 날도 생각나네요.
점심먹고 나서 이제 본격적으로 홍제동에서의 이사가 시작되었습니다!

 

이렇게 텅 비어있던 공간.
이삿짐이 하나둘 올라옵니다.
하중동에서 가져온 가장 큰 가구는 길이 2400 의 개인책상입니다. 여전히 쓸만하다고 할까요? ㅎㅎ 
우리 지연이 머하지?
저 책들은 저자리가 아닌데..... 가시면 다시 해야겠습니다 ㅠ
계속해서 짐이 들어옵니다.
종수가 인터넷과 서버를 먼저 연결합니다. 오늘 안으로 마무리해서 내일부터는 일을 할 수 있도록요 ㅠ
오후가 되니 천창을 통해 햇살이 들어옵니다. 
이사짐이 다 들어오고, 이제 본격적으로 정리를 하기 시작합니다. 올때 많이 버리고 와서 그런지, 짐이 많이 줄었습니다 ㅎ
본격적인 짐정리 시작!
ㅋㅋ, 정연이와 저 둘의 표정이 왜이리 다르죠? 정연이는 세상 저렇게 불쌍해 보일 수가 없습니다 ㅠㅠ 
택배로 도착한 3층 의자 조립, 합판 마감에 어울리는 합판 의자!
우리집 바닥도 이렇게 열심히 손걸레질 해본적이 언제였던가.. 오늘까지만 입니다! ㅋㅋ
저녁이 되어 어둑어둑해지면서 조금씩 마무리되어 갑니다. 우선은!
지연!창고!정리!
밖에서 너무 잘 보인다아아 -_ -;;;;;
어두워지니 간판이 멋져요 ㅎㅎ
홍제동 사무실에서의 첫번째 저녁을 먹습니다. 이렇게 첫째날이 마무리되어 갑니다.
앞으로 이곳에서 얼마나 많은 웃고 우는(맘속으로) 일들이 있을까요? ㅎ
어제는 하중동에서의 마지막 퇴근이었고, 오늘은 홍제동에서의 첫번째 퇴근입니다!

 

이렇게해서 "홍제동으로 이사하기" 이벤트가 모두 마무리되었습니다.

물론 앞으로도 조금씩 조금씩 정리하며 할 것들이 있겠지만,

일단은 우리는 이제부터 홍제동 생활을 시작합니다.

오늘의 이벤트를 위해 길게보면 작년에 땅을 알아보던 순간부터,

짧게는 공사가 시작된 이후의 인고의 시간들이,

더 짧게는 이사를 위해 본격적으로 일정과 업체를 알아보고,

그에 맞춰 하나하나 현장공사를 마무리하던 시간들까지

정말 긴 시간동안, 여러 사람의 수고가 있었고, 

그것들의 결과물이 바로 오늘의 이 이사인 것 같습니다.

그렇게 생각해보면 참으로 의미있는 하루였습니다.

 

그 과정에서 정말 많은 분들의 관심과 응원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사무실에서 이 공사를 진행하며 몸과 마음이 두 배로 바빴던 사람들도 있습니다.

주말에 필요할때 마다 나와 청소하고 정리하느라 모두가 다 수고해주었지만,

그 중에서 특히 공사의 8할을 진행해준 수연이와, 마무리하러 들어와서

그 책임과 역할을 다해준 지연이에게 특별히 감사를 하고 싶습니다.

 

어쩌면 저와 조소장에게는 정말 의미있는, 잊지못할 순간일 것입니다.

8년전 신설동의 월세 50만원 사무실에서 시작할때는

상상해보지 못했던 일을 벌였고, 이렇게 이사까지 들어왔으니,

이 끝이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이 순간까지는 그래도 잘 해온거라 생각하겠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정말 잊지못할 순간입니다.

지난 8년의 시간동안 잘한 일, 못한 일, 좋은 일, 나쁜 일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한가지 확실했던 건, 늘 배고파 했고, 늘 불안해 했고, 안주하지 않으려 늘 노력했고,

새로운 모습을 찾으려, 새로운 영역을 찾으려, 더 새롭고 다양해지려 노력해 왔다는 것입니다.

그것이 수 많은 돌뿌리들에 휘청휘청하면서도 넘어지지 않고, 여기까지 달려올 수 있게 해 준 비결인 것 같습니다.

 

사옥을 계획해보신 많은 분들이 아마도 그러한 마음이겠지만, 

이것을 가장 망설이게 하는 것은 현재가 어려워서가 아니라,

미래에도 우리가 괜찮을까, 지금과 같을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인 것 같습니다.

늘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갖고 사는, 사무소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저희도 마찬가지 였습니다.

그래서 늘 마음속으로 이 끝이 어찌 될 지 모르겠다라는 생각을 갖고 있고, 

홍제동 사옥을 준비하면서도 늘 마음 한켠에 자리잡고 우리를 괴롭히던 불안감이었습니다.

 

하지만 저희가 그나마 작은 희망과 믿을을 갖게 된 것은,

우리가 그 동안 해왔던 것처럼,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더 나아지려는 욕망을 놓지 않는다면,

늘 배고파하며 새로운 일에 목말라 한다면,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것에 주저하지 않고 한발 더 빠르게 해간다면,  

그리고 지금 있는 프로젝트들을 하나하나 소중히 여긴다면,

적어도 그 끝이 쉽게 무너지거나 흩어져 버리는 엔딩은 아닐 것이라는 희망과 믿음입니다. 

그래서 이 곳에서도

늘 긴장하고 늘 돌이켜보고 늘 배우고 나아지려 노력하려 합니다.

그리고 그 과정이 지난 8년의 경험으로 늘 괴롭고 아프다는 것도 압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가 흐트러지거나 포기하지 않는다면

미래가 현재보다 못하진 않을 것이라는 희망과 믿음을 갖고 가겠습니다.

그리고 새로 마련한 이 공간이 그 치열한 과정과 시간에서 

우리에게 그나마 편안과 위안을 줄 수 있는 공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끝으로 이 홍제동 사옥 프로젝트에 가장 큰 공이 있는 조소장에게 

모두를 대신해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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