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국이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었던 네덜란드에서의 생활을 끝내고 다시 한국에 돌아가는 것이다.

그렇다고 귀국을 계기로
지난 네덜란드에서의 시간들을 모두 이곳에 정리하고, 쏟아내고 싶은 마음은 없다.
그 동안 간간히 올렸던 글들에서 이미 많이 언급했기도 했거니와
나 스스로도 이곳에서의 생활을 어찌 정리해야 할지 감이 오질 않는다.

다만 20대후반에 와서 30대초반까지를 이곳에 있으면서 느낀
가장 중요한 것은 삶이란 혼자서 살아갈수 없다는, 나를 둘러싼 많은 사람들의 도움으로 살아가는 것이라는 것이다.

네덜란드에서의 나의 삶이란 모든게 다른 분들의 도움으로 만들어고 지속되어 왔다.
델프트에서의 형님, 누님, 동기, 후배들
암스테르담에서 평생의 연을 맺은 나의 또하나의 맘 과 파더, 그리고 여러분들
VMX 의 고마운 사람들

이 모든 사람들이 있었기에 나는 무사히 이시간까지 올 수 있었다.

그들에게, 그리고 주변의 모든이에게 감사하고 살아야 한다.
귀국하는 비행기에 챙겨가야하는 마음이다.

또 하나 네덜란드로부터 가져가고 싶은 마음은 '여유' 이다.
돌아보건데 네덜란드에서는 시간이 마치 천천히 흐르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하루 24시간을 쓰는건 똑같은데도 불구하고 천천히 걸으면서, 몇십분이라도 의자에 앉아서,
버스를 타고 가는 동안에도 마치 슬로우무비처럼 많은 것들을 생각하고 바라보게 하는 여유가 있었다.
또한 동네를 걷고, 차를 타고 가고, 기차를 타고 가는동안 주변을 관찰하고 느끼고
행복감을 느낀다.

이러한 마음의 여유는 건축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내가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에 대해 
의문을 갖게 하고, 다른 관점에서 다시 생각해 보게 하고, 멀리 떨어져 전체를 다시금 보게하는
그러한 여유를 갖게 해준다.
결과물을 '생산'하는 것에 급급했을때 놓치기 쉬운 많은 것들을 볼 수 있게 해주었다.
하나를 하더라도 많은 생각과 고민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우게 된다.

비단 건축가에게만 해당되는 얘기가 아니다.
집을 지으면 이들은 여유를 가지고 집을 꾸며나간다.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완성해 간다는 것이다
한번에 다 만들겠다고 욕심부리지 않는다.
자신이 나이들어 가듯이 집도 함께 완성해가며 함께 나이든다.
이런 여유속에서 그들은 집에 대한, 건축에 대한 철학을 자연스럽게 형성해 간다.

이러한 철학은 무슨무슨 디자인 이론 이라고 불리는,
우리가 책에서 보고 머리로 이해하려는 것들보다
훨씬 더 중요하고 깊이 네덜란드의 건축에 들어와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이제 돌아간다.
바라는 건 지금 이 손에 닿을듯 말듯한 이 느낌들이 한국에 가서도
증발되지 않고 계속해서 내 몸과 마음과 생활패턴에 새겨졌으면 하는 것이다

120201 Y


맘과 파더를 비롯한 암스텔담의 고마운 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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