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언급했듯이
한국에 들어오기전부터, 우리가 본격적으로 사무실을 여는것에 뛰어들기전부터
주변의 많은 분들에게 우리가 독립할것이라고 널리 알려왔던 바다.

따라서 한국에 들어와서
집, 사무실정리등의 당장 급한 물리적 상황들이 정리가 되고나서
우리는 그 분들을 찾아뵙고 인사를 드리고 귀한 조언들을 구하고자 하였다.

사실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그분들의 목록을 가지고 리스트를 지워나가듯이
모든분들을 다 찾아뵙고자 한것은 아니었다.

그저 자연스럽게 약속이 잡히는 분들과, 부담스럽지 않고 자연스럽게 뵙고자 하였다.
앞으로 길게 보고 한분한분 차근차근 보는게 우리가 원하는 바이기 때문이다.
굳이 독립, 혹은 개업 이라는 부담스러운 단어를 쓰긴 했지만
나는 우리의 이 일이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시작되고 앞으로 나아가기를 바라고
그 과정에서 사람을 만나는일도 그러했으면 좋겠다.

머 쉽게 예상할 수 있듯이 우선 찾아뵈었던 분들은 학부때부터 가깝게 지내고 있는 선생님들 이다.
한양대학교 노승범 선생님, 서현 선생님, 이정만 선생님.
이미 우리의 이 '작당'을 알고 계셨던 분들이기에 굳이 서론을 설명할 필요는 없었다.
대개의 경우는 역시나 올해의 건축시장이 가장 않좋은 시기이기때문에 쉽지않을거라는 걱정이셨다.
허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생님들은 젊음을 무기로, 열심히 부딪쳐 나가라는 말씀이셨다.

이 역시나 쉽게 예상할 수 있듯이 예상가능한 말씀들이시다.
하지만 똑같은 말과 행동도 상황에 따라 다르게 해석되고 다가오듯이,
독립을 하려는 상황에서 듣는 그러한 말씀들은 물리적 단어 그 이상의 의미로 다가왔다.
진심으로 가슴에 와닿는 조언으로 들렸다.

다음으로 뵌분은 이종수 소장님.
개인적으로 네덜란드로의 유학을 준비할때부터 많은 조언과 힘이 되어주신 분이었고
작년부터 독립을 준비할때도 역시나 한국에 올때마다 밥도 사주시고(?) 많은 얘기도 해주시고
또 장기적으로 서로 공존과 공유의 네트워크를 함께 구상하고 계신 분이다.
소장님 역시도 오래전부터 우리의 계획을 알고 계셨기 때문에 그에 대한 말씀보다는
사실 앞으로 소장님이 구상하고 계신 일과 우리의 일을 어떻게 연결해 갈지, 서로 어떤 역할을 서로를 위해 할수 있는지에
대해 함께 얘기를 하였다.

그리고 나서는 지난 여름부터 인연을 맺고 프로젝트를 진행하려고 준비하고 있는
해비타트의 유국장님과 백실장님을 뵙고 인사를 드리고 앞으로의 협력에 대해 가볍게 밑그림을 그렸다.
서로가 기다리고 필요로 하고 있었기 때문에 무척이나 기다리던 만남이었다.
이와 관련해서는 앞으로 개별 프로젝트가 진행될때마다 자세히 소개할 기회가 있으리라 본다.

마지막으로 뵌분은 J 를 아끼시는 김실장님의 소개로 만나게된 WISE 건축의 장영철 소장이었다.
얼마전부터 인터넷에서 몇번 기사를 보고 알고있었던 젊은 건축가분인데
생각지 못한 좋은 기회로 만날 기회를 갖게 되었다.
이 넓지않은 건축바닥으로 나온이상 어차피 보게되고 알게될 사이이니
서로가 미리 보고 좋은 인연을 만들면 좋을 것 같다는 편안한 목적에서 시작한 만남이니만큼
토요일 오후 WISE의 사무실에서 가볍게 이루어졌다.

음... '사무실 참 좋다' 가 사무소에 대한 첫인상이었고
'생각보다(?) 성격좋으시네' 라는게 장소장님에 대한 첫인상이었다.
처음보는 만남이다 보니 머 크게 이렇다할 얘기가 오간건 아니었지만
유쾌하고 재미있었다.
역시나 우리보다 좀더 연배도 있으시고 사무소를 시작하신지도 5,6년되시다 보니
그저 말로하지않아도 사무실에서 느낄수 있는 많은 자극들이 있었다.
또한 쉽지 않다고 말씀하심에도 불구하고 한명의 독립된 건축가로 살아가는 분들에게서
느낄 수 있었던, 자신의 과거를 통해 현재를 만들어 왔다는 것에 대한, 자부심과 자신감을 엿볼 수 있었다.
다만 장소장님에게서 받은 다른 느낌이라면 굉장히 진솔한 분이라는 생각.
건축을 대하는 것도, 건축주를 대할 때도(보진 못했지만 본인이 그렇다고 하셨다 :), 그리고 프로젝트를 대할때도 그렇고 굉장히 진솔한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전에 일하던 VMX 의 파트너와는 다른 방식의 생존방식이라는 생각을 했다.
무서운 자신감으로 건축주를 대하고 그 카리스마로 프로젝트를 끌고 나가고 주물럭주물럭하는 것과는 반대로
솔직함과 진솔함, 진정성을 무기로 해쳐나가고 계신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그저 길지않은 대화에서 느낀 개인적 견해일 뿐이다.

사실 우리가 좀더 사무실을 운영하다가 만났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랬다면 좀더 구체적인 조언들을 구할 수 있었을텐데 지금은 그저 일반적인 얘기들을 할 수 밖에 없었다.
다만 그중에서 기억에 남는건 건축주를, 혹은 프로젝트를 만났을때 좋은지 혹은 나쁜것인지를 구분할 수있는
안목이 빨리 생겨야 한다는 것하고 각 프로젝트마다 힘을 줘야 하는 것을 달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모든 건축주, 모든 프로젝트가 좋은 것은 아니고 어떤것은 해서는 안되는 것이 있고, 잘 진행이 안될 것이 있고,
설령 다 해서 마친다 하더라도 정신적, 육체적, 금전적으로 손해볼 프로젝트가 있다는 것이다.
충분히 공감하는 것이다.
그러한 안목을 갖어야 하겠다는 절실함을 조금씩 느껴가던 때에 들으니 공감이 되었다.
또한 모든 프로젝트를 다 잘하려고 하지말고 각 프로젝트마다 목적을 달리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어떤것은 디자인에 욕심을 더 가져야만 하는것이 있지만 어떤것은 다른 여러 목적에 의해
(때로는 그것이 정치적이될수도 있지만)

탄생되고 진행될 수도 있다는 것이고 그러한 구분이 때로는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생각지 못했던 것이지만 충분이 일리가 있는 말씀이었다.


                 
                 WISE 의 장영철 소장님과 POSCO A&C 김동근실장님



마지막으로 강조한 것은 너무 조급하게 마음먹지말고 여유를 가지고 하라는 것과
주변에 많은 비슷한 친구들과 함께 교류하고 연대하고 공유하면서 공존하라는 것이다.
그것이 곧 나의 경쟁력이 되고 장기적인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는 것이었다.

아주아주 재미있는 말이었다.

주변의 선배건축가분들, 학교의 선생님들을 뵈면서 들은 가장 많은 걱정은
쉽지않을 것이라는 것이었다.
사실 그런말들을 하실거라고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다만 만남을 끝내고 문을 닫고 나올때에는 알 수 없는 자신감에 가슴이 뛰었다.
역시나 남들도 다 쉽게 할 수있는걸 해냈을때보단
남들이 다 쉽지 않을거라고 할때 해내야 재밌는거 아니겠는가.
쉽지 않을 거라고 다들 얘기하기에 그 성취감 또한 클거라는
'근자감'이 생긴다.

어쨌든 만남은 앞으로도 쭈욱! 이어질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야말로 건축가로서 살아가는 하나의 큰 재미 아니겠는가!

120226 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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