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사무실을 시작하면서

우리가 가지고 있던 프로젝트는 딱 하나였다.

지금 돌이켜보면 이 작은 프로젝트 하나만 보고 네덜란드에서 사무실을 그만두고

귀국을 결정했으니 참으로 용감하고도 바보같았다는 생각도 든다. 


어쨌든 그렇게 처음엔 둘이서 한 1년 요거하나 재미있게 만져가며 해보자고 

마음 먹었었다 


하지만 우연하고도 다행스럽게 이래저래 운이 좋아서

귀국하면서 다른 일들을 할 기회들이 생기고 덕분에 벌써

컴퓨터의 폴더안 프로젝트 넘버링엔 No.9 까지 매겨졌다.

(물론 그 9개 모두가 현재 진행되고 있는건 아니다)

그 과정에서 애초에 하나 가지고 있던 이 프로젝트는 자꾸만 차일피일 미뤄져서 

이제서야 책상위에 꺼내놓고 시작하게 되었다.


프로젝트는 충남 예산의 3층규모의 근생건물이다.

지리적으로 특이한 점은 현재 조성되고 있는 내포신도시와 스파캐슬로 알려진 덕산온천의 

중간즈음에 있어서 향후 개발과 확장이 예상되는 지역이라는 것이다.

특히나 얼마전에 이전을 시작한 세종시에 맞춰 충남도의 모든 공기관들이 이 내포신도시로 

이전해오면서 최근 충청도는 여기저기 도로에, 건물에 그 변화가 자뭇 시끌시끌하다. 


개인적으로 현재 우리가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들의 프로그램 엔트리가 매우 맘에 든다.

나열해보자면 social housing, 교회+지역 커뮤니티센터, 지역아동센터, (지방의)근린생활시설 이다

여기에 진행중인 것 중에 가장 됐으면 하고 바라는 것이 10평규모의 작은 주택하나.

지금까지 건축가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지 못하고, 손길이 미치지 못하고 있던 프로그램들.

하지만 대규모 프로젝트들 보다도 더 세심한 건축적 작업이 필요하고 그 효과 또한 직접적이고 공공적인 

프로그램들. 매우 적은 예산을 가지고 해야하기때문에 더욱 고민스러운 프로젝트들이다.


그러고보면 넘버9 까지들 중에서 호텔이나 컨벤션홀 등등 돈이되고 규모가 큰 프로젝트들이 끝까지 

실현되지 못한것을 보면 아직 돈벌때는 아닌가 하는 헛웃음도 나지만 지금의 프로그램들을 

관통하고 지나는 저 일관성은 유지되지 못했을 거라는 실웃음도 난다.


어쨌든 이 근린생활시설 프로젝트에서도 

언제나 고민하는 것은 어떤 가치를 찾아낼 것인가 이다.

매우 촘촘한 면적에 대한 요구사항, 임대면적을 찾는 것이 그 무엇보다 중요한 상황, 적은 예산으로 해야하는 것,

임대자를 위한 중성적공간은 어떠해야 하는 지에 대한 고민, 임대상가와 마지막층의 주거가 어떤 관계를 갖게

되어야 하는지, 무표정해야 하는 임대공간과 건축주의 표정을 대변해야하는 주거의 혼합이 형태에 어떻게 표현되어야 할지,

더 세세하게는 임대점포 앞공간은 어떻게 구성되어 (시골)도시의 상황에 대응할 것인지, 간판은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등등

이 작은 프로젝트 안에서도 굉장히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여기에 건축가 개인의 성향과 성취욕구를 추가하면 그야말로 프로젝트는 미궁속으로 빠져들어간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을 풀어가고 엮어가며 원하는 것은 

이정도 건축예산으로 현재도 수없이 많이 지어지고 있는 근린생활시설이 

이렇게도 지어질 수 있다고, 다른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을 건축주에게 보여주는 것이다.

많은 비슷한 규모의 건물들이 결코 예산이 없어서, 혹은 그럴 필요가 없어서 그렇게 지어지는 것이 아니라 

관심과 더 나은 결과를 경험해보지 못한 '경험의 부족'에 의해서, 임대면적이라는 효율성에만

지배되어 지어진 것 이기때문이라는 것을 스스로도 확인해보고 싶다. 


                                           진행되고 있는 매스스터디 

 


벌써 시작되었어야 할 프로젝트가 우리때문에 반년이나 늦게 시작되었다.

거기다 현재는 땅을 둘러싼 복잡한 문제때문에 또 늦어지고 있다.

하지만 건축주의 의지가 강하니 조만간 어떤식으로든 잘 해결될 수 있을거라 본다.


조만간 그 결과물을 다시 소개할 기회가 있기를 기대해본다.



120925 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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