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글을 쓴 이후 약 한달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다.

하루가 멀다하고 바뀌어 가는 그 흥미진진했던 상황들을 매주 정리해서 기록했다면

최초에 기획했던 이 챕터의 의도와 훌륭하게 맞았을텐데 결론을 알수 없는 상황들을

기록하는 것이 좀 망설여졌다. 


어쨌든 8월한달간 사무실에서 있었던 일들을 간단하게 정리를 해보면

한달내내 가장 많이 우릴 괴롭혔던 건 역시나 울릉도 프로젝트이다.

조만간 새로운 그림과 함께 다시한번 자세하게 쓸 생각이지만 

결론부터 얘기하면 프로젝트는 산으로 가고 있는 중이다. 

이해할 수 없는 이유와 비겁한 변명과 정치적 파워게임이 벌어졌고

결국 프로젝트는 

책임도 안지고, 디자인도 안하고, 현장에 가보지도 않고, 그들을 만나보지도 않은 

사람들에 의해 변경이 결정되었다.

단순히 디자인 변경의 문제가 아니다.

별다른 고민없이 세대수를 줄이면서 

그들은 간절히 집을 원하는 사람들의 절박한 바램을 묵살한 것이다.


충남 덕산에 지을 3층건물의 설계를 시작하였고

울산의 프로젝트는 곧 그 재개여부가 결정될 것이지만 어쨌든 현재까지 중간 stop 되어있다.

모 프로젝트를 함께 하자며 바람을 한껏 넣고 간 어떤이는 그 후 한달동안 연락이 두절되었고

J 와 A 가 약 2주전부터 건축사 준비에 돌입해서 사무실에 나오지 않고 있다


최근 내 머리속에 자리잡고 있는 단어가 '산고의 고통'이다.

비록 수 많은 시도를 해야 그 중에서 높지않은 확률로 성사되는 것이 프로젝트라고 

다른분들이 위로는 해주시지만

역시나 아쉽움이 남는 건 어쩔 수가 없다.


마치 아기를 낳듯이 각각의 프로젝트마다 애정을 들이고 갖은 애를 쓰고 있고

내 아이와 같은 심정으로 애지중지 진행을 하다보면 

어느 순간에선가 딱! 하니 어려운 문제들을 만나게 된다.

'어느 것 하나 쉽게 되는게 없네' 하는 생각이 들고

이건 마치 '애기를 기다리는 산모의 심정이 이런거겠지' 하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프로젝트 마다 이런저런 문제 하나없이 진행되는 것이 있겠냐 마는

어쨌든 그러다보니 더 애정이 생기고 더 빨리 그 완성된 모습을 보고 싶은 심정인 듯 하다.




개인적으로 근 2주가 조금 넘는 시간동안 사무실에서 혼자 있다보니 

굉장히 허전하다. 

네덜란드 처음 도착해서 첫학기에 방에 틀어박혀 며칠씩 혼자 과제하던때의 느낌과 비슷하면서도

좀 다른다.

먼가 더 나쁜 느낌이다. ㅋ

하지만 이런 허하고 기분나쁜 느낌은 동시에 생각할 수 있는 많은 시간을 준다.

최근엔 저녁 5시가 넘어서면서 사무실 창밖으로 굉음을 내며 하루종일 바쁘게 지나다니는 오토바이와

트럭들이 좀 잠잠해 지기 시작할때부터 밤 8시 정도까지의 어둠이 내리는 그 시간을 즐기고 있다.

문을 활짝 열고 사무실에 앉아서 이런저런걸 여기저기 끄적이고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다.

물론 그다지 생산적인 생각들은 아니지만.


돌이켜보면 지난 2월에 한국에 들어와 사무실 시작하고 나서 정신없이 달려온듯 하다.

육체적으로도 그랬지만 정신적으로도 돌이켜볼 여유가 없었고 '생각'이란 걸 할 시간이 없었던 것 같다. 

바쁘게 달려왔고 다양한 면에서 일종의 '확장'이란 단어로 정의될 수 있을 거 같은 지난 몇개월이었다.

하지만 운이 좋은 건지 어떤 건지 두 명의 부재의 시기에 맞추어 프로젝트들이 잠시 소강상태에 들어갔고

(잠시 이길 바래본다 ㅎ) 덕분에 이렇게 생각하지 못했던 적당히 여유로운 시기가 찾아왔다.


긍정적으로 봐서 참 좋은 기회인듯 하다.

이제 몇일 남진 않았지만 덕분에 귀국하면서 하려고 계획했는데 하지못했던 것들도 정리하고 

머 책도 읽고 생각도 하고 전체적으론 어쨌든 사무실의 '재정비'의 시기였다.

당장 다음주 월요일부터 새로운 프로젝트도 있고 전반적으로 사무실의 시스템을 좀 정리해야겠다.


이번 글은 참으로 두서 없었다.

어쨌든 다음주면 돌아올 두 명의 컴백을 기다리고

다음주부터 시작될 사무실의 전진을 기대해 본다.


120914  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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