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글을 올린지 정확하게 한달이 되었다.
처음에 기획당시에 일주일에 한번씩 올리려고 했던 글들이 이제는 한달간격이 되어 버린 느낌이다.
일의 양(일이 많다는 것이지 프로젝트가 넘친다는 것은 아니니 오해마시길..)이
사람수에 비해 넘치다 보니 글을 쓰는것이 자꾸만 뒤로 미뤄지곤 한다.
좀더 분발해야겠다.
지난 한달동안 무슨일들이 있었는지 생각을 떠올려 보려하니 생각보다 쉽게 떠오르지가 않는다.
매일매일 시간이 어떻게 지나가는지도 모르게 지내고 있는데 돌아보면 특징적으로 정리가 안되는 걸 보니
말 그대로 정신 줄 놓고 있는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써 기억을 더듬어 지난 한달을 정리를 해보면
성일이가 합류해서 함께 준비하던 KOCOM 호텔 리노베이션이 건축계의 씁쓸함만을 맛본채 끝나버렸고,
그 동안 몇번의 미팅들을 통해 울릉도프로젝트가 구체화되어 가고 있고
특히나 구조, 방수, 방설 등등의 기술적인 문제들을 풀기위해 고민 가득한 시간들을 보냈다.
여기에 설아가 잠시 합류해 울릉도 유닛의 모델을 만들기 시작했고 울릉도프로젝트 관련해
Union steel 에서 프리젠테이션을 했다.
한국에 와서 처음 접한 '땅집사향'이라는 젊은 건축가분들을 위한 세미나에 가보기도 했다.
그래서 오늘은 그 중에서 KOCOM 호텔 프로젝트에 관해 써볼까 하고 글을 시작했지만
지난번에 이어 두번 연속으로 프로젝트에 관련한 글이 올라가는 것이 너무 딱딱해 보이는 것 같아서
다른얘기를 해볼까 한다.
이 고민은 근래 우리가 가장 고민하고 있는 이야기이며 아마도 사람수가 많지 않은 작은 규모의 사무소들이
한번쯤은, 아니 어쩌면 사무소가 지속되는 한은 항상 직면하고 있을 고민이지 않을까 싶다.
현재 우리가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는 시작한 순서대로 울산의 구미리교회, 울릉도의 social housing,
곤지암의 주택(이건 이상하게 끝나버렸으나 어쨌든 고민의 당시에 있었으니 이곳에 쓴다),
충남의 3층 주택+상가
그리고 결정되진 않았지만 천천히 준비중인 춘천의 상업건물이 있다.
그러다보니 어느순간이 되서는 둘이서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일의 양이 되어버렸다.
이런 경우에 물론 간단하게 사람을 더 뽑으면 된다 라고 생각하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일이 많아져 그 양을 감당못함을 고민하는 것은 독립을 한 입장에서 미쳐 상상하지 못했던 행복한 일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상황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우선 사람을 쉽게 고용할 수 없는 이유는
쉽게 말해 저 5개의 프로젝트가 모두 넉넉한 돈을 가져다 주는 프로젝트가 아니라는데에 있다.
자세히 얘기하기는 어렵지만
(아직 결정되지 않은 것도 있고,
충분한 설계비와 프로젝트의 의미 혹은 기회 사이에서 기회비용의 교환이 이루어진 경우도 있다)
저 중에선 돈이 되는 프로젝트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다.
하지만 그에 상관없이 모든 프로젝트에는 똑같은 정도의 노동력이 들어간다.
더군다나 프로젝트가 어느 깊이 이상으로 들어가면 최소한 한명이
두 개 이상의 프로젝트를 깊이있게 고민하고 완성도를 높여가는 것에 많은 한계가 있다.
여기서 프로젝트와 사람과 수입의 불일치가 발생한다.
이에 더해 현재는 저렇지만 앞으로도 저만큼의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는 보장이 없는한
독립한 작은 사무소에서 staff 를 고정적으로 고용하는 것은 매우 조심스러운 일이 아닌가 한다.
현재 우리에게 가장 두려워 해야 할 것은 완성도를 잃어버리거나
스스로가 설정한 가치를 담아내지 못한채 끝나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가 각 프로젝트에 최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거나,
적어도 지금보단 더 나아질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상황에서 그러지 못한다면
그 상황을 경계해야 하고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
그렇다면 이런 경우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네덜란드에 있는동안을 돌이켜서 생각해보면,
첫번째 방법은 유연한 스케줄의 조정과 재배치에 있다.
암스테르담에 있는 동안 나의 경우에도 동시에 두 개의 프로젝트를 진행한 적이 종종 있었다.
각 프로젝트당 둘 혹은 셋이서 진행하던 상황에 그건 꽤나 정신없는 상황이 될수 있었다.
하지만 파트너들은 각 프로젝트를 왔다갔다 할 시간적 여유를 충분히 만들어주었다.
가령 A프로젝트에 1주, 다음 B프로젝트에 1주반 그리고 다시 A프로젝트로 1주반 정도 하는 식이었다.
이 경우에 우선 최소한 1주일이면 한 프로젝트에 충분히 몰입해있다가 나올 수 있는 최소한의 시간은 된다.
따라서 복수의 프로젝트를 근근히 진행할 수 있다.
또한 의외의 장점은 하나만 오랜시간동안 하는것보다 덜 지루할 수 있고(나의 경우엔 그랬다)
두개의 프로젝트를 하는동안 각 프로젝트로부터 생각지못했던 점들을 발견해서
두 프로젝트 모두에 발전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즉, 동시에 다른 프로젝트를 하는동안 나의 머리가 두개의 서로 다른 디자인 프로세스를 경험하면서 훈련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식의 스케줄관리가 가능했던 것에는 프로젝트 진행의 투명성이 담보되어야 한다.
투명성이란 단어가 완전히 적절한 의미는 아니지만
여기서 의미하는 바는 일정이나 계획이 프로젝트 초기에, 그것도 아주 이해가능한 수준에서 투명하게 만들어지고
공개되어진다는 것이다.(공개라고 해봤자 미리 건축가에게 알려주는 것을 의미하지만)
이는 건축가의 영역이나 역량이 아니라 건축주, 혹은 개발업자의 수준 문제다.
모든 경우가 그렇진 않았지만 대부분의 경우엔 건축가에게 미리 스케줄이 알려지기 때문에
충분히 사전에 스케줄에 맞게 프로젝트를 직원들에게 배치 할 수 있었다.
두번째는 역시나 그때그때 필요한 능력을 가진 사람을 고용해서 함께 일을 진행하는 것이다.
매우 이상적으로 들린다.
하지만 여기서의 딜레마 하나는 그때그때 필요한 사람을 찾기가 매우 힘들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설령 그런분을 찾더라도 비용이 너무 비싸거나 혹은 좀 더 장기적인 계약을 원한다는 것이다.
사실 사무실 입장에서도 가급적이면 장기적으로 함께 일할 수 있는 분을 찾는것이 이상적이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프로젝트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고정비용을 만드는 것이 부담되는 것이 사실이다.
사실 이 부분은 사무실 시작하던때부터 고민을 하던 부분이다.
현재 작은 사무실을 하시는 많은 분들도 비슷한 해결책을 모색하고 계신것으로 알고 있는데
프로젝트가 생길때마다 유연하게 모였다 다시 흩어질수 있는 그런 network 혹은 길드와 같은 pool 을
구축하는 것이다.
따라서 일차적으로는 프로젝트의 크기와 성격에 맞춰 서로 모여서 진행을 하면서
고정비용을 줄이는 동시에 프로젝트의 소화능력을 향상 시키는 것이고
부차적으로는 그러면서 서로가 끊임없이 자극을 주고받아 상호발전을 지속적으로 모색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지난 2월 독립 이후에 이러한 환경의 구축을 위해 관심을 갖고 있지만 쉽지만은 않다.
30대 초반의 우리에게 동등한 입장에서 함께 진행할만한 분들을 찾는것이 쉽지 않고
사실 설계비의 파이가 함께 나눠갖기에 너무 보잘것 없어서 함께 할 것을 제안하기가 쉽지 않은 경우도 있다.
어쨌든 이 문제는 가급적 프로젝트의 프로세스 과정을 투명하게 가져가도록 건축주와 함께 노력하고
끊임없이 주변의 pool 을 넓혀 가는 방법외에는 현재는 다른 방법은 떠오르지 않는다.
시간이 더 지나 다른 방법의 모색 혹은 여기서 언급했던 것의 경과에 대한 이야기를
할 만큼의 성과가 있기를 바란다.
120805 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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