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가 지나고 나면 사무소를 정식으로 개업한지 만 3개월이 된다. 요즘 파트너와 같이 이야기하면서 서로 공감하는 부분중 하나는 하루하루는 빠르게 지나가는데, 뒤돌아보면 이제 3개월밖에 되지 않았다는 것. 물론 사무소 구한다고 서울을 헤집고 다닐 때는 두꺼운 외투 입고도 덜덜 떨었는데 이제는 반팔입고 다니니 몸은 시간에 대해서 충분히 공감하지만, 이 머리가 체감하는 시간은 1년 가까이 흐른 것 같다. 아직 매일매일이 낯설고 고민하는 순간들의 연속이지만, 조금만 시간이 더 지나면 쏜살같이 시간이 흐르겠지. 그 때가 되면 또 다른 무엇인가를 찾아 나서야 하는 때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다.
현재 우리는 하나의 인테리어 프로젝트를 마쳤고, 두 개의 건축프로젝트를 진행중에 있다.
완료된 인테리어 프로젝트는 작가에 의뢰한 사진 촬영이 마무리되는대로 포스팅할 예정이다. 조금만 기다리시라.
그리고 두개의 건축 프로젝트는 해비타트에 대한 재능기부 또는 그것을 통해 파생되어 현재 진행중에 있다.
해비타트와의 인연은 앞서 사무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간단히 설명을 했으니 넘어가기로 하고
지난 2012년 1월로 돌아가보면...
그 때 Y와 나는 아직 각자의 사무소에 소속되어 있었고, 물리적인 거리로 인해 온라인 상으로 의견을 주고 받으며 앞으로의 우리 사무소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짜고 있었다. 그 시기쯤 해비타트로 전화가 걸려왔다. 그 전까지 우리는 해비타트가 우리 서로가 같이 일을 할 수 있도록 만든 하나의 계기 또는 전환점의 역할을 마치고 장렬히 떠나갔다고 생각하고 별다른 미련조차 두지 않았다. 하지만 기회는 어디서 어떻게 찾아올지 아무도 모르듯이 해비타트 내부 조직에 변화가 생기면서 우리에게 큰 관심을 두지 않았던 해비타트에서 새롭게 기획하는 특별 건축 프로젝트에 대해 제안이 들어왔다. 물론 재능 후원이 바탕이 된 제안이었지만, 혈기 넘치는 서른 초반의 젊은 건축가에게는 흥미로운 프로젝트가 손에 있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100% 협력해 줄 동반자가 있다는 것 자체가 큰 매력이었다. 그리고 단순히 어느 개인, 누군가에게 좋은 집을 지어주는 의미 이상의 것이었다. 그리고 얼마 안 있어 우리는 사무소를 내고 곧 해비타트와 후원 협약을 맺게 되었다.
당시의 사무소 재정을 담당하는 나는 개인적으로 (Y는 물론 다른 생각을 가졌겠지만)
사무소 재정상태가 구멍만 나지 않고 프로젝트를 'JYA'이름으로 완공할 수 있다면 이보다 좋은 기회가 있을까하는 생각.
이후 울릉도 도동에 20세대 해비타트 하우징에 대한 계획이 진행된다. 지금은 계획안이 마무리 단계. 좀 더 마무리되면 웹사이트를 통해 소개할 기회가 있으리라 본다.
그리고 다른 하나의 프로젝트는 울산 구미리 프로젝트.
실은 이 글을 쓰고 있는 장소는 울산에서 서울로 올라가는 기차 안이다.
이제 동대구를 지나가는데, 아직 서울까지는 2시간 남음.
오늘! 그 동안 지지부진하게 끌어왔던 여러 문제들을 교통정리하고 계약!!!!
프로젝트의 시작은 2개월 전이었고 그 동안 여러번 협의를 거치다가 이제야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되었다.
울산 구미리에 해비타트 주택 3동과 복지관 1동 계획.
해비타트 주택은 표준설계도면에 따라 대지에 앉히고 복지관 설계에 대한 스토리는 웹사이트에 이미 3월에 올려져 있다.
3월에 계획설계에 대해 마무리가 되고 울산에 내려갔다. 설계안에 대한 협의를 마치고 건축 설계 계약을 진행할 예정이었다.
여기서 건축주와 이견이 생긴다.
계획설계의 대가성 여부와 건축설계비 적정성
이 두가지 문제는 사무소를 운영하는 설계인들이라면 프로젝트마다 늘 따라다니는 고민이자 해결되기 쉽지 않은, 그래서 해결되기 보다는 위의 문제에 대해 충분히 공감하고 배려하는 건축주를 만나기를 바라는 그런 상황임은 이미 알고 있던 터.
계획설계, 아니 계획설계라고는 처음 들어본다면서 가설계 아니냐고. 어디서 나온지 모를 정체 불명의 용어.
모두들 교회건축이나 주택건축 한 두번씩 지어본 경험이 있으신 건축주 분들.
그 분들이 알고 있는 프로세스는 가설계 3~4군데 받아보고 맘에 드는데 골라서 설계 진행.
물론 가설계는 돈 주는거 아니라시네.
우리는 시작하면서 계획설계도 돈 받고 하자. 엉뚱한데 힘쓰지 말자고 다짐. 하지만 대부분 특히, 지역 사무소 대부분이 그러할진데
이를 어찌하리오. 이것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고민할 문제다. 같은 설계를 업으로 살아가지만 전혀 다른 생태계에 살고 있다는 느낌.
그리고 건축 설계비.
평당 4만5천원. 지역에서 설계일 하시는 건축주 인이 부른 제안서에 적힌 설계 단가.
우리가 요구한 설계비는 건축사대가요율로 계산해서 제출. 따져보니 평당 15만원선.
3배나 차이나는 구나.
이를 또 어찌하리오.
원래 고시로 정해진 요율이 이렇습니다. 그리고 공사비가 큰 차이가 없더라도 다른 공간의 퀄리티가 있습니다.
이런 설명도 10~20% 차이가 났을 때 얘기지, 3배차이나는 설계비 가지고는...
결국엔 설계비가 일정부분 조정이 되고 계약에 이르렀다.
단순히 설계안과 설계비로 결정나는 상황이었다면 이 프로젝트는 훅~하고 날라가버렸을지 모른다.
우리가 해비타트 후원 역할을 하고 있고, 해비타트 주택에 대해서는 재능기부형식으로 진행하고 복지관만 요율에 따른 설계비를 책정한 반면에 지역 사무소는 전체 용적에 그냥 가격으로 후려쳤는데 결국엔 가격은 비슷해짐.
이것 외에도 여러 역학적인 상황들이 들어맞아야 현실적인 (이것 또한 현실적일까 의문이지만) 설계비로서 협상이 된다는 사실에
쓴 뒷맛이 남는다.
여기서 드는 생각.
Y의 말에 의하면 네덜란드 건축사협회는 설계비 덤핑한 업체에 대한 제제조치를 가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면 한국 협회는?
이건 엄연한 생태계질서의 교란인데.
폭리를 취하자는 것도 아니고 적정한 수준 받아서 설계 날림으로 하지 말고 제대로 하자는 건데.
여하튼 2달여간의 밀당의 결과 도장 찍고 서울 올라가는 길.
올 가을까지는 한 프로젝트에 올힌하며 지낼 수 있게 되었다.
아... 시험 준비도 해야하는구나... 이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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