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쯤이 건축가로서 충분하게 되는걸까. 자신의 작업을 하기에
언제쯤이 되면 아 이정도면 되었다 이제 난 나의 일을 할수 있겠다 라고 느끼거나 혹은 인정받는 시간이 올까.

그런 시간과 때가 있다면 그때까지 참고 열심히 내공을 기르는 것에 정진해서 그 시간에 도달하면 그때부턴
시작할 수 있는것일까

그리고 나서는 그때부터는 그동안 밑바닥부터 야근과 잡무와 지루한 건축인으로서의 삶을 통해 쌓았다고 믿고있는
그 내공을 발산하며 혹은 소진하면서 나의 건축을 할 수 있는것일까.

몇몇의 선배들이 해준 얘기와 곁에서 지켜본 많은 선배들의, 혹은 동료들의 생활을 통해
나는 우리가 그 밑바닥부터에서 시작하는 그 전반부의 시간에 너무나 많은 에너지를 쏟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 시간을 견뎌내면서, 견뎌내기 위해서 가지고있는 에너지와 열정을 다 써버린다
그래서 그렇게 그 고난의 터널을 빠져나왔을때에는 이미 많은것을 잃어버린 경우를 본다
스스로 혼자서 시작하고 헤쳐나갈 배를 띄울 용기와 열정등등을 잃어버리는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어디로 어떻게 가야할지 그 방향마저 잃어버리는 경우가 허다했다.

느끼는 것은 건축가는 그 끝이 없는거 같다.
즉 완성되는 시기가 없다는 것이다
어느 영화감독인가( 아닌가 어떤 배우였나?) 인터뷰에서 당신의 최고의 작품이 무엇이냐는 질문의 답으로
바로 다음작품이라고 했던 것처럼
건축가도 마찬가지라 생각한다

그래서 어느 레벨이 되기를 바라며 나의 에너지를 견뎌내는 것에 쓰고있는것은
너무 아깝다는 말이다.

그 에너지를 지금부터 "발전을 위한 에너지를 쉬지않고 만들어내기 위한 노력"에 써야한다.
그것만이 오랫동안 건축가로서 살아남는 방법이다

가지고 있는건 금새 다 써버리게 되있다.

그래서 앞으로 몇년더 경험을 쌓아서 해야지 하며 내 에너지를 쓰기보단
지금부터 어떻게 매일 나에게 신선한 에너지를 줄 무언가를 찾을것인지에 에너지를 써야할것이다.

아 말이 길어지고 맘이 조급해지니 손발이 어그러진다.
이렇게 손발이 어그러지는 자는 꼭 목을 잃고만다.

끝으로 에피소드를 하나소개하며 마무리하고자 한다.
내년쯤 내 삶의 진짜 Boss 가 되실분이 지금 사무실의 우리 Boss 인 Don 을 만나서 함께 식사를 한적이 있다.
그리곤 헤어져서 집에가는 길에 그분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Don 의 눈은 마치 독수리처럼 먼가 이글이글 거리는 거 같은 느낌이라고.
보고 듣고 얘기하는 모든것에 눈을 이글거리면서 집중을 하는 거 같다는.

동감한다.
그는 어떤때는 마치 애처럼 유치하기도 하고 어떤때는 무척 예리하다.
하지만 그는 언제나 모든것에 흥미진진하다.
그를 보면 정말 펄떡거리는 활어같은 느낌이다.
그는 언제나 먼가 재밌는것이나 새로운것을 찾아 다닌다
그게 그가 하는 주요한 일중 하나이다. 건축가로서

그와 비슷한 또래의 한국건축가들에게서 난 이런느낌을 받은적이 별로 없다.

그것이 그가, 그리고 이곳의 건축가들이 오랜시간동안 훌륭한 작품을 하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잘시간이 다가오니 맘이 급해진다.

이 글은 나 자신에게도 하고싶은 말이지만 J 에게도 또한 하고싶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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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 대해 먼가를 멋드러지게 소개하고 싶은데 그런건 생각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첫글은 어떻게 쓸까 하고 퇴근하고 집에 오는 버스에서 생각해 봤는데 역시나 딱 이거다 하고 떠오르는 건 없다

다만 앞으로 몇번에 걸쳐서 소개할 우리의 건축적 목표에 대해 소개할 글을 계획중인데 그 첫번째로
학부시절에 있었던 개인적 경험을 소개하고자 한다.

여기까지 쓰고보니 "건축적 목표" 라는 단어가 영 맘에 걸린다. 너무 거창하고 식상한 말이다. 마치 학부 1학년때나 들어봤던 말인거 같기도 하다. 어느순간부터인가 저런건 말하기가 쪽팔렸다. 누가 물어보지도 않는다.
건축하는 사람들끼리 만나서 저런거 얘기하면 쪽팔리고 유치해보인다.
어째서인지 서로를 잘 들어내지 않는거 같다. 그럼 마치 내가 지는거 같다랄까.
침묵이 금이라는 말이 있고
침묵은 최소한 중간은 가게 해준다는 말이 딱 적용된다.

하지만 우리는 저런거 말하는거 좋아한다.
어찌보면 그게 우리를 지금까지 설계를 하면서 밥벌어먹고 살게한 원동력인지도 모르겠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설계판에 있게 해주었다는게 맞는다)

그렇다고 지금부터 우리의 목표가 세계를 뒤흔들만한 최고의 건축가가 되는것입니다 라고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목표와 이상을 말하는걸(그런 단어를 쓰는걸) 좋아하는 대신 그것이 더 다듬어 지고 구체적이 되어왔다.
우리는 우리를 점점 더 잘 알게되었고 건축판의 생리도 더 잘 알게되었기도 하다.
그래서 이젠 저렇게 대놓고 욕먹을 말은 하지 않는다.
그리고 저런것엔 이제 큰 관심이 없다. 저것은 허상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아 어쨌든 건축적 목표... 그래 우리는 그게 있기 때문에 건축가로서 이른나이에 독립을 꾀했는지도 모른다.
저게 없으면 분명 이 거대한 항해를 시작하지도 못했을 것이며(물론 아직 배는 못띄웠다. 배를 띄울까 말까 고민중이고 밀어서 뱃머리가 물에 닿은정도이다) 앞으로 분명 그 끝에 다다르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니 생각이 드는게 아니라 몸으로, 피부로 느껴진다. 아 세상 존나 차갑고 어렵다 이런걸 느낀다는 말이다.

암튼 그래서 그런게 있긴 한데 그걸 한두줄의 멋진 문장으론 잘 정리가 안된다.
자꾸 설명이 길어진다.
아직 생각이 많고 아직도 허황된 꿈도 많다는 증거일 것이다
그래서 그런건 저 선대의 유명한 우리 건축가들 처럼 나이들고 포기할건 포기하고 이룰수 있는게 눈에 좀 보일때,
 그때 한 두문장으로 정리해서 남기고 갈 생각이다 ㅋㅋ

아 서론이 너무 길고 쓸데없다.

학부때 학생들이 좋아하는 교수님이 있었다.
몇몇 친구들은 속된말로 교수님 "빠" 였다. 여러가지 면모로 봤을때도 참 좋은 분이셨고 훌륭하셨다.
그래서 나도 그 흐름에 편승코자 수강신청을 하고 스튜디오를 들었다.

아 좋은말 많이 해주신다. 먼가 어려운 말을 쓰는거 같기도 하고 관념적인 단어와 철학으로 건축을 설명하고자 하신다.
나도 따라해 볼라고 한다. 하지만 체질적으로 난 저런 것들을 좋아하지 않아서 인지 머리가 안 따라주어서인지
가져가면 반응이 시쿤둥하다. 설계날 새벽까지 머리를 싸메고 고민하는 척하면서 술을 먹는다. 맘이 불편하다.
오~~ 옆에 앉은 친구가 칭찬을 마구 듣는다. 큐빅하나 그려가서 먼가 칭찬을 듣는다.
먼가 또 이런저런 말로 설명을 한다.
아 씨부랄 꿈보다 해몽이 더 좋다는 말이 이런건가 하는 생각이 든다.

다시한번 말하지만 교수님은 훌륭한 분이시다.
다만 나랑은 안맞는다는 생각을 했고 저건 나 말고 내 옆에서 칭찬듣고 있는 놈이 할 건축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적어도 나한테 그건 마치 자위를 하는 듯했다.

그때부터 난 어려운 말로 설명해야지만 이해가 되는 건축적 개념이나 방법에 대해선 관심이 멀어지기 시작했다.
결과가 흥미롭지 않은데 설명이 거창한 것들을 좋아하지 않게 된것이다.
이 흥미 라는게 좀 주관적이긴 하지만 어차피 건축은 주관적이어야 되지 않은가.

여기서 부터가 적어도 나의 건축적 목표의 시작이었다.
그리고 이 생각이 네덜란드로 유학을 오게 한 큰 이유가 되었고..(한 두번째 될까. 첫번째는 머니해도 머니였다..큭.)
이곳에 와서 그러한 생각이 완전히 옳은건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고
동시에 완전히 잘못된 방향으로 온건 아니구나하는 확신도 들었다.

지금도 난 가끔 그 당시를 떠올려 보곤한다.
그때 난 좀 비겁했던건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도 한다. 못한다고 도망친거는 아닐까.

하지만 세상엔 잘하는게 있고 못하는게 있고 안땡기는걸 하면서 잘할 순 없다
라는게 나의 변명이다.

첫 글 끝!

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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