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 남원, 춘향전과 광한루 그리고 지리산으로 유명한 이곳에서 파빌리온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그 중에서 정유재란 당시 민간인과 군인을 합쳐 만여명의 죽음이 있던 남원성전투의 마지막 격전지이자

과거 남원역이었지만 지금은 낡은 철로와 플랫폼 그리고 꽃밭만이 남아 시민들의 휴식장소로 쓰이는 그곳을 맡았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물로 남원시청에서 시민들과 만날 수 있는 작은 전시를 합니다

 

준비하는 동안 도와주신 남원시청 관계자 분들과 남원의 여기저기에 멋진 루(Roo) 들을 계획하신

다른 네분의 건축가팀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모두 다 완공이 되었을때 시민들과 관광객들에게 남원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결과물이 되기를 바랍니다

 

 

 

 

 

 

 

 

JYA 송추계곡에서 중복나기 (Photo by Hwang Hyoch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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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용공고]


JYA 건축에서 함께 작업할 계약직 직원을 모집합니다. 

프로젝트 베이스로 설계부터 현장까지 주도적으로 즐겁게 참여할 수 있는 분을 찾고 있습니다.



1. 모집분야 : 계약직직원


2. 대상자 : 건축학전공 대학/대학원 졸업생 및 졸업예정자


3. 프로젝트의 여건상 7월 20일부터 업무가 가능했으면 하며, 최소3개월이상 근무를 할 수 있는 분이어야 합니다. 해당 프로젝트의 일정에 따라 작업 기간은 추후에 조정될 수 있습니다.


4. 채용기간 : 기간을 별도로 정해져 있지 않고 채용완료시 본 게시글에 답글을 달겠습니다.


5. 채용방법 : 이력서와 포트폴리오를 jyarchitects@gmail.com 으로 보내주시면 개별연락드리겠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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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한옥마을의 주차장에서 한옥마을까지 걸어들어오는 초입에 작은 슈퍼마켓이 있습니다.

이 슈퍼마켓을 리모델링하고자 하시는 건축주분을 만나러 다같이 한옥마을에 갔습니다.

 

간김에 건축주분이 구해주신 마당극 티켓으로 태어나 처음으로 마당극도 보고 왔습니다.  

메르스 여파로 인해 어느때보다 한산했던 전주한옥마을 이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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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리모델링 프로젝트를 좋아한다.

사실상 우리가 했던 첫번째 리모델링 프로젝트는 Low Cost House series 중 첫번째 였던 벌교주택이었다. 처음 불에 탄 이 집을 마주했을때는 정말 이게 어떻게든 고쳐지긴 할까 라는 생각을 했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손을 대야 할지 막막했다.

그동안 이런집에 사람이 살았다는 것도 놀라운 일이었지만, 혹시나 앞으로도 사람이 살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 진다면 그건 더 놀라운 일일 거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하나하나 변해가는 모습을 보았고, 또 채 한달이 안되는 시간동안 완성되어진 집을 보았다.

처음으로 건축이 마치 마술 같다는 생각을 했다. 처음 보았던 그 집을 지금의 모습으로 바꾸어 놓은 매직!!

 

그 후 리모델링 프로젝트로는 부암동주택을 하였고 이어서 화순주택을 마무리 하였다.

오래된 집을 때로는 벗겨내고 때로는 새로운 것을 더해서 그 시간의 무게를 보여주고 그 오랜세월에 지금 시간에 맞는 새로운 건축적 요소를 더해서 공존시키는 것은 무척이나 흥미로운 일이다.

거기다 오래된 집은 지금의 손으로는 감히 만들어 내기 어려운 흥미로운 광경과 경험을 우리에게 준다. 하지만 리모델링 프로젝트가 무엇보다 즐거운 것은 그 변해가는 과정을 눈으로 직접 하나하나 지켜보는 재미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리모델링 프로젝트는 다른 신축 프로젝트보다 더 손이 많이 가고 어렵다.

리모델링 프로젝트는 대부분 집이 너무 오래되 도면이 없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설계에 들어가면 먼저 실측부터 해서 도면화 작업을 해야하고 이를 바탕으로 3D 작업을 해서 건물을 이해해야한다.

하지만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도면이나 3D 도 실제와 정확히 일치하지가 않는다.

그래서 이를 바탕으로 설계를 하고 도면작업을 해도 막상 철거를 하고 공사를 시작하면 예상하지 못한 문제들이 끊임없이 발생한다. 그래서 중요한 것이 현장에서 발생하는 돌발상황들에 대해 빠르게 판단하고 결정하는 것이고 이 과정에서 때로는 건축주와 긴밀하게 협의를 할 수 있는 신속함이다.

이러한 과정이 적어도 마감이 들어가기 전까지는 계속해서 발생한다. 그래서 우리는 리모델링 프로젝트는 공사가 시작되면 설계 2단계가 시작된다고 얘기한다. 그만큼 현장에 자주 가야되고 공사가 진행되는 동안 현장에 신경을 많이 쓸 수 밖에 없다.

 

다음으로 리모델링 프로젝트가 어려운 것은 공사비를 예측하기가 무척 어렵다는 것이다.

리모델링은 비유하자면 수제품에 가깝다. 물론 건축이라는 것이 결국엔 다 사람이 하는 것이긴 하지만 리모델링의 경우는 그것이 더 극단적이다. 리모델링 프로젝트는 철거부터해서 마감까지 대부분이 사람의 인력으로 해야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나 철거부터 보강을 하고 새로운 골조작업을 하는 것까지가 순전히 사람의 손으로 이루어지고 이 부분에서 얼마나 시간이 걸리고 인력이 얼마나 필요할 지 예측하기가 매우 어렵다. 속된말로 뜯어 봐야 알고 털어봐야 안다. 이 과정에서 자잘자잘하게 손이 가는 일이 많다. 말 그대로 자잘자잘한 것들이 많아서 건축주입장에서는 매일 건물이 확확 바뀌지도 않는데 사람들은 먼가 일을 한다. 그러니 속으로 타들어가는 맘으로 인건비를 걱정하신다. 이해는 하지만 설명드리기가 참으로 어려운 시기다. 물론 마감에 들어가더라도 신축처럼 계산대로 마감이 딱딱  맞아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어쩌면 이러한 어쩔수 없는 삐딱함이 리모델링의 매력일 수도 있다.

 

어쨌든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공사기간도 또한 예측이 쉽지않다.

그 이유는 공사비를 가늠하기 쉽지 않은 것과 같은 이유다.

여러모로 건축주분께 유리하지 않은 것이 리모델링 일 수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리모델링을 피할 수 없는 경우가 있다.

첫번째는 기존에 있던 건물의 일부에 건축주가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애정과 집착을 갖는 경우이다. 이는 건축주의 선택의 문제이긴 하지만 매우 중요한 요인이다.

건축주과 어떻게든 기존의 건물과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자 한다면 이는 여러 어려움을 감수하더라도 피할 수 없는 것이다. 건축가로서 당연히 이를 위한 고민을 해야한다.

부암동주택이 바로 이러한 경우였다.

 

두번째 경우는 신축을 하는 경우 법적으로 불리한 점이 너무 많은 경우이다.

언제인지 모를 그 언제인가에는 알수 없는 법적용에 의해 지금의 건물이 되었지만

지금와서 신축을 하려면 늘어나기는 고사하고 집이 반토막나거나 혹은 땅의 일부가 잘려나가는 경우이다.

 

물론 위의 두 가지 경우 모두의 이유로 리모델링을 결정하는 경우가 있다.

우리가 지난 가을에 만나 올 봄에 끝난 대구의 황금동주택 리모델링이 바로 그런 경우이다.

이 집은 대구의 황금동, 그 중에서 어린이회관 주변의 공원을 바라보고있는 주택단지의 첫번째 집이다. 지어진지 30년이 넘는 오래된 주택으로 똑같은 형태의 주택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다.

이 똑같은 형태의 집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주인이 바뀌기도하고 오랜된 집을 고치기도 하면서 덧붙여지고 고쳐지면서 하나 둘씩 변해왔지만 전체적인 외형은 유지되고 있었다.

따라서 빠르게 변해가는 주변과 다르게 줄지어 늘어선 이 집들은 통일감을 유지하고 있었다. 건축주는 주택에 살고 싶다는 이유만으로 발품을 팔아 집을 찾다가 이 주택단지의 첫번째 집, 바로 공원을 바라볼 수 있는 이 집을 구입하였다. 30년이 넘는 시간동안 한분이 쭉 살아 오셨던 이 집은 아쉽게도 너무나 낡아 있었다. 지난 시간동안 관리가 잘 되지 않아 과연 사람이 건강하게 살 수 있었을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혹시 귀신나오는 거 아냐? 하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 집을 부수고 새로 짓자니 도로에 면한 땅을 꽤나 많이 도로로 내줘야 하는 심각한문제가 있었다. 거기다 건축주는 오랜시간동안 유지되어온 같은 형태의 주택들이 모여 만들어내는 그 통일감을 가급적 유지하고 싶어 하셨다. 이런 이유들로 건축주분들은 결국 리모델링을 하기로 결정하셨다. 그리고 우리를 만났다.

 

 

 

 

앞서 언급한 이유들로 인해 리모델링 의뢰가 들어오면 참으로 난감하다. 재밌을거 같긴 한데 예측하기 어려운 돈과 시간, 그리고 이를 감당할 시공자를 찾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처음에 선뜻 받아들이기가 곤란하다. 이 경우에도 그랬다. 그래서 건축주분께 우선 시공사를 먼저 찾아보고 이를 하겠다는 시공사가 있으면 그때 생각해 보겠다고 말씀드렸다.

 

하지만 반대로 건축주분들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은 설계비이다. 대부분은 집을 고치는데 무슨 설계비가 그렇게 들어가냐? 리모델링 업체에서는 설계비 없이도 해주는데신축도 아니니 설계비를 싸게 해줬으면 좋겠다고 하신다. 그러나 우리 입장에선 또 앞서 언급드린 이유들로 리모델링은 신축보다 어쩌면 더 어렵고 손이 많이 가고 힘들다. 쉽게 얘기해 공사가 끝날때까지가 설계기간이다. 그만큼 현장에 자주가야한다는 말이다. 그래서 이런 것들을 차근차근 설명을 드리면 이해해주시는 분도 계시고 그래도 이해를 못하시는 분들이 계시다. 당연히 대구 건축주분들은 이 부분을 선뜻 이해해 주셨다.

 

그렇게 해서 우리는 먼저 시공사를 찾았고 다행히 위빌의 전대표님이 (속으론 울고 계셨겠지만) 망설임끝에 맡아주셨다. 그렇게 해서 설계가 시작되었고 또 그렇게 해서 겨울이 시작되기 직전 드디어 공사를 시작할 수 있었다. 공사가 시작되고 나서는 예상했던 데로 수많은 변수들의 연속이었고 집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놀라운 속살을 보여주었다. 그래서 결국 지붕 전체를 다 걷어내는 지경에 이르기도 했지만 마치 거친 야생마를 길들이는 심정으로 하나하나 진행해 나갔다. 이 과정에서 넓은 이해심을 바탕으로 한 건축주분들의 적극적 협조도 있었고 추진력있게 밀고 가 주신 전대표님의 공이 매우 컸다. 어쨌든 그렇게해서 집은 겨울을 보내고 봄이 되서야 드디어 완공이 되었다. 이 과정에서 역시나 공사기간은 예상보다 더 늘어났고 공사비도 건축주분의 처음 예산보다 훨씬 더 늘어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축주분은 현장에서 진행되던 작업들이 왜 때로는 더디고 때로는 추가되어야 했는지 이해해 주셨고 쉽지는 않으셨겠지만 공사비의 증가에 대해서도 대부분 이해해주셨다.

 

건축가의 입장에서 역시나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보는 것은 매우 즐거운 일이었다. 처음 집을 만나고, 건축주를 만나고, 그리곤 시간이 지나 그 집이 이렇듯 바뀌어서 그곳에서 건축주분이 살고계신 모습을 보니 느낌이 새롭다.

 

프로젝트를 하다보면 우리를 가장 힘들게 하는 것도 건축주요, 가장 고마운 생각이 들게 하는 것도 건축주이다. 이 프로젝트처럼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들이 생기더라도 서로 이해하려 애쓰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화를 할 수 있는 건축주를 만나는 것은 참으로 중요하다. 그것이 어쩌면 리모델링 프로젝트에서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지 않을까 싶다.

 

이 프로젝트 이후 얼마전 새로운 리모델링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법규검토하는 단계에서부터 우리에게도, 그리고 건축주 입장에서도 벌써 예상밖의 상황들이 생겨났다 

부디 많은 대화와 이해와 협력속에 잘 마무리 될 수 있기를 바란다.

 

150617 Y

 

 

 

https://www.homify.co.kr/ideabooks/31097/homify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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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homify.co.kr/ideabooks/31497/homify360-w-building

 

 

 

   실무를 시작한 07년도만 해도 내가 다니던 사무소를 비롯해 대형사무소들의 분위기는 한껏 들떠 있었다. 건축경기가 매년 좋아지고 있었고, 한 해가 마무리도 되기 전 그 해의 목표치를 웃돌고 있었다. 회사입장에서야 더할나위없이 좋아할 일이겠지만, 직원들은 턴키며 현상이며 뺑이치며 구르고 있었던 것은 늘 반복되는 일상이었다

   하지만, 그 다음 해 세계적으로 금융위기가 찾아오면서 그 동안 진행해왔던, 그리고 진행할 예정이었던 프로젝트들이 하나둘씩 멈추면서, 어느 덧 사무소에는 디벨로퍼 다시 말하면, 건축 시행업자들이 자주 오고가곤 했다. 그런 사람들이 오고 간 뒤엔 갓 신입티를 벗은 내가 봐서도 말도 안되는 그러한 제안서들을 1~2주 안으로 줄야근을 하면서 찍어내곤 했는데, 이런 경험을 한 탓인지 그 쪽 계통 사람들을 보게 되면 몸서리부터 치는 것이 아직도 그 때의 경험을 잊지 못하고 있는 듯 하다.

 

   사무소를 시작하면서 기적과 같이-여전히 우리는 그렇게 느끼고 있다- 개인 건축주들에게 의뢰가 들어오고 사무소의 포트폴리오가 조금씩 만들어지면서 드물지만 디벨로퍼에게도 상담 문의가 들어왔다내가 생각하는 사무소의 작은 원칙 중 하나는 첫 상담은 사무소에서 진행하는 것이다. 이런 원칙은 아주 멀리 지방에 계신 분들까지 그렇게 해달라고는 못하지만, 충분히 그럴 수 있는 분이면, 완곡히 이 부분에 대해 말씀을 드리는데, 아직도 디벨로퍼라는 '분'들은  당연히 설계사무소에서 찾아와야 하는거 아니냐는 분위기다.

 

1. 요즘 광고도 자주 나오는 한 업체에서 강원도에 펜션단지를 만들겠다며 자기네 사무실에 자료가 다 있으니, 사무실로 오라고 한다. 해서 완곡히 첫 상담은 사무소로 와달라고 했더니 알겠다고 하며, 일정을 조율하자고 했다. 다시 며칠 뒤 다시 연락이 와서, 꼭 자신들이 가야하는 것인지, 설계사무소에서 와서 미팅하면 안되냐고 하길래, 먼저 와서 사무소도 어떤지 보시고 우리도 보여줄 자료가 있으니 오라고 했더니 그럼 됐다고 하길래 수고하세요 하고 전화를 끊어버렸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알 수 있다고 했듯이 설령 이야기가 아주 잘 되어서 프로젝트를 시작한다고 해도 얼마나 건축가가 존중받으며 일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보장받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가뜩이나 여러 일들로 바쁜데 같이 작업을 할 지 여부도 불확실한 상황에서 사람을 오라가라하다니... 그렇게 불러다가 아니면 말고 식으로 치부할 거면서 말이다. 한편으로는 씁쓸하지만 원래 그러려니 하고 별 개의치 않게 넘어간 경우가 있었다.

 

2. 부동산과 관련된 회사는 아니지만, 경남쪽에 대규모의 대지를 가지고 있어서 이를 주택단지로 개발해서 분양을 하고 싶은데, 상담을 하고 싶다고 해서 역시나 사무소로 오셔서 상담하자고 했다. 며칠 뒤 사무소에서 상담을 하면서 개발하고자 하는 단지의 규모며 성격이나 여러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를 주고 받았는데, 마지막에 단지 배치 개념을 스케치해줄 수 있냐고 해서 이 역시 완곡하게 거절을 했다. 상담 오신 분이 살짝 흠칫하긴 했지만, 여유있게 넘어가며 대신 설계견적서를 자세하게 적어달라고 요청하며 돌아갔다. 평소에 거래하던 협력업체에게 의견을 묻고, 주변 건축가분들께도 조언을 구해서 고민 끝에 우리가 생각하는 적정선을 제시하고 메일을 보냈는데... 그 이후로 몇 번의 통화는 했지만 두 달여가 지난 지금 아무런 연락이 없다. 최소한 다른 업체가 선정이 되었다고 양해를 구하는게 상대방에 대한 최소의 예의가 아닐까 생각이 든다. 전화하기 힘들면 문자로 보내도 될텐데 하는 아쉬움.

 

3. 내 고등학교때 친구 L은 도시과를 나와서 현재는 도시엔지니어링 사무소에 다니고 있다. L에게 오랜만에 연락이 왔다. 같이 프로젝트를 해보자며 미팅을 하자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 주 평일에서 서로 다른 일정들이 잡혀 있어서 주말에 친구 얼굴도 보고, 친구가 다니는 사무소도 구경할 겸 근처로 갔다. 서울 강서쪽에 진행 준비중인 프로젝트였다. L과 함께 회사 이사님도 참석해 미팅을 진행하면서 자료도 확인하고 관련된 여러 이야기도 듣고, 그리고 역시나 계약 전에 그림은 그리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도 설명을 했다. 그리고 며칠 뒤에 있을 건축주 미팅에게 사업 방향에 대한 보고를 해야하는데, 프로젝트가 구체화가 되기 전이니, 그 전에 그림은 그리지 않더라도 건축사례 이미지 리서치 작업을 도와달래서 그 정도 선에서 이야기가 되고 헤어졌다. 그리고 이틀 뒤 다시 L에게 전화가 와서 만나자고 했다. 그래서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와서 이야기하자고 해서 하는 말이 건축주 사업보고에 서로 다른 프로그램을 담은 배치도 2컷을 프레젠테이션에 넣기로 결정을 했다는 것이다. 우리가 그리지 않겠다고 하면 자기라도 직접 그려야 할 상황이니 도와달라는 것이다. 그리고 계약여부가 걱정이 되면 계약도 먼저 진행할 수 있다고 했다.

   L과 헤어지고 나서 여러 생각들이 많이 겹쳐 지나갔다. 우리 사무소의 입장에서 본다면 이 프로젝트를 실제로 진행해서 완공이 된다면 여러 면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생각이 들었다. 더욱이 프로젝트 자체의 성격만 보아도 무척 흥미있어 보이기도 했고, 예상되는 설계 진행여건도 나쁘지 않아보였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가져온 원칙들을 스스로 어겨야 했다. 소위 가설계라고 불리는 작업을 하지 않은 이유는 그 가설계를 위해서 법규부터 규모검토, 배치, 프로그램, 아이디어 그리고 이를 표현하기 위한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과정들이 전체 프로젝트의 절반 이상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이러한 수고스러움을 아무런 대가없이 얻어가려는 사람들이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사무소 포트폴리오에 관련된 프로젝트도 없는 상황에서 누가 덥석 일을 물어다 줄 리가 만무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전체 사업비를 보자면 십수억에서 수십, 수백억에 이르는 프로젝트의 큰 역할을 할 건축가를 선정하는 작업에서 사람만 보고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고 스스로도 생각한다.

   이러한 고민 끝에 Y와 나는 배치도를 1컷만 그리자고 이야기를 결론지었다. 다만, 계약은 미리 한다. 그리고 그 계약은 본 계약이 아니라 사전작업에 대한 계약이고 사전작업에 대한 계약은 본 계약으로 이어져야 하며 사전작업에 대한 비용은 1,000만원. 이러한 조건이 맞지 않는다면 하지 않겠다고 L에게 이야기를 하니 회사에 이야기해보겠다고 했다.

   그런데 정작 김은 다른데서 새버렸다. 1500평의 대지. 150평의 건축물. 프로젝트에 대해 첫 미팅에서 이야기하며 외부공간을 어떻게 사용할지에 대해서 서로 많은 교감을 하고 아이디어에 대해 고민하자고 하는데, 설계비는 150평을 평당 20만원기준으로 해서 3,000만원이라고 정했져 있다고 했다. 외부공간 계획도 정말 많은 부분인데 그렇게 한 이유를 물으니, 우리가 작업하기 전 사전작업을 해준 에서 그렇게 얘기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그렇게는 안된다고 설계비 재산정부터 해야한다고 이야기를 하다가 그렇게 엎어졌다. 누가 밥상을 엎은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리고 L은 우리 사무소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고 좀 더 좋은 조건의 프로젝트가 생기면 다시 연락한다고 했지만, L이 과연 우리를 얼마나 이해를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돌이켜보면 그 때의 결정을 잘 했다고 생각이 든다. 며칠 간의 그러한 상황들이 잠시 우리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던 것 같다. 언젠가는 인연이 생기리라 믿으며, 지금 여러 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는 프로젝트에 대해 더 힘을 쏟으려 한다.



20150605


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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