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암동 현장에 있는데 어린이재단 전남본부에서 전화가 왔다.

"소장님~두번째 집 이제 지으셔야죠~ 돈이 마련될거 같아요~"

뜬금없이 전화하셔서 갑작스레 지으시잖다. 

그래서 나두 단번에 보자며 내려간다고 하고는 오늘 전라남도에 다녀왔다.

사실 말이 뜬금없이 전화했다고 했지 사실은 알고있다. 

집 짓기 위한 돈을 후원받아 마련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그래서 재단분들이 얼마나 수고하셨는지를.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여쭤봤다. 

"그래서 얼마나 모으셨어요?"

3천인데요 쫌 더 할수도 있을거 같아요.

또 다시 시험에 들거 같은 기분이다. 

첫번째주택인 벌교보다도 작은 돈이다.

하지만 예산에 대한 걱정보다 어떤 집일지에 대한 궁금증이 더 컸다.


새벽에 일어나 목포를 거쳐 두번째 집짓기 장소인 장흥에 도착했다.

장흥은 강진과 벌교 사이에 위치해 있다.

그래서 지난 겨울 강진과 벌교를 거의 매일왔다갔다 하던 나에겐 장흥가는 길이 매우 낯이 익었다.


장흥집을 가면서 대상자분들의 상황에 대해 얘기를 들었다.

이런 어려운 상황에 계신 분들의 이야기를 들을때면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어째서 고난은 가뜩이나 어렵고 힘든분들에게만, 그것도 한꺼번에 몰아서 오느냐는 것이다.

이분들도 그런 상황이었다.

다행히 부모님이 정말 열심히 살려고 하시는 분들이지만, 

아버님과 어머님이 번갈아서 사고가 나시고 병을 얻고, 수술을 해야하고, 

그러면서 수입이 없어지다 보니 아이들은 점점 더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되고, 아.... 아이들은 또 어찌도 그리 많이 낳으셨단 말인가. 

이 집엔 부모와 다섯아이 해서 총 일곱가족이 살고 있다.

집은 너무나 오래되어서 상태가 매우 안좋았고 화장실이 없이 

대문옆에 문도없는 변기만 하나 놓여있었다.

상상이 가는가. 

엄마를 포함해 청소년이 된 여자아이들까지도 문도없이 훤히 다 보이는 

변기를 화장실로 쓰고 있었다는 것이.

거기다 집에는 과거 소를 키우던 우사가 남아있어 그곳에 있는 소의 배설물들이 그대로 방치되어

악취와 파리들이 집에 가득했다.

하지만 가장 심각한 문제는 따로 있었다.

그건 바로 집에 쥐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오래되고 낡은 집이다 보니 그렇겠지만 옷장이며 주방이며 

심지어 밥먹는데 밥상 밑으로도 쥐가 지나갈 정도라는 것이다. 

오늘 현장을 방문했을때 짐정리를 위해서 옷장의 옷이며 이불등을 꺼내놨는데

그 안에서 나온듯한 쥐똥들이 바닥에 가득했다. 

너무나 충격적이었다.

여기서 과연 사람이 살 수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곳에서 살아온 다섯명의 아이들이 정말 건강할수 있을까 라는 의심이 들 정도였다. 


이곳에 내려오면서 재단분들에겐

최근 부쩍 바빠진 사무실 사정을 핑계로 가급적 빨리 하겠지만 

언제쯤 공사를 시작하게 될지 잘 모르겠다고 했다.

핑계만은 아닌 사실이긴 했지만 이런 광경을 보니 차마 그런이유를 대면서 공사를 미룰 순 없을 거 같았다,

우리가 하루이틀을 미루면 아이들은 이런집에서 

하루이틀을 더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니 최대한 빠른 시간안에 내려와야 할거 같았다. 

같은게 아니라 그래야 한다. 


현재 아버지는 병원에서 수술을 기다리고 계신다.

어머니가 원하시는 건 그저 고등학생이 된 자녀들도 있으니 최소한 남자와 여자끼리는 따로 잘 수 있게

아이들방이 좀 있었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현재는 방이 하나밖에 없어서 고등학생인 두 자녀는 그 방에서, 부모님과 나머지 셋은 거실(?)같은 

부엌앞에서 잔다. 그리고 집이 너무 어두워 집이 좀 밝아졌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그리고 화장실과 씻는곳도 있었으면 좋겠단다.


들어보면 당연히 집이 가지고 있어야 할 것들을 어려운 부탁인듯이 조심스레 말씀을 하신다.

마음이 참 아팠다.


벌교때보다 예산은 적고 가족은 많다보니 필요한 공간은 더 많은 상황이다. 

또 그때는 일부 자재도 후원받을 수 있었으니 두번째집의 상황은 더 어렵다고 할 수 있다.

더싸고 효율적으로 지을 수 있는 방법을 찾기위해 이제부터 머리를 싸메고 고민을 해야하는 이유다.


우리가 현장에 도착했을때 자원봉사자분들이 집을 정리하고 계셨다.

쓰레기가 한트럭이 나왔다며 웃으셨다.

이번 장흥프로젝트는 군청에서부터 장흥의 복지단체들이 매우 적극적이시고,

거기다 마을에서도 이 가족을 위해 걱정도 많이 해주시고 새로 집을 짓게 된것에 대해 진심으로 기뻐하시고

적극적으로 돕고 싶어 하신단다.

그래서 우리가 현장에 도착했을때 우리를 오랫동안 기다리던 손님맞듯이 반가이 맞아주셨다.

이런 마음들이 여러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이 프로젝트가 잘 마무리될것 같다는 기대를 하게 만든다.

저런 좋은 마음들이 모였을때 좋은 집이 나오는게 아닐까. 


어쨌든 이렇게 해서 갑작스레 Low Cost House series 그 두번째 집 "장흥" 편이 시작되었다.


130605 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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