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어려운 사건을 함께 겪다보면 그 사람의 모르던 부분을 알게된다. 

건축시공이라는 것 자체가 사실 어렵지 않을 수가 없기에 공사하는 동안

설계할때는 모르던 부분을 알게되기도 하는데,

더군다나 "시공사의 부도" 라는 극단적 시련을 겪으면 더욱 그럴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삼성동 크롬컴퍼니 사옥이 그런 경우였다.

현장은 골조공사를 끝으로 시공사가 부도가 났고, 

더군다나 시공사 대표는 책임지지 못할 말만 날리고 사라졌고,

시공사 현장소장은 책임감이 있지도, 협조적이지도 않은 사람이었다. 

 수습하기 위해 여러 노력을 했지만, 건축주가 금전적, 정신적 손해를 완전히 피할 수는 없었다. 

그렇게 새로운 시공사를 찾고, 인수인계를 받고, 공사를 재개해 올 봄 공사가 무사히 마무리 되었다. 

그 과정에서 건축주분들이 보여주신 너그러움과 이해심은 새로운 시공사가

오히려 미안해하게 만들었고, 우리 역시도 더욱 노력할 수 밖에 없게 만들었다. 

충분히 불평과 비난을 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늘 미안하다, 감사하다라는 말씀을 하셨고, 

늘 얘기하지만 사람은 믿어주는 만큼 보답하려 노력하게 되어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공사가 끝나고

아마 건축주도 이 긴 여정을 마쳤음에 안도하셨을테고

한편으로 지치셨을 것이고, 지긋지긋해 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하나의 큰 사건을 함께 치르고 극복해 냈음에,

그 과정에서 그 누구도 자신의 이익을 우선하지 않고,

서로가 같은 목표를 향해 에너지를 모아왔음에

감사의 마음을 나누고 싶다며 저녁자리를 만들어 주셨다. 

 

어떤 좋은 건축주분이었다 하더라도

프로젝트가 다 끝나고 만나는 자리가 우리에게 마냥 편할 순 없다. 

100가지 중에 99가지가 좋고 한가지가 아쉽다고 말씀하셔도

부끄럽고, 불편할 수 밖에 없는 처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입장 바꿔보면 건축주는 왜 안그렇겠는가, 

아마도 그저 편한자리 만은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굳이 서로 시간을 맞추고 장소를 정해서 만나려 하신 그 마음에 감사했다. 

 

건축주와 주거니 받거니 술을 하면서 많은 걸 알게 되었다. 

회사가 이제 시작한지 10년도 안됐는데 업계에서 매우 선망하는 위치에 있다는 것도, 

6,7년만에 매우 놀라운 매출액을 기록하고 있다는 것도,

그리고 대표님이 담당자였던 규민이와 어렸을때 같은 동네에 살았던 동네형이었다는 사실도,

또 나이는 좀 다르지만 무려 나와 대학교 입학년도가 같은 동기라는 사실까지도... ㅋㅋㅋ

그렇게 우리는 건축얘기는 그저 곁들였을뿐, 

그냥 그렇게 사람 얘기하면서 삼성동 프로젝트를 마무리 하였다. 

 

건축주였던, 그리고 함께 회사를 시작하신

대표님과 실장님을 보며 이 두분의 조합이 참 훌륭하다는 생각을 했다. 

이 어울리지 않는 듯, 서로를 잘 메꿔주고 있는 이 시너지가 아마도 

회사를 단시간에 발전시킨 원동력이 아니었을까, 

어쩌면 이 두분은 이제 몇년 뒤면 만나기도 어려운 분들이 되어있을지도 모르겠다 ㅎㅎ

모든 건축주분들께 같은 마음이지만, 

이 두 분이 앞으로도 잘 지내주시길 진심으로 빈다. 

 

동네형(대표님), 동네동생(규민이), 실장님
촌놈이라 새우살이라는걸 첨 먹어봄 -_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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