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를 하기 위해서 신체적으로 필요한 조건은 크게 두 가지 인것 같다.
내가 달리면서 느끼는 고통이 크게 두 파트이기 때문이다.
하나는 당연히 중력을 거슬러 우리 몸을 앞으로 그리고 위로 밀어내주는 다리, 더 구체적으로는 발바닥부터 종아리
그리고 허벅지까지의 모든 근육 들이고, 다른 하나는 바로 이렇게 달릴 수 있도록 다리에 피를 공급해주고,
피에 산소를 공급해주는 심장과 폐일 것이다.
즉, 호흡과 다리근육이 조화롭게 작동해야 달리기를 오래 잘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머 쌀로 밥짓는 소리처럼 당연한 얘기다.
우선 처음 달리기를 시작할때는 호흡이며 다리근육을 구분할 것 없이 그냥 힘들다.
숨쉬기도 너무 힘들고, 다리도 천근만근 질질 끌린다. 이땐 그냥 온 몸뚱아리가 다 힘든거 같다.
하지만 꾸준히 달리기를 시도해보고 그 거리가 점차 늘고,
그 시간이 조금씩 쌓여가다보면 다리의 곳곳에는 달리기를 위해 필요한 근육이 조금씩 생기는 거 같다.
다리가 처음보다는 점점 고통이 덜 해지는 느낌이 든다. 물론 그러다가 어느 날은 다리에 심한 피로감을 느낄 때도 있지만
그건 그냥 오늘 컨디션이 안 좋은가 보다 하고 넘어가면 된다.
이렇게 근육들을 단련하는 느낌으로 하루하루 달리기를 하다 보면 이제 좀 더 효율적으로 달리는 방법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다.
그래서 이때쯤 몇개의 유튜브 영상들을 찾아보았다. 그래서 달리기를 할때 발 바닥은 어떻게 착지해야 하는지 보폭은 어느 정도를 유지해야하는지,
무릎은 어디까지 들어올려야 하는지, 상체는 어떠해야 하는지 등등 을 배웠다.
하지만 보고 머리로 이해하는 것과 몸이 따라가는 것은 완전히 다르다.
본대로(사실은 보고 머리속으로 상상하고 있는 데로)해보려고 하지만 당연히 어색하고, 더 힘들고, 심지어 다리도 더 아프다, 처음에는.
거기다 지금 생각해보면 유튜브마다 얘기하는 내용이 조금씩 다르고, 강조하는 지점도 다른데 나는 그것들 중에서 무엇이 나에게 필요한 건지 잘 모르고
그저 좋아보이는 건 다 따라하려 해보니 처음에는 엉망진창이었다.
또 어떤 유튜브는 오래 천천히 달리는 것을 강조하려는 내용이었고, 또 다른 유튜브는 빨리 달릴 수 있도록 도와주려는 내용이었는데
나는 그걸 다 따라하려 했으니 지금 생각해보면 이도 저도 안되고 힘만 들 뿐이었다.
아무튼 그렇게 여러 유튜브를 따라해 보면서, 그리고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달리기 폼을 조정해 가고, 그렇게 또 달리면서
그래도 다리의 근육이 발달해 간 것 같다.
개인적으로 느꼈을때 이 다리 근육은 어쨌든 근육이다 보니 달리는 시간과 거리를 늘리면 어쨌든 조금씩 만들어지고, 단련되어 간다는 생각이 든다.
다만 어떤 폼과 어떤 느낌으로 달릴 것이냐를 좀 더 배우고 달려서 그에 적정한 근육을 훈련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이것이 달리기의 한 축이다.
두번째는 호흡, 더 정확하게는 아마 폐활량이라고 하는 것이 맞을 것 같다.
달리기를 하다가 힘들다고 느낄 때는 둘 중 하나이다. 다리에 피로감을 느끼거나 아니면 숨이 너무 차는 경우이다.
특히 익숙한 속도보다 조금만 빨리 달리면 숨쉬기가 힘들어지고 가슴이 아프고 하는 상황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
나 역시 평소속도보다 조금만 빨리 달리면, 금새 호흡이 빨라지고 숨이 가빠지고 가슴이 아파온다.
이런 속도로는 1킬로미터를 달리기도 쉽지 않은 상태가 된다. 결국 다리가 괜찮아도 이 호흡이 딸리면(부족하면) 오래 혹은 빨리 달리기는 어려웠다.
그러다보니 이 호흡량 혹은 폐활량이라는 것도 다리 근육처럼 꾸준히 노력하면 개선 혹은 훈련될 수 있는 것인지 궁금했다.
더 빠른 속도의 수준에 가본적이 없으니 내 수준에서 어떻게 하면 그럴 수 있는지 알기는 어렵다.
다만 처음에 달리기를 시작했을 때는 매우 느리게 1킬로를 뛰는 것도 숨이 찼기때문에 그때에 비하면 현재 그보단 훨씬 호흡이 편안해졌고,
이런 원리라면 이것도 달리기를 하다 보면 늘 수 있는 건가 라고 추측하는 정도다.
한편으로 유튜브에서 배운 또 다른 내용으로는 이 호흡량(최대산소포화도?)이라는 것은
어느정도 선천적으로 타고 나는 것이어서 후천적 훈련으로 개선하는 것에 한계가 있다는 내용도 있었다.
그리고 그나마도 이 후천적 개선을 위해서는 특별한 훈련(인터벌이나 업힐과 같은) 이 필요한 듯 했다.
아직까지 시도해 볼 마음이 들진 않았다.
어쨌든 이 호흡이 달리기의 또 다른 축이다.
달리기를 지속적으로 하고 위해서, 일정시간 혹은 일정거리를 달리기 위해서는 결국 이 호흡량과 다리근육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어야만 가능하다.
그렇지 않으면 어떤 경우에는 다리에 피로감을 심하게 느껴서 멈추게 되고, 또 어떤 경우에는 숨쉬기가 너무 힘들어서 멈추게 된다.
이 두 엔진을 함께 관리해줘야 한다.
사무소도 마찬가지다.
건축사사무소 일 중에서 설계의 성격은 어쩌면 크게 두 가지 인 것 같다.
적어도 우리 사무실에선 그렇다.
첫번째는 빠르게 요구되는 디자인이다.
이는 처음에 개념을 정리하고, 이를 방향 삼아 기본 계획을 정하고, 나이스(Nice)하면서 균형잡힌 형태를 구성하고,
마지막으론 이를 프리젠테이션 하는 것 까지다. 이 단계를 잘 하기 위해서는 논리적 사고능력이 필요하고, 동시에 날카로운 감각도 필요하다.
물론 좋은 공간과 형태에 대해 스스로 갖고 있는 높은 기준도 있어야하며, 이를 프로젝트에서 표현해 낼 수 있는 분별력도 필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새로운 것을 두려움 없이 시도할 수 있는 추진력도 있어야 한다.
기술적으로 3d툴을 포함해 이미지를 생성하는 툴들을 잘 다루는 것은 기본일 것이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빠른 호흡으로 속도감 있게 이루어져야 한다.
주로 규모가 큰 계획이든, 현상공모, 혹은 프로젝트의 초기 디자인에 해당한다.
두번째는 더 느린 호흡과 함께 요구되는 똘똘함이다.
우리 같은 아뜰리에 사무소의 기본이 되는 것들은 소규모 프로젝트들이다.
이 프로젝트들은 짧은 시간에 순발력 있는 호흡이 요구되기보다는 긴 호흡 안에서 지치지 않고 꼼꼼하고 차분하게 프로젝트를 대할 수 있는
의연한 능력이 필요하다. 이 프로젝트들은 건축주와의 소통을 통해 매력적이지만 동시에 실제적이고 현실적인 디자인을 해야한다.
이후에는 인허가를 위해 허가권자와, 때로는 비상식적이까지 한, 싸움을 해야하고, 각 종 법규와 디자인 의도, 공사 예산 등을 고려한 실시설계를 해야하고,
그 과정에서 수많은 협력업체와 협의하고 조율하는 과정을 거쳐야한다.
또 공사가 시작되면 시공사와 각종 사항들에 대해 조율과 협의를 해야하고, 건축주와도 계속된 소통이 필요하다.
이 과정 속에서는 수 많은 변수가 발생하고, 그와 관련된 수많은 이해관계자들 사이에서 그때그때 상황을 정리하고 조정하는 것을 해야한다.
따라서 꼼꼼하고 성실해야하며,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스트레스를 잘 관리하고 견딜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하고, 끝까지 원하는 수준을 구현해내려는 집요함도 있어야한다.
번뜩이는 디자인보다 흔들리지 않는 유연함과 똘똘함이 요구된다고도 할 수 있다.
사무소를 잘 운영하기 위해서는 크게 이 두가지 영역에 대한 역량을 모두 갖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마치 달리기의 근육과 호흡처럼 이 두 가지 능력 중 한가지만으로는 사무소를 운영해 가는 것이 어려울 때가 많다.
그리고 사무소가 이 두 가지 영역에서 균형을 갖고 있다는 것은 그런 능력을 가진 사람들로 균형있게 구성되어 있다는 의미이다.
개인적으로 건축을 하면서 주변에 위의 두 가지를 모두 잘하는 사람도 물론 있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두 가지 능력 중 어느 한쪽에 좀 더 장점을 보이는 경우가 더 많았다.
위에 길게 나열해 논 것처럼 사실 디자인을 빠르게 잘 하고,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완공해 낸다는 그 결과를 위해서는 너무나 다양하고도 많은 능력이 요구된다.
따라서 그 모든 걸 한명이 골고루 다 잘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대단한 능력을 요구한다.
사람이기 때문에 어쩌면 그 중에서 특정 영역에 더 장점을 보인다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우리는 건축학과의 교육과정을 거치면서 자연스럽게 건축설계란 곧 디자인을 잘하는 것이라고 배워왔고, 이는 곧 형태를 만드는 행위와 동의어처럼 받아들여졌다.
꼭 말로 그렇게 하지 않더라도 학교의 분위기가, 커리큘럼의 비중에서, 접하는 외부정보들에서 그렇게 알게 모르게 인식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디자인을 하는 것은 건축설계의 극히 일부라는 것을 우리는 실무에 나오면 깨닫게 된다.
디자인 이후에 이것이 현장에서 물리적 구조물로 완성되기 위해서는 도면하나하나, 디테일 하나하나, 재료 하나하나,
그리고 사람과의 관계 하나하나가 다 잘 설계되어야 하고, 이를 잘 관리할 수 있는 똘똘함이 매우 중요하다.
이는 더 깊고 입체적인 설계영역이라 할 수 있고, 수많은 자본과 시스템을 다룬다는 측면에서는 다른 의미의 예술이라고도 볼 수도 있다.
따라서 우리는 사무실 인력을 조직하고 구성하면서 모두 다 잘하진 않더라도,
앞서 얘기한 두 가지 측면 중에서 어느 쪽에건 명확한 장점을 갖고 있는지를 판단하려 노력한다.
그래서 두 영역에 있어 장점을 가진 사람들을 균형 있게 구성해 사무소가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게 하려고 노력한다.
그래야지만 다양한 규모와 프로그램과 성격과 속도를 가진 프로젝트들을 모두 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이 마치 달리기의 근육과 호흡처럼, 사무실이 더 오래 더 다양하게 더 멀리 달려갈 수 있는, 균형 잡힌 조건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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