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건물 지어보고 싶다'
네덜란드로 유학을 와서 델프트에서의 석사를 마치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이었다.
학부를 졸업하면서 느꼈던 허무함과는 달랐다.
학부를 졸업하면서 내가 가졌던 생각은 '난 정말 진지하게 건축을 공부했을까' 였다.
겉만 번지르르한 그림그리기에 매달렸던건 아니였을까 였다.
그래서 내가 정말 건축을 할수있을지에 대한 깊은 의심이 들었다.

어려운 상황에서 유학을 결정했다.
그리고 석사를 마치고 나서 든 생각이 저거였다.

이젠 스스로가 건축을 훨씬 더 진지하게 보고 있다고 생각했고
이젠 건축을 할 수 있을것 같았다.
건축이란 나 혼자 잘났다고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고,
보기에 그럴싸한 것에 현혹되지 않고 진정으로 퀄리티있는 건축
혹은 공간을 보려는 눈이 생겼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네덜란드에 취직을 해서 일을 시작했다
많은 프로젝트를 했다. 특히나 사무소에서 벌어지는 대부분의 컴피티션을 했던거 같다.
동시에 2개의 컴피티션을 왔다 갔다하면서 하기도 했다.
그럴수밖에 없는게 사무소에 아시아 사람이라곤 나 하나밖에 없다.
근데 이 아시아인은 네덜란드 말을 못한다.
따라서 이 아시아인은 현장에도 갈 수없고, 상세도면을 그릴 수도 없으며,
업체와의 미팅을 맡기기도 애매하다.
클라이언트와 만나는건 더 힘들다.
의사소통을 하는 것과 클라이언트를 만나서 상대방을 '요리'하는 건 전혀 차원이 다른 얘기다.

덕분에 새로 시작하는 프로젝트에는 대부분 참여를 했다.
당선되기도 많이 하고 떨어지기도 많이 했다.
당선되고 나면 이 녀석은 다른 동료에게 넘어간다.

어느순간부터 '아 건물 지어보고 싶다' 가 '아 내 건물 지어보고 싶다' 로 바뀌었다.


111116 Y

오늘은 좀 짧다.
요새 사무소에서 스트레스 이빠이다.
그래서 퇴근하고 집에오면 얼마안되는 자유시간동안 좀 자극적인 먼가를 봐야한다 ㅋㅋ
머리속에 먼가 좀 집에와서 놀았다는 느낌을 주어야지 덜 억울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메일도 2개나 써야되고.
그래서 오늘은 여기서 끝.

시작하기에 앞서..

자잘한 이야기들을 연재해 보고자 한다.
이는 우리의 지난 몇달간의 치열하고 처절했던 고민과 결정에 대한 이야기이고
앞으로 적어도 1년이상을 이어질 더 치열하고 한편 흥미진진할 이야기들에 대한 글이 될것이다.
그 목적은,
첫번째는 우리의 건축가로서의 인생에서 어쩌면 가장 중요한 한 시기가 될지 모르는 지금 이순간에 대한 기록이 될것이며
두번째는 이 글을 통해 우리가 이루어마지 않을 거라고 확신하는 그 어떤 목표가 다른 건축하는 분들에게도
전달되고 자극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이다.

우리는 독립을 준비하고있다. 대학을 졸업한지 5년만이고 우리는 이제 30대 초반이 되었다.
....


이 한 문장을 쓰고나서 한참동안 글을 잇지 못했다.
저 문장 다음엔 반드시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는 말로 시작하는 어떤 문장을 써야될거 같은 기분을 느꼈고
그러한 문장이 역시나 생각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독립을 준비하면서 나는 저 객관적 사실에서 비롯된 수많은 걱정섞인 질문을 받아야만 했다.
모두가 머리속에 떠올리 수 있을만한 그런 걱정들이었다.
따라서 왠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러한 이유로 독립한다 라는 어떤 객관적이고 납득할만한 이유가 있어야만 할것 같았다.
이러한 자기방어적이며 동시에 상대를 납득시킬만한 이유가 없으니
나 스스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는 조사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았다.
나는 대체 멀 믿고 독립을 하려는지 고민되는 날이 계속되었다.

하지만 저 문장은 절대로 완성되지 않는 문장이란걸 알았다
물론 그런사람이 있을수도 있지만 우리에게, 아니 대다수의 젊은 건축인에게 저 문장은 절대로 완성될 수 없는 문장이다.

따라서 건축가로서 독립하기 위해선 남을 설득시킬 수 있는 어떤 문장이 필요한게 아니라,
나 자신을 확신시킬만한 문장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여기서부터 나는 진정으로 독립을 위한 과정이 시작되었다고 생각한다.
즉, 내가 왜 독립을 하고싶은지부터 찾아야 한다.
이는 다시 말하면 내가 건축가로서 살고싶은 삶이 어떤 삶인지 생각을 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자 어떤가.
이 질문이 유치하다고 생각될수도 있다.
너무 순진해 보일수도 있다.
하지만 그 시작이, 그 의도부터가 순진하지 않다면 그 길은 끝까지 못가는 길이라고 믿는다.

이 유치하면서 순진한 질문에 대한 나의 이야기는 다음글에 이어서 쓰도록 하겠다.
왜냐하면.... 내일 출근해야 되니까..

111115 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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