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소를 하다보면
많은 건축주들을 만나고, 많은 프로젝트들을 만나게 된다.
큰 프로젝트는 그것마다,
작은 프로젝트는 또 그것마다
다양한 상황이 있고, 욕심이 있고, 문제가 있다.
그리고 그것들을 하나하나 정리해나가다 보면
그것이 우리 일상이 되고,
그렇게 하루하루 정신없이 시간은 가고,
어느 순간에는 그것들에 무뎌지게 되고, 또 그런 과정들이 자연스러워 진다.
하지만
사람을 만나고, 얘기를 듣고, 그것에 공감하고, 고민하고
하는 모든 과정에 공감하고, 설레여야하는 것이 설계인건데,
또 그러고 싶어서 이 일을 하는 것이고,
건축주도 그것을 바라고 함께 그 과정을 시작한 것인데,
어느 순간에는 그것들이 그저 일이되기도 하고, 풀어야할 숙제가 되기도 하고,
감정과 공감보다는 이성과 과제로 인식되기도 한다.
반복되는 과정과 시간이 주는 무뎌짐일 것이다.
하지만 가끔씩 그 안에, 우리가 하는 이 작업 안에,
사람이 있고, 때로는 절박한 사연이 있고, 절실한 간절함이 있음을
깨닫게 해주는 순간들이 있다.
그러한 순간들을 만나게되면
우리에겐 그저 해결해야 하는 하나의 과제로 느껴지던 이 프로젝트속에
한 사람의, 한 가족의 삶과 바램과, 달디 달고 쓰디 쓴 진짜 사연들이 담겨져야하는,
그들에겐 세상 무엇보다 중요한 프로젝트 임을 다시금 느끼게 된다.
때로는 우리에게 들려주는 그들의 이야기에서 감히 상상할 수 없을 만큼의
노고와 아픔과 그 안의 희망을 보면서, 경외심과 존경심과, 이유모를 감사함을 갖게 된다.
이 일을 하는 것에 책임감과 기쁨을 느끼게 된다.
얼마전 시작한 응암동 프로젝트가 그랬다.
다시금 우리가 하는 일의 의미를 돌아보게 해주었고,
지극히 인간적인 존경심을 느끼게 해주었다.
그저 능력껏 많은 걸 해드리고 싶은데
그 능력이 보잘것 없음이 안타까울 뿐이다.
감사하게도 그 분들과 얘기하는 동안
우리에게 있는 하나하나의 사연에 다시금 집중할 힘을 얻었다.
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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