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건 왜 하는 건가?
이런 질문을 던질 수 있다.
건축설계사무소에서 도대체 버터가게는 왜 하는 건가?
아니, 더 근본적으론 건축사무소를 하면서 다른 사업은 왜 하려고 하는 건가?
이게 서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요소들인가?
일단 사무소를 시작하고 몇 년이 지난 이후,
건축사무소를 한다는 것이 얼마나 위험천만하고 고되고 꾸준히 생존하기조차 무척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남들이 보기에 상대적으로 일찍 자리를 잡았음에도 불구하고 그 안에서 실제 느끼기에는 그러했다.
그래서 그 이후 내 머리속에는 늘 좀 더 안정적인 생태계를 구축하고 싶다라는 생각이 있었다.
그렇다면 무엇을 매개로 연결된 생태계냐 했을 때,
그것은 건축, 디자인 이런 것들을 매개로,
그리고 어쨌든 지금 우리의 본업인 JYA-RCHITECTS라는 사무소를 중심으로 하는 생태계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사무소라는 하나의 사업체를 운영하는 것은 너무도 힘든 일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여전히 건축설계를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며, 무엇보다 재미있어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무소를 중심으로 그 어떤 형태가 되었든 따로 존재하기도 하고, 상호 시너지가 날 수도 있지만
어쨌든 서로 연결되고 이어져, 건축을 중심으로 다양한 영역의 디자인으로 확장될 수 있고, 다양한 영역과 교류할 수 있는 생태계가 되기를 바랬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이로부터 좀 더 높은 부가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는 기회가 생기기를 바랬고,
일거리를 능동적으로 만들어 낼 수 있는 기회가 만들어지기를 바랬다.
그리고 그로부터 우리 안의 구성원들이 좀 더 안정감을 가질 수 있기를 바랬다.
앞서 설명했던 것처럼 버터는 건축과 직접적으로 연관이 되진 않지만,
좀 더 넓고 길게 보면 버터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모든 게 디자인이고
또한 이후 다양한 형태로의 변형과 확장을 고려했을때 건축을 중심으로 하는 하나의 생태계로 연결될 수 있다고 봤다.
그 확장이 어떤 식으로 또 어떤 형태로 이루어질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분명 재미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생태계를 만들어가면서 또 하나 기대하고 있는 것은 그 과정에서 만날 수 있는 다양한 사람들이다.
나나 조소장이 잘 할 수 있는게 있고 못하는게 있다.
우리가 경계해야하는 것은 못하는 것을 해보려고 욕심내는 것이고,
우리가 지향해야 하는 것은 우리가 못하는 것을 잘 할 수 있는 사람과 이어지는 것이다.
생태계를 만든다는 것은 이처럼 우리가 못하는 것을 잘 할 수 있는 사람들이 모이는 것이고 그들로부터 우리 능력 밖의 기회와 가치를 만드는 것이다.
버터로 시작된 이 시도가 결국엔 실패로 끝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가 전에도 사무소에 관해 여러 차례 인터뷰에서 얘기했던 것처럼,
나나 조소장이 사무소를 운영하면서 혹시나 우리가 우리를 지켜보는 누군가에게 의미가 있다면,
그것은 맨땅에서 시작한 후 조금씩 성장해가고 버텨내고 결국 생존해 냈을 때 일 거라고 지금도 생각한다.
어쩌면 이 생태계도 그런 비슷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비롯 자본도, 규모도 부족하지만 건축을 중심으로 하나의 생태계를 구축하고,
이것이 잘 작동해 흥미로운 결과들을 만들어 갈 때, 부동산이나 거대한 자본을 통해서가 아닌,
좀 더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방식의 생존방식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부디 우리의 이 도전이 지금의 이 극단적 건축상황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하나의 참고가 될 수 있는 도전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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