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에 올리는 글이 뜸해지거나 그 간격이 너무 먼 경우에는 해야할 일이 밀려있어서(혹은 미뤄두어서), 
마치 죄를 짓는 것 같은 찜찜함으로 인해, 그래서 마음이 불편해 키보드에 손이 가지 않는 경우와 
다른 하나는 반대로 너무 별일이 없어서 골똘히 생각해봐도 딱히 글빨 설 만한 사건사고가 없는 경우이다. 

그럼 요즘은 이 둘 중에 어떤 상태이냐 생각해보니 약간 후자에 가까운거 같다. 
요즘은 마음은 바쁘고 걱정과 스트레스가 가득한데, 딱히 그거만큼 몸이 바쁘진 않다. 
사실은 개인적으론 이럴때가 가장 불편하고 불안한 상태이긴해서 먼가에 집중을 잘 못하는 상태가 된다. 
그래서 시간은 헛되이 가고, 그럼 맘은 더 불안해지고, 그럼 더 집중을 못하고 이것이 돌고돌아 악순환이 된다. 

그래서 이렇게 무작정 블로그에 글이라도 써볼까 생각을 하면서 몇줄 써내려가다보면 수시로 글이 막힌다.
그럼 다시 음… 멀쓰지 하면서 나의 최근을 뒤돌아보게 된다. 
별일이 없을리가 없는데 딱히 생각나는 별일이 없다. 
그리 편안하진 않았는데 막상 보면 또 쓸만한 별사건이 없는 이 모순은 멀까.
난 그럼 별일 아닌 일들로 그동안 괴로웠던걸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설마 그럴리가… 하며 필사적으로 생각하다보니 몇가지 얘깃거리가 떠오른다. 
좋아 앞으로 몇번은 그것들에 대한 얘기를 좀 써보자 맘먹었다.

얼마 전에 디자인미팅을 하면서 오랜만에 분위기가 매우 격렬해졌었다. 
직원들 입장에서는 오랜만이 아니라고 생각할 가능성이 높지만 
내 입장에서는 아~주 오랜만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날 오랫동안 지켜본 몇몇에게 확인할 수 있다 ㅋ)

우리는, 그리고 나는 사무실에서 가급적 여러 사람의 의견들을 모아 방향을 결정하고
디자인을 발전시키고 완성시키고 싶어한다. 
앞서 정말 여러번 언급했듯이 여기에 많은 가치와 의미를 두고 있고, 
이를 위해 많은 에너지와 시간과 시도들을 써 왔다. 

물론 이것이 가장 무난한 것을 찾자는 것은 아니다. 
모두의 생각들을 1/n 씩 더하고자 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우리가 지금 고민하고 다듬고 있는 이것이 최선이라는 결론을 얻기까지 다양한 생각과 의견들을 공유함으로서 
적어도 이 정도가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야 하는 것을 건축주와 세상에 내 놓고 싶다는 의미이다.

물론 이것을 통해 무색무취의 정답같은 안을 만들고자 하는 것도 아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여러 조건들 안에서 나름 각각의 색깔과 흥미로움이 있는 결과물들을 만들어왔다.
그리고 그것이 특정인의 취향과 스타일이 아닌 ‘아름답고 흥미로운 어떤 것’ 이 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아름답고 흥미롭다는 것은 늘 변화한다. 
따라서 이것을 어떤 표현으로 딱 잘라 정의하기는 불가능할지 모르겠지만, 
우리가 공통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어떤 느낌’이 있다. 
그리고 우리는 그 공감할 수 있는 어떤 것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들의 모임일지도 모르겠다.
그저 그 ‘어떤 느낌’의 대상이 너무 좁거나 편중되거나 하지 않고 
더 많은 것들을, 더 다양한 것들을 받아들일 수 있기를 바라고, 그러려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나 스스로는 내 취향과 선호를 강요하거나 하진 않는지 경계하려 늘 노력해왔다. 
직원들과의 미팅에서 그들이 이 프로젝트의 최선을 찾고자 노력하길 바라지,
내 취향과 선호를 고려하기를 바라지 않는다. 
나는 그들 각각이 미팅을 준비하면서, 이런 관점에서 더 많은 구성원들이 공감할 수 있는 어떤 것을 
찾고자 노력해주길 바라고, 미팅은 이 과정이 좀 더  생산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준비되길 바란다. 

무척이나 어려운 과정이다. 
사무소를 한지 1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어렵다.
정확히는 아직도 감을 잡지 못하고 있다. 
직원들과의 미팅때마다 마음속에서 많은 갈등을 겪는다. 줄타기가 아슬아슬하다. 
내가 선을 넘는지 아닌지 늘 고민을 한다. 
그렇다고 늘 하는 고민으로인해 늘 괴롭다는 것은 아니다. 
난 그들과의 이런 시간을 한편으론 좋아하기 때문이다.

화를 내는 것은 이런 과정과 의도를 상대방(직원이)이 이해하지 못했다고 느낄때, 
그래서 이런 방식이 비효율적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그 동안의 매몰비용이 사라질 것 같은 기분이 들때이다. 
그리고 사소할 수 있는 표현들로 인해서.

하지만 그럴때마다 다시한번 다짐하는 것은 
중요한 것은 지금 당장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더디지만, 함께 더 멀리 갈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이냐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다.
그리고 그 답은 결국 돌고돌아 현재로 돌아온다. 

앞으로도 지금과 같은 번뇌가 무한반복되겠지만 
그 과정도 익숙해지다보면, 어쩌면 그 과정 자체가 결과가 될런지도 모르겠다.

마무리하며,
개인적으론 그런 치열한(?)분위기를 좋아하는 편이라서 즐거운 순간이었고
앞으로도 늘 이렇게 치열하길 바라면서 
한편으로는 규민이에게 심심한 사과를 전한다. 

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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