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동안 글이 없었다. 


그리고 요즘 나는 사무실에는 코빼기만 보이고 주로 집에 틀어박혀있다.  다행히 대기하던 프로젝트들이 여러가지 이유로 인해 잠시 뒤로 밀린 상황은 현재의 나에게는 무척 고마운 일이다.


사무실을 내면서부터 주변에 왕성하게 활동하시는 소장님들을 찾아뵈었던 이야기들은 이미 몇달전에 블로그를 통해서 적었지만, 그 때 공통적으로 하시는 말씀들. 

- 라이센스는 갖고 시작하나

- 아니오. 이제 따려고 준비중인데요

- 꼭 따라. 꼭 필요하다.


우연하게도 방문했었던 사무소들마다 소장님들이 라이센스가 없이 활동중. 소장님들의 대내외적 활동력을 볼 때 굳이 라이센스가 필요할까 하는 의심이 들기도 했지만, 

작업을 진행하다보면 항상 걸리는게 라이센스란다.


그때부터 학원을 다니기 시작했다. 

일요일마다 교대역을 들락거린것도 7개월여가 된다.


그리고 이제

2주도 안남았다. 


제도판이 놓여있는 집 방 한구석 주변에는 풀다만 문제들과 트레이싱 페이퍼들이 널려있다.

밤중에 작도하다가 이런 모습을 볼 때면

여러가지 심란한 생각들이 밀려오는데, 

공부를 해본 분들이라면 누구라도 공감할 질문들.

작도의 효용성이라든지,

시험제도의 모순, 문제점들,

시험문제 자체의 수준에 대해서 한숨 푹푹 쉬면서 곱씹어보지만,


결국에는 생각이 돌고 돌아 다시 제자리로 돌아 오고만다.

이 바닥에서 사무소 이름 걸고 시작할 바에야 어차피 넘어야할 산이라고. 

단순히 사무소 프로젝트 인허가할때 필요한 문제가 아니라

개인적으로는 5년제 학부졸업에 대형사무소 5년근무가 커리어의 전부인 내게는 

Y와는 조금 다른 문제일수도.


정말 많은 이야기를 쓰고 싶지만, 이러고 있는 시간까지 조바심이 나는 상황.


마지막으로 사무소 3인중 2인이 라이센스 준비한다고 사무소째고 있는 상황에

혼자 고군분투하는 Y에게 무한감사!


나머지 2/2는 셤보고나서 후기 형식으로^^



에피소드.

   학부 5년제 인증전의 5년제 졸업자였던 나로서는 건축사예비시험과 함께 경력5년이 필요한데,

  깔끔하게 전 사무소 만 5년 23일을 하고 이제 됐다하고 나왔다. 

  그런데, 사무소 경력은 졸업일부터 시작한다는 얘기를 듣고 따져보니, 보름정도가 경력에서 

  빠지는 상황. 결국 4년 11개월 15일정도의 경력이 됐음.

  부랴부랴 현재 운영하는 사무소 협회 등록하고 경력일수 마저 채우고 나서 놀란 가슴을 쓸어내림 -_-;;;;



20120904


J

글의 순서가 좀 바뀌었지만

이번엔 지난 6월에 약 한달동안 진행했던 KOCOM 호텔 리노베이션 프로젝트와 관련된 글을 써보고자 한다.


글을 시작하면서 먼저 두가지 질문(혹은 탄식)을 스스로에게, 그리고 혹 이글을 읽을 다른 분들께 드리고 싶다.


첫째는

'건축가로서 사무실을 하면서 들어오는 일에 대한 좋고 나쁨을 판단해야할까?

판단해야 한다면 그 판단은 어떤 방법으로 할 수 있을까?' 이고

두번째는

'건축계의 생태계가 어디까지 망가져 있는가?!' 하는 것이다.


우리는 사실 독립을 준비하면서 이러한 고민을 해본적이 없다.

일이 들어오면 감사합니다~ 하고 해야지,

또 일이 없는 것이 문제지 일이 좋고 나쁨을 판단할 경우가 있을까 하고 생각하였다.

당연했다.

이런 생각에는 사실 어떤 프로젝트가 들어오더라도 설득하고 협력하고 싸우고 협박하고

마지막으로 건축주를 홀려서 잘 만들면 그것이 곧 좋은 프로젝트가 되는 것이라는 생각이 깔려있었다.

어떤 프로젝트건 좋은 프로젝트를 만들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과 흥미가 있었다.


그러던 중 건설회사에도 몸담고 계시고 이런저런 사업을 하시는 형님께 호텔리노베이션 관련해

함께 해보자는 제의가 들어왔다.

배경을 아주 간단히 설명하자면,

한국의 외국인 관광 대호황기를 맞아 오피스를 비지니스호텔로 리노베이션하는 것이었고

'아는 형님' 말씀대로라면 이미 다 얘기가 되서 가져온거나 마찬가지였다.


물론 프로젝트 규모가 우리가 소화하기엔 쉽지 않은 것이었고

건축주의 성향도 좋은 건축주는 아니었던듯 싶다.

하지만 이러한 순간에 우리는

'거의 다 된거나 마찬가지다' 라는 말과

'규모가 되니 하기만 하면 돈은 좀 되겠지' 하는 욕심과

'비지니스호텔은 수요가 많으니 어떻게든 하나만 하면 앞으로 좋은 기회가 또 생기겠지' 하는 김치국물의

유혹을 쉽게 떨쳐내지 못했다.


일은 매우 속도감 있게 같이 들어간 '아는 형님'의 노고와 지휘아래 야릇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이 과정에서 건축주는 물리적으로 매우 짧은 스케줄로 프리젠테이션이나 미팅을 요구했고

그 안에서 우리에겐 주체적인 건축가보단 건축주의 요구사항을 빠른시간안에 그려내는 역할이 요구되었다.

속도와 효율만이 요구되는 상황이었다.


당연히 매우 비정상적이고, 우리가 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되는 진행과정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앞서 언급한 세가지 유혹들로부터 여전히 자유롭질 못했다.

적어도 내 개인적인 욕심에선 그랬다.


그렇게 진행되던 프로젝트는 결국 마지막엔 설계비를 가지고 결정하는 구조가 되어버렸다.

볼건 다 보고, 의견도 받아보고 하지만 결국 가장 중요한 요소는 돈이었던 것이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건축주는 눈에 보이지 않는 과정의 가치를 잘 보지 못하는 사람이었던 것 같다.


어쨌든 여기까지는 주변분들의 의견상 충분히 있을 수'도' 있는 일이라고 했다.

머 건축주 입장에선 더 싸게 설계해준다는 곳이 있으면 당연히 좋은 일이니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과정동안 겪었던 것보다 더 충격적인건 바로 여기서 발생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자.

연면적 약 3000 평의 일부 신축을 포함한 호텔 리노베이션.

용역비가 따로 책정되어 있어서 빠진다고 해도 과연 설계비가 얼마가 되야할까.

여기서 우리가 얼마를 생각했는진 쓰지 않겠지만

설계를 해오신 분들이라면 대충 얼마정도 되겠구나 하고 알수 있으실 것이다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우린 우리가 제시한 설계비보다 훨~씬 더 싼 설계비를 제시한

어느 알 수 없는 사무소에 밀렸다.


하지만

내가 충격을 받은 건 프로젝트를 못하게 되서가 아니라

그 사무소가 제시한 설계비였다.

3000 만원.

일부 신축을 포함한 3000평 규모의 호텔리노베이션 프로젝트에 제시한 설계비가 3000만원이다.

정말로 충격이었다.

그리고 궁금했다

정말로 저 금액에 가능하단 말인가?

어떻게 하면 저 금액에 가능한지 정말 궁금했다.


그리고 화가났다.

한국에서 독립을 한지 얼마 안되었지만 이건 너무하다 싶었다.

서로 제살 깎아먹기를 해도 정도가 있지 이건 너무한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일들이 벌어지고있는 건축계에, 그리고 이런짓을 하고있는 저 나이많으신 건축가에게 진심으로 화가났다.

생태계를 완전히 망치는 행위이다.


이러니 건축주입장에선 설령 다른 가치를 보려고 해도 도저히 그럴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제시한 설계비가 몇배가 차이가 난다면 이건 더 이상 게임이 안되는 얘기였다.

저런 금액을 제시한 건축가에게 화가나고,

그 말도 안되는 설계비 뒤엔 분명 골치아픈 일들이 수두룩하게 발생할거라는 걸 보지 못하는 건축주에게도 화가났지만

한편으론 건축주를 이해할 수 있었다.

안타까운 일이었다.


이렇게 해서 약 한달여동안 건축주와 미팅도 갖고 협의도 하며 진행하던 프로젝트는

3000만원이라는 금액에 날라갔다.


물론 건축시장에도 여러층의 시장이 존재하고

이건 그 중 하나의 시장에서 발생하는 일이겠지만

참으로 씁쓸한 건축계의 단면이었다.


이런 일이 '그럴 수도 있지' 혹은 '요새 다 그래요' 라는

넌 아직 멀 모른다는 의미의 말로 위로하기에는 우리가 처한 현실이 너무나 안타까웠다.


프로젝트 보기


120808 Y








마지막 글을 올린지 정확하게 한달이 되었다.

처음에 기획당시에 일주일에 한번씩 올리려고 했던 글들이 이제는 한달간격이 되어 버린 느낌이다.

일의 양(일이 많다는 것이지 프로젝트가 넘친다는 것은 아니니 오해마시길..)이

사람수에 비해 넘치다 보니 글을 쓰는것이 자꾸만 뒤로 미뤄지곤 한다.

좀더 분발해야겠다.


지난 한달동안 무슨일들이 있었는지 생각을 떠올려 보려하니 생각보다 쉽게 떠오르지가 않는다.

매일매일 시간이 어떻게 지나가는지도 모르게 지내고 있는데 돌아보면 특징적으로 정리가 안되는 걸 보니

말 그대로 정신 줄 놓고 있는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써 기억을 더듬어 지난 한달을 정리를 해보면

성일이가 합류해서 함께 준비하던 KOCOM 호텔 리노베이션이 건축계의 씁쓸함만을 맛본채 끝나버렸고,

그 동안 몇번의 미팅들을 통해 울릉도프로젝트가 구체화되어 가고 있고

특히나 구조, 방수, 방설 등등의 기술적인 문제들을 풀기위해 고민 가득한 시간들을 보냈다.

여기에 설아가 잠시 합류해 울릉도 유닛의 모델을 만들기 시작했고 울릉도프로젝트 관련해

Union steel 에서 프리젠테이션을 했다.

한국에 와서 처음 접한 '땅집사향'이라는 젊은 건축가분들을 위한 세미나에 가보기도 했다.


그래서 오늘은 그 중에서 KOCOM 호텔 프로젝트에 관해 써볼까 하고 글을 시작했지만

지난번에 이어 두번 연속으로 프로젝트에 관련한 글이 올라가는 것이 너무 딱딱해 보이는 것 같아서

다른얘기를 해볼까 한다.


이 고민은 근래 우리가 가장 고민하고 있는 이야기이며 아마도 사람수가 많지 않은 작은 규모의 사무소들이

한번쯤은, 아니 어쩌면 사무소가 지속되는 한은 항상 직면하고 있을 고민이지 않을까 싶다.


현재 우리가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는 시작한 순서대로 울산의 구미리교회, 울릉도의 social housing,

곤지암의 주택(이건 이상하게 끝나버렸으나 어쨌든 고민의 당시에 있었으니 이곳에 쓴다),

충남의 3층 주택+상가

그리고 결정되진 않았지만 천천히 준비중인 춘천의 상업건물이 있다.


그러다보니 어느순간이 되서는 둘이서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일의 양이 되어버렸다.

이런 경우에 물론 간단하게 사람을 더 뽑으면 된다 라고 생각하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일이 많아져 그 양을 감당못함을 고민하는 것은 독립을 한 입장에서 미쳐 상상하지 못했던 행복한 일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상황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우선 사람을 쉽게 고용할 수 없는 이유는

쉽게 말해 저 5개의 프로젝트가 모두 넉넉한 돈을 가져다 주는 프로젝트가 아니라는데에 있다.

자세히 얘기하기는 어렵지만

(아직 결정되지 않은 것도 있고,

충분한 설계비와 프로젝트의 의미 혹은 기회 사이에서 기회비용의 교환이 이루어진 경우도 있다)

저 중에선 돈이 되는 프로젝트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다.

하지만 그에 상관없이 모든 프로젝트에는  똑같은 정도의 노동력이 들어간다.

더군다나 프로젝트가 어느 깊이상으들어가면 최소한 한명이

두 개 이상의 프로젝트를 깊이있게 고민하고 완성도를 높여가는 것에 많은 한계가 있다.


여기서 프로젝트와 사람과 수입의 불일치가 발생한다.


이에 더해 현재는 저렇지만 앞으로도 저만큼의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는 보장이 없는한

독립한 작은 사무소에서 staff 를 고정적으로 고용하는 것은 매우 조심스러운 일이 아닌가 한다.


현재 우리에게 가장 두려워 해야 할 것은 완성도를 잃어버리거나

스스로가 설정한 가치를 담아내지 못한채 끝나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가 각 프로젝트에 최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거나,

적어도 지금보단 더 나아질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상황에서 그러지 못한다면

그 상황을 경계해야 하고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


그렇다면 이런 경우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네덜란드에 있는동안을 돌이켜서 생각해보면,

첫번째 방법은 유연한 스케줄의 조정과 재배치에 있다.
암스테르담에 있는 동안 나의 경우에도 동시에 두 개의 프로젝트를 진행한 적이 종종 있었다.

각 프로젝트당 둘 혹은 셋이서 진행하던 상황에 그건 꽤나 정신없는 상황이 될수 있었다.

하지만 파트너들은 각 프로젝트를 왔다갔다 할 시간적 여유를 충분히 만들어주었다.

가령 A프로젝트에 1주, 다음 B프로젝트에 1주반 그리고 다시 A프로젝트로 1주반 정도 하는 식이었다.

이 경우에 우선 최소한 1주일이면 한 프로젝트에 충분히 몰입해있다가 나올 수 있는 최소한의 시간은 된다.

따라서 복수의 프로젝트를 근근히 진행할 수 있다.

또한 의외의 장점은 하나만 오랜시간동안 하는것보다 덜 지루할 수 있고(나의 경우엔 그랬다)

두개의 프로젝트를 하는동안 각 프로젝트로부터 생각지못했던 점들을 발견해서

두 프로젝트 모두에 발전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즉, 동시에 다른 프로젝트를 하는동안 나의 머리가 두개의 서로 다른 디자인 프로세스를 경험하면서 훈련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식의 스케줄관리가 가능했던 것에는 프로젝트 진행의 투명성이 담보되어야 한다.

투명성이란 단어가 완전히 적절한 의미는 아니지만

여기서 의미하는 바는 일정이나 계획이 프로젝트 초기에, 그것도 아주 이해가능한 수준에서 투명하게 만들어지고

공개되어진다는 것이다.(공개라고 해봤자 미리 건축가에게 알려주는 것을 의미하지만)

이는 건축가의 영역이나 역량이 아니라 건축주, 혹은 개발업자의 수준 문제다.

모든 경우가 그렇진 않았지만 대부분의 경우엔 건축가에게 미리 스케줄이 알려지기 때문에

충분히 사전에 스케줄에 맞게 프로젝트를 직원들에게 배치 할 수 있었다.


두번째는 역시나 그때그때 필요한 능력을 가진 사람을 고용해서 함께 일을 진행하는 것이다.

매우 이상적으로 들린다.

하지만 여기서의 딜레마 하나는 그때그때 필요한 사람을 찾기가 매우 힘들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설령 그런분을 찾더라도 비용이 너무 비싸거나 혹은 좀 더 장기적인 계약을 원한다는 것이다.

사실 사무실 입장에서도 가급적이면 장기적으로 함께 일할 수 있는 분을 찾는것이 이상적이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프로젝트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고정비용을 만드는 것이 부담되는 것이 사실이다.


사실 이 부분은 사무실 시작하던때부터 고민을 하던 부분이다.

현재 작은 사무실을 하시는 많은 분들도 비슷한 해결책을 모색하고 계신것으로 알고 있는데

프로젝트가 생길때마다 유연하게 모였다 다시 흩어질수 있는 그런 network 혹은 길드와 같은 pool 을

구축하는 것이다.

따라서 일차적으로는 프로젝트의 크기와 성격에 맞춰 서로 모여서 진행을 하면서

고정비용을 줄이는 동시에 프로젝트의 소화능력을 향상 시키는 것이고

부차적으로는 그러면서 서로가 끊임없이 자극을 주고받아 상호발전을 지속적으로 모색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지난 2월 독립 이후에 이러한 환경의 구축을 위해 관심을 갖고 있지만 쉽지만은 않다.

30대 초반의 우리에게 동등한 입장에서 함께 진행할만한 분들을 찾는것이 쉽지 않고

사실 설계비의 파이가 함께 나눠갖기에 너무 보잘것 없어서 함께 할 것을 제안하기가 쉽지 않은 경우도 있다.


어쨌든 이 문제는 가급적 프로젝트의 프로세스 과정을 투명하게 가져가도록 건축주와 함께 노력하고

끊임없이 주변의 pool 을 넓혀 가는 방법외에는 현재는 다른 방법은 떠오르지 않는다.


시간이 더 지나  다른 방법의 모색 혹은 여기서 언급했던 것의 경과에 대한 이야기를

할 만큼의 성과가 있기를 바란다.


120805 Y






 

가끔씩 J 와 지금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들 중에서 어떤게 제일먼저 지어질까 하고 얘기를 하곤 했다.

시기적으로 울릉도 프로젝트가 그리될 줄 알았었지만 1년짜리가 2년짜리 프로젝트로 바뀌면서

그럼 울산 프로젝트가 먼저 되겠다고 생각을 하기도 했다.

혹시 이게 내년으로 가면 충청도 어딘가에 지어질 프로젝트가 먼저 끝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했다.

그러나 우리의 이런 예상과는 다르게 전혀 예기치 않았던 일이 먼저 끝나버렸다.

이 일은 예기치 않게 들어와서는 눈깜짝하는 사이에 끝나버렸다.



이 프로젝트를 돌아보면 우선 머리가 아파온다.

지난 시간들을 돌이켜보면 그렇고

건축주의 얼굴을 떠올리면 미안하고

또한 어떻게 이 프로젝트를 글로 정리해야 하나 생각하면 또한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극히 주관적인 감정적 결론을 내린다면

이 프로젝트는 개인적인 입장에서는 반은 실패했다고 본다.

물리적으로도 우리는 돈을 손해봤으니 실패한 것이고

건축주입장에서는 공사가 끝나고 나서 몇몇 골치아픈일들을 겪었으니 그다지 만족스럽지 못했을 것이다.

건축주가 충분히 만족하지 못했다면 심리적으로 나는 실패했다는 느낌을 갖는다.



프로젝트는 인테리어 겸 외부디자인 프로젝트였다.

아는분이 부탁하신 이 프로젝트는 첫 미팅이후 바로 진행되었다. 

건물은 신촌역근처에서 오래사신분들은 대부분 아실만큼 매우 오래된 건물이었고

이 오래된 건물은 관리되지 않아서 물리적으로 너무나도 열악한 상태였다.

이에 더해 건물주와의 (혹은 건물주사이의) 관계도 복잡했고 예산 또한 매우 적은 편이었다.

그에 비해 손대야하는것은 1,2 층외관, 계단, 화장실, 그리고 점포 내부까지였다.


다행히 건축주는 매우 열린분이셨고 한복디자인을 하시는 분 답게 디자인에 대한 존중이 있으셨다.

따라서 전적으로 믿어주시려 하셨고 다른 일련의 간섭도 하지 않으시려 하셨다.

매우 이상적인 건축주의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이러한 점이 우리의 부주의로 인해 결국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지만 말이다.


건축주의 요구는 매우 간단하면서도 구체적이었다.


'한복집이되 한복집같지 않게 해달라.

모던하고 심플한 느낌이었으면 좋겠다.

점포가 작은 크기이지만 홀같은 여유있는 공간을 갖고 싶다.

그외엔 기타 한복집에서 요구되는 실들이 필요하다.'


앞서도 인테리어 프로젝트에 대한 소회를 적으면서 인테리어 프로젝트가 갖는 장점에 대해 언급한 바가 있다.

그러한 매력은 바로 이러한 요구를 받았을때 어떻게 이를 담아내줄 것인가를 고민하고 그 해결책을 나름대로 

만들었을때 얻을 수 있다.

즉, 속도감 있이, 매우 제한된 조건에서 특별함을 만들어 내는 공간탐구의 기회라는 것이다.

내부적으론 저런 건축주의 요구를 담아내기 위해 노력하였고

외부적으로는 어떻게 이 조금은 특별한 한복집에 어울리는 외부디자인을 만들것인가에 집중을 하였다


그 결과에 대한 보고는 다음의 링크에 담겨져 있으니 여기선 보여지지 않은 이야기를 계속하겠다.


프로젝트 보기



이 프로젝트를 하면서 우리는 몇가지 관계를 시험, 정립해 보고자 하였다.

(적어도 인테리어 프로젝트에 한해선 작동할 수 있는 관계를 말이다)



그중 첫번째는 우리와 시공자와의 관계였다.

인테리어프로젝트를 대하는 우리의 자세는 디자인 이후과정에 있어 최대한 에너지 소비를 아끼자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우리와 의사소통이 잘 되고 정직한 시공자를 찾아 올바른 관계를 정립하는 것이 필요했다.

따라서 우리는 그런 관계의 시작이라 보고 이 일을 여러업체를 알아보지 않고 알고 지내던 한 업체와 계약을 하였다.

물론 서로에게 충분치 않은 예산이었지만 우리의 이윤을 포기하고라도

시공자에게 최대한 맞춰서 계약을 하고자 노력하였다.

(노력했다라는 말은 시공자가 만족할만큼 주지 못했다는 말이다. 개인적으로 함께 일한 시공자분께 고맙게 생각한다)


하지만 이러한 관계설정은 일정부분 실패했다고 본다.

첫째는 본래 시공과정에서 현장을 찾는 빈도나 기타 수반되는 잔업을 줄여서 우리의 에너지를 최대한 아끼려는

의도였음에도 불구하고 현장을 거의 매일 가다시피하는 상황이 되었다.

이는 물론 내 개인적인 성향상 매일 봐야지만 안심이 되는 것도 있었지만 매우 속도감있게 하루하루 달라지는

현장에선 설계자가 보거나 확인하지 않으면 안되는 그런 상황들이 많이 있었다.


하지만 정작 문제는 거기서 생긴것이 아니었다.

외장재를 붙일때 외부갈바업체에 색을 포함한 이미지를 넘겨주었다.

그리곤 거의 비슷하게 나온다는 업체의 말만 믿고 도장을 할때 직접 가서 확인하질 않았고

막상 현장에서 색을 칠해온 외부조형물을 보는 순간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생각지도 못했던 보라색에 분홍색이 칠해진 조형물들이 외벽에 붙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는 결국 건축주의 우려와 개인적으로 용납하기 어려운 색의 조형물을 달아둘 수 없는 이유로

다시 떼어다 재도장을 하는 상황까지 갔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결국 예산을 넘겨 마이너스로 돌아서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이 색이 전달되는 과정엔 총 2번의 오류가 발생할 수 있는 포인트가 있다.

첫번재는 우리가 만든 이미지를 업체로 보내서 출력을 할때다.

이때 이 업체가 무슨 종이에 출력을 하느냐,

어떤 파일형태로 출력을 하느냐 등등의 조건에 따라 우리가 보내준 색과는 전혀 다른 느낌의 색이 출력되어진다.

두번째 포인트는 이 출력한 종이를 가지고 업체는 다시 도장공장을 찾아가서 출력된 색대로 칠해주기를 주문한다.

이때 도장공장에서는 숙련된 분이 손으로 색을 섞어 가며 눈으로 색을 비교해가면 색을 맞추신다.

바로 여기가 두번째이다.

보통의 경우 두번째보다는 첫번째에서 오류가 발생하고 이 오류는 색을 완전히 바꿔버리는 결정적 오류가 되버린다.

따라서 이러한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직접 출력한 색을 가지고 업체에 전달을 해야했고

도장을 할때 공장에 직접가서 확인을 했어야 했다.

하지만 오류가 발생할 거라는 예측을 하지 못했고 결국 건축주와 우리 모두에게 불쾌한 상황이 만들어졌었다.

비싼 수업료를 내고 배운 셈이다.


현장에서 도장아저씨가 수작업으로 조색중인 모습


이 시공자와의 지속적이며 신뢰를 만들어 가기 위한 관계설정에 있어선 

사실 이 프로젝트 이후 다른 프로젝트가 있어서 연속적으로 시공자와 일을 함께 해가면서

관계를 다듬어 갔으면 좋았을 것이었겠지만 그렇지못해 그 효용성에 의문이 남는다.



두번째는 건축주와의 관계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이 건축주는 매우 이상적인 타입이다.

모든것을 믿고 맡길테니 알아서 해달라는 것이다.

이 '알아서 해달라' 가 건축가에겐 굉장히 달콤한 말처럼 들리지만 실은 그것이 독이되어 돌아오기도 한다.

프로젝트를 하는동안 특히 외장에 대해서 우리는 가급적 간판을 작게 만들고 (처음에 아예 안만들까도 했지만)

한복집 자체가, 더 나아가 그 건물 자체가 그냥 하나의 이미지만으로 인식되기를 바랬다.

그래서 이 의도를 3D 이미지를 포함해서 건축주에게 프리젠테이션을 하였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때 건축주분께 '알아서 해주세요' 라고 말씀하지 말고 꼼꼼히 보시라고 요구했어야 했다.

그때 그렇게 넘어간 일이 결국엔 시공이 되고 나서 문제가 되었으니 말이다

이 책임은 일견 우리에게도 있었다.

앞서 말했듯이 외장에 칠해진 색이 우리가 원했던데로 100%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건축주께서도 이 부분을 일전의 미팅에서 간과하셔서 막상 시공되고 나서 당황해하신 측면이 있었다.

또한 간판에 관한 부분도 결국 건축주께서는 규제를 넘기더라도 최대한 큰 간판을 원하셨기 때문에

우리가 설치한 간판을 보시곤 좀 걱정을 하셨다.


이렇듯 건축주가 어느부분에선가 만족스럽지 못한 표정을 지으시면 건축가는 마음이 불편하다.

돌이켜보면 이 문제의 원인은 초반 미팅에 있었다고 본다

초반에 좀 귀찮고 번거롭더라도 건축주에게 가급적 많은걸 꼼꼼하게 설명하고 얘기하고 의견을 교환했어야 했는데

'알아서 해달라' 는 말에 '알아서 해줘야겠다' 라는 맘으로 답을 했으니 결국 문제 아닌 문제가 생긴것이 아닌가 싶다.


건축을 하면서 언제나 건축주를 만족시키기는 어렵다.

때로는 서로 얼굴찡그릴때도 있고 서운할때도 있고 아쉬움이 남을때도 있다.

비록 언제나 최선을 다함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다만 그것이 그 과정에서 서로 충분한 의사소통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랬다면

서로가 마음속에선 납득할 수 있는 면이 있다.

하지만 그럴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충분한 미팅을 갖지 못한 상태에서 아쉬운부분이 생긴다면

이는 서로 서운한마음을 갖게 만들기도 한다.


따라서 반드시, 설령 건축주가 지인이기때문에 그럴 필요성이 없다고 판달될지라도,

최대한의 의사소통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그래야지만 이후 결과가 나왔을때 아쉬운 부분이 생기는 걸 최대한 방지할 수 있기때문이다.


특히나 인테리어같은 경우엔 시공속도가 매우 빠르기때문에 사전에 얘기되지 않은 부분을 수정하고

중간에 다시 상의할 여유가 많지가 않다. 혹은 그럴수 있는 타이밍을 놓칠 가능성이 높다.

또 다시 강조하지만 언제나 충분한 의사소통과 의견교환이 중요하다.


어쨌든 이렇게 해서 생각지도 못했던 첫번째 결과물이 끝났다.

비록 온전한 건축프로젝트는 아니었지만 언제나 모든게 건축이고 디자인이라는 마음으로 진행하였기 때문에

감회도 새롭고  또 아쉬움도 남는다.


프로젝트가 끝나고 나면 언제나 건축주의 얼굴이 떠오른다

처음에 우리에게 찾아왔을때의 얼굴과 프로젝트가 끝났을때의 얼굴을 떠올려보면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특히나 더 건축주에게 감사드리고 또 미안한 마음도 동시에 든다.

부디 원하던 '한복계의 아이돌' 로서 한복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올 수 있도록 사업이 잘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그리고 우리가 만든 저 한복집이 그 성공의 조력자가 되었으면 하고 바래본다.


120703 Y






Stay loose & be cool ......


지난주 회사 다닐때 동기였던 형님한테 받은 문자. 잘 지내냐며 마지막에 남긴 메시지.

그리고 지금 나에게 가장 절실하게 필요하다고 생각되지만 실천하기 힘든 상황.


울산 허가도면 박박 그리는 중. 아니 박박 그리는 것도 그리는 것이지만,

규모는 별로 되지도 않으면서도 도시계획심의대상이라 7월초 심의 안건 모을때까지

허가상 문제가 없어야 되려면 이번주에는 허가 집어넣어야 되는데,,,

당장 사무실에 걸려있는 몇가지 일들 신경쓰다보면 시간이 슝슝~


그리고 같은 대지 안에 들어갈 해비타트 주택의 표준도면이 변경되면서 기존 했던 배치가 

어긋나면서 요리조리 돌려보고 뒤집어보고하는데...


갑자기 드는 생각.


회사 다닐때, 직원들이 하는 농담중 하나.

건물이 완공 되고 나서 그 결과물을 놓고 '건축계에 또 하나 큰 죄를 지었네' 하며 서로 낄낄.

큰 죄? 그렇지. 맘에 들지 않은 거지. 그런 건물들 자기 손을 거치지 않았을 때는 누가 저런 건물을 하면서

손가락질 하지만, 정작 자기 손을 거쳐서 나온 건물에 대해서는 무척 관대함.

누가 그렇다는게 아니라 나를 포함한 일부 주변 사람들의 마인드.

그리고 팀작업에 건축 과정의 일부만을 책임지고 작업을 해왔을 뿐만 아니라

실시설계가 거의 100% 외주화되면서 그림 그릴때는 저런거 아니었는데 내가 아닌 누군가가

실시 치면서 망친거다 하는 핑계. 또는 감리가 문제. 시공사가 문제.


물론 제대로된 건물 나오려면 건축주, 건축가, 시공자 세박자 모두 맞아야 된다고 하지만,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 때 별 생각없이 낄낄댈 일은 아니라는 것.


다시 지금으로 돌아와서

배치가 지지리도 안되서 '아 그냥 해버려' 하다가도 이미 이 작업들은 누군가 위에서 지시해서

그냥 해야 되는 '일'이 아니라 이 프로젝트에 걸린 수많은 사람들의 기대 그리고 얼굴들이 지나가며

안되는 거 억지로 계속 끙끙 거린다. 

내가 여기서 손을 놓아버린다고 누가 왜 그랬냐고 따져 물을 사람 없지만,

그 전에 스스로가 납득이 되고 마음으로 누군가에게 설명할 수 있어야 된다고 생각.


이것이 프로젝트에 대한 책임이 아닐까 한다.


회사에서 팀으로 작업하며 프로젝트를 굴리던 때와는 사뭇 다른 느낌.


머리 쥐어 뜯다가 집에 돌아와서 제 자신 한탄하며...



Stay loose & be cool ...... 


도를 더 닦아야 겠음.


ps. D-90,  이 단어를 이해하는 모든 분들 화이팅!

이번 주가 지나고 나면 사무소를 정식으로 개업한지 만 3개월이 된다. 요즘 파트너와 같이 이야기하면서 서로 공감하는 부분중 하나는 하루하루는 빠르게 지나가는데, 뒤돌아보면 이제 3개월밖에 되지 않았다는 것. 물론 사무소 구한다고 서울을 헤집고 다닐 때는 두꺼운 외투 입고도 덜덜 떨었는데 이제는 반팔입고 다니니 몸은 시간에 대해서 충분히 공감하지만, 이 머리가 체감하는 시간은 1년 가까이 흐른 것 같다. 아직 매일매일이 낯설고 고민하는 순간들의 연속이지만, 조금만 시간이 더 지나면 쏜살같이 시간이 흐르겠지. 그 때가 되면 또 다른 무엇인가를 찾아 나서야 하는 때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다.


현재 우리는 하나의 인테리어 프로젝트를 마쳤고, 두 개의 건축프로젝트를 진행중에 있다.


완료된 인테리어 프로젝트는 작가에 의뢰한 사진 촬영이 마무리되는대로 포스팅할 예정이다. 조금만 기다리시라.


그리고 두개의 건축 프로젝트는 해비타트에 대한 재능기부 또는 그것을 통해 파생되어 현재 진행중에 있다. 

해비타트와의 인연은 앞서 사무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간단히 설명을 했으니 넘어가기로 하고

지난 2012년 1월로 돌아가보면...

그 때 Y와 나는 아직 각자의 사무소에 소속되어 있었고, 물리적인 거리로 인해 온라인 상으로 의견을 주고 받으며 앞으로의 우리 사무소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짜고 있었다. 그 시기쯤 해비타트로 전화가 걸려왔다. 그 전까지 우리는 해비타트가 우리 서로가 같이 일을 할 수 있도록 만든 하나의 계기 또는 전환점의 역할을 마치고 장렬히 떠나갔다고 생각하고 별다른 미련조차 두지 않았다. 하지만 기회는 어디서 어떻게 찾아올지 아무도 모르듯이 해비타트 내부 조직에 변화가 생기면서 우리에게 큰 관심을 두지 않았던 해비타트에서 새롭게 기획하는 특별 건축 프로젝트에 대해 제안이 들어왔다. 물론 재능 후원이 바탕이 된 제안이었지만, 혈기 넘치는 서른 초반의 젊은 건축가에게는 흥미로운 프로젝트가 손에 있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100% 협력해 줄 동반자가 있다는 것 자체가 큰 매력이었다. 그리고 단순히 어느 개인, 누군가에게 좋은 집을 지어주는 의미 이상의 것이었다. 그리고 얼마 안 있어 우리는 사무소를 내고 곧 해비타트와 후원 협약을 맺게 되었다. 

당시의 사무소 재정을 담당하는 나는 개인적으로 (Y는 물론 다른 생각을 가졌겠지만)

사무소 재정상태가 구멍만 나지 않고 프로젝트를 'JYA'이름으로 완공할 수 있다면 이보다 좋은 기회가 있을까하는 생각.


이후 울릉도 도동에 20세대 해비타트 하우징에 대한 계획이 진행된다.  지금은 계획안이 마무리 단계. 좀 더 마무리되면 웹사이트를 통해 소개할 기회가 있으리라 본다.


그리고 다른 하나의 프로젝트는 울산 구미리 프로젝트.

실은 이 글을 쓰고 있는 장소는 울산에서 서울로 올라가는 기차 안이다.

이제 동대구를 지나가는데, 아직 서울까지는 2시간 남음.

오늘! 그 동안 지지부진하게 끌어왔던 여러 문제들을 교통정리하고 계약!!!!

프로젝트의 시작은 2개월 전이었고 그 동안 여러번 협의를 거치다가 이제야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되었다. 

울산 구미리에 해비타트 주택 3동과 복지관 1동 계획.

해비타트 주택은 표준설계도면에 따라 대지에 앉히고 복지관 설계에 대한 스토리는 웹사이트에 이미 3월에 올려져 있다. 


<울산 구미리 프로젝트 보기>


3월에 계획설계에 대해 마무리가 되고 울산에 내려갔다.  설계안에 대한 협의를 마치고 건축 설계 계약을 진행할 예정이었다.

여기서 건축주와 이견이 생긴다.

계획설계의 대가성 여부와 건축설계비 적정성

이 두가지 문제는 사무소를 운영하는 설계인들이라면 프로젝트마다 늘 따라다니는 고민이자 해결되기 쉽지 않은, 그래서 해결되기 보다는 위의 문제에 대해 충분히 공감하고 배려하는 건축주를 만나기를 바라는 그런 상황임은 이미 알고 있던 터.

계획설계, 아니 계획설계라고는 처음 들어본다면서 가설계 아니냐고. 어디서 나온지 모를 정체 불명의 용어.

모두들 교회건축이나 주택건축 한 두번씩 지어본 경험이 있으신 건축주 분들.

그 분들이 알고 있는 프로세스는 가설계 3~4군데 받아보고 맘에 드는데 골라서 설계 진행.

물론 가설계는 돈 주는거 아니라시네.

우리는 시작하면서 계획설계도 돈 받고 하자. 엉뚱한데 힘쓰지 말자고 다짐. 하지만 대부분 특히, 지역 사무소 대부분이 그러할진데 

이를 어찌하리오. 이것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고민할 문제다. 같은 설계를 업으로 살아가지만 전혀 다른 생태계에 살고 있다는 느낌.

그리고 건축 설계비.

평당 4만5천원. 지역에서 설계일 하시는 건축주 인이 부른 제안서에 적힌 설계 단가.

우리가 요구한 설계비는 건축사대가요율로 계산해서 제출. 따져보니 평당 15만원선.

3배나 차이나는 구나.

이를 또 어찌하리오.

원래 고시로 정해진 요율이 이렇습니다. 그리고 공사비가 큰 차이가 없더라도 다른 공간의 퀄리티가 있습니다.

이런 설명도 10~20% 차이가 났을 때 얘기지, 3배차이나는 설계비 가지고는...

결국엔 설계비가 일정부분 조정이 되고 계약에 이르렀다.

단순히 설계안과 설계비로 결정나는 상황이었다면 이 프로젝트는 훅~하고 날라가버렸을지 모른다.

우리가 해비타트 후원 역할을 하고 있고, 해비타트 주택에 대해서는 재능기부형식으로 진행하고 복지관만 요율에 따른 설계비를 책정한 반면에 지역 사무소는 전체 용적에 그냥 가격으로 후려쳤는데 결국엔 가격은 비슷해짐.

이것 외에도 여러 역학적인 상황들이 들어맞아야 현실적인 (이것 또한 현실적일까 의문이지만) 설계비로서 협상이 된다는 사실에

쓴 뒷맛이 남는다. 

여기서 드는 생각.

Y의 말에 의하면 네덜란드 건축사협회는 설계비 덤핑한 업체에 대한 제제조치를 가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면 한국 협회는?

이건 엄연한 생태계질서의 교란인데.

폭리를 취하자는 것도 아니고 적정한 수준 받아서 설계 날림으로 하지 말고 제대로 하자는 건데.


여하튼 2달여간의 밀당의 결과 도장 찍고 서울 올라가는 길.

올 가을까지는 한 프로젝트에 올힌하며 지낼 수 있게 되었다.

아... 시험 준비도 해야하는구나... 이런~


지난 금요일 

Y와 나는 호젓한 오후시간을 보내다 '젊은'건축가들이 살아가는, 그리고 살아있는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문화역서울'로 향했다.


건축한계선. 금요토크. 


사이건축,더시스템랩,오즈 

진행은 김광수 김일현 교수

객석에는 민현식, 이종호 건축가.


특별한 주제가 정해져 있지 않고 이야기를 풀어가다보니, 

'이전'세대와는 다른 '젊은' 세대의 건축에 대한 태도, 과정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그 이후의 세대를 맡을 객석의 학생들의 이야기.

학생들의 미래에 대한 불안과 고민들

그리고 실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건축가들의 삶.


느낀 점.

그들의 생각과 Y와 내가 그동안 나누었던 이야기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들과 우리는 대충 10년 터울인데...  별 차이를 못느끼겠다는 것은 누가 문제인거지?

어쩌면, 치열한 환경 속에서 적응해가는 같은 모습일지도.


끝나자마자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서울역앞의 군중속으로 들어서며,

우리의 이야기거리를 만들어야겠다.

이번 울릉도 프로젝트가 좋은 계기가 되어 

다른 사무소가 가지지 못한 이야기거리를 지어내야 겠다는 대화로 마무리.


이번주 화요일 울릉도 답사 예정!~ 두근~



독립을 준비하면서는 사업을 시작하는 것 자체에 대한 낯설음과 함께 여러 행정적인 처리를 어찌해야 하는지 나름 고민이 많았다.

실질적으로 사무소를 설립하는 일이 단순히 설계를 '잘'하고 좋은 건축물을 위해 에너지를 쏟는 일외에도 수많은 행정적인, 세무적인 일들이 존재한다. 그리고 직접 해야한다.

개략적인 상황에 대해서는 이전 글에서 포스팅을 했지만, 당시에는 빠뜨리거나 미루어왔던 업무들을 처리하기 위해 지난 주에 세무서와 세무사사무소를 찾았다.

일단, 세무서를 찾은 이유는 사업자등록의 업추가.

지난 사업자 등록시에는 '건설업-인테리어 공사'로 등록을 했다. 당장은 라이센스의 문제로 인해 건축설계를 업종으로 등록하지 못해 차선의 방법으로 등록....한다고 했지만,

이 사업자 등록증, 건축주 또는 같이 일할 단체에 우리의 법적인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 보내줘야 하는 상황에서, 인테리어공사라는 타이틀은 조금 어색하다. 어색하기 보다는 맞지 않다.

그러던 중,  ANM구리캠프에서 가졌던 김소장님과 이야기중 업등록 그냥 해달라고 하면 된다고 얘기를 듣고, 

아... 그러면 우리도 정정해야겠구나

생각난 김에 운현궁 맞은편 종로세무서로 찾아가서, 업등록 정정 서류 작성하고 신고.

'서비스-건축디자인 및 연구'

'건설업-인테리어 디자인 및 공사'

업등록의 명칭에 대해서는 어느정도 유연성이 있는듯. 어차피 세무서에서는 각 사업장의 업종을 코드로 관리하기 때문에 그 세부 명칭에 대해서는 업종과 연관성을 고려해서 사업자의 요구대로 작성해줌. 

이로써, 사업자등록증 정정 완료.


그리고 이어서 바로 세무사사무소 찾았다.

복식부기, 기장대리, 부가세신고, 소득세...  뭐 이런 사무소 차리기전까지는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일들을 해결하기 위해서.

처음에는 객기로 내가 직접해보겠다고... 객기라기보다 사무소에서 돈의 흐름이 빈번하지도 않겠거니와, 매달 10만원씩 고정비용이 잡힌다는 생각에 책 두 권사서 직접 해보겠다고 나섰다가 결국엔 포기.

그래서 인근의 세무사사무소 찾고, 세금관련 업무를 맡겨버렸다.

Y가 일전 언급했던 이야기지만, 전문적인 일은 전문가한테 맡기자는 것. 혼자 해보겠다고 나선 일이 지금와서 보면 조금 한심스러운 면이 있다. 

이로써, 매달 10만원, 그리고 연말 정산해서 매출대비 비용 몇십을 또 청구받겠지만,,,  그동안 한 구석에서 찜찜하고 어서 일을 처리해야 하는데 하고 끙끙앓고 있던 이를 뽑아버린 느낌.

그만큼 일 열심히 해서 그정도 비용이야 푼돈으로 만들어 버려야 겠다고,  뭐 결국에는 돈 이야기로 시작했으니

결론도 돈으로 끝나는구나. ㅎㅎ


20120407

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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