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광주, 화순을 거쳐 나주까지 일박이일의 일정으로 전라도를 다녀왔다.
오늘은 순천, 장흥, 보성을 갈 목적으로 다시 전라도로 내려가는 KTX에 앉아있다.
이유는 인터뷰를 따기 위해서이다.
말그대로 인터뷰를 하러 가는 것이 아니라 인터뷰를 따기 위해서 가는 것이다.
지난해 말 경남 김해의 클레이아크 미술관으로부터 전시 초청을 받았다.
주제는 "공공장소"
참으로 난감한 주제였다.
"공공장소" 라...
이 뻔하고 식상한 주제에 대해 지금 굳이 또다시 전시주제를 잡은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말고도 수많은 분들이 수없이 많은 (좋은, 혹은 교과서적인) 얘기들을 해오고 있는 것이 공공장소 인데
또 무슨 말을 하려고 이런 주제를 잡았을까 하는 걱정이 들었다.
이는 곧바로 우리는 무슨 얘기를 해야할까 하는 걱정으로 돌아왔다.
"공공장소"...
우리가 작업한 것 중에 "공공장소" 가 있었나 하고 살펴보니
공공장소 라고 할 만한 것은 강진산내들지역아동센터 정도 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는 "공공장소" 를 "공공이 사용하는 장소" 라는 의미로 해석할때 그렇다
하지만 나에겐 다른 의미에서의 "공공장소" 가 머리속에 떠올랐다
그것은 "공공장소" 라는 단어에서 숨은 행간에 '사용하는' 이 아닌 '만드는' 이라는 의미를 넣었을때
만들어지는 "공공이 만드는 장소" 라는 의미의 공공장소이다.
이같은 의미에서 해석을 했을때 나는 Low Cost House series 들을 떠올렸다.
이 프로젝트들의 실제 사용자는 개인들이다. 현재 세개의 집에는 모두 가족들이 살고 있다.
사용자의 의미에서 봤을때 이 집들은 공공장소라 불리기 어렵다.
하지만 이 집을 만드는 과정을 거슬러 올라가면 다른 의미를 찾아볼 수 있다.
이 집들은 특정 건축주가 있지만 특정 건축주가 만든것은(건축주의 돈으로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이 집들을 만들기 위해서 NGO단체, 관공서, 지역의 시민단체 그외 많은 개인들의 작은 힘들이 모아져서
예산을 모으고 그 돈으로 이 집들은 만들어졌다.
즉, 우리 사회의 구성원들이 서로 힘을 모아 이 집을 만들었고 그 결과는 사회의 약자라 할 수 있는
저소득층 가족과 아이들을 위해 사용되었다.
다시말해 "공공" 이 힘을 모아 "장소"를 만든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말하고자하는 "공공장소" 이며
이것이 우리가 이번 전시에서 해야하는 주제 라고 생각했다.
이러한 프로세스에 주목을 해야한다고 생각하는데는 다른 의미도 있다.
우리주변에는 우리가 했던 Low Cost House series 와 유사한 수준의 열악한 주거환경을 가진 가정이 정말 많다.
전남지역에서만 대충 추정컨데 약 삼만사천 가구정도가 그런걸로 추정한다.
정확한 데이터가 없이 추정만 하는 이유는 그 통계 혹은 조사조차 제대로 된 것이 없기때문이다.
우선 어느정도를 주거열악으로 볼 것인지조차 명확한 기준이 없으니 그 조사가 제대로 될 리 만무하다.
문제는 그러한 가정들은 지금 당장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복지시스템에서는 아직까지 주거에 관한 문제는 철저하게 개인에게 맡겨져있다.
즉, 주거는 개인이 알아서 능력껏 해결해야 될 일이지 국가나 혹은 사회가 나서서 도와줘야한다고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다.
하지만 장흥주택의 주인분들처럼 우리사회에서는 열심히 일을 해도 도저히 개인이 해결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이는 이미 수십년동안 굳어져버린 우리사회의 구조적인 문제에 상당부분 그 이유가 있다고 본다.
그렇다면 저렇게 열악한 환경에서 살고 있는 우리주변의 이웃들은 어떻게 도와야할까.
나는 그들을 돕기 위한 가장 근본적이면서 장기적인 방법이 바로 공공이 힘을 모아 도와주는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돈많은 누군가나 혹은 관공서나 어느 한 기업에서 도움을 주는 방식은 당장에 그 효율은 좋을지 모르나
안정적이지 않고 장기성을 담보할 수 없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공공" 이라는 주체에 참여해서 이 공공이 주변의 어려운 이웃을 돌아보고 도움을 줄때
이것이 가장 안정적이고 장기적으로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이 "공공" 안에는 기업이든 국가든 무엇이든 함께 들어올 수 있다.
실제로 Low Cost House series 중에는 개인들의 비중이 큰 경우도 있고 특정단체의 비중이 더 큰 경우도 있다.
다만 중요한 것은 더 많은 사람이 우리가 "공공" 이라는 인식을 하는것이고 이 "공공" 이라는 이름으로
도움을 줄때 얼마나 유의미한 결과가 눈앞에 펼쳐지는지를 경험하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공공이 만드는 장소" 라는 주제로 Low Cost House series 를 전시하기로 하였다.
다만 그 결과물을 보여주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이 집들을 만들기 위해 후원을 해주시고
기부를 해주시고 힘을 모아주신 "공공"에 해당하는 분들에 초점을 맞춰 그에대한 얘기를 하고 싶다.
그분들의 얘기를 모아 보여주고 왜 그분들이 이런 일에 참여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그 결과물이 어떤것인지를
보여주어 전시를 보시는 분들이 공공에 대해 생각해보고
공공이 만드는 그 결과물에 대해 경험해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싶다.
어쨌든 그런 이유로 지난주에 첫번째로 내려가서 광주 화순 나주 지역에 계신
여러분들의 인텨뷰를 일일이 찾아가서 따왔다.
인터뷰를 하러 가면 많은 분들의 반응은
"내가 머 한게 있다고 인터뷰를 하냐, 난 쪼금 도와준거 뿐인데 부끄럽게 멀 그런걸 하려고 하냐" 하는 것이었다.
대부분이 부끄러워서 안하시려 하신다.
전시의 의도를 잘 설명 드리면 마지못해 해주시는 분도 계시고 그래도 끝까지 거절하시는 분이 계신다.
안타까웠다.
세상에는 평생 10원한장 남을위해 도와주지 않으면서도 부끄러워하지 않는 사람이 대부분인데
적은돈이나마 남을 위해 꾸준히 도와주고 계신데 왜 그걸 부끄러워하시냐고 말씀드린다.
자랑스러워 하시라고 말씀드린다.
실제로 그렇다. 그분들은 더 많이 도와준 분들도 있는데 본인은 부끄럽다고 하신다
더 많이 도와줄 수 있을때 그때 다시 오라고 하신다.
하지만 중요한건 그분이 더 많이 하시는것도 있지만
그분으로 인해 더 많은 분들이 참여를 해서 "공공" 이 커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이 전시가
지금 이시기에 다시금 공공장소 에 대한 얘기를 하면서 그 의미를 확대시키고 다르게 해석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렇게 되었을때 우리의 전시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설이 지나고 이제 2월이 시작되었다.
빡빡한 일정들이 기다리고 있다
그 속에서 전시준비도 무사히 끝나서 3월에 시작하는 이 전시가 좋은 결과물로 결실맺기를 바란다.
새벽에 일어난건 아니었지만 최근에도 다시 잠을 설치기 시작했다.
일이 많고 고민해야 될게 많을때 그런데 지금이 그런시기인가 보다
머리로 인식하기전에 뇌가 무의식적으로 그리고 몸이 먼저 그런시기를 알아채는가 보다.
암튼 그 덕에 글이 먼가 왔다리 갔다리 하고 앞뒤고 안맞는거 같은데 늘 그렇든 KTX 에서는
언제나 정신이 몽롱해지기때문에
일단은 그냥 이렇게 마치기로 한다.
140203 순천행 KTX 에서 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