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은 과연 어떻게 팔려야 하는 걸까.
혹은 그 주인을 잃은 디자인은 어떻게 되는 걸까.
우리가 작업해온 프로젝트들 중에선 이렇듯 주인을
잃고 시작은 했으되 그 끝을 맺지 못한 녀석들이 있다.
(건축주를 위해서 디자인되어 태어났으니 우선은 건축주를 주인 이라 칭하겠다)
물론 어느 한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듯이 안타깝지 않고 아쉽지 않은 프로젝트들이 없겠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나 눈에 밟히는 녀석들이 있다.
작년에 울릉도에 지으려던 social housing 이 바로 그런 프로젝트 중에 하나다.
한국에 들어와 사무실을 시작하고 작업한 첫 프로젝트였기도 했지만
social housing 에 대한 새로운 제안을 하고 싶었던 프로젝트였기에
작년 2월부터 11월까지 오랜시간, 많은 검토와 고민을 하던 녀석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해비타트와 그 가치관이 달라 결국에 지어지지 못하고 멈춰버렸다.
책장한켠에 올려져있는 모델을 볼때마다,
홈페이지에 올려져있는 프로젝트를 볼때마다,
가끔 전화, 혹은 메일로 날라오는 문의들을 접할때마다
이 프로젝트는 끝난 것인가 그렇지 않은 것인가 하는 고민을 하게 되었다.
울릉도에 지어지지못했다고해서 저 디자인은 이제 쓸모없는 것이 되는 걸까?
약 10개월동안 들인 고민과 노력과 수고는 모두 쓸데없는 것이 되버린 걸까?
그렇게 쉽게 버려질만큼 저 디자인의 가치와 건축가의 작업은 쉽게 포기되어 질 수 있는 것일까?
여러가지 생각이 스쳐지났다.
그래서 우리는 저 디자인을 팔기로 했다.
그 가능성은 충분하다.
처음에 디자인을 구상할때부터 단위모듈을 기본으로 하는 기본유닛이 모여 집합주거를 형성하는
시스템이었기때문에 다른 곳에도 그 적용이 가능하다고 본다.
거기다 이미 목구조패널 방식뿐만 아니라 철골구조로도 기본적인 구조검토를 마쳐서 사업의 빠른 진행 또한
가능하다. 경사지면 좋고 그렇지 않아도 된다.
규모도 유닛을 얼마나 사용하는냐에 따라 원하는 규모로 지을 수 있다.
기본적인 설계를 이미 했기때문에 설계비도 줄어들 수 있다.
디자인을 판다?
디자인을 어떻게 팔아야 할까?
반드시 의뢰한 건축주에게만 팔아야 할까?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을 생각해 보면 디자인을 파는 것이 이상할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기다 이 프로젝트를 잘 끝내기 위해서는 살릴 수 있는 마지막 노력은 해봐야 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 녀석이 잘 살아나서 이 세상에 지어질 수 있는 어떤 방법을 강구해 보고 그래도 안되면
그때 이 프로젝트를 정식으로 끝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기간은 딱 100일간으로 정했다.
10달을 작업했으니 10달동안 팔까도 했지만 너무 오래하는건 프로젝트에 대한 예의가 아닌것 같아
거기에 0을 하나 더 붙여 100일동안만 팔기로 했다.
그동안 팔리지 않으면 그때는 프로젝트를 어떻게 끝낼까도 동시에 고민중이다.
쓸데없는 제스쳐가 될 수 도 있고
생각지 못한 흥미로운 일이 벌어질 수 도 있고
어쨌든 오늘부터 8월 15일까지 판매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