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수요일 오전을 책읽는 시간으로 정했습니다.


하루하루 바쁘게 보내다 보니 한달을, 일년을 그렇게 더 많은 시간을

차분히 각자를 채워가는 기회를 갖지 못하고 보내게 됩니다.


그래서 우선 손에 잡히는 책이라도, 평소 보고싶었던 잡지라도, 혹은 만화책도 좋습니다.

어느 것이든 각자를 위해 사용하는 시간을 갖고자 하였고,

그렇게 더 키워진 개개인이 모여, 사무소의 발전으로 이어질거라 기대합니다.


앞으로 다가올 더 바빠질 일정의 풍파와 시련속에서도 반드시 이 시간이 지켜질 수 있도록

다같이 기도를....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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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추석이네요

이번엔 황금연휴이기도 하고, 좀 일찍 추석연휴를 시작했습니다.


어찌 그리 정신없이, 빨리 시간이 가는지 모르겠지만

어쩌다 보니 추석입니다.

이러다 조만간 캐롤을 들을 날이 올거 같습니다.


추석이 지나면 또 다른 사건과 변화가 기다리고 있겠지만

앞으로의 모든 변화와 시간들이 JYA 에게도, 그리고 우리 구성원들 각자에게도

긍정적이고 발전적이길 바랍니다.


바쁘고 고된 시간을 보내준 우리 모두를 위해 즐거운 연휴가 되기를 바라며

연휴가 끝나고 다시 볼날을 기대합니다!


메리 추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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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가 끝나고 나면 그 결과를 잘 기록해야 한다.

솔직한 말로 우리가 언제까지 사무소를 할 수 있을지 모르는데 하는 동안이라도 우리가 작업한 결과물을 잘 남겨두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물론 단순히 기록의 의미도 있겠지만 우리같이 사무소를 시작한 입장에서는 단순한 기록의 의미를 넘어 이를 통해 프로젝트를 알리고, 우리를 알려야 하는 중요한 홍보수단이기도 하다. 그것 외에는 우리를 알릴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가 처음으로 사진에 대해서 고민했던 것은 첫 번째 완공프로젝트인(비록 인테리어이긴 하지만) 신촌의 치마저고리 한복집 공사가 끝나고 나서였다. 공사가 끝나고 나서 이를 어떻게 기록으로 남길지에 대해 생각을 하다가 그럼 사진은 어떻게 찍을까 하는 것으로 자연스럽게 생각이 이어졌다.

사실 우리가 갖고 있는 기본적인 생각은 무엇이든 그 분야의 전문가에게 맞기는 것이 가장 좋다 라는 것이다.

아프면 의사에게 가고, 집을 지을 땐 건축가에게 가야 하듯이 사진을 찍으려면 사진작가에게 맞기는 것이 가장 좋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그래야지만 우리도 누군가가 건축가에게 맞기지 않고 집을 지으려 할때 집은 건축가에게 맞겨야 한다고 얘기할 수 있지 않을까?

 

어쨌든 그런 기본생각이 있기도 했지만 그보다 현실적인 이유로는 우리 둘 다 아무도 사진을 '' 찍을 줄 모른다는 것에 있다. 혹시 둘 중에 한명이라도 개인적인 취미로든, 혹은 어떤 식으로든 사진을 찍어 왔거나 관심이 있었다면 모르겠는데 우리에게는 안타깝게도 그런 행운은 없었다. 그래서 직접 찍고 싶어도 그럴 엄두가 나질 않았다. 그래서 결국 사진은 작가에게 맞기기로 결정을 하였다.

 

이렇게 사진을 사진작가에게 맞겨서 찍기로 결정을 하면 그 다음으로 고민해야 되는 것이 두 가지이다.

하나는 누구에게 찍을 것이냐 이고, 다른 하나는 비용이 생각보다 비싼데 이 비용을 어떻게 바라볼 것이냐 이다.

이 당시 우리도 건축사진작가에 대해선 전혀 아는 바가 없었기 때문에 우선 작가를 소개받기로 하였다. 그래서 J의 전

회사선배의 아는 사람의 아는 사람인 작가 분을 소개받았다. 이분이 바로 사무실 시작 이후 지금까지 우리의 거의 모든 프로젝트 사진을 찍어주고 계신 황효철 작가이다. (물론 이 당시 치마저고리 한복집은 비용이 안 맞아서 다른 분에게 찍었다.)

이후 강진 지역아동센터에서부터 황작가님에게 의뢰해 꾸준히 사진을 찍고 있다.

이 황작가라는 분도 참 특이한 분이시긴 한데 우선 사진을 본인 마음대로 찍는다. 이렇게 표현하면 좀 이상하긴 한데 부정적 의미는 아니고 말 그대로 본인이 건물을 사전에 도면과 이미지를 보고 이해를 한 다음 그 건물에서 어떤 부분을 어떤 스토리로 찍을 것인지를 결정을 한다는 의미이다.

건축가 혹은 건축주가 여기저기 찍고 싶다고 부탁해도 그대로 찍어주지 않는다. 거기다 소위 얘기하는 포토샾을 통한 후속작업을 거의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보여주다 보니 어떤 경우에는 의뢰인의 입장에서 감추고 싶은 것도 그대로 표현되어 아쉬움이 남을 때도 있다. 작업의 방향을 의뢰인의 요구사항에 두고 찍거나, 사진찍는 시간보다 포토샾을 하는 시간이 더 긴 작가들도 있는 현실에서 특이하고 어찌 보면 불편한 작가일 수 도 있다.

거기다 사진비용에 대해서는 타협을 하지 않으려 하시니 이 모든 것을 감내하고 의뢰할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은 것은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아니 어쩌면 이 분은 이런 자세를 통해 본인이 의뢰인이나 사진찍을 대상물을 결정한다고 볼 수도 있을 듯 하다.

 

어쨌든 이러한 마이너함과 특이함(?) 덕분에 오히려 우리는 계속해서 황작가님과 작업을 해 오게 되었다.

작업성향이 저러하니 반대로 얘기하면 어떻게 사진을 찍을지를 매우 주체적으로 알아서 고민하시고, 그래서 때로는 설계를 한 우리조차도 생각하지 못했던 장면을 담아낸다. 그래서 사진 찍는 동안 따라다니면서 어디를 어떻게 담는지도 보고 얘기도 하면 그것으로 공간을 다른 관점에서 바라 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거기다 이제는 오랜 시간 동안 교류해 오면서 서로를 인간 대 인간으로도 이해하게 되었고, 이는 분명 우리의 건축을 이해하고 그 결과를 사진에 담는 과정에 있어서도 도움이 된다고 느낀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의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작업 방향과 궤적에 대해서 나름 객관적으로 지켜봐 온 (어쩌면 유일한) 사람이 있는 것이고, 그런 제 3자의 존재와 그에게서 나오는 조언과 충고들은 우리에게 큰 행운이 아닐 수 없다.

 

다음으로 사진 찍는 비용에 대해 어떻게 바라볼 것이냐 이다.

사진 찍는 비용이야 사진작가마다 다르고 프로젝트마다 조금씩 다르겠지만 우리가 함께 작업하는 황작가 같은 경우에도 사진비용이 비싼 편이다(우리가 다른 작가 분들께 의뢰해 본 적이 없어서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풍문으로 들은 시세를 기준으로 생각하면 그렇다는 것이다). 보통은 주택설계를 기준으로 했을 때 설계비의 10%에서 많게는 20% 정도가 될 때도 있다. 다른 모든 외주비용(구조, 전기, 통신, 기계 등)을 합한 비용만큼 된다. 그러다 보니 우리로서도 부담이 되는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이러한 이유로 어떤 건축가분들은 사진을 직접 찍기도 하고, 좀 더 저렴하게 작업하시는 분들을 찾기도 하신다.

우리도 저런 고민들을 안 해본 것은 아니고 현재도 안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앞서 얘기했듯이 우리는 사진을 단순히 기록으로 보지 않고, 다음 프로젝트를 위한 투자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사실상 현재를 바탕으로 미래를 위해 투자할 수 있는 건 이것이 거의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러한 관점으로 이 사진비용을 바라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보면 어쩌면 가장 저렴한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낼 수 있는 투자가 아닌가 싶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내가 저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저 작가의 사진이 갖고 싶냐 아니냐 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우리의 작업을 저 작가의 시선과 생각으로 담은 사진을 갖고 싶은 것. 이것이 이 비용에 대한 가장 중요한 관점이지 않을까 싶다.


2016.08.20 Y


신림동 Share House 가 Archdaily 에 소개되었습니다.


http://www.archdaily.com/791716/sillim-dong-share-house-jya-rchitects





2013년 4월에 이사와서 어느새 3년을 넘게 지내며 정들었던 합정동 사무실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밖에서 힘들고 짜증나는 일들이 있어도, 그래도 사무실에 일단 돌아오면

마치 집같이 안심되고 편안하고 위로가 되던 공간이었습니다.

이젠 동네의 가게들이 대부분 눈에 익어서 어떤 가게가 들고 나면 단번에

눈치챌수 있을만큼 동네도 익숙해졌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크게는 두 가지 이유로 이사를 결심하였습니다.


이곳에 와서 정말로 많은 일들이 있었고, 힘든 일들도 많았지만 그것보단 좋은 일이 훨씬 더 많았던것 같습니다.

이사 온 그 해에 젊은 건축가상을 받았고, 더 많은 프로젝트를 할 수 있는 시기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 빨리 찾아 왔습니다.

그 덕분에 신설동에서 시작할땐 둘이서 시작했고, 합정동에 올때는 셋이었는데

이젠 어느새 10명을 왔다갔다하는 정도의 식구가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가장 안타까웠던건 사무실이 너무 좁아져서 짐더미에 파뭍혀 있는 것 같은 답답함 이었습니다.

그러다보니 각자가 작업하는 공간도 좁아지고, 과연 이 좁은 공간에서 충분히 좋은 생각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염려도 되었습니다. 개인공간은 물론이거니와 모형조차 만들어보기 어려워졌습니다.

그래서 개개인에게 조금 더 여유로운 작업공간을 마련해 주고 싶었습니다.

작업공간 외에도 사무실 식구들이 원하는 쾌적한 공간을 또한 갖고 싶었습니다.

이런 와중에 어쩌면 모두가 몸과 마음으로 이젠 이사를 해야할 시기가 되었다고 느끼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또 다른 이유는 처음에 우리가 신설동에서 합정으로 이사를 올때와 비슷한 이유입니다.

처음에 우리가 합정동으로 이사를 올때는 동네가 정말로 동네(?) 같았습니다.

주변은 대부분 2,3층 짜리 주택들이었고 동네에 작은 가게들이 들어서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후 재개발로 묶여있던 지역이 풀리면서 하나둘씩 임대용 오피스와 빌라가 들어서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변화가 우리 사무실 바로 앞집에 까지 닿았습니다.

본래 마당이 있는 2층짜리 단독주택이던 사무실 앞에 올 초부터 지하도 있고 지상으론 6,7층 쯤 되는 임대용 상가건물의

공사가 시작되었습니다.

그래서 하루종인 사무실 앞은 공사차량들로 분주하고, 공사하는 소리에 시끌시끌 합니다.

건축을 하는 입장에서 공사장 주변여건을 불평하는 것도 좀 모순되긴 하지만

지금 당장 공사하는 것이 불편하거나 해서 힘든 것보다는

다 지어지고 나면 사무실이 있는 이 골목도 이젠 우리가 처음올때의 동네같은 느낌은 기대하기 어렵겠구나 하는

아쉬움이 더 컸습니다.

역시나 이젠 이사를 해야할 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지난 2달정도를 틈날때마다 J 와 함께 사무실을 구하러 다녔습니다.

역시나 가고싶은 동네는 비슷해서 주로 마포구 주변과 영등포구 주변을 알아보았습니다.

물론 지방의 현장을 자주 가야되니 너무 북쪽으로 올라가긴 어렵고, 가급적 간선도로와 멀지 않은 곳을

원하기도 하였습니다.

임대료가 조금 비싸더라도

지금보다는 상대적으로 훨씬 넓고,

가급적 사무실에서 나무가 보이고,

가능하다면 외부공간이 있으면 좋겠고

동네가 너무 번화하진 않은 그런 곳을 찾으려 하였습니다.


그렇게 열심히 찾아본 결과 우리의 결론은

역시나 이런 곳은 찾기가 어렵다는 것이었습니다. :(


위의 모든 조건을 만족하는 곳을 찾는것은 너무 어려웠고

그래서 위의 조건들 중에서 두 가지만 만족하면 갑지덕지라고 생각하고

찾아본 결과 마포구 하중동에 적당한 사무실을 구할 수 있었습니다.


비록 이사날짜가 서로 맞질 않아서 중간에 한달이 붕 뜨게 되는

(그래서 한달을 오피스텔에서 머물다가 한달만에 또 이사를 해야하는)

사태가 벌어지긴 했지만 이만한 곳도 없다는 생각과

이번에 못가면 또 언제 나갈 수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겹치면서 과감히 이사를 결정하였습니다.


많이는 아니지만 이번에는 세번째 이사만에 인테리어공사라는 걸 좀 해보려고 합니다.

맨날 남의 것만 하다가 비록 적은 예산의 인테리어이지만 우리가 쓸 공간을 만들어 보려고 하니

이 또한 쉽지 않습니다.

우선 돈이 안되는 일이니(오히려 돈을 써야 되는 일이니) 다른 급한 프로젝트들에 밀려

자꾸 뒤로 밀려나게 되서 이젠 급하게 고민을 해야할 상황이 되었습니다.

거기다 하고싶은 건 많고 공간은 그에 비해 좁고 예산도 절약해야 하니

간접적이나마 그 동안 건축주분들이 겪어오신 고충을 조금 이해할 듯 합니다. ㅎ;;;


앞으로 지내게 될 한달 동안의 오피스텔 생활과

한달 뒤 만나게될 새로운 하중동 사무실을 기대하며,

그리고 끝으로

그 동안 정들었던, 그리고 분명 우리와 궁합이 잘 맞았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 합정동 사무실에 진심의 감사를

전하며 이 글을 마침니다. 



3년전 이사올때와 마찬가지로 노란색 트럭이 와서 짐을 싣고 있습니다


짐을 다 빼고나니 생각보다 넓기도 하고, 3년 전 이사오면서 천정이며 벽을 손수(?) 작업했던 기억도 새록새록 납니다


마지막으로 나오면서 사무실 앞에서 한장 찍었습니다

왠지 모르게 가슴이 찡~해옵니다.

생유베리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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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동안 본의 아니게 독립건축가 생존기를 업데이트 하지 못했습니다.

감사하게도 출판사에서 생존기를 모아서 책을 내보자고 하셔서 그 동안 많지 않은 글이지만

써서 따로 모아두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너무나 게으른 나머지 글을 꾸준히 쓰지 못해서 출판이 연기되었고,

감사하게도 출판사 대표님의 이해를 구해 그 동안 써온 글들과 앞으로 쓸 글들을 다시 블로그에 올리기로 하였습니다.

독립건축가 생존기는 기본적으로 그때그때의 심정(?)과 생각들을 올리는 것에 그 의미가 있는데

몇몇 글들은 아쉽게도 전에 써둔 글을 올려야 할 듯 합니다.


언제나 하는 변명이지만 정신없이 지내다 보니 글을 쓸 마음의 여유도 잘 나지 않는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차분히 생각을 정리할 시간도 갖지 못했던거 같기도 하고 어쩐지 아쉬움이 남습니다.

특히나 가끔 건축주분들께서 '이젠 더 이상 블로그엔 글을 안쓰시나 봐요? 그럴 필요가 없어지신건가?'

하고 질책같은 물음을 하실때면 더더군다나 마음이 캥겨왔습니다.

딱히 그런 목적을 갔고 쓰기 시작했던 것은 아닌데 마치 일이 많아지니 더 이상 필요없어진거 같이 오해하시는 분들이 계셔서

그랬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 처럼 몇몇 글은 과거에 써논 글들을 올리겠지만

앞으로는 가급적 그때 그때의 생각과 푸념과 심정들을 라이브하게 옮기려고 노력을 해 보겠습니다.



사무소를 시작한지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가끔씩 예전의 프로젝트를 들춰봐야 할 때가 있다.

건축잡지에서 자료를 요청하거나 혹은 지금 하고 있는 프로젝트에서 과거에 했던 프로젝트와 유사한 재료를 사용하거나 할 때 그렇다.

그래서 과거에 했던 프로젝트의 도면이나 사진 등을 찾다 보면 헛웃음이 난다.

참고할 수 있는 자료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당시의 기억을 떠올려보면 그때는 어떻게 이런 도면만 가지고 공사를 할 생각을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처구니가 없기도 하고, 그 용기가 가상하기도 하고, 등골이 오싹하기도 한다.

 

어린(?) 나이에, 경험도 많지 않은 상태에서 사무소를 시작하면 모든 게 다 부족하다.

경험치가 부족하고, 인맥도 부족하고, 자료도 부족하다.

적어도 우리는 그랬다. 한 명은 대형설계사무소에서만 5년을 있었고 한 명은 외국사무소에서만 2년이 채 안되는 기간동안 실무를 했다. 그마저도 한 명은 턴키와 보고서 작업을 주로 하고, 한명은 주로 현상과 초기디자인 작업만 했으니 현장 경험이 거의 없었다. 그런 둘이서 사무실을 시작했으니 사무실에 데이터(Data)라고 할게 없었다.

 

기본적으로 우리는 이 건축의 구축과 상세에 대한 교육과 이해가 매우 부족하다.

나두 그랬고 지금 졸업하고 있는 친구들도 그렇지만 학교를 다니면서 건축이 구축되어지는 과정과 그에 따른 디테일에 대해 배워본 적이 없다.

설령 배웠다고 하더라도 원리를 이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기보다는 따라해보고 암기해서 시험을 보는 것이 목적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단지 디테일에 있어서만 그런 건 아니다. 심지어 구조에 대해 기본적인 원리도 이해하지 못하고 졸업하는 친구들이 대부분이었다(내가 경험해 본 경우에서는 그랬다).


내가 델프트에서 석사를 시작하고 첫 학기때 가장 난감했던 것 중 하나가 바로 이것이었다.

스튜디오 설계 제출물 중에 내가 설계한 건물의 상세도를 그려오라는 과제가 있었다. 그 전에 그런 건 그려본 적도, 배워본 적도 없었기 때문에(내 기억엔) 내가 할 수 있는 건 비슷한 구축방식의 건물 상세를 베껴보고 물어봐서 흉내내 가져가는 것이었다.

그때는 그걸 그리면서도 왜 이렇게 구축되는지, 각각의 요소가 어떤 역할을 하는 건지 알지 못했다. 반면 같이 공부하던 유럽의 친구들은 비록 그려온 그림이 내가 흉내내서 그려간 것보다 허술해 보이긴 했지만 본인들이 그려온 것이 정확히 어떤 이유로, 무엇을 그린 건지를 알고 있는 듯 했다. 그렇기 때문에 그 친구들은 설계가 바뀌고, 구축방식이 바뀌면 그에 맞춰서 상세도를 수정하고, 추가하고, 결정할 수 있는 것이다.

지극히 나 개인이 부족해서 그런 경험이 더 크게 와 닿았는지는 모르겠지만 무척 충격적이었다.

 

그러고 나서 암스테르담에서 일을 할 때도, 그리고 한국에 와서 사무실을 시작했을 때도 많은 상세도 자료들을 보았다.

하지만 직접 시공되는 현장을 본적이 없으니 봐도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당시 나는 내가 보고 이해할 수 없는 상세도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내가 이해를 못하는데 현장에 어떻게 설명하고 이해시킬 수가 있겠는가.

더군다나 현장은 언제나 살아있는 생물(?)같아서 끊임없이 변수가 생겨난다.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내용에 대해 현장에서 알려오는 다급한 목소리에 대처하란 참으로 난간하기 일쑤다.

 

그렇다 보니 우리의 설계는 모두 현장에서 공사가 끝날 때 같이 끝났다. 설계를 시작해서 공사가 진행되고 그 공사가 진행될 때도 설계가 같이 진행되다가 공사가 끝나야 비로서 설계도 같이 끝났다는 의미이다. , 현장이 열리면 그곳에서 모든 걸 봐야했고, 현장 작업자들과 매일매일 협의를 해야했고, 도면을 그리면서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궁금해 했던 것들을 직접 눈으로 확인해야만 했다. 그러고도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들은 자료를 찾아보고, 저녁에 밥을 사주면서 작업자에게 한 수 배웠다.

현장에서 보고 있으면 내가 그려준 상세도가 얼마나 말이 안되었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강진에서 세 달을 보냈고, 벌교에서 한 달을 살았고, 부암동을 매일 출근했다. 그 이후에도 거의 모든 현장을 매일 가다시피 들락거렸다. 수많은 밤을 지방의 모텔에서 보냈다.


다행히 우리가 그 동안 해 왔던 프로젝트들은 공사금액과 프로그램이 다양한 편이었다.

이는 건물의 크기와 재료와 구축방식과 마감의 정도가 다양하다는 의미이다.

이것은 결국 우리에게 다양한 건축적 환경을 경험 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하지만 이렇게 쌓아온 경험들은 철저히 개인적인 경험의 범주에 있었다.

따라서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사무실 구성원이 늘어나면서 이 경험치들을 데이터로 만들어 모두가 공유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야지만 그것을 바탕으로 업무의 효율성이 늘어날 것이고, 그것이 결국 사무실의 경험치가 되고 역량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해서 오랜 시간에 걸쳐서 조금씩 데이터들을 정리하는 작업을 진행하였다.

여기서의 데이터는 철저하게 경험에 의한 것이었고,

그 원리를 이해하고 있는 것이었고,

그래서 온전히 우리 것이라고 생각되는 것들이었다.

이렇게 온전히 내 것이라 이해한 내용은

응용을 가능하게 하고,

변형을 가능하게 하고,

다른 것들과의 접목이 가능하게 한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지나온 기간 동안 상대적으로 적지 않은 프로젝트들을, 때로는 힘들게 했던 프로젝트들도 많았지만, 다양하게 진행해온 것에 대해 자부심을 갖는다. 물론 아직도 다른 분들의 작업들을 보면서 부족함을 많이 느끼지만 새로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그 안에서 처음 해보는 재료와 구축방식과 시공방식을 경험해 볼 기회가 있을 때마다 큰 희열을 느낀다. 그리고 그것이 쌓이고 쌓여 개개인의 경험이 되고, 그것이 모여 사무실의 역량이 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런 것이 좋은 디자인과 상호 호환 될때 사무소가 진정으로 성장해 갈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160404 에 쓴 글  Y





오래전에 자료를 요청했었는데 한참 지나고 나서야 이렇게 소식을 전해주었네요 :)




지난 주에 2박3일 일정으로 전라도를 다녀왔습니다.


광주에 가서 오래전에 끝난 동명동 Co-housing 사진촬영을 했고,

보성에 가서 벌써 일곱번째 Low Cost House 프로젝트의 마무리를 하고 왔습니다.

마무리라곤 해도 이미 공사는 거의 다 끝이 났고, 내부 벽에 페인트 칠하고, 청소하고, 외부 나무를

죽어라 심고 온것 뿐이네요! ;;;; ㅎ

그리고 마지막날엔 여덟번째 Low Cost House 의 아이들을 만나보고 돌아왔습니다.


사실 최근 사무실의 일정상 이렇게 시간내서 다녀오는 것이 모두에게 큰 무리이긴 했지만

사무실의 식구들 모두가 우리가 왜 Low Cost House 를 꾸준히 하려고 노력하는지 공감할 수 있는

시간을 갖고자 하였습니다.

우리가 건축을 하고 있으면서도

건축을 하는 사람으로서 보람과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기회가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Low Cost House 는 내가 하고 있는 건축이 이렇게나 다른 이의 삶에 큰 변화를 줄 수 있구나

하고 느낄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몇몇은 어쩌면 처음 해보는) 힘든 노동의 시간을 감내해야하는 시간이었지만

그런 목적에 동의해주고 기꺼이 참여해준 사무실 식구들에게 고맙습니다.


끝으로 사진촬영을 하러 달려내려와준 황작가님,


부족함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좋은 집에서 행복하게 잘 살고 계시다고 전해주셔서 감사하고,

가게에서 배가 찢어질거 같은 고통을 느낄만큼 푸짐하게 먹여주셔서 감사한 동명동 건축주 재천형님과 형수님,


처음 이렇게 서울의 사무소와 손을 맞춰보신다고 하셨지만 여러모로 보이지 않는 곳까지 신경써서

시공해주신 보성의 준건설 서병준 대표님,


수많은 나무를 안겨주시고 일거리를 마련해주신 보성군청의 정재열주무관님,

마련해주신 황토펜션과 BBQ 도 훌륭했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을 위해 여전히 동분서주 고민하고 애쓰고 계신 어린이재단 여러분들,


이 분들에게 특별히 감사한 2박3일 이었습니다.


마지막에 떠나는 우리를 향해 연신 고맙다는 인사를 하셨던 보성의 아버님.

앞으로는 아이들과 더 행복한 삶이 저 집에서 만들어지길 바래봅니다.






                                                            광주 최고의 맛집 박순자 녹두집!

준건설의 서병준 대표님








마지막 인사를 하고 돌아서서 가시는 보성 아버님. 왠지 짠하다

몰래 이렇게 사진을 찍어준 수연이를 포함해 모두가 나온건 이 사진밖에 없네요 ;;;

마지막으로 들른 해남에서 만난 너무나 귀여운 아이들.

이제 시작하는 여덟번째 Low Cost House 는 이 아이들을 위한 집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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