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무를 시작한 07년도만 해도 내가 다니던 사무소를 비롯해 대형사무소들의 분위기는 한껏 들떠 있었다. 건축경기가 매년 좋아지고 있었고, 한 해가 마무리도 되기 전 그 해의 목표치를 웃돌고 있었다. 회사입장에서야 더할나위없이 좋아할 일이겠지만, 직원들은 턴키며 현상이며 뺑이치며 구르고 있었던 것은 늘 반복되는 일상이었다

   하지만, 그 다음 해 세계적으로 금융위기가 찾아오면서 그 동안 진행해왔던, 그리고 진행할 예정이었던 프로젝트들이 하나둘씩 멈추면서, 어느 덧 사무소에는 디벨로퍼 다시 말하면, 건축 시행업자들이 자주 오고가곤 했다. 그런 사람들이 오고 간 뒤엔 갓 신입티를 벗은 내가 봐서도 말도 안되는 그러한 제안서들을 1~2주 안으로 줄야근을 하면서 찍어내곤 했는데, 이런 경험을 한 탓인지 그 쪽 계통 사람들을 보게 되면 몸서리부터 치는 것이 아직도 그 때의 경험을 잊지 못하고 있는 듯 하다.

 

   사무소를 시작하면서 기적과 같이-여전히 우리는 그렇게 느끼고 있다- 개인 건축주들에게 의뢰가 들어오고 사무소의 포트폴리오가 조금씩 만들어지면서 드물지만 디벨로퍼에게도 상담 문의가 들어왔다내가 생각하는 사무소의 작은 원칙 중 하나는 첫 상담은 사무소에서 진행하는 것이다. 이런 원칙은 아주 멀리 지방에 계신 분들까지 그렇게 해달라고는 못하지만, 충분히 그럴 수 있는 분이면, 완곡히 이 부분에 대해 말씀을 드리는데, 아직도 디벨로퍼라는 '분'들은  당연히 설계사무소에서 찾아와야 하는거 아니냐는 분위기다.

 

1. 요즘 광고도 자주 나오는 한 업체에서 강원도에 펜션단지를 만들겠다며 자기네 사무실에 자료가 다 있으니, 사무실로 오라고 한다. 해서 완곡히 첫 상담은 사무소로 와달라고 했더니 알겠다고 하며, 일정을 조율하자고 했다. 다시 며칠 뒤 다시 연락이 와서, 꼭 자신들이 가야하는 것인지, 설계사무소에서 와서 미팅하면 안되냐고 하길래, 먼저 와서 사무소도 어떤지 보시고 우리도 보여줄 자료가 있으니 오라고 했더니 그럼 됐다고 하길래 수고하세요 하고 전화를 끊어버렸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알 수 있다고 했듯이 설령 이야기가 아주 잘 되어서 프로젝트를 시작한다고 해도 얼마나 건축가가 존중받으며 일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보장받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가뜩이나 여러 일들로 바쁜데 같이 작업을 할 지 여부도 불확실한 상황에서 사람을 오라가라하다니... 그렇게 불러다가 아니면 말고 식으로 치부할 거면서 말이다. 한편으로는 씁쓸하지만 원래 그러려니 하고 별 개의치 않게 넘어간 경우가 있었다.

 

2. 부동산과 관련된 회사는 아니지만, 경남쪽에 대규모의 대지를 가지고 있어서 이를 주택단지로 개발해서 분양을 하고 싶은데, 상담을 하고 싶다고 해서 역시나 사무소로 오셔서 상담하자고 했다. 며칠 뒤 사무소에서 상담을 하면서 개발하고자 하는 단지의 규모며 성격이나 여러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를 주고 받았는데, 마지막에 단지 배치 개념을 스케치해줄 수 있냐고 해서 이 역시 완곡하게 거절을 했다. 상담 오신 분이 살짝 흠칫하긴 했지만, 여유있게 넘어가며 대신 설계견적서를 자세하게 적어달라고 요청하며 돌아갔다. 평소에 거래하던 협력업체에게 의견을 묻고, 주변 건축가분들께도 조언을 구해서 고민 끝에 우리가 생각하는 적정선을 제시하고 메일을 보냈는데... 그 이후로 몇 번의 통화는 했지만 두 달여가 지난 지금 아무런 연락이 없다. 최소한 다른 업체가 선정이 되었다고 양해를 구하는게 상대방에 대한 최소의 예의가 아닐까 생각이 든다. 전화하기 힘들면 문자로 보내도 될텐데 하는 아쉬움.

 

3. 내 고등학교때 친구 L은 도시과를 나와서 현재는 도시엔지니어링 사무소에 다니고 있다. L에게 오랜만에 연락이 왔다. 같이 프로젝트를 해보자며 미팅을 하자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 주 평일에서 서로 다른 일정들이 잡혀 있어서 주말에 친구 얼굴도 보고, 친구가 다니는 사무소도 구경할 겸 근처로 갔다. 서울 강서쪽에 진행 준비중인 프로젝트였다. L과 함께 회사 이사님도 참석해 미팅을 진행하면서 자료도 확인하고 관련된 여러 이야기도 듣고, 그리고 역시나 계약 전에 그림은 그리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도 설명을 했다. 그리고 며칠 뒤에 있을 건축주 미팅에게 사업 방향에 대한 보고를 해야하는데, 프로젝트가 구체화가 되기 전이니, 그 전에 그림은 그리지 않더라도 건축사례 이미지 리서치 작업을 도와달래서 그 정도 선에서 이야기가 되고 헤어졌다. 그리고 이틀 뒤 다시 L에게 전화가 와서 만나자고 했다. 그래서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와서 이야기하자고 해서 하는 말이 건축주 사업보고에 서로 다른 프로그램을 담은 배치도 2컷을 프레젠테이션에 넣기로 결정을 했다는 것이다. 우리가 그리지 않겠다고 하면 자기라도 직접 그려야 할 상황이니 도와달라는 것이다. 그리고 계약여부가 걱정이 되면 계약도 먼저 진행할 수 있다고 했다.

   L과 헤어지고 나서 여러 생각들이 많이 겹쳐 지나갔다. 우리 사무소의 입장에서 본다면 이 프로젝트를 실제로 진행해서 완공이 된다면 여러 면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생각이 들었다. 더욱이 프로젝트 자체의 성격만 보아도 무척 흥미있어 보이기도 했고, 예상되는 설계 진행여건도 나쁘지 않아보였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가져온 원칙들을 스스로 어겨야 했다. 소위 가설계라고 불리는 작업을 하지 않은 이유는 그 가설계를 위해서 법규부터 규모검토, 배치, 프로그램, 아이디어 그리고 이를 표현하기 위한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과정들이 전체 프로젝트의 절반 이상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이러한 수고스러움을 아무런 대가없이 얻어가려는 사람들이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사무소 포트폴리오에 관련된 프로젝트도 없는 상황에서 누가 덥석 일을 물어다 줄 리가 만무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전체 사업비를 보자면 십수억에서 수십, 수백억에 이르는 프로젝트의 큰 역할을 할 건축가를 선정하는 작업에서 사람만 보고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고 스스로도 생각한다.

   이러한 고민 끝에 Y와 나는 배치도를 1컷만 그리자고 이야기를 결론지었다. 다만, 계약은 미리 한다. 그리고 그 계약은 본 계약이 아니라 사전작업에 대한 계약이고 사전작업에 대한 계약은 본 계약으로 이어져야 하며 사전작업에 대한 비용은 1,000만원. 이러한 조건이 맞지 않는다면 하지 않겠다고 L에게 이야기를 하니 회사에 이야기해보겠다고 했다.

   그런데 정작 김은 다른데서 새버렸다. 1500평의 대지. 150평의 건축물. 프로젝트에 대해 첫 미팅에서 이야기하며 외부공간을 어떻게 사용할지에 대해서 서로 많은 교감을 하고 아이디어에 대해 고민하자고 하는데, 설계비는 150평을 평당 20만원기준으로 해서 3,000만원이라고 정했져 있다고 했다. 외부공간 계획도 정말 많은 부분인데 그렇게 한 이유를 물으니, 우리가 작업하기 전 사전작업을 해준 에서 그렇게 얘기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그렇게는 안된다고 설계비 재산정부터 해야한다고 이야기를 하다가 그렇게 엎어졌다. 누가 밥상을 엎은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리고 L은 우리 사무소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고 좀 더 좋은 조건의 프로젝트가 생기면 다시 연락한다고 했지만, L이 과연 우리를 얼마나 이해를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돌이켜보면 그 때의 결정을 잘 했다고 생각이 든다. 며칠 간의 그러한 상황들이 잠시 우리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던 것 같다. 언젠가는 인연이 생기리라 믿으며, 지금 여러 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는 프로젝트에 대해 더 힘을 쏟으려 한다.



20150605


J 

 

'청천동숲속집' 이 Dezeen 에 소개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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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3월 13일 현재 JYA웹사이트가 특정 브라우저에서 원활히 작동하지 않아 

이와 관련해 이용안내해 드립니다.


요즘 구글크롬을 사용하시는 분들이 많은데요, 현재 구글 크롬으로 웹사이트의

WORK의 프로젝트 슬라이드가 제대로 넘어가지지 않네요.


대신, 인터넷 익스플로러 또는 사파리로는 제대로 보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참고로 저희 웹사이트 이용하시면서 어렵다고 하시는 분들이 간혹 계십니다.

(가급적 이용자의 입장에서 최대한 단순한게 만드려고 했습니다만...)


구성에 대해 간단히 말씀드리면...

1. 메인페이지에 나오는 WORK는 진행중인 프로젝트와 완료된 프로젝트가 섞여있습니다.

   진행중인 프로젝트는 클릭이 되지 않고, 완료된 프로젝트만 내용을 보실 수 있습니다.


2. 완료 프로젝트 상단에 CONCEPT과 FINAL PHOTO 이렇게 2개의 탭이 있습니다.

    각 탭을 클릭하고 나면, 아래 슬라이드를 좌우로 넘기면서 보실 수 있습니다.


설명하고 나니 별게 없는데... 많은 도움이 되셨으면 합니다.



JYA. 

http://www.archdaily.com/603588/dongtan-house-jya-rchitects/




런던 cass gallery에서 한달동안 진행될 전시의 오프닝행사가 모두 마무리되었습니다!;) 지난 며칠동안 다양한 행사를 준비해주신 분들께 감사드리며 길게는 지난 여름부터 시작한 전시준비가 끝난 것에 홀가분한 마음입니다! 끝으로 남은 전시기간 동안 많은 분들의 관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아래와 같은 이름으로 2월달에 런던에서 전시를 하게 되었습니다 

비록 런던에서 해서 많은 분들이 보실 순 없겠지만 관심가져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안녕하세요


오늘 중앙일보에 인터뷰한 기사가 올라갔네요 


다만 내용과 달리 제목이 과장된 부분이 있어서 미리 올려드립니다


돈 많아야 집 짓나요 … 4000만원이면 뚝딱


다음과 같은 제목인데요 이 제목을 보시고 아침부터 연락주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우선 이 제목을 보고 혹 오해하셨을 건축가분들, 시공자분들, 그리고 집짓고자 하시는 분들 모두에게

사과말씀 드립니다 

내용을 읽어보시면 아시겠지만 저희가 한 저예산주택 프로젝트들은 저희가 하고 있는 일들 중에

매우 일부의 일이고 그 내용도 극단적인 상황을 극복하고자 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프로젝트들 입니다 


절대 일반적인 프로젝트들을 4000만원이라는 금액으로 지어드릴 수 있다든지 하는 내용이 아니고


저희는 그럴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머든 적절한 투자에 비례해 그 결과가 나오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제목을 보시고 혹시 오해가 있으시거나 기사를 보시고 전화하셔서 상담해드리면 실망하시는 분들이 계셔서 


미리 이곳에 글을 남겨드립니다


다만 내용을 좀더 읽어보시면 저희가 하고자 하는 다른 이야기들을 읽으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열심히 인터뷰해주신 한기자님께 감사드리며 


다시한번 혹 오해가 있으실 수 있는 많은 분들에게 양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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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교 House 상량식을 했습니다

건축주분들 가족분들과 전대표님 양소장님 그리고 빌더분들까지 해서 

모두 건강하고 따뜻한 집이 되기를 소망했습니다


가족들의 소망이 가득적힌 상량문부터 귀여운 돼지머리그림까지!

거기다 푸짐한 음식까지 정성껏 준비해주신 건축주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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