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 시작부터 당연하다 생각했고,

그 이유와 방법을 늘 고민하여 왔고,

때로는 비효율과 비생산적이라는 느낌에 그 타당성을 의심하기도 했지만 ,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그리고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 왔습니다.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는 것, 

서로가 서로에게 자극이 되어주는 것,

서로가 서로에게 배경이 되어주는 것

이를 위해서는 우선 내가 하나의 주체로서 스스로를 온전하게 만들려 노력해야 합니다. 

그래서 내가 하는 작업이, 내가 만드는 결과물이, 내가 하는 생각이, 내가 일을 하는 태도가

다른 구성원들에게 어떻게 보여지고, 어떤 긍정적인 자극을 줄 수 있을지 늘 돌아봐야 합니다. 

그래서 사무실의 모든 구성원들과, 사무실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프로젝트들로부터

끊임없이 자극받고 또 배울 수 있어야 합니다. 

그것이 우리같은 소규모 사무소가 설계역량을 향상시킬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며

동시에, 조직이 건강한 긴장감속에서 단단히 뭉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것이 아뜰리에사무소의 가장 궁극적인 복지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서로 다른 장점을 가진 사람들로 구성된 조직,

그래서 그 안에서 다양한 자극을 주고 받고,

서로서로에게 배울 수 있는 그런 조직과 문화를 만드는 것 말입니다.  

 

이를 위해 저희는 먼저 우리 생각을 공유하고,

그것에 대해 의견을 받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아야하며,

다른 사람의 의견과 생각을 잘 들으려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제가 가장 못하는 것이고 가장 반성해야 하는 것입니다. 

또한 조직을 그러한 구성원들로 구성하기위해

,그것이 사무소의 구성원들에게 우리가 제공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복지라 생각하고,

한명 한명이 그런 사람이 될 수 있도록 좋은 역할과 나쁜 역할을 모두 해야 할 것입니다. 

 

지난 사무실 이사를 즈음해서는 너무 바쁘게 돌아가는 사무실로 인해 한동안 이런 시간을 미뤄두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다시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고 묻고 얘기하는 시간을 더 많이 가지려 합니다. 

그 동안의 많은 시행착오를 통해 정해진 형식이 중요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았고,

작은 얘기라도 서로 나누는 것에서 생각지도 못했던 영향이 생겨난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또한 때로는 듣는 것보다도 내 생각을 얘기하고 공유하는 기회를 갖는 것이 더 큰 도움이 될 때도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저부터가 우리 사무실의 구성원들에게 하나의 자극이 될 수 있도록,

스스로가 혹시 멈춰있진 않은지 늘 돌아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Y

오늘은 어제의 짐싸기에 이어 진짜 이삿날입니다. 

이른 아침부터 이삿짐 직원분들이 오셔서 짐을 포장하기 시작하셨고, 

저희는 몇 명은 하중동에서 짐 나가는 거 확인하고,

몇 명은 홍제동에 가서 이삿짐 받을 준비하고,

몇은 필요한 거 사러 이케아를 비롯해 여기저기로 흩어졌습니다. 

사람이 여러명이니 이럴때는 참 동시에, 효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어서 좋습니다 ㅎ

 

아침부터 시작된 이삿짐 포장
전문가들이 하면 확실히 다름니다. 머든지간에 ㅎ
이삿짐이 다 나가고 나니 이렇게 횡한 모습입니다. 4년 동안 많이 낡아지긴 했지만, 이러니 처음 오던 날도 생각나네요.
점심먹고 나서 이제 본격적으로 홍제동에서의 이사가 시작되었습니다!

 

이렇게 텅 비어있던 공간.
이삿짐이 하나둘 올라옵니다.
하중동에서 가져온 가장 큰 가구는 길이 2400 의 개인책상입니다. 여전히 쓸만하다고 할까요? ㅎㅎ 
우리 지연이 머하지?
저 책들은 저자리가 아닌데..... 가시면 다시 해야겠습니다 ㅠ
계속해서 짐이 들어옵니다.
종수가 인터넷과 서버를 먼저 연결합니다. 오늘 안으로 마무리해서 내일부터는 일을 할 수 있도록요 ㅠ
오후가 되니 천창을 통해 햇살이 들어옵니다. 
이사짐이 다 들어오고, 이제 본격적으로 정리를 하기 시작합니다. 올때 많이 버리고 와서 그런지, 짐이 많이 줄었습니다 ㅎ
본격적인 짐정리 시작!
ㅋㅋ, 정연이와 저 둘의 표정이 왜이리 다르죠? 정연이는 세상 저렇게 불쌍해 보일 수가 없습니다 ㅠㅠ 
택배로 도착한 3층 의자 조립, 합판 마감에 어울리는 합판 의자!
우리집 바닥도 이렇게 열심히 손걸레질 해본적이 언제였던가.. 오늘까지만 입니다! ㅋㅋ
저녁이 되어 어둑어둑해지면서 조금씩 마무리되어 갑니다. 우선은!
지연!창고!정리!
밖에서 너무 잘 보인다아아 -_ -;;;;;
어두워지니 간판이 멋져요 ㅎㅎ
홍제동 사무실에서의 첫번째 저녁을 먹습니다. 이렇게 첫째날이 마무리되어 갑니다.
앞으로 이곳에서 얼마나 많은 웃고 우는(맘속으로) 일들이 있을까요? ㅎ
어제는 하중동에서의 마지막 퇴근이었고, 오늘은 홍제동에서의 첫번째 퇴근입니다!

 

이렇게해서 "홍제동으로 이사하기" 이벤트가 모두 마무리되었습니다.

물론 앞으로도 조금씩 조금씩 정리하며 할 것들이 있겠지만,

일단은 우리는 이제부터 홍제동 생활을 시작합니다.

오늘의 이벤트를 위해 길게보면 작년에 땅을 알아보던 순간부터,

짧게는 공사가 시작된 이후의 인고의 시간들이,

더 짧게는 이사를 위해 본격적으로 일정과 업체를 알아보고,

그에 맞춰 하나하나 현장공사를 마무리하던 시간들까지

정말 긴 시간동안, 여러 사람의 수고가 있었고, 

그것들의 결과물이 바로 오늘의 이 이사인 것 같습니다.

그렇게 생각해보면 참으로 의미있는 하루였습니다.

 

그 과정에서 정말 많은 분들의 관심과 응원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사무실에서 이 공사를 진행하며 몸과 마음이 두 배로 바빴던 사람들도 있습니다.

주말에 필요할때 마다 나와 청소하고 정리하느라 모두가 다 수고해주었지만,

그 중에서 특히 공사의 8할을 진행해준 수연이와, 마무리하러 들어와서

그 책임과 역할을 다해준 지연이에게 특별히 감사를 하고 싶습니다.

 

어쩌면 저와 조소장에게는 정말 의미있는, 잊지못할 순간일 것입니다.

8년전 신설동의 월세 50만원 사무실에서 시작할때는

상상해보지 못했던 일을 벌였고, 이렇게 이사까지 들어왔으니,

이 끝이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이 순간까지는 그래도 잘 해온거라 생각하겠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정말 잊지못할 순간입니다.

지난 8년의 시간동안 잘한 일, 못한 일, 좋은 일, 나쁜 일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한가지 확실했던 건, 늘 배고파 했고, 늘 불안해 했고, 안주하지 않으려 늘 노력했고,

새로운 모습을 찾으려, 새로운 영역을 찾으려, 더 새롭고 다양해지려 노력해 왔다는 것입니다.

그것이 수 많은 돌뿌리들에 휘청휘청하면서도 넘어지지 않고, 여기까지 달려올 수 있게 해 준 비결인 것 같습니다.

 

사옥을 계획해보신 많은 분들이 아마도 그러한 마음이겠지만, 

이것을 가장 망설이게 하는 것은 현재가 어려워서가 아니라,

미래에도 우리가 괜찮을까, 지금과 같을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인 것 같습니다.

늘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갖고 사는, 사무소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저희도 마찬가지 였습니다.

그래서 늘 마음속으로 이 끝이 어찌 될 지 모르겠다라는 생각을 갖고 있고, 

홍제동 사옥을 준비하면서도 늘 마음 한켠에 자리잡고 우리를 괴롭히던 불안감이었습니다.

 

하지만 저희가 그나마 작은 희망과 믿을을 갖게 된 것은,

우리가 그 동안 해왔던 것처럼,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더 나아지려는 욕망을 놓지 않는다면,

늘 배고파하며 새로운 일에 목말라 한다면,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것에 주저하지 않고 한발 더 빠르게 해간다면,  

그리고 지금 있는 프로젝트들을 하나하나 소중히 여긴다면,

적어도 그 끝이 쉽게 무너지거나 흩어져 버리는 엔딩은 아닐 것이라는 희망과 믿음입니다. 

그래서 이 곳에서도

늘 긴장하고 늘 돌이켜보고 늘 배우고 나아지려 노력하려 합니다.

그리고 그 과정이 지난 8년의 경험으로 늘 괴롭고 아프다는 것도 압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가 흐트러지거나 포기하지 않는다면

미래가 현재보다 못하진 않을 것이라는 희망과 믿음을 갖고 가겠습니다.

그리고 새로 마련한 이 공간이 그 치열한 과정과 시간에서 

우리에게 그나마 편안과 위안을 줄 수 있는 공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끝으로 이 홍제동 사옥 프로젝트에 가장 큰 공이 있는 조소장에게 

모두를 대신해 감사를 드립니다.

 

 

 

합정동 사무실에서 이곳 하중동 사무실로 온지 정확하게 만으로 4년하고 1개월이 되었습니다. 

본래는 4년의 계약기간을 다 못채우고 이사나갈 것 같아 주인어르신께 죄송해하고 있었는데,

공사가 늦어지고 늦어져, 4년의 계약기간을 한달이나 넘기게 되었네요. 

 

처음 하중동으로 오면서 하중동이라는 동네를 처음 들어봤고, 

왠만한 서울 토박이 분들도 하중동이라는 동네를 거의 들어보지 못할만큼 생경한 이름의 동네였는데

(무려 마포구에 있음에도 말이에요 ;;;) 

그 생경함처럼 서울도심임에도 북적거리지 않고, 조용하고, 평화로운 그런 동네였습니다.

덕분에 우리 건물 주인어르신은 임대가 안나가 늘 근심이셨지만, 

저희가 있던 4년 동안 위층이 비어있던 이유로 3층의 저희는 불편함 없이 지냈습니다.

이곳에 있던 동안 좋은 일도 많았고, 처음 겪어보는 정말 힘들고 황당한 일들도 있었지만, 

그래도 결과적으로 이렇게 조금마한 사무소의 보금자리를 만들어 나갈 수 있게 되었으니,

전체적으론 와서 좋았다고 하고 싶습니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하중동 사무실에게.

 

돌이켜보니 처음  

신설동에서 약 1 년

합정동에서 약 3 년

하중동에서 약 4 년 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그 4 년의 시간동안 익숙해졌던 이 환경이, 이 환경에서의 움직임들이

습관처럼 자연스럽게 몸에 베어 있는 듯 합니다.

그 중에선 좋아하던 것도 있고, 불만인 것들도 있었지만 막상 떠나려니 다 눈에 밟힘니다.

이 곳에 오면서 나름 신경써서 인테리어도 하고, 

야심차게 그린그린 한 식물도 심고,

그 화분 하나하나, 테이블 하나하나까지 직접 그려서 금속으로 만들어서 쓰던 것들인데

4년이 지나는 동안 어떤 건 애물단지가 되기도 했고, 어떤 건 여전히 잘 쓰고 있기도 하고,

어떤 건 좀 지겨워지기도 했습니다.

마찬가지로, 처음엔 자주 쓸 것처럼 옥상에 테이블과 블럭도 사서 올려놨었는데,

4년 중에 3년은 거의 올라가보지도 않은 것 같습니다.

변기도 고장나거나 덜렁거리고,

겨울에는 추워서 손씻기도 힘들고, 추워서 쓰기도 고욕이었던 화장실도,

사무실에 조용히 얘기할 공간이 없어서 은밀한 얘기나, 상담이나 면접이라도 보려면 

주변 까페를 전전해야 했던 사무실 공간 계획의 오류?도,

주변에 밥먹을 곳이 정말 없는, 하지만 그 덕분에 하나 찾은 

가장 가까운 훌륭한 식당을 일주일에 많게는 4,5일을 가게 되던 것도,

그 바로 옆집의 조금은 부실한 인테리어지만, 그래도 커피맛이 일품이었고,

친절하고 조용했던, 사무실의 미팅룸 역할을 해주던 작은 까페도,

그리고 그 식당과 까페의 두분 사장님들도,

모두가 자연스러운 우리의 일상이었고, 

집같이 편안한 활동의 영역이었고, 

지난 4년의 우리 모습이었습니다. 

 

아마도 새로운 공간에 가서 생활하다보면 

또 그 곳의 공간에 익숙해지고, 행동은 자연스러워 질 것이며,

그럼 자연스럽게 하중동에서의 생활들이 점점 잊혀져 가게 되겠지만,

그래도 떠올리려고 애쓰면

이때의 이 공간과, 이 공간에서 함께 했던 사람들과, 그 사람들과 함께 했던 순간들을

기억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사무실 이사는 사무실 전문 포장이사업체를 불렀음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해야할 것들이 많습니다.

우선 개인짐들을 각자 잘 챙겨서 미리 싸놔야하고,

가져가지 못하고 버려야 하는 것들은 이사 전날 미리미리 철거하고, 모으고, 분류해서

폐기물 차량을 통해 버려야 합니다.

저희같은 경우엔 그 동안 모아놨던, 하지만 보지 않고 쌓여있던 각 종 샘플들을 처리해야 했고,

책장을 차지하고 있는 잘 안보는 오래된 책들도 큰맘먹고 처분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그 중에서 가장 어려웠던 것 바로 화분이었습니다.

역시 생화를 빛이 들지 않는 실내에서 키우는 건 무~척 어려운 일이라는 걸 실감하며,

관리가 안되, 죽거나 상태가 좋지 않은 식물들과 그 금속화분과 그 안의 어마어마한 흙들...

식물 중 입양보낼 애들은 보내고, 화분 중 일부는 가져가고 나머지는 기증하고, 

그 외에는 모두 폐기물 처리입니다... ㅠㅠ

어쨌든 이러한 막노동 중의 막노동, 그 현장의 모습입니다. 

9월 14일 월요일 아침, 힘차게 짐정리를 시작했습니다~
먼저 개인 짐들 정리부터 시작합니다. 
다음으로 컴퓨터를 분리하고, 다음으론 가장 어려운 화분정리에 들어갑니다 크크;;;
그 동안 뜨겁고 차가운 금속화분에서 고생했을 식물들에게 깊은 사과를...
짐과 화분정리를 마치고 한숨 돌립니다.
이제 샘플로 제작해 천정에 달아놨던 원형 폴리카보네이트판도 제거하고,
신설동에서부터 합정동을 거쳐 하중동까지 함께 한 물고기도 챙깁니다.
주방정리도 합니다.
마지막으로 폐기물을 3층에서 1층까지 내리고 나니 저렇게 등에 하트가!! ㅋㅋ
이렇게 사무실에서 나온 폐기물이 무려 1톤 트럭 한차가 넘었습니다 - -;;;
이제 좀 휑한 느낌이 드네요...
그리고 결국엔 저렇게 누웠습니다... 마치 이미 여러번 저래본 것 처럼 자연스럽게.. ㅋㅋ
모두에게 필요한 건 바로 당!!!

모두가 퇴근한 후 조소장과 둘이서만 남았습니다. 

둘이서만 하중동 사무실 마지막 날 밤을 보내고 있자니

상상했던 것보다 별 느낌이 안나기도 하고, 또 아무렇지도 않지 않은 것 같기도 하고,

마치, 군대 전역하던 전날밤 같은 느낌이랄까?

엄첨 기다리고 기다리던 순간인데, 막상 닥치니 상상만큼 흥분되진 않는,

어쩌면 기쁨의 감정을 잘 표현못하는 우리네 성향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마지막 날 둘이서 놓친 저녁대신에 컵라면에 맥주를 한잔씩 하며, 

그렇게 일상적인 얘기를 나누며 하중동 사무실 마지막 업무를 마쳤습니다.

 

이사를 기다리는 하중동 사무실 모습

 

하중동 사무실에서 둘이 먹는 마지막 저녁.

 

이제 퇴근합니다!

 

안녕! 하중동!

 

이렇게 하중동에서의 마지막 퇴근을 했습니다. 

안녕~ 지난 4년동안 잘 지냈다!

 

P.S. 하중동 10-1, 국수집, Cafe Brother & Sister, Cafe Joker, 광흥창역, 커반!  안녕~ 

참으로 어렵습니다.

당선이 되는 기쁨은 먼가 어색하고 순간인데, 

당선이 되지 않았을때의 아쉬움은 마음속 깊이 들어옵니다.

 

그것은 함께 참여한 사무실 직원들,

아니 어쩌면 사무실의 모두가 기대하고 있음을 알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오늘 또 하나의 공모 발표가 있었고, 

아쉽게도 2등이 되었습니다.

기대가 커서 그런지 더 아쉬움이 크게 다가옵니다.

무턱대고 하는 기대가 아니고, 충분히 좋은 안이라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심사 결과와 내용을 듣고 나니 

마음이 더 무거워 짐니다.

 

지난 두 번의 연이은 당선으로 인해

마음이 붕 떠 있었던 건 아닌지 돌이켜봅니다.

더 차분했어야 했고, 

한번 두번 더 돌이켜봤어야 했고,

더 냉정하게 판단했어야 했습니다.

내가 결정하는 것이 최종이라는 절박함이 더 필요했습니다.

 

늘, 그리고 가장 어려운 것이 과하지 않게 하는 것임을

잠시 잊었던 것 같습니다.

욕심이 과했습니다.

이 정도는 괜찮겠지 하는 나태함도 있었던 거 같습니다.

단점보다 우리가 가진 장점을 더 크게 봐주겠지 하는 안일함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현상이란 그런 것임을,

그렇게 마지막까지 다듬고 다듬은 다음에도

그 만큼의 운이 따라주어야 당선이 된다는 것을 

잊었던 것 같습니다.

 

현상이라는 것이 늘 한끗차이라는 것을 알지만,

그래서 위로가 될때도 있고, 괴로울 때도 있습니다.

이 한끗을 극복하기 위해, 늘 살얼음판을 건너는 심정으로

모두가 그렇게 고민과 노력을 마지막까지 가다듬어야 한다는 것이 

두려울 때도 있습니다.

 

결과에 조금 더 초연해지고자 노력해야 한다고 합니다.

현상 하나하나의 결과에 마음을 너무 많이 쓰면 안된다고 합니다.

동감하는 바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 과정에서까지 그렇지는 않으려고 노력하겠습니다.

결과에 마음이 쓰린 것보다 무뎌지는 것을 더 경계해보겠습니다.

 

현상은 앞으로도 꾸준히 할 것입니다.

오늘의 이 결과가 좋은 약이 될 수 있도록 잘 새겨두겠습니다.

 

끝으로 참여하신 모든 분들, 

그리고 이 시간에도 현상이라는 것을 준비하고 계신 모든 분들께 

그리고 우리에게도,

노력만큼의 행운이 앞으로 함께 하길 바랍니다.

 

이 글로 진짜로 끝!!

 

Y

 

 

 

 

 

 

 

 

2020년 3월호 대한건축학회지에

'건축가의 졸업설계' 라는 제목의 특집이 실렸습니다.

거기에 부끄러운 학부졸업설계에 대한 내용을 소개하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학부와 대학원 졸업설계 중에서 어떤 내용을 써볼까 고민하다가,

이번 호 특집 주제에 담긴 의미가

가장 어설펐지만, 동시에 가장 의욕적이었던 그 시기를

돌아보고 소개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으로 학부때 작업에 대해 적기로 했습니다.

쓰는 동안 그 시절을 돌아보며,

최대한 사실 그대로를 기억해내려 노렸했는데

역시나 사람의 기억이 그렇듯이

과거의 그 모든 순간들이 찬란하게 왜곡되는 것은 어쩔 수 없나 봅니다.

지금보다 훨씬 더 열정적이었던 것 같고,

진지했던 것도 같고,

혼자 생각하는 시간도 많이 가졌던 것 같기도 합니다.

건축을 지금보다 훨씬 더 낭만적이고 이상적으로 바라봤던 것 같습니다.

당시에도 세상 일의 전부인 것 처럼 느껴지던 현실적인 고민과 어려움들이 있었겠지만,

지금 돌아보니 건축과 도시를 내맘대로 논하던 그때가 더 낭만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쓰는 동안 재미있었습니다.

졸업설계를 중심으로 관통하던 나의, 혹은 우리의 2006년의 생활들,

오고가며 매일같이 지내던 공간들, 같은 공간에서 웃고 놀고 술마시던 당시의 사람들

그 모두를 떠올려볼 수 있었고, 20대의 중반을 넘어가던,

졸업을 앞두고 가장 고민이 많았던, 하지만 동시에 지금 보면 인생에서

가장 희망찼던 순간을 기억해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그때의 내가 원했던 모습이 지금의 나의 모습과 닮아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당시에 구체적으로 무엇이 되고 싶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습니다.

그저 잘 될거라는 막연한 꿈만 갖고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생각해보니 지금도 그런거 같습니다.

10년 후, 혹은 그 이후 어떻게 될거란 구체적인 목표를 갖고 있진 않습니다.

지금도 그저 잘 될거란 막연한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때도 그랬지만 지금도 하루하루, 한달한달을

정말 열심히 고민하고 노력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그 고민과 노력들이 모여, 어떤 길로 우리를 데려다 줄지는 모르겠지만,

그 길이 결코 나쁘지 않을 거라고 믿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전부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혹시 이런 무턱댄 믿음이 낭만이라면,

여전히, 앞으로도 당분간은 낭만적이려 노력하겠습니다!

Y

 

주택이나 작은 상가 등의 소규모 건축물을 설계와 감리를 진행하다보면 마지막 관문이라는 느낌의 과정이 있다.

준공 검사 그리고 그 준공검사를 수행하는 자.

준공 검사는 사용승인 검사를 편의상 준공검사라 부른다. 그리고 준공검사를 수행하는 건축사를 ‘업무대행자’ 또는 ‘특검’이라 부르기도 한다.

누가 언제부터 ‘특검’이라는 용어를 썼는지 그리고 그렇게 불렀는지는 모르겠다. 특검은 ‘특별검사자’를 줄여서 사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자꾸 특검, 특검 부르면 뭔가 잘못한 것 같고, 주눅드는 느낌이 자연스레 들게 된다. 부르는 말이 행동과 태도에 영향을 미치는 바, 굳이 특검이라는 말을 쓸 필요는 없다고 본다.

법에는 사용승인의 검사를 담당할 권한이 있는 공무원(허가권자)의 업무를 건축사에게 대행을 시킨다는 의미로 ‘업무대행자’로 명칭을 정한다.[건축법 시행령 제20조] 건축주와 대화하면서 제3자로서 호칭을 할때는 그냥 ‘지역 건축사’ 또는 ‘준공검사 건축사’정도로 애둘러 얘기한다. 특검이라 부르기는 싫고, 업무대행자는 너무 딱딱한 느낌이다.

 

사무소를 시작하고나서 꽤나 많이 사용승인 인허가를 진행해봤고, 그 과정에서 등에는 식은 땀이 흐르고 쭈뼛쭈뼛한 머리칼을 다잡은 적도 있었고, 반대로 너무나 쉽게 웃으며 준공검사가 마무리된적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겪어봤지만 지금도 역시나 정말 적응이 되기 힘든 과정이 바로 준공검사를 받는 과정이다.

 

지난 블로그에서 준공검사에 관한 글을 쓴적이 있다. 그때는 어떻게 하면 준공검사를 능숙하게 잘 받을 수 있을지 그 방법을 찾아보고 공유해보고자 하는 취지의 글이었다. 그 글을 쓴게 벌써 4년전의 일이다.

 

그 사이 몇 가지 변화가 있었다. 먼저, 사용승인 신청할 때 해당지역 건축사회에서 돈을 내라는 소리는 이제 안한다. 이 내용은 지난번 글에서도 쓴 바 있는데, 건축사가 준공검사를 하면서 해당 지자체로부터 법정 검사비를 받는데, 그게 얼마 안되니 지역의 건축사회에서도 별도로 돈을 걷었던 것인다. 이런 행위들은 나중에 공정위로부터 과징금을 받고 조사가 들어가면서 더 이상 이런 행위가 벌어지지지는 않는 것 같다.

또 바뀐게 있다. 16년 7월부터 시행된 소규모 건축물의 설계,감리의 분리이다. 설계,감리의 분리는 설계자가 감리까지 하게 되면 부실이 날게 뻔하니, 감리 법으로 정해서 따로 맡겨야하다는 것인데 이는 건축사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의 처절함을 근거로 하고 있다. 이러한 법이 지역 건축사들의 압도적인 지지속에서 통과가 된 것이라니, 직능인의 자존심보다는 내 주머니로 들어오는 몇 푼이 더 중요한 것이라니... 그 씁쓸함이란.

여튼, 이러한 법령의 개정으로 해당 지역의 감리는 법적인 지위와 우위를 가지게 되었고, 그 감리비의 계산단가도 보장받게 되었고, 심지어 그 돈을 건축주가 지급했는지도 법으로 정해놓았으니, 그들을 위한 안성맞춤 법안이라 하겠다.

이렇게 쏠쏠한 돈벌이가 되는 감리를 타지역에서 와서 한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

우리 관내 건축사끼리 감리를 나눠먹어야지! 감히 타지역에서 감리를 할 생각을 해! 라는 생각일까?

이런 생각을 실현하기 위해 준공 검사를 받는 소위 특검을 받는 과정을 좀 더 어렵고 복잡하고 힘들고, 귀찮게 만들어서 건축주는 준공을 목전에 두고 설계를 했던 건축사에게 재촉을 하는 거고, 이런 상황속에서 설계자는 특검에게 부탁하고, 조아리고, 뭐하나 실수할까 조바조바하는 게 아니겠는가. 일이 잘못되어 트집이라도 잡히게 되면 몇주간 준공이 늘어지기 쉽상이고 담당 공무원은 알아서 처리하라고 뒷짐이나 지고 있는게 현재의 특검제도이다.

 

작년말과 올해초, 3건의 사용승인을 진행했다.

3건 모두 경기도에 해당되었고, 그 진행사항이 모두 달랐다.

한 건은 뜬금없이 특검건축사가 주최하는 행사에 초대되어 검사는 뒷전이고, 행사에 참여하여 찬조금도 내고, 나중에는 주말에 그 건축사의 사무실까지 건축주와 같이 찾아가서 검사통과를 승인받았다. 마치 온화하게 베푸는 느낌으로.

 

두 번째는 같이 집을 둘러보고, 여러 아낌없는 조언을 해주시는 건축사를 만나기도 했고, 되려 집에 들어간 스팩이나 인허가방식에 대해서 궁금해하며 물어보시기도 했다.

 

세 번째는 3명의 건축사가 나와서 준공검사를 한다고 미리 얘기를 들은 지역이었다. 3명의 건축사가 나와서 이미 다른 지역에서 검사를 받아본 적이 있던 터라 그러려니 했다. 그런데 3명이 나와서 검사를 한게 아니고, 한 명이 나와서 먼저 둘러보고, 일정을 이런저런핑계를 대면서 미루는 행태를 보였다. 이런 상황으로 시간이 2주가까이 지나면서 사무소나 건축주나 이미 인내가 극에 달해있는 터에 담당 주무관에게 하소연을 하게 되었는데, 어이없는 것은 담당 주무관이 자기 관내에서 3명의 특검이 나가서 검사를 하는 것은 처음 듣는 일이고, 자기가 직접 협회에 문의를 해보겠다라는 얘기를 들은 것이었다. 이 무슨 X같은 상황이... 그런 다음에 어떻게 됐을까? 담당 공무원은 서류상 보완나온거 빨리 처리하고 준공내버리자. 자기도 서둘러서 진행하는것을 돕겠다고 나를 위로했으니, 젊은 담당 주무관이 언급하지 못한 그 속의 얽혀있는 관계는 과연 무엇이란 말인가.

 

첫 번째의 경우는 해당 개인의 이상징후라 보이니 그려려니 하더라도 세 번째의 경우는 뭔가 조직적이고, 악의적인 것이 농후하다.

 

이러한 문제를 두고, 2월에 건축사와 건축가를 대표하는 셋의 직능단체가 공동성명을 채택해 각 지자체와 담당 주무관, 지역 건축사에게 배포를 한다고 한다. 이렇게 단체가 모여서 공동성명을 낼 정도면 그 사이 얼마나 우리가 겪었던 일들이 노골적으로 반복되고 건축주와 설계, 감리자가 피해를 겪어왔는지는 이야기하지 않아도 알만한다.

 

여기에 공동성명의 글을 덧붙이며, 손에 쥔 한 줌의 알량한 힘을 가지고 완장질하지말고 그 책임과 권한을 올바르게 그리고 정직하게 사용하길 바라며 글을 줄인다.

 

PS. 어려움을 이겨내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건축주가 어려움을 같이 공감하고 힘을 실어주는 것이다. 위에 겪은 일들 모두 상황을 공감하고 같이 도움이 되기 위해 건축주가 인내하고 같이 노력을 해주셨다. 이 자리를 빌어 다시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2020년 1월 1일.

 

올해의 첫번째 글로 어떤 내용을 쓸까 하다가 이 소식을 

첫번째로 전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았습니다.

 

사무소를 하시는 분들은 모두들 그러하시겠지만 

저희도

조금 더 우리에게 필요하고,

우리에게 맞춰진 환경에서,

긴 시간 안정적으로 작업할 수 있는 

물리적 공간을 늘 소망해 왔습니다.

 

지금의 그린그린한(정확히는 첨에는 그린그린했던 ;;)

사무실을 만들면서도 그랬지만

늘 목표는 구성원들이 작업하기 좋은 환경을 가능한 능력안에서

만들어보고자 하는 것이었고,

이곳에서 약 3년을 보내면서 불편하고 부족한 부분이 많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좀 더 장기적이고 근본적으로 우리를 위한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욕구와 함께 실현 가능한 노력을 해보고자 하였습니다. 

 

우선 살 동네를 정하고, 조건을 정하고, 건물을 알아보기 시작해서

반년이 넘는 시간동안 여러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이제 JYA Home 이라 이름 붙일 수 있는 장소를 찾았습니다.

정말로 우리에게 집 다음으로 많은 시간을 보내는(혹은 더 일 수도 있고 ㅠ) 공간,

밖에서 이런저런 일들로 힘들더라도 이 곳으로 돌아오면 좀 더 편안할 수 있는 공간,

그런 집 같은 공간, JYA Home.

 

물론 쉽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가장 서툰 돈 계산을 열심히 해야했고,

대출을 알아보고, 그것을 갚기 위한 계획을 세우면서

앞으로의 우리를 예상해보는 것도 정말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우리가 앞으로 얼마나, 어떻게, 다가올 긴 시간을 잘 버텨낼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은 우리가 과연 지금의 우리보다, 혹은 지금의 다른 이들보다 더 나아지고

있는가 하는 고민도 함께 하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달리 생각해보면

바로 그러기 위해 지금 이러한 변화가 필요한게 아닌가 합니다.

지금보다 더 나아지기 위해,

우리는 그것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변화들을 찾아내려 그 동안도 고민해 왔고,

좀 더 우리에게 맞는 공간,

좀 더 우리에게 편안한 공간,

좀 더 우리에게 자극을 줄 수 있는 공간을,

좀 더 안정적으로 마련하는 것은

더 나은 우리를 위해 중요한 조건이 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러하기에 비록 부족한게 많지만 

지금 결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의 새 집은 지금 사무실에서 그리 멀진 않지만

지금의 아파트 단지로 둘러싸인 환경보다 좀 더 마을스럽습니다.

동네안쪽에는 여전히 주택들이 많이 남아있고, 동네에 작은 소공원들도 잘 가꾸어져 있습니다.

조금만 걸어 나가면 천변을 따라 잘 만들어진 산책로를 걸을 수도 있고, 자전거를 탈 수도 있습니다.

(사실 저 천을 바라보고 면해있는 땅을 찾고 싶었지만 너무 비싸서 포기했습니다 ㅠ)

새 집에서는 창밖으로 맞은편에 산자락도 볼 수 있고,

1층을 들어서면서는 커피향도 맡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증축될 3층에는 작은 테라스가 있어, 미팅을 하다가, 밥을 먹다가, 생각을 하다가 

혹은 멍때리면서 밖을 내다 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조금 더 쾌적한 화장실과, 좀 더 아늑한 작업공간과, 좀 더 개방적인 미팅룸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은

좀 더 안정적으로

(이렇게 일을 저질러 놓고 이 말이 맞는 말인지는 모르겠습니다 ;;;)

,좀 더 좋은 환경에서,

늘 부족하다고 느끼고,

매번 한계를 느끼고 있기 때문에,

정말 건축을 조금이라도 더 잘하고 싶기 때문에 하는 발버둥입니다. 

 

아직 계획도 다 못했는데, 

다음달이면 이제 공사를 시작해야 합니다.

아마도 올 전반기는 이 집을 공사하느라고

또한 몸과 마음이 더 고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즐거운 여정이라 생각하겠습니다.

 

부디 지금까지 합정동, 하중동 에서 그랬듯이

이 곳에서도 좋은 일들이 더 많기를 바라고,

올 한해 우리를 비롯한 이 글을 보는 모든 분들께도 

건강과 행복이 가득한 2020 년이 되기를 바랍니다.

 

좀 더 자세한 후기는 아마도 올 6월쯤,

공사가 끝나고 이사를 하고 나서 다시한번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끝으로 없는 사무실 살림에도 불구하고 이 모든 과정이 가능하도록

더 많이 애써준 조소장에게 감사!

 

Y

 

 

우리는 거의 모든 프로젝트를 홈페이지에 업데이트를 한다.

최근에는 UNBUILT 라는 카테고리를 따로 만들어서

계획은 했지만 짓지 못한 것들을 따로 모아 두기도 했다. 

 

그러다 어쨌든 공식적인 사무실 종무식이었던 20일에 서버 이곳저곳을 둘러보다가

불연듯 세상에 만들어지지 못할, 그렇다고 심지어 UNBUILT 에도 올라가지 못해

사무실 서버에만 남아있는 두 프로젝트가 눈에 들어왔다. 

 

폴더에 들어가 프로젝트를 다시 쳐다 보며 아쉬움이 깊게 남았다. 

그러다 올해가 가기전에 블로그에라도 올려서 마무리를 해야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어차피 올해가 지나면 소개하기에도, 다시 떠올리기에도, 그럴 필요도,

하고 싶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올해 현상설계에서 무려 3개를 내리 2등만 했다. 

어처구니없기도 하고, 마지막 모자란 그 한끝이 멀까 라는 고민도 했다.

머 요즘은 2등이 젤 좋은 안이라는 주변 소장님들의, 듣기 좋으라고 해주시는게,

눈에 보이는 위로를 들으며, 나 역시 '우리꺼가 더 낫네' 라고 스스로 위로를 하며(크크..;;)

그건 그런대로 넘어가면 된다.

 

다만 저것들 외에 2개의 프로젝트가 더 있었는데 

그것들은 법규위반으로 무려 심사도 받지 못하고 심사제외가 되었다. ㅠㅠ

정말이지 머라 할 말이 없고, 누굴 탓할래야 탓할 수도 없었고,

특히 그 중 하나는 심사제외사유를 듣고 나서야 알았으니,

이건 그냥 변명의 여지 없이 무릎을 꿇을 일이었다.

 

어쨌든

하나는 소방차가 학교운동장 내부로 진입할 수가 없게 만든 것이 문제였고,

하나는 무려 건폐율 초과였다.

 

하나는 준비하면서 전혀 알아채지 못했고,

하나는 중간에 여러번 확인하면서 했는데, 제출 전날에야 

           잘못계산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둘다 치명적인 법규 체크 실수였고, 

이런 사유로 한달이 넘는 동안 여러명이 힘들여 작업한 결과물이 

심사조차 받지 못하고 제외가 되는 상황은 너무나 아픈 결과였다.

 

현상설계라는 것이 얼마든지 당선되지 못할 수도 있다.

어쩌면 그럴 확률이 훨씬 더 일반적이고 높다고도 할 수 있다.

다만 당선되지 않더라도, 우리가 생각한 것이 어디까지 올라가는지,

마지막에 가서 당선이 되지 못했다면 그 이유가 무엇인지, 

무엇이 부족했는지를 알아야 그 과정에 들어간 시간과 노력과 정성이 

의미가 있는 것이다.

그래야 그 실패가 다음을 위한 발판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심사조차 받지 못하고 끝나버리면 

준비하는 동안 하나의 안을 결정하기 위한 과정에서 우리가 했던

수많은 판단과 선택들이 충분히 날카롭고 타당했는지 검증받을 기회조차 없는 것이다.

 

이런 결과는 사무실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기 때문에

화가나고 아픈 일이었다. 

 

어쨋든 그런 이유로 한동안 생각하고 싶지 않았던 

두 프로젝트 였는데, 그래도 올해가 가기 전에 이곳에서 정리하고 싶었다.

 

돌이켜보니

올해는 현상을 꾸준히 해보려고 노력 했다. 

심사제외된 것들을 제외하면 모두 2등을 했으니 당선은 없지만,

의미가 아예 없는 것도 아니었고, 한계가 없는 것도 아니었다.

 

작년과 올해, 홈페이지에 업데이트되는 프로젝트들의

성격과 프로그램과 형태가 조금 더 다양해지고 있다고 믿고 있다.

현상을 하는 것은 그런 의미에서 사무실의 영역을 더 다양화 하고 싶기 때문이다.

특히나 개인적으로 유럽에 있는 동안 겪었던 공공건축의 의미, 영향, 완성도에서 

많은 공감을 받았고, 마음 한편에서는 늘 그런 건축을 일정부분 꿈꿔왔다.

 

그러다보니 사무소의 포트폴리오에 그런 공공프로젝트들을 좀 더 

만들고 싶은 욕심이 있고, 이를 통해 사무소가 또 다른 의미에서의 

균형을 갖기를 원한다. 

당장 이른 시간에 결과물이 만들어지지 못하더라도

가능하다면 멀리보고 시도해보고 싶다.

물론 사무실의 상황이 허락하는 선에서 말이다

 

Y

소방차가 진입하지 못해서 탈락한 계획안
건폐율을 초과해서 탈락한 계획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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