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소를 열고 독립을 하고나면 우선 가장 고민되는 것 중의 하나가
'어떻게 사무실을 알릴 것이냐' 하는 것이다.
이는 다른말로 표현하면 '일거리를 어떻게 찾을 것이냐' 하는 질문과도 같다.
선배들이 하는 가장 흔한말로 제일 좋은 것은 역시나 많은 아는사람,
그중에서도 집이나 건물을 지을만큼 부자인 '아는사람'이 있는 것이겠지만...
아쉽게도 우리 주변엔 그런 여건을 갖고 계신 '아는사람'이 없다.
따라서 이런 상황에 처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취할 수 있는 전략은 근본적으론 한가지 밖에 없다고 본다.
어떤것이든 건물을 잘 끝내는 것.
그래서 그것이 주변에 긍정적인 효과를 만들어 다른 프로젝트와 연결될 수 있는 길을 만드는 것.
말은 참 쉽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또 그렇다고 영 어려운 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쨌든 그런 너무나 '뻔한' 대답만이 결국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될 것이겠지만
그렇다고 그것만이 유일한 방법이 되진 않을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지금 이 순간에도 스스로를 알리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구상하고 있는 많은 젊은 건축가분들이 계시다.
따라서 그런맥락에서
오늘은 우리에게 사무소를 알리는 좋은 계기가 되었던 '프리젠테이션' 에 대해 매우 간단하게 써보고자 한다.
물론 여기서 프리젠테이션이란 이렇게 해야한다 라는 얘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다.
우리보다 더 깊은 내공을 갖고 계신분들이 많으니 그런건 어불성설일것이기때문에
나는 그저 우리의 경험을 소개하려는 것이다.
프리젠테이션.
내가 학부를 다니고 있을때는 이 프리젠테이션이 그저 발표 정도의 의미였다.
그것도 발표날 아침까지 정신없이 작업을 하다가 발표순간에는 떡지고 피곤에 찌든 몰골로
그저 급하게 만든 ppt파일을 넘기며 소개하는 것 정도의 의미였다.
아쉽게도 학부때 선생님들 중 그런 '자세'에 대해 진지하고 심각하게 따끔한 충고를 해주신 분이 없으셨다.
아마도 얼마나 피곤하게 당일 아침까지 작업하고 있었는지 알고 계시기때문에 스승으로서 차마
말을 못하셨을 것이라 생각된다.
하지만 델프트에서 마스터과정을 하면서 이런 프리젠테이션의 자세에 대해 본격적인 지적(?)을 받기 시작했다.
물론 그 디테일한 지적들의 내용은 튜터들마다 모두 달랐지만
강조했던 것들의 공통기저에는 프리젠테이션에 대해 진지한 자세로 최선을 다해 준비하고,
어떻게 하면 보여주고 싶은 것을 가장 효과적으로 보여줄 수 있을지에 대해 사소한 것까지 고려해서
고민하고 준비하라 라는 것이었다고 지금 순간에 추측해본다... (시간이 지나 좀 기억이 미화되고
희석되긴 했지만 그랬던 거 같다고 믿는다 ㅋ)
어쨌든 그러한 튜터들의 지적을 비록 나는 학부때와 비슷한 작업패턴이 몸에 베어 쉽게 체화하지는 못했지만
함께 공부한 유럽의 다른 친구들의(다는 아니고 주로 프랑스, 이란, 포르투갈에서 온) 프리젠테이션을 준비하는
모습을 보면서 느낄 수는 있었다.
그러다 네덜란드 사무소에서 일을 하는 동안 이 '프리젠테이션' 에 대해 다시금 많은 걸 보고 느낄 수 있었다.
사무실에서는 프리젠테이션을 정말 많이 했다.
(내가 했다는 것은 아니고 사무소 파트너가 했다는 것이다)
공식적으로 프리젠테이션을 해야하는 경우는 당연한 것이었고,
개인주택을 의뢰한 건축주에게도 마주앉아 협의하기전에 건축주 한명을 위해서 형식을 갖춘 프리젠테이션을 하였다.
거기다 건물이 지어질 대지의 주위에 사는 주민들을 대상으로,
또 구조, 시공, 조경 디자이너에게도.
경우에 따라 그 양이 조금 달라지긴 했지만 굉장히 많은 프리젠테이션을 다양한 사람들에게 하였다.
하지만 많은 프리젠테이션을 준비하는 노력만큼이나 인상깊은 것은 프리젠테이션을 하는 자세였다.
개인적으로 그 파트너의 에너지와 눈빛과 적극성을 존경해 마지않지만
그는 프리젠테이션을 누구에게 하든 결코 대충하는 법이 없었다. 적어도 내가 지켜봐온 동안에는.
그는 그 넘치는 에너지를 발산하는 걸로 모자라 마치 그 자리를 씹어삼킬듯한 기세로
너무나 적극적으로 상대방에게 말하고 설득하고 알린다.
건축주라면 이 건축가를 신뢰하게 되거나 혹은 설득당할 수 밖에 없을 것 같고
함께 일할 사람이라면 '아 내가 이 프로젝트에서 굉장히 중요한 사람이구나' 하는 소속감을 느끼게 될 수밖에
없을 것 같았다.
어쨌든 최소한 '이 사람이 정말 이 프로젝트에 대해 열정적이구나' 하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걸보며 프리젠테이션은 아마도 건축가가 프로젝트를 알리고,
또 자신을 알리는 가장 중요한 수단이 될 수 있을거 같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어떤 건축가는 느리면서 또박또박 천천히 말을 하면서 자신을 충실하게 알리는 분도 계시다
개인적으로 배우고 싶기도 하다
하지만 그 프리젠테이션의 성향은 곧 성격과 비슷하지 않나 하는 생각도 한다.
'프리젠테이션' 이란 단어를 쓰고나니 갑자기 전에 느꼈던 생각들이 떠올라 얘기가 약간 길어졌다.
다시 이 글의 목적인 '경험을 매우 간단하게 소개하려는 글'로 돌아가 마무리 하자면
어쨌든 우리는 본의 아니게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중에 아주 많은 건축주(?)가 있는 일명 social project 들이 있다.
그런 프로젝트는 필연적으로 여러사람이 관여하게 되고, 그런이유로 여러사람에게 프로젝트를 소개해야할 기회들,
즉 프리젠테이션이 많을 수밖에 없다. 본래는.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어째선지 모르겠지만 프리젠테이션을 받는 것을 좀 민망해 하는 분위기가 있는 듯 하다.
건축가가 하고싶어도 받으실 분들이 어색해 하신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가 적극적으로 프리젠테이션의 기회를 만들려고 노력한다.
방법은 간단하다
얘기가 끝날때쯤에 그저 '그럼 우리가 몇날 몇일에 지금까지의 과정을 프리젠테이션 하겠습니다'
라고 말하면 받으시는 분들도 싫어하진 않아하신다. 그저 좀 어색하고 귀찮아 하실 뿐이지.
그렇게 자리가 마련되면 그저 열심히 준비해서 하면 된다.
물론 사무실 입장에서도 그걸 준비하려면 에너지가 들어가지만
이것은 건축가의 당연한 의무라고 생각하고, 동시에 우리의 홍보라고 생각한다.
사실 우리끼리 추측컨데 그런 프리젠테이션의 긍정적 효과로 인해 "강진아동센터" 프로젝트가 연결된게 아닐까 한다.
울릉도 social housing 프로젝트를 디자인하면서
프리젠테이션을 울릉군에도 해야했고 해비타트에도 해야했지만,
이와 별개로 추가적으로 우리가 굳이 열심히 준비해서 유니온스틸에 프리젠테이션을 두 번을 했었다.
아마도 그것이 유니온스틸에 우리를 알리는데 좋은 역할을 해서 강진아동센터 가 연결된게 아닐까 생각한다.
물론 백프로 그것 때문이라고 확신할 순 없지만 최소한 확실하게 말 할 수 있는건
프리젠테이션을 하는것이 안하는 것보단 상대방에게 좋은 영향을 미칠 '가능성' 이 훨씬 높다는 것이다.
강진아동센터를 진행하면서도 많은 프리젠티션을 했다.
어린이재단에서, 후원기업들에게, 강진군에게.
우리에겐 이 모든 자리가 우리를 알리는 기회가 되었다고 믿는다.
개인적으로 프리젠티이션을 할때마다
새로운 방법이나 더 효율적인 방법을 찾으려 고민하고 노력하는 편이지만
능력과 시간의 한계로 쉽지는 않다.
하지만 이런 노력과 한계들이 시간이 지나 차츰 쌓이다 보면
우리에게 적합한, 우리의 생각들이 잘 담긴 프리젠테이션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리고 그 프리젠테이션들은 우리를 알리고 보여줄 좋은 기회들이 될 것이다.
프리젠테이션을 두려워 하지 말자.
독립한 건축가로서는 더더욱 말이다.
121028 Y in Gangj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