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한달전에 포스팅하면서 시작된 강진산내들아동센터 프로젝트가 인허가준비에 여념이 없다

다음 주에 착공해야하니 그 일정에 맞춰 꽤나 빠르게 진행되어 왔다고 할 수 있다

중간에 추석이 끼어있었으니 그 시간을 제외한다고 해도 약 20여일동안 디자인부터

현재의 인허가준비까지가 이루어진 셈이 다


프로젝트를 시작할때부터 디자인을 제외하고 그외 크게 두가지 측면을 고려해야했다.


첫번째는 일정이 매우 빠듯하게 진행되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 프로젝트는 SBS와 함께 여러기업들이 십시일반 후원을 해서 진행되다보니 

자연스럽게 일정이 방송스케줄과 밀접하게 연관될 수 밖에 없다.

그 첫번째 공식적 스케줄이 11월 중순에 있는 SBS 희망TV 라는 이벤트였고

따라서 이 때까지 건물의 형태가 어느정도는 방송에 나갈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암시적 스케줄이었다. 

따라서 우리는 '디자인변경이란 없다' 라는 목표를 가지고 디자인을 시작하였다. 

디자인변경이 발생하면 그만큼 시간을 낭비하는 경우가 많고 그런상황은 이 빡빡한 스케줄에서

매우 치명적이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최초에 내부에서 충분히 회의를 하고 몇가지 옵션들을 나름 심도있게 토론을 하였다.

그렇게해서 디자인 안을 결정하고자 하였다.

사실 개인적으로 부담이 많이 되는 순간이었다. 

이 프로젝트는 지금 이 순간까지도 자금을 모으고 있는 중이다

즉, 건축에 필요한 모든 제반사항들이 준비된 상태에서 하는 것이 아니고 

디자인이 끝나면 거기에 맞춰서 모든것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는 곧 디자인이 어떻게 되어지는냐에 따라 예산을 비롯해 모든 사항들이 그에 맞춰 준비되어야 하는 

것이기때문에 결정의 순간까지도 이 디자인안이 정말 다른 모든 사항들을 위해 적절한지에 대해 

고민할 수 밖에 없었고 부담될 수 밖에 없었다.

그런의미에서 이 프로젝트의 안은 매우 효율적이어야 했다. 형태적으로 그리고 경제적으로.


하지만 이런 한가지 가치에만 초점을 맞출 수 없는 이유가 있었다.

그것은 다름아닌 아이들의 그림과 그들의 눈빛, 그리고 이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진행하고 계신 많은 분들의 바램이었다.

아이들이 그린 그림속의 집은 자유롭고 흥미롭다. 

그리고 이 아이들이 새로운 집을 상상할때 보였던 그 눈빛은 나에게 시작하기 전부터 미안함을 느끼게 하였다.

그들이 원하고 그래서 스케치북에 그렸던 그 그림만큼 자유로운 집을 만들어주지 못함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또한 이 프로젝트를 처음부터 기획하시고 모금활동을 하고 계신 많은 분들이 원하시는 바램과 이상이 있다.

그것은 어쩔수 없이 건축물을 예산과 함께 생각할 수 밖에 없는 나같은 사람보다도 훨씬 더 원대하고 순수하셨다.

이런 많은 바램과 꿈을 생각하면 이 아동센터는 재미있어야 하고 풍부한 공간이 있어야 했다. 경제적인 동시에 말이다.


따라서 이러한 상충될 수 있는 두 가지 측면을 고려해서

깊은 한번의 고민으로 디자인을 결정했을때,

그 순간에 느껴지는 불안감이란 꽤나 컸던것 같다.

물론 지금 이 순간에도 내가 혹시 놓치고 있거나 잘못한 부분은 없을까 하는 불안감이 있다. 

하지만 이러한 고민의 시간을 가질 새도 없이 프로젝트는 빠르게 다음단계로 넘어가고 있다.


두번째는 앞서 잠시 언급한 공사비의 문제이다.

다만 여기서 얘기하고자 하는 것은 단순히 공사비가 부족하다 라는 얘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다.

물론 이 프로젝트는 현재도 예상되는 공사비의 상당부분이 부족한 상태이고 많은 분들이 

정말 열심히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계시다.

이러한 상황이다 보니 우리도 그 어느때보다 공사비의 절감 이란 부분에 대해서 고민하고 노력하고 있다.

그 가장 일차적인 노력은 아는 인맥을 모두 동원해서 후원을 찾아보려 알아보고 것이다.

하지만 건축가가 알아볼 수 있는 후원이 과연 어느정도일지는 상상할 수 있으리라고 본다.

그렇다면 다음은 바로 공사비를 낮출 수 있는 방법들을 계속해서 연구해 보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 공사의 예상견적을 받아보고 적잖이 놀랐다.

너무 비싸다.

건축을 하는 내가 봐도 너무 비싼데 일반인이라면 더 크게 다가올거 같았다.

이런식의 공사비라면 누군가가 평생 돈을 모아 집을 짓고 산다는 것이 

지금같은 시기에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절감했다. 

물론 한국의 공사비현실을 잘 알고 있는 J 는 그게 적정한 가격이라고 말해줬지만

난 쉽사리 납득할 수가 없었다.

이 부분은 아직 진행중이다. 

우선 내가 그 공사비의 현실성을 아직 체감하지 못해서 일 것이다.

그러나 나에게 있어 비상식적으로 생각되면 그건 먼가 이상한게 아닐까 하는 생각은 한다.

어쨋든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과연 어디에서 얼마만큼 공사비를 낮출 수 있는지

한번 확인해볼 필요는 있다고 본다.

그리고 그 결과가 의미있는 수치를 보여준다면 공사가 끝날때쯤에 

공개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어찌보면 또 하나의 재미있는 도전이라고 본다.

이 프로젝트는 이제 우리에게 디자인하고 완성하는 것으로 끝나는 제한적 영역을 넘어 

다양한 측면에서의 개입을 요구하고 원하는 프로젝트가 되었다.


이 프로젝트는 여러가지로 흥미로운 의미를 갖는다.

우선 건축주와 건축가와 시공자의 관계가 매우 불분명해졌다.

이유는 건물을 완성하는 주체로서 기존의 요소가 앞서 말한 건축주, 건축가, 시공자 이 세명이었다고 하면 

이 프로젝트에서는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그 주체로서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뚜렷한 건축주가 없고, 자금을 주는 사람이 매우 다양하고 그 자금의 형태도 또한 다양한다.

건축가는 있지만 수동적이지 않고 건축주의 역할도 일부 하기도 하고 건축주의 고민을 함께 하기도 한다.

시공자는 정확히 정해지지 않았지만 건축가와 일찍부터 접촉해서 디자인단계부터 많은 고민을 함께한다.

이 시공자는 현장의 모든것을 다 하는 것도 아닐 것이며 시공자가 또 건축주가 되기도 할 것이다.


말 그대로 프로세스가 선적인방향성(liner)을 갖는 것이 아닌 

수평적인 구조를 가지며 '강진아동센터' 프로젝트라는 하나의 '장'(field) 안에서 

모두 버무려져서 서로 소통하고 교환해가며 자발적으로 해결책을 모색해 간다.

이 과정은 때론 덜 효율적일순 있지만 동시에 더 민주적이다.


그리고 이 '장'(field)안에서 서로 문제가 생겼을때 

프로젝트를 추진하게끔 하는 진정한 건축주는 오로지 '어린이' 뿐이다.


프로젝트보기 


121021 Y






추석연휴가 지나고,

한참 마감에 지쳐있을때 방문한 조윤성군

요즘 대세를 따라 싸이의 강남스타일에 맞춰 현란한 위문댄스 보여주셨다.


참고로 여기 굵직하게 들어간 욕설이 포함된 목소리는 걸러서 보시길... 히익:((











시간은 상대적이다. 그것도 무척이나...


열흘이 지났다. 불과 열흘 전, 날 좋은 가을 주말에 하루 종일 교실 책상에 앉아서 박박 그려대던 모습이 마치 몇 달전의 일을 떠올리는 것만 같다. 그리고 손에 익었던 0.7mm 샤프펜의 느낌은 사라진지 오래다.

그래도 아직 얼마 지나지 않았음을 새삼 느끼는 것은 책상 한쪽에 덕지덕지 붙여져 있는 테이프 쪼가리 뭉치와 시험 본 이후로 한번도 열지 않은 제도가방에 눈길이 갈 때면, 아 며칠전만해도 그랬었지 하는 생각이 든다.


이제는 사무소를 지속해나가는 일상으로 돌아오고 11월 초 발표날을 무덤덤히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고 생각이 들었는데,

무덤덤하고 말고 할 것도 없이 굉장한 속도로 일상으로 돌아오고 말았다. 학원 강사는 시험을 마치고 후유증에 시달리지 말고 일상을 복귀하도록 노력하라는 당부까지 했었는데, 그 말이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라이센스 1/2'를 쓸 때만해도 머릿 속은 온갖 잡생각과 불만으로 엉켜있었고, 내가 시험만 보고나면 그걸 모조리 풀어내야 겠다 마음먹었건만...  상대적인 열흘, 몇달이 지난 것 같은 열흘은 무언가 좋은 이미지만 남겨놓고 말았다.


학교를 졸업하고 대형사무소를 들어가고, 실무를 시작하고 그리고 5년이 지나고 다시 나와서 독립한 일련의 건축적인 행적을 정리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할까?

대지분석 조닝/배치/평면설계/단면설계/구조/설비/지붕 등  방금 언급한 단어의 나열들은 건축사 시험에 나온다고 거의 정해진 것들인데, 이렇게 개별적으로 쪼개서 건축에 대해서 공부하는 일은 마치 땅을 몇 해에 걸쳐서 농사를 지어오다가 처음부터 다시 땅을 엎고 다지고 새로운 땅에서 다시 씨를 뿌리는 느낌이랄까....

개개의 시험 과목들이 난해하고 실무에서의 효용성에 대해 의문을 가지는 사람들도 많겠지만, 내 개인적으로는 한 번 끊어주고 다시 시작하는 마음이 들었다. 어떤 나의 주변 상황과 맞물려 들어가는 것이기도 했으리라 생각이 든다.


뭐 모든 일에는 음양이 있듯이... 

이렇게 정리를 한 판 새로 하고 시작한 강진 프로젝트.

주어진 프로그램, 규모, 건축주의 요구사항들이 마치 시험문제 풀듯이 설계를 저절로 하게 되던데, 

물론 무난한 안을 만들어내고, 합리적인 안을 만들어 낼수는 있을 수 있어도(시험에서 요구하는 답안이 그러하니)

어떤 이슈를 만들어내고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계획은 또 다른 문제라고 실감했다.

이 문제로 Y와 약간의 승강이를 벌이긴 했는데, 

결국엔 그건 내 자신의 다른 부분을 계속 단련하고 외부에 강하게 노출시켰을 때 조금씩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생각한다.

이래서 내가 반농담으로 Y는 시험공부 시키면 안된다고 하는게...

그래서 내가 입버릇처럼 이번 한번에 붙어야지 이걸 2년 3년 이러고 있으면... 어휴... 한숨.


사무소를 차려 독립하고 시험 공부를 했던 지난 8개월은 주建야建했던 재밌던 시간이었다.


그리고 오늘 정식으로 합류한 A와 함께 벌어질 앞으로의 몇 년이 더더욱 재밌어 질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120926.


J


지난 2월 사무실을 시작하면서

우리가 가지고 있던 프로젝트는 딱 하나였다.

지금 돌이켜보면 이 작은 프로젝트 하나만 보고 네덜란드에서 사무실을 그만두고

귀국을 결정했으니 참으로 용감하고도 바보같았다는 생각도 든다. 


어쨌든 그렇게 처음엔 둘이서 한 1년 요거하나 재미있게 만져가며 해보자고 

마음 먹었었다 


하지만 우연하고도 다행스럽게 이래저래 운이 좋아서

귀국하면서 다른 일들을 할 기회들이 생기고 덕분에 벌써

컴퓨터의 폴더안 프로젝트 넘버링엔 No.9 까지 매겨졌다.

(물론 그 9개 모두가 현재 진행되고 있는건 아니다)

그 과정에서 애초에 하나 가지고 있던 이 프로젝트는 자꾸만 차일피일 미뤄져서 

이제서야 책상위에 꺼내놓고 시작하게 되었다.


프로젝트는 충남 예산의 3층규모의 근생건물이다.

지리적으로 특이한 점은 현재 조성되고 있는 내포신도시와 스파캐슬로 알려진 덕산온천의 

중간즈음에 있어서 향후 개발과 확장이 예상되는 지역이라는 것이다.

특히나 얼마전에 이전을 시작한 세종시에 맞춰 충남도의 모든 공기관들이 이 내포신도시로 

이전해오면서 최근 충청도는 여기저기 도로에, 건물에 그 변화가 자뭇 시끌시끌하다. 


개인적으로 현재 우리가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들의 프로그램 엔트리가 매우 맘에 든다.

나열해보자면 social housing, 교회+지역 커뮤니티센터, 지역아동센터, (지방의)근린생활시설 이다

여기에 진행중인 것 중에 가장 됐으면 하고 바라는 것이 10평규모의 작은 주택하나.

지금까지 건축가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지 못하고, 손길이 미치지 못하고 있던 프로그램들.

하지만 대규모 프로젝트들 보다도 더 세심한 건축적 작업이 필요하고 그 효과 또한 직접적이고 공공적인 

프로그램들. 매우 적은 예산을 가지고 해야하기때문에 더욱 고민스러운 프로젝트들이다.


그러고보면 넘버9 까지들 중에서 호텔이나 컨벤션홀 등등 돈이되고 규모가 큰 프로젝트들이 끝까지 

실현되지 못한것을 보면 아직 돈벌때는 아닌가 하는 헛웃음도 나지만 지금의 프로그램들을 

관통하고 지나는 저 일관성은 유지되지 못했을 거라는 실웃음도 난다.


어쨌든 이 근린생활시설 프로젝트에서도 

언제나 고민하는 것은 어떤 가치를 찾아낼 것인가 이다.

매우 촘촘한 면적에 대한 요구사항, 임대면적을 찾는 것이 그 무엇보다 중요한 상황, 적은 예산으로 해야하는 것,

임대자를 위한 중성적공간은 어떠해야 하는 지에 대한 고민, 임대상가와 마지막층의 주거가 어떤 관계를 갖게

되어야 하는지, 무표정해야 하는 임대공간과 건축주의 표정을 대변해야하는 주거의 혼합이 형태에 어떻게 표현되어야 할지,

더 세세하게는 임대점포 앞공간은 어떻게 구성되어 (시골)도시의 상황에 대응할 것인지, 간판은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등등

이 작은 프로젝트 안에서도 굉장히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여기에 건축가 개인의 성향과 성취욕구를 추가하면 그야말로 프로젝트는 미궁속으로 빠져들어간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을 풀어가고 엮어가며 원하는 것은 

이정도 건축예산으로 현재도 수없이 많이 지어지고 있는 근린생활시설이 

이렇게도 지어질 수 있다고, 다른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을 건축주에게 보여주는 것이다.

많은 비슷한 규모의 건물들이 결코 예산이 없어서, 혹은 그럴 필요가 없어서 그렇게 지어지는 것이 아니라 

관심과 더 나은 결과를 경험해보지 못한 '경험의 부족'에 의해서, 임대면적이라는 효율성에만

지배되어 지어진 것 이기때문이라는 것을 스스로도 확인해보고 싶다. 


                                           진행되고 있는 매스스터디 

 


벌써 시작되었어야 할 프로젝트가 우리때문에 반년이나 늦게 시작되었다.

거기다 현재는 땅을 둘러싼 복잡한 문제때문에 또 늦어지고 있다.

하지만 건축주의 의지가 강하니 조만간 어떤식으로든 잘 해결될 수 있을거라 본다.


조만간 그 결과물을 다시 소개할 기회가 있기를 기대해본다.



120925 Y






지지난 주에 연이어 세개의 태풍이 지나갔다.

볼라벤부터 시작해서 우리나라에, 특히 남부지방에 많은 피해를 주고 간 지나간 태풍이 이번엔 

전혀 예기치 않았던 일을 우리에게도 가져다 주었다.


볼라벤이 지나가고 몇일이 지나 유니온스틸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전남 강진의 산내들아동센터가 볼라벤의 영향으로 부서져서 

SBS 와 함께 이를 다시 만들기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려 하니 함께 해보는 것이 어떻겠냐는 것이다.

유니온스틸은 울릉도프로젝트의 외장을 후원하는 기업으로 그 인연으로 프로젠테이션도 몇번 했었고

사장님도 만나뵌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뜻밖의 제안을 받으니 좀 당황스러운 감도 있었지만

좋은일에 선뜻 먼저 손을 내밀어 제안을 해주시니 감사한 마음도 들었다. 


그 후 몇일이 지나 전국의 아동센터를 관리하고 도와주시는 어린이재단과

이 프로젝트의 전반적인 후원을 맡고 계신 SBS 촬영팀과 

유니온스틸 전남지부소장님과 함께 

전라남도 강진에 다녀왔다. 


서울로 부터 차로 약 5시간. 

땅끝마을 해남 옆에 있어서 말그대로 전라남도 땅끝에 있는 산내들 아동센터.

바다를 바라보는 언덕위에 자리한 산내들 아동센터는 태풍에 의해 외벽과 천장이 부서지고 

날아가서 도서관으로 단장한 방한구석을 제외하곤 사용할 수 없는 상태였다.

우리가 갔을땐 깨끗하게 치워져 있어서 좀 덜 했지만

최초의 모습은 매우 심각했을 거라는 추측을 할 수 있었다.


현재 전국의 아동센터는 정부에 등록되어 관리되고 있는 것만 약 4000개가 된다고 한다.

그 중에선 재정적인 이유로 인해 시설이 매우 열악한 곳이 대부분이다.

이 곳 산내들 아동센터도 바로 옆에 위치한 마량중앙교회 목사님에 의해 최초로 설립되어 

약 15년이 넘는 시간동안 오로지 주변분들의 도움에 의해서 운영, 유지되어 오던 곳이다.

전라남도 강진군 마량면.

어촌이면서 농촌이기도 한 이곳의 아이들은

다른 여느농어촌과 그 사정이 크게 다르지않아

열악한 교육환경과 각기 다르지만 크게 여유있지 못한 가정형편속에서

방과 후와 주말과 방학동안, 즉 학교에 가있는 시간을 제외한 대부분의 시간동안, 

아이들이 공부하고 놀고 밥먹고 생활하는 제 2의 '집'이었다.


이 곳에서 아이들은 부족한 공부를 배우고, 친구를 사귀고, 좋아하는 책을 보고 악기를 배우고

다 같이 외지로 나가 세상을 구경하는 기회를 갖는다.


이런곳이 태풍에 피해를 입어 현재는 정상적인 생활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오후가 되어 학교를 마치고 돌아오는 아이들을 만났다.

얼굴이 까맣게 그을린 아이들은 처음의 우려와는 달리

매우 반갑게 인사를 하고 웃고 손을 흔들어 주었다.

아이들은 외지에서 온 사람을 전혀 경계하지도 않고 어려워하지도 않았다.

그들에겐 이미 다른사람을 만나고 그 사람과 친해지고 하는 것이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인듯 보였다.

아이들이 살고 있는 바다와 산이, 그리고 매일 친구들과 함께 하는 아동센터에서의 생활이

그들의 마음을 타인을 향해 열리게 만들었고 타인과 함께 살아가는 것을 가르쳐준 듯 했다.

아이들을 보고 나선 그 밝음에 일종의 감동 같은 것을 받았다.


아이들이 온 후 몇 가지 간단한 촬영과 인터뷰를 하고 인사를 하고 서울로 돌아왔다.

아이들에게서 받은 감동이, 그리고 이 아동센터를 재건하기 위해 뜻을 모은 분들의 간절함이

가볍게 내려갔던 마음을 조금은 무겁게 만들었다.

하지만 이건 분명 즐거운 무거움이다.

건축가에게 간절히 어떤것을 바라는 저 눈빛과

그에 반응해 무언가를 해줄 수 있다는 것은 건축가로서 느낄 수 있는 가장 큰 보람 중 하나가 아닐까.


                                                           아이들의 바램이 담긴 산내들아동센터



모든 것은 겨울이 오기전에 끝나야 한다.

그래야 그곳에서 아이들은 다시 따뜻하고 신나는 겨울을 날것이다.

바쁜 일정이지만 분명 재미있을 거라고 믿어본다.



120924 Y





지난 8월에 있었던 패널조립식 및 착공식이 있었고

많은 분들이 와서 참여해주셨습니다.

그리고 이 모습이 지난주(9월5일) MBC 나누면행복 에서 방영되었습니다.


영상을 보면서, 특히나 여기 소개된 디자인을 보면서, 

이후에 벌어진 일들에 대해 더욱 진한 아쉬움이 남습니다.

어쨌든 여러가지 고난과 좌절이 있더라도 여기나오신 여러분들의 노력과 땀을 생각하며 

포기하지 않고 가치를 찾아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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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글을 쓴 이후 약 한달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다.

하루가 멀다하고 바뀌어 가는 그 흥미진진했던 상황들을 매주 정리해서 기록했다면

최초에 기획했던 이 챕터의 의도와 훌륭하게 맞았을텐데 결론을 알수 없는 상황들을

기록하는 것이 좀 망설여졌다. 


어쨌든 8월한달간 사무실에서 있었던 일들을 간단하게 정리를 해보면

한달내내 가장 많이 우릴 괴롭혔던 건 역시나 울릉도 프로젝트이다.

조만간 새로운 그림과 함께 다시한번 자세하게 쓸 생각이지만 

결론부터 얘기하면 프로젝트는 산으로 가고 있는 중이다. 

이해할 수 없는 이유와 비겁한 변명과 정치적 파워게임이 벌어졌고

결국 프로젝트는 

책임도 안지고, 디자인도 안하고, 현장에 가보지도 않고, 그들을 만나보지도 않은 

사람들에 의해 변경이 결정되었다.

단순히 디자인 변경의 문제가 아니다.

별다른 고민없이 세대수를 줄이면서 

그들은 간절히 집을 원하는 사람들의 절박한 바램을 묵살한 것이다.


충남 덕산에 지을 3층건물의 설계를 시작하였고

울산의 프로젝트는 곧 그 재개여부가 결정될 것이지만 어쨌든 현재까지 중간 stop 되어있다.

모 프로젝트를 함께 하자며 바람을 한껏 넣고 간 어떤이는 그 후 한달동안 연락이 두절되었고

J 와 A 가 약 2주전부터 건축사 준비에 돌입해서 사무실에 나오지 않고 있다


최근 내 머리속에 자리잡고 있는 단어가 '산고의 고통'이다.

비록 수 많은 시도를 해야 그 중에서 높지않은 확률로 성사되는 것이 프로젝트라고 

다른분들이 위로는 해주시지만

역시나 아쉽움이 남는 건 어쩔 수가 없다.


마치 아기를 낳듯이 각각의 프로젝트마다 애정을 들이고 갖은 애를 쓰고 있고

내 아이와 같은 심정으로 애지중지 진행을 하다보면 

어느 순간에선가 딱! 하니 어려운 문제들을 만나게 된다.

'어느 것 하나 쉽게 되는게 없네' 하는 생각이 들고

이건 마치 '애기를 기다리는 산모의 심정이 이런거겠지' 하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프로젝트 마다 이런저런 문제 하나없이 진행되는 것이 있겠냐 마는

어쨌든 그러다보니 더 애정이 생기고 더 빨리 그 완성된 모습을 보고 싶은 심정인 듯 하다.




개인적으로 근 2주가 조금 넘는 시간동안 사무실에서 혼자 있다보니 

굉장히 허전하다. 

네덜란드 처음 도착해서 첫학기에 방에 틀어박혀 며칠씩 혼자 과제하던때의 느낌과 비슷하면서도

좀 다른다.

먼가 더 나쁜 느낌이다. ㅋ

하지만 이런 허하고 기분나쁜 느낌은 동시에 생각할 수 있는 많은 시간을 준다.

최근엔 저녁 5시가 넘어서면서 사무실 창밖으로 굉음을 내며 하루종일 바쁘게 지나다니는 오토바이와

트럭들이 좀 잠잠해 지기 시작할때부터 밤 8시 정도까지의 어둠이 내리는 그 시간을 즐기고 있다.

문을 활짝 열고 사무실에 앉아서 이런저런걸 여기저기 끄적이고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다.

물론 그다지 생산적인 생각들은 아니지만.


돌이켜보면 지난 2월에 한국에 들어와 사무실 시작하고 나서 정신없이 달려온듯 하다.

육체적으로도 그랬지만 정신적으로도 돌이켜볼 여유가 없었고 '생각'이란 걸 할 시간이 없었던 것 같다. 

바쁘게 달려왔고 다양한 면에서 일종의 '확장'이란 단어로 정의될 수 있을 거 같은 지난 몇개월이었다.

하지만 운이 좋은 건지 어떤 건지 두 명의 부재의 시기에 맞추어 프로젝트들이 잠시 소강상태에 들어갔고

(잠시 이길 바래본다 ㅎ) 덕분에 이렇게 생각하지 못했던 적당히 여유로운 시기가 찾아왔다.


긍정적으로 봐서 참 좋은 기회인듯 하다.

이제 몇일 남진 않았지만 덕분에 귀국하면서 하려고 계획했는데 하지못했던 것들도 정리하고 

머 책도 읽고 생각도 하고 전체적으론 어쨌든 사무실의 '재정비'의 시기였다.

당장 다음주 월요일부터 새로운 프로젝트도 있고 전반적으로 사무실의 시스템을 좀 정리해야겠다.


이번 글은 참으로 두서 없었다.

어쨌든 다음주면 돌아올 두 명의 컴백을 기다리고

다음주부터 시작될 사무실의 전진을 기대해 본다.


120914  Y


  






지방, 그 중에서도 시골 비스무레한 곳에 가보면 

그런곳에도 여지없이 아파트가 하나쯤은 들어서 있다.


처음에 아파트가 들어설땐 시골에서 누가 저 아파트에 살겠어? 넓은 집 놔두고?

라고 생각하기 쉽상이지만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단독주택에서 살다가

이사를 한다.

나두 아파트 살아보고 싶다... 라는 시골사람들의 묘한 심리가 있을 것이며

관리받지 못하고 수십년을 버텨온 집이 낡았으니 마지막은 깨끗한 집에서 살아보자 하는 것도 있을 것이며

암튼 많은 세대수 만큼이나 다양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주거형태는 아파트로 바뀌었어도 농사를 짓거나 어떤 형태로든 흙과 연결되어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생활방식은 바뀌지 않았기 때문에 그 차이에서 재미있는 괴리가 발생한다.


할머니들은 갑갑한('답답한'보다 더 강한) 아파트를 견디지 못하고 아파트주변의 화단이며 빈땅이며 가리지않고

콩을 심고 고추를 심으러 날마다 쏟아져 내려오신다. 

아파트 엘리베이터에는 흙이 잔뜩 묻은 각종 농기구장비, 옷, 신발, 생생한 농산물등으로 인해 언제나 지저분해지고

아파트 복도나 공용공간은 창고가 되어간다. 


또한 전엔 집앞 대문앞에 세워두던 경운기는 이제 아파트 주차장 한자리에 저렇게 'Parking' 되어진다.

덕분에 아침에 주차장에서 크라이슬러 운전자와 경운기 운전자가 함께 출근하는 묘한 조화가 생겨난다.


120908 충청도 써니벨리 주차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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