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어제의 짐싸기에 이어 진짜 이삿날입니다.
이른 아침부터 이삿짐 직원분들이 오셔서 짐을 포장하기 시작하셨고,
저희는 몇 명은 하중동에서 짐 나가는 거 확인하고,
몇 명은 홍제동에 가서 이삿짐 받을 준비하고,
몇은 필요한 거 사러 이케아를 비롯해 여기저기로 흩어졌습니다.
사람이 여러명이니 이럴때는 참 동시에, 효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어서 좋습니다 ㅎ
이렇게해서 "홍제동으로 이사하기" 이벤트가 모두 마무리되었습니다.
물론 앞으로도 조금씩 조금씩 정리하며 할 것들이 있겠지만,
일단은 우리는 이제부터 홍제동 생활을 시작합니다.
오늘의 이벤트를 위해 길게보면 작년에 땅을 알아보던 순간부터,
짧게는 공사가 시작된 이후의 인고의 시간들이,
더 짧게는 이사를 위해 본격적으로 일정과 업체를 알아보고,
그에 맞춰 하나하나 현장공사를 마무리하던 시간들까지
정말 긴 시간동안, 여러 사람의 수고가 있었고,
그것들의 결과물이 바로 오늘의 이 이사인 것 같습니다.
그렇게 생각해보면 참으로 의미있는 하루였습니다.
그 과정에서 정말 많은 분들의 관심과 응원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사무실에서 이 공사를 진행하며 몸과 마음이 두 배로 바빴던 사람들도 있습니다.
주말에 필요할때 마다 나와 청소하고 정리하느라 모두가 다 수고해주었지만,
그 중에서 특히 공사의 8할을 진행해준 수연이와, 마무리하러 들어와서
그 책임과 역할을 다해준 지연이에게 특별히 감사를 하고 싶습니다.
어쩌면 저와 조소장에게는 정말 의미있는, 잊지못할 순간일 것입니다.
8년전 신설동의 월세 50만원 사무실에서 시작할때는
상상해보지 못했던 일을 벌였고, 이렇게 이사까지 들어왔으니,
이 끝이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이 순간까지는 그래도 잘 해온거라 생각하겠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정말 잊지못할 순간입니다.
지난 8년의 시간동안 잘한 일, 못한 일, 좋은 일, 나쁜 일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한가지 확실했던 건, 늘 배고파 했고, 늘 불안해 했고, 안주하지 않으려 늘 노력했고,
새로운 모습을 찾으려, 새로운 영역을 찾으려, 더 새롭고 다양해지려 노력해 왔다는 것입니다.
그것이 수 많은 돌뿌리들에 휘청휘청하면서도 넘어지지 않고, 여기까지 달려올 수 있게 해 준 비결인 것 같습니다.
사옥을 계획해보신 많은 분들이 아마도 그러한 마음이겠지만,
이것을 가장 망설이게 하는 것은 현재가 어려워서가 아니라,
미래에도 우리가 괜찮을까, 지금과 같을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인 것 같습니다.
늘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갖고 사는, 사무소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저희도 마찬가지 였습니다.
그래서 늘 마음속으로 이 끝이 어찌 될 지 모르겠다라는 생각을 갖고 있고,
홍제동 사옥을 준비하면서도 늘 마음 한켠에 자리잡고 우리를 괴롭히던 불안감이었습니다.
하지만 저희가 그나마 작은 희망과 믿을을 갖게 된 것은,
우리가 그 동안 해왔던 것처럼,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더 나아지려는 욕망을 놓지 않는다면,
늘 배고파하며 새로운 일에 목말라 한다면,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것에 주저하지 않고 한발 더 빠르게 해간다면,
그리고 지금 있는 프로젝트들을 하나하나 소중히 여긴다면,
적어도 그 끝이 쉽게 무너지거나 흩어져 버리는 엔딩은 아닐 것이라는 희망과 믿음입니다.
그래서 이 곳에서도
늘 긴장하고 늘 돌이켜보고 늘 배우고 나아지려 노력하려 합니다.
그리고 그 과정이 지난 8년의 경험으로 늘 괴롭고 아프다는 것도 압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가 흐트러지거나 포기하지 않는다면
미래가 현재보다 못하진 않을 것이라는 희망과 믿음을 갖고 가겠습니다.
그리고 새로 마련한 이 공간이 그 치열한 과정과 시간에서
우리에게 그나마 편안과 위안을 줄 수 있는 공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끝으로 이 홍제동 사옥 프로젝트에 가장 큰 공이 있는 조소장에게
모두를 대신해 감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