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의 매니저가 해주는 일 중에 하나가 조달청에 올라오는 설계공모들을 정리해주는 것이다.
시기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적게는 하루에 서너개, 많게는 하루에 열 몇개가 올라오기도 한다.
매니저가 정리해준 것을 오고가며 보고 있으면
"이렇게 프로젝트가 하루에도 몇 개씩, 한달이면 몇 십개씩 쏟아져 나오는 게 흔한 일인가?"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다른 나라들도 이렇게 현상공모가 매일매일 몇개씩 나오나?
유럽에서 있을때는 그런거 같지 않았는데, 설마 우리나라만 이런 건가?
우리는 정말 대단한 나라에 살고 있는 건가?
3월 9일까지는 그랬나? (ㅠㅠ)
앞으로는 어떻게 되지? (다시 ㅠㅠ)
라는 생각을 한다.
그러면서 동시에 드는 생각이 이 많은 프로젝트는 다 누가 가져가나?
우리는 그 많은 기회의 바다를 왜 구경만 하고 있지?
라는 생각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그러면서 공모 심사위원들을 이렇게 보고 있으면,
아 이 기회의 바다가 혹시 들어가보면 물이 썪어 있거나,
너무 얕아서 멋지게 머리부터 떨어지는 다이빙을 했다가는 머리가 깨지는 그런 바다는 아닌가?
하는 생각이 또 든다.
하지만 머 생각만 하고 있으면 어차피 되는 건 없으니
머리부터 들어가진 않더라도 발부터라도 들어가보자 라는 생각으로 오랜만에 다시
현상의 바다에 들어가 보기로 했다.
현상은 모두가 다~~하시는 말이지만....참... 어렵다.
지난번에 이런 이유로 떨어졌으니 이번엔 요렇게 하면
또 이번엔 요렇게 했다는 이유로 지적받고 떨어지고,
그래서 다시 저렇게 하면 이번엔 이렇게 하는게 더 좋겠다며 떨어진다.
현상에 대해 얘기하면 어떤 분들은 심사위원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라고 하고,
또 어떤 분들은 자기 소신대로 하라고 하신다.
그래서 심사위원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려 그 사람의 관점에 이입을 하면,
우선 정신건강에 매우 해롭고, 도대체 계획안의 갈피와 중심을 잡을 수가 없다.
그래서 에이 우리 좋은 걸로 하자 하고
우리 소신껏 하면 그걸 또 이해를 못하고 여러 지적을 받으며 떨어진다. 쯥..
한참 공모를 할때 느꼈던 것이고, 잠시 잊고 있기도 했고,
이번에 다시 공모를 하면서 느낀 거지만,
속된말로 정말 운빨이 중요한거 같다.
심사위원에 따라 같은 계획안도 좋게 봐주는 경우가 있고,
지적을 받는 경우도 있다.
같은 요소도 저사람들은 좋다는데 이사람들은 감흥이 없다.
모든게 엿가락 장수 같은 심사위원들 맘이다.
그래서 누구도 예측할 수 없고, 어떻게 하면 된다라고 장담할 수 없다.
그저
'마침' 이때의 우리 생각과 노력과
'마침' 그때의 심사위원 구성과
'마침' 그 심사위원들의 성향과
'마침' 그 심사위원들의 개인적 경험에서 기인한 생각이
딱! 맞아 떨어질때,
바로 그때가 당선이 되는 때이다 ㅋ
명언대로 떨어지는 이유를 찾자면 수십가지고,
당선되는 이유는 보통 한두가지이다.
사실 그래서 공모를 한번 떨어지고 나면
다시 할 엄두가 잘 안날때가 있다.
저 '마침'+'마침'+'마침'+'마침' 이 딱 맞아떨어질때를
기대해야 한다는게 토할거 같을 때가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사실 준비하는 과정은 즐겁다.
저 '마침' 구성된 심사위원들을 설득해보고, 만족시켜보고 싶은 승부욕이
막 생긱기도 하고 즐겁기도 하다. 변태같게도...
건축주가 없기에, 건축주의 개인적 욕망이 반영되지 않기에
순수하게 건축적인 우리 욕심과 공공을 위한다는 자기위로의 만족에만 충실하면 되기에,
설계라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고민과 논의가 즐겁다
그래서 우리는 적어도 당분간은 매일매일 쏟아져 나오는 설계공모리스트들을 더 쳐다보려 한다.
지금의 이 푸념을 뒤로하고 잠시만 쉬었다가...
우리의 다섯번째 당선작을 찾아서 크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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